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서

쿄우야 츠바키, 현자가 적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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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부

무르: 어서 오세요, 현자님.

달이 유독 큰 날의 밤, 나는 처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됐다. 처음보는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남자의 명령에 군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칼을 뽑아들었다. 흉흉한 분위기에 한껏 예민해져 뒤로 물러나자 창 밖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이때의 나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신비로운 존재에 처음부터 이끌렸던 것 같다. 빗자루를 타고 내려운 이들 중 한 명의 이름은 카인 나이트레이, 나를 위협하던 자들이 그를 카인 기사단장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히스클리프, 아름다운 얼굴을 한 소년으로 지쳤음에도 나를 지켜준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믿어도 되는걸까? 당황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태연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지켜준다는 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보아하니 내가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곳, 즉 나와 관련된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세계.

이제와서 생각하면 처음부터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았던 거야.

보호라는 이유로 아무도 내 자유와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었는데 이곳은 달랐다. 아니, 처음 마주한 인간은 나를 강제로 끌고가려고 했던 것 같지만 카인은 아니었다

“이 세계는 당신의 세계가 아니고, 너도 하고 싶은 일이 있겠지. 넌 거절할 권리가 있고, 그건 아무도 탓하지 못해.”

거절할 권리…….

아무도 내게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었는데,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처음보는 존재가 말할 줄이야. 스스로의 의지로 그를 돕고 싶어졌다. 그런 남자라니, 이런 거 반하지 않는 게 이상하잖아? 카인이 태어난 환경, 성격, 세계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이상이었으므로. 나는 우스울정도로 빠르게 그에게 빠져들었다.

드라몬드가 마법사는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쳤을 때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안전과 보호라는 말로 진실은 숨긴 채 나를 통제하려는 이들 속에서 버텨온 내가 그런 뻔한 말에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애초에 내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먼저 나를 위협하려던 자였다. 그렇게 나는 마법사들의 손을 잡아 현자가 됐다.

“당신들을 따라갈게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쪽의 마법사, 파우스트를 구하는 일이었다.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구나. 뜻밖이었던 건 이전의 현자가 있었다는 것. 그것도 그들이 남긴 현자의 서 양을 보면 꽤나 많았던 것 같다. 모든 걸 읽을 수는 없었지만 이 세계와 마법사들을 파악하기에는 꽤 도움이 됐다.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세계에 빠르게 적응했다. 카인의 눈 색깔이 다른 이유에 대해 들었을 때는 솔직히 놀랐다. 그런 짓을 당하고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구나. 뭐랄까, 그러는 보람이 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마법사를 소하기 전에는 히스클리프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사랑스러웠고 고상한 분위기를 풍겼으니까 조금은 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도 친구라는 존재가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이때는 꽤나 즐거웠어.

솔직히 말해서 마법사들을 쉽게 믿은 것은 아니다. 그들이 현자를 필요로 했기에 나는 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거니까 감사의 마음으로 그들을 돕고자 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래서 평소 짓는 미소로 다정하게 그들을 대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해준다면 여기에 오래 있어도 괜찮겠지. 이 세계에서 뿌리 내리고 싶었던 나는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새로운 마법사들이 소환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같이 마법관에서 공동 생활을 하게 됐고 마법사들에 대해 적어보자면…

솔직히 남쪽의 마법사들은 다정하지만 오히려 다정하기에 대하기 어려웠다. 나의 친절은 진심이 아니라 학습된 행동이지만 그들은 정말로 내게 친절하고자 했다. 북쪽 마법사들은 위험하지만 마음은 편했다. 같이 있으면 좋은 건 동쪽과 중앙. 서쪽의 마법사들은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북쪽보다 위험하다. 마음이 금방이라도 위태로워질 것 같아.

