장미나무

해파리 혁명

그러나 거미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협박도 어려웠다. 거미는 빛의 가문 켈과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 뿐만은 아니다. 새벽제비의 소개로 거미와 거래를 튼 적도 있었는데 - 그건 그거고. 로젠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거미에게 이 말 정도나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동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보도록 하지.

허허……. 모르는 것을 어떻게 말하나?

거미가 로젠의 뒤에서 비아냥거렸다. 로젠은 거미가 나눅의 행방을 진짜 모른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했다. 실천의 세력 쪽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로젠도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했다. 문득, 생각했다. 벙커가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동굴. 로젠은 실천에게 말도 안 한 채 격납고로 달렸다. 그 곳으로 가야한다.

수상한 흔적이 땅에 그려져있었다. 로젠은 낡은 수레를 짊어지고 있어서 불안한 마음보다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자매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스믹크, 스미훅스, 악도르크, 이나데스, 토메크! 하지만 로젠은 결과를 알고 있었다. 동굴 입구에서 비릿하고 알싸한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자매들은 동굴에 주렁주렁 메달려 있었다. 다섯 자매들은 모두 팔이 뽑혀 있었다. 알도 모두 깨져있었다. 로젠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기가 들어온 곳을 바라보았다. 로젠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한번 힘겹게 자매들을 올려보았다. 자매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엘릭스니 남매들 다섯 중 맏이는 팔이 모두 뽑힌 채 자신의 집에서 죽어있었다. 시신은 메달려 있었는데, 메달릴 때 살아는 있었다고 했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정신은 잃은 다음일 것이다? 로젠은 눈 앞이 어두워지면서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실천의 세력이 그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로젠은 몇 분 정신을 잃었다.

선봉대 측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엘릭스니가 하나 있네.

아이코라가 설명했다. 로젠은 형평성을 위해 인간 측 고문으로 선정된 헌터였다. 몇 번 이런 일을 해봤는지라 로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빛의 가문 측에 따르면 그 엘릭스니는 다섯 남매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살해자라고 한다.

선봉대는 그 엘릭스니가 살해 사실을 부정할 줄 알았다. 그러나 보호를 요청한 용의자는 자신이 살해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살해 용의자가 보호를 요청한다니,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만 확실했다. 빛의 가문은 선봉대의 조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엘릭스니 측 수사관과 고문, 인류 측 수사관과 고문을 동일한 수로 맞춰 투입하기로 했다. 빛의 가문은 이 조사를 통해 용의자를 확실히 넘겨받기를 원했다. 살해사건 수사는 거의 끝난 참이었다.

살해자는 자매들이 모두 죽을 때 까지 당신의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죠. 로젠, 이 의자가 당신의 것 맞습니까? (네) 그럼 이 술병은요? (그 당시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버번은 더더욱요.)

알들은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자매들의 팔이 뽑힌 시간과 비교해보았을 때, 자매들이 아직 살해당하기 전에 깨졌습니다. 아마 어미들이 보는 앞에서 자손들을 무참히 살해한 것 같은데, 현장에 찍힌 발자국을 보시죠. 로젠, 당신의 갑옷이 이보다 더 무겁습니까? (아니요, 저는 헌터이기 때문에 그렇게 둔중한 갑옷은 입지 않습니다. 아마 타이탄…….)

총은 없습니다. 로젠, 당신은 그 때 총을 가지고 있었죠. (네,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들고 다니지 않는 승천자입니다. 아마 자신의 주먹과 어깨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승천자겠죠. 로젠은 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아마 자매들을 스스로 공격했다면 (결코 그러지 않았어요!) 총으로 쏴버렸겠죠.

정신을 차린 로젠은 부축해주려는 엘릭스니 수사관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일어섰다. 진은 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로젠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도 어지러웠다. 몸에 문제가 없으면 고스트가 해결해줄 문제는 아니었다. 로젠은 진을 다시 숨겼다.

저희는 고스트 님을 해치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점잖게 말했다. 그는 고스트를 숭배하는 경향이 있었다. 로젠은 엘릭스니 여러분을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수사관은 다시 요청하진 않았으나 로젠은 붙일 필요가 없는 말을 덧붙이고 말았다.

옛날 버릇이 몸에 배어서.

실천의 세력만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게 끝이긴 했지만 로젠은 부끄러웠다. 엘릭스니 다섯 남매 중 넷째 나눅은 거미의 작업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장비가 고장나지 않도록 정비하는 정비공이라고 했다. 로젠은 언제부터 그 애가 보이지 않았는지, 어떻게 된 건지 물었지만 거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관계가 없고, 가문은 그저 구체제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고 있지. 나도 거기에 편승해서 신나게 살고 있어. 자, 어서 너도 그 놀음에 올려주지 그래. 선량한 상인 잡지 말고.