오웬이 진짜 너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어지는 거야? 라고 말해왔을 때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이 세계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안함이 커지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어. 지금 생각하면 오웬의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것 아니었을까 싶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꽤 신경이 쓰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이후로 스스로를 믿기 어려워졌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내 존재의 증명에 더욱 집착했다. 내가 나를 잊더라도 세계가 기억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세계와 가까운 당신들이 나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너에게는 너의 이름이 있다. 절대 잊지 말고, 누구에게도 잊게 하지 마라.”

강한 마법사라서 말에도 강력한 힘이 깃들었던걸까. 그날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마법사의 존재란, 처음에는 그저 부러웠을지도. 마법이라는 힘이 있는 그들은 인간인 내게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로 보였다. 마법사는 어디든 날아갈 수 있어. 그런줄 알았는데 그들의 갈등을 지켜보며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간섭받게 되는 거야. 그들을 통제하고 이용하려고 드는 인간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마법사들에게 더 마음이 쓰이게 된다. 이건 함께 지내기 시작해서가 아니야. 분명히, 나도 어딘가 그들과 비슷한 부분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들도 결국 나와 같으니까야.

진심을 내보이는 건 위험하다. 언젠가 배신 당하면 금방 허물어져 버릴 거야. 나는 유약하니까. 그래도 괜찮다면 조금은 그들과 이어지고 싶었다. 마법사들이 함부로 약속을 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믿음을 준다는 건 인간인 내게도 어려운 일이라서 처음으로 나를 믿어준 이들이라면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 필사적으로 강한 척을 해왔다. 다정하게 미소 짓고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진짜 나의 모습을 숨기고 보기 좋은 끈으로 묶인 것처럼 연결되고 싶었다.

마법관 안에만 있거나 거리로 나가는 일은 즐거웠다. 하지만 세계를 구제한다는 일은 내 생각보다 무겁고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 세계는 무서운 것들이 잔뜩 존재했다. 보기에는 신비롭고 기묘해서 빠져들 것 같지만 지나치게 빠져들면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게 무서웠다. 거대한 재액으로 인한 세계의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 나갈 때마다 위험한 일을 겪었다. 이런 거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내가 도망치면 누군가가 다칠 거라는 걸 알아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강한 척을 하면서 카인에게도 모두를 지키는 당신을 내가 지킬 거라고 당당히 고백했다. 틀림없는 진심으로, 나를 지켜주는 너를 나도 지키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고 싶었다고 생각해.

이때의 나는 얼마나 오만했는가. 카인을 지키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했고, 카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도 나라고 생각했다.



정의와 축제의 프렐류드

나를 위해 목숨을 걸다니 쉽게도 말한다고 생각했다. 마법사란 마음으로 마법을 쓰는 존재. 그런 존재가 이방인인 내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다니, 그만큼 진지했겠지. 나를 위한다면 목숨을 건다는 말 따위 쉽게 하지말라고 속으로 웃고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너를 지킨다고 말했는지 전혀 모르는구나.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저주를 받는다고 말하며 앞으로 나설 때는 진심으로 화내고 싶었다. 화낼 시간도 없이 카인을 검을 뻗었고 이후,

강한 마법사도 아니면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선 기사님의 모습은 너덜너덜했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기절한 상태였지만 전혀 꼴사납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나가 그 앞에 무너지듯이 주저 앉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 온 이후로 난 줄곧 이 남자에게 의지했기에 즐거웠던 거구나. 낯선 나를 받아들여주고 지탱해주었으니까 제대로 나라는 존재로 서있을 수 있었어.

뚝, 하고 보기좋게 묶어둔 끈이 끊어졌어. 애초에 불가능했던 거야. 나라는 인간은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으니까 너와 예쁘게 이어지고 싶다는 소망같은 거 무리였어. 그래도 괜찮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진짜 나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간절해졌다. 곧게 뻗어있는 너처럼 되고 싶었어.

이후로 계속해서 그날의 카인이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봤던 장면을 되풀이했었는데 점차 변해가면서 다양한 형태로 죽는 카인이 꿈에 나왔다.


메인 스토리 1.5부 이후

~흔들리는 마음에 떠오르는 공포~

카인이 죽을지도 모르는 부상을 입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든 감정은 부정이었다. 농담이지?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멀쩡히 일어나서 웃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다급하게 피가로에게 전하면서도 나는 안일하게 굴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정신을 놓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사실은 전부 내던지고 카인을 살피러 가고 싶었지만 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을테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카인이 좋아해주는 나로 있기 위해서

카인이 또 다시 동료를 잃는 슬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마법 주문처럼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괜찮을 거야라고 읊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카인을 보게 됐을 때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곁에 있던 마법사들의 말에 의하면 보기 힘든 얼굴이었던 것 같다. 어째서 네가 그렇게 아파야 하는건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인을 좋아한다면 너를 생각해서라도 이런 생각은 하면 안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네가 너무나도 미웠다. 그런 너였기에 나를 받아준 거였는데도, 차라리 미움받아도 좋으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기척에 예민한 너는 자고 있을 때라도 내가 다가가면 금방 눈치챘다. 그런데 어째서 바로 옆에 있는데도 눈을 뜨고 웃어주지 않는지, 힘들어 보이는지. 누군가 다치는 건 예전부터 보기가 힘들었다. 작은 상처라도 아픈 건 똑같을테니까 싫었는데 어째서 네가 다쳐야만 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 내가 죽이면 아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놀랍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도 너를 보면서 내가 불안할 일도 없을테니까. 차라리, 그렇게 목숨을 내던질 거라면 내가 죽여버릴까.

당연히도 실행할 마음은 없었다.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상황으로 끌고 가는 건 가능하겠지만 남의 손에 의지해서 죽일 마음은 없다. 죽인다면 내가 죽일 거고 지키는 것도 내가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악몽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마물에 의해 카인이 죽는 꿈에서 내가 직접 죽이는 쪽으로.


모두가 잠들고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새벽

츠바키: 윽, 힘들어…

현자는 악몽을 꾸는지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츠바키: 카인, 카인… 어째서 넌 그렇게 언제나 무모한 거야…

잠에서 깨어난 듯 명확한 목소리와 뜬 눈을 하고 있지만 몽롱한 눈빛이었다.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방으로 나간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러번 했는지 꿈에 취해있는 모습으로도 쉽게 안으로 들어간다. 카인은 누군가 들어오자 잠에서 깨어났고 익숙하다는 듯이 있었다.

카인: 츠바키, 오늘 밤에도 왔구나.

츠바키: 왜, 왜 그렇게 너는… 흐윽, 싫어! 이제 괴로운 건 싫어…….

여전히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가 없는 채로 츠바키는 카인의 목을 손으로 감쌌다. 그 손목을 잡은 카인의 얼굴은 심각해보였다. 그리고 츠바키에게 약한 힘으로 목을 졸리면서도 반항하지 않는다. 츠바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괴로운 듯한 다정한 얼굴, 카인 자신이 아닌 타인을 걱정하고 있었다.

츠바키: 나 이제는 못 버틸 것 같아, 카인, 약속해줘.

츠바키: … 죽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츠바키: 마법사는 마음으로 약속을 하지? 바보같은 말이라는 거 알아. 그래도 나를 생각한다면, 제발 약속해…….

츠바키: 당신은 나의 마법사잖아. 네 목숨은 나한테도 있는 거잖아…!

카인: 츠바키, 우선 진정해. 네 몸이 상할 거야.

카인: 약속하지 않아도 난 죽을 생각 없어. 그렇지만 내가 널 괴롭게 했다면…

카인: 당신에게 약속할게.

카인: 츠바키, 당신의 마법사이자 지키는 검인 나는 죽지 않아.

카인: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는데 죽으면 지키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안심해. 츠바키, 불안을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많이 괴로웠을텐데 버텨줘서 고마워. 나한테 좀 더 의지해줘. 나는 다른 마법사들보다 마법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믿음직한 기사라고 자부할 수 있어. 나는 절대로 너를 배신하지 않아.