네가 선량-

오, 당연하지. 우리 로젠바움 브레히트 헌터 님 께서도 종종 이용할 정도로 선량한 물품을 취급하는 착한 악당 아니었나, 나는?

그래서 이 근방에 승천자가 몇이나 있습니까?

로젠은 아무나 잡고 물었다. 대부분은 미친 사람인가 하고 피했지만 친절한 장로 한 명이 로젠의 부은 눈을 보고 불쌍한 마음에 대답해주었다.

글쎄, 저 위 쪽의 펠윈터 군주를 제외한다면 다섯 쯤은 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그러나? 억울한 일을 당한거면 우리 마을에서 사정을 들어주도록 얘기를 해주겠네.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로젠이 해야하는 것은 승천자들을 심문하는 것이다. 다섯 명의 승천자 중에 자매를 죽인 사람이 있다. 그들을 심문해야했다. 로젠은 진정한 광인의 눈빛으로 장로를 보았다. 장로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로젠에게 승천자들이 응답할 리 없다. 응답한다고 해도 거짓을 고하겠지.

네. 제 사연은 제가 알아서할테니 가장 가까운 마을로 저를 인도해주십시오.

로젠은 장로의 마을부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장로의 입에서 로젠이 찾던 사실이 떨어졌다. 일이 쉽게 풀려서 로젠은 마음이 불안했다. 그들은 저편에 몰락자들이 우글거려 두려운 마음에 군주께 일 년 치 수확물을 바쳐 토벌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들은 그 전쟁군주를 섬긴다.

로젠은 생각했다.

엘릭스니 측 수사관이 말했다. 나눅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맏이와 남은 세 명의 시체는 발견되어 안치실에 있다고. 나눅의 무덤은 비어있었다. 실천과 로젠은 시신을 살핀다. 팔다리가 모두 사라진 맏이와 달리 다른 셋의 시체는 다른 사람이 보인 것 처럼 깔끔하게 죽어있었다. 맏이의 팔다리는 거칠게 뜯겨져 나갔다. 미숙한 이들이 떨리는 손으로 짐승을 잡았을 때 처럼 절단면이 고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셋은……. 깔끔하게 죽어있었다. 이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엘릭스니들의 급소를 정확하게 노려 단박에 죽였다. 과시성이 짙고 아마추어가 한 것 같은 맏이의 시체와는 전혀 달랐다.

진이 말했다.

로젠, 당신도 저들과 같은 승천자에요.

마리아. 그 사람이 내게 걸어준 안전핀은 사실 걸리적거리는 귀찮은 것이었다. 안전핀을 뽑자, 로젠은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그는 전쟁군주를 유인하기 위해 마을을 쳐야한다는 간단한 실천부터 행했다. 로젠을 이끈 장로는 후회하며 마을에서 도망쳤다. 아마 전쟁군주에게 갈 것이며 훌륭한 미끼가 되겠지. 로젠은 전쟁군주가 새로이 복속시킨 미천한 무리들의 팔을 뽑아 짐승처럼 메달았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과다출혈로 죽어갔다. 승천자가 마을을 학살한다는 슬픈 소식을 들은 전쟁군주는 무례한 승천자를 없애기 위해 달려왔다. 로젠은 그에게 장갑을 던졌다. 그리고 로젠은 이겼다. 그는 전쟁군주의 영토를 물려받았고, 으리으리한 성도 물려받았지만, 자매들의 피가 썩어들어가는 벙커 속에서 살았다.