츠바키: …… 절대, 절대로 약속이지?

카인: 그래. 약속이야.

그제서야 츠바키의 눈에 또렷하게 빛이 돌았다. 축축하게 젖은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보는 표정은 보는 사람까지 아픈 마음이 들게 됐으니까 카인은 굳게 다짐했다. 츠바키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고. 낯선 곳에서 왔는데 보이는 것처럼 강할 리가 없었다. 츠바키가 이렇게 무너지게 된 것은 카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게 좀 더 강해져야 한다.

카인: …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으니까 힘내야겠네.

ak님 cm


메인스토리 2부 이전

함께한 시간만큼 마법사들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잘 파악하게 됐다. 함부로 이해라는 말은 쓸 수는 없다. 그들과 나는 같지만 결국 본질은 다르다는 걸 지내는 동안 진절머리 날 정도로 깨닫게 되니까. 그래서 더욱 가까워지고 싶었고 연결되고 싶었다. 강한 힘을 가지고도 인간보다도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중앙 나라의 마법사는 강하지. 힘이 아니라 마음이 강하다고 느꼈다. 북쪽의 마법사와 방향은 다르지만 어쩐지 비슷한 것 같다. 정령에게 사랑받는 쪽의 얘기가 되겠지만 모두 강함을 추구하고 있고 이끌리게 되니까. 동쪽의 마법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얌전하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내면은 단단하다.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성실하고 또 다정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서쪽의 마법사는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즐거워. 너무 위험하다는 게 문제지만 같이 있으면 힘든 일은 잊게 된다. 그러다 나까지 잃어버릴 것 같아서 주의하고 있다. 북쪽의 마법사는 강하지만 의외로 어렵지 않다. 가장 단순한만큼 힘으로 겨루는 게 아니라면 다루는 건 쉽다. 북쪽 마법사에 따라 차이는 있고 같은 편이라는 확신과 믿음을 주기는 어려워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다.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있으면 괜찮았다. 그래서 고민이 됐다. 카인이 엮이면 나도 내가 이상해진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걸 다른 마법사들에게 말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모두에게는 말할 수 없다. 쌍둥이와 피가로는 감시하려 들게 분명했다. 제대로 신뢰하기에는 위험했다. 우선 상담을 해도 괜찮다고 느낀 건 네로, 시노, 그리고 오즈…

결국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한명씩 찾아가 내 상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대로는 스스로도 자신이 이상한 행동을 해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감추고 싶어도 털어놔야만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후에 수습을 해줄 마법사가 필요했으니까. 우선 오즈에게 찾아갔다. 사실 오즈랑 친하지는 않으니까 내키지 않지만 이전에 본 아서의 방에 자꾸 마음에 남았기에.

그리고 아서는 카인보다도 무모한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아서가 강하다는 걸 마음으로 알고 있기때문인지 아서라면 해낼 수 있다고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 누구보다 아서를 걱정하고 있는 오즈의 마음을 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나의 이건 걱정과는 다른 것이니까. 그저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라고 알아챈 것은 카인을 지켜보면서 알게 됐다. 오즈 못지않게 아서를 걱정하는 카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와 같이 카인을 걱정하는 내마음처럼 카인도 아서가 희생할까봐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카인은 진심으로 아서를 걱정했고 주군을 잃을까봐 두려워했지만 나의 두려움은 카인을 잃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잃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나의 세계 그자체, 너의 눈동자에 담기는 나의 모습, 너를 통해 세계에 연결된 나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카인에게 집착했다.

걱정이라는 다정한 마음가짐이 아니야.

방 앞에 미스라와 오웬이 뭐라고 바보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무시하고 들어갔다. 방음은 되겠지.

“오즈, 상담이 있어요. 지금 괜찮나요?”