로젠과 실천은 엘릭스니 측 수사관들 몰래 움직였다. 나눅을 잡지 않고 어영부영 손을 놓은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눅이 뭐가 됐던 열쇠를 쥐고 있음에 틀림 없다. 로젠은 벙커를 기억했다. 벙커 속에서 로젠은 문을 열고 지냈다. 그 문으로 들어오는 도전자들은 팔이 잘리고 고스트가 부서진 채 천장에 메달렸다. 로젠의 힘에 의존하고 싶은 피해자들도 벙커에 들어왔다. 로젠은 그들만은 보살펴주었다. 다른 삶은 가능한가? 로젠은 문득 실천의 눈을 피해 벙커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있는 힘껏 달려 격납고로 갔다. 벙커의 위치는 잊을 수가 없었다. 로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매들은 밤 마다 소리 죽여 토론했다. 그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됐다. 로젠과 자매들의 수는 고작 여섯. 거기다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들까지. 자매들은 과학자이자 어머니였다.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가문에서 쫓겨나거나 가문에서 이탈했다. 가문 자체가 없어진 자도 있었다. 로젠도 마찬가지였다. 로젠은 인간들의 욕심에 마리아를 잃고 가문 없이 떠돌아다녔다. 반파된 벙커는 동굴처럼 변해있었지만, 곳곳에 놓인 전자기기들은 그들을 생활할 수 있게 해주었다. 로젠과 자매들은 화학물질 분석기를 개조하여 알들을 따듯하게 만드는 등으로 바꾸었다. 그들은 가문을 꾸릴 수 없다. 켈도, 집정관도, 서기도 만들 수 있는 수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새로운 삶을 강구해야만 그들은 살 수 있었다. 그들의 2세도. 로젠은 황금기 기계를 개조하거나, 알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밤이 되면 비관 속에서 피어난 낙관의 힘으로 토론을 했다.

나눅은 들키지 않았다.

나눅은 발견되었다.

로젠은 나눅을 연행했다. 실천과 엘릭스니 수사관은 그를 어디서 끄집어낸 로젠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동시에 두려워했다.

맏이가 죽었다. 나눅은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쓸까봐 걱정했다. 나눅은 돌아오던 중, 어린 남매들을 단지 작하고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솎아내던 전사를 만났다. 그는 겁에 질렸다. 남매들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그 전사를 고발하고 죽여야 해! 안 그러면 구원 때 처럼 우리는 솎아질거야.

세 명의 남매들이 덜덜 떨었다. 맏이도 두려워했지만 그는 애써 동생들을 달랬다.

나도 그를 만났어. 만나서 얘기까지 했다. 그 전사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어. 우리를 돕고 싶어 해.

뭐? 그 자와 얘기했다고? 우리를 돕고 싶어 한다고? 그런데 왜 우리한테 말 안 했어?

무서워서…….

거짓말! 배신자! 너 혼자 전사의 편에 서서 우릴 배신하려고!

나눅의 발작은 곧 남매들의 발작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발광하며 맏이를 밀쳤다. 맏이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고 서랍장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고 말았다. 남매들은 나눅을 보았다. 이건 나눅의 죄가 아니었다! 나눅은 그래서 말했다.

최대한 잔인하게 시체를 훼손하자. 그리고 그 전사에게 누명을 씌우자. 그렇게 살해자가 되게 하는거야.

나눅은 울고 있었다. 다른 남매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그들은 울며 아직 살아있는 맏이의 팔을 뽑고 천장에 메달았다. 맏이의 내장은 꿈틀거리고 숨은 들락이고 있었다…….

네 남매는 전사를 어설프게 꼬여냈다. 전사를 먼저 죽인다. 죽은 전사에게 누명을 씌운다. 남은 네 남매는 늘 그랬듯이, 평소와 다름 없이, 사는 것이다……. 전사는 그 얕은 수를 읽어냈다. 죽어주고 싶었다. 저 아이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조상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전사였고, 죽고 싶지 않은 이였다. 그는 달려오는 아이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나눅은 맨 뒤에서 덜덜 떨다가 도망쳤다. 전사는 세 명을 묻어주었고, 아무것도 없는 빈 무덤을 만들어 나눅이 멀리 멀리 도망가도록 도왔다.

전사는 살해 용의자가 되었고, 빛의 가문을 떠나 선봉대의 문을 두드렸다. 나눅이 잡혀온 것을 보고 살해 용의자는 절망했다. 동포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었다. 나눅은 나눅대로 전사는 전사대로 죗값을 치루면 되는 것이다. 빛의 가문은 이로써 자신의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며 -

아냐, 난 저들의 동포가 되지 못한다.

로젠은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를 저 아이 대신으로 잡아가다오. 선봉대여 나 말고 저 아이를 보호해주시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엘릭스니 통역이 없었기 때문에 늙은 전사의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갔다. 엘릭스니 수사관은 빛의 가문에 충성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새로운 삶은 가능할거야, 로젠. 우리는 진일보해야 살아남는다. 새로운 삶은 가능해야만 해.

메달린 자매들, 부서진 알, 도망칠 길 부터 살피는 로젠 자신,

로젠은 자신이 흐물흐물하게 둥둥 뜬 해파리라고 생각했다. 한번 해류에 떠밀리면 뭘 할 수도 없이 떠밀려가는 해파리. 자신은 믿고싶지 않았다. 자신의 악의와 각오만으로 자신이 이렇게 변화한 것을. 이런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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