오즈: 그렇다고 했었지. 너도 알겠지만 나는 말하는 것에 서투르다. 나보다는 카인이 분명 나을텐데.

“카인이랑 관련된 문제라서.”

오즈: 그런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묻는 말에 나는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아서, 죽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나 비슷한 감정을 겪었던 적이 있나요?”

오즈: ……

오즈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 일을 되짚으며 곱씹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가 언제를 떠올리고 있는지를 알 것 같았기에.

오즈: …… 현자여. 카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최근의 너는 불안정해 보였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몇몇은 이미 눈치챘을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즈: 네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나?

너에게는 너의 이름이 있다. 절대 잊지 말고, 누구에게도 잊게 하지 마라.”

오즈: 자신을 잊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다.

오즈: 그리고 카인은 강하다.

오즈: ……

오즈: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마음 지금이라면 지금의 나도 그런 마음인가. 잃기 전에는 몰랐었다. 그런…….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말해주는 카인은 강하다는 말로 조금은 편해졌어요.”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오즈: 그래.

오즈와 나는 침묵을 유지한 채로 있었다. 누구도 뭐라 먼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미스라와 오웬이 뭔가 일을 벌이는 바람에 오즈와 같이 밖으로 나가면서 침묵은 깨지고 바보같은 소동이 지나갔지만.

*

다음 날에는 네로에게 찾아갔다.

네로: 현자 , 무슨 일이야? 나한테 상담을 요청하고.

“네로라면 알아줄 것 같았거든.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선은 사과할게. 미안해.”

네로: 어이어이. 갑자기 사과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네로는 다정한 웃음을 띄고 내 앞에 간단한 간식을 내밀었다. 내가 좋아하는 레몬머랭파이에 내가 애용하는 포크까지 같이 놓여 있었다. 이렇게 다정한 마법사한테 이런 질문을 하려고 하는 자신이 추악해서 미간이 좁혀졌다.

“이건 언제 만들었어?”

네로: 시노가 부탁했거든. 조금 남았고 현자씨가 얘기를 들어줬으면 한다고 미리 말했으니까 뭐 겸사겸사. 좋아하는 디저트지?

“응, 네로가 만드는 건 전부 맛있지만 특히 맛있어.”

네로: 기쁜 말이네. 오늘따라 칭찬이 후한걸? 내일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런 얘기가 아니라는 거 알면서.”

네로: 뭐, 그렇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얘기라면 들어줄게. 기사씨와 관련된 얘기지? 술은 필요없어?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본론에 들어갔다.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아서, 죽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 한 적 있지?”

내 질문에 네로의 얼굴에서 느긋한 미소가 사라졌다. 가라앉은 먹구름이 낀 것 같은 얼굴.

네로: 현자씨도 운이 좋지 않네.

그런가. 확실히 그럴지도 몰랐다. 카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누구에게도 이런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 테니까. 이제는 기억 저 너머에 있는 한 소년의 이름이 떠올랐다. 렌도 소중했을텐데. 이 세계에 오니 이전 세계같은 거 잊고 싶어졌어. 그만큼 난 다른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고 내 마음이 다치는 일을 피해 왔었다. 하지만 카인을 만나고 스스로를 불태울 정도로 강렬한 마음에 사로잡혀 버려서 위태롭게 바뀌었다. 바보가 될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 지나친 감정이 독이 됐다.

“그럴지도. 그러니까 네로라면 알 것 같았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 이미 몇 번 카인의 목을 조른 적이 있어.”

네로는 내 말에 놀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에 할 내 말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나는 이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됐어. 이건 분명 사랑이라고 자신의 마음에 끊임없이 말하고 있어. 하지만 사랑만은 아니야. 가끔은 카인이 너무 증오스러워. 어떻게 그런 얼굴로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거야? 보고있는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왜 내 생각은 하지 않고 나서는 거야? 당신이 다치지 않아도 괜찮잖아. 다른 누군가가 대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계속 깊은 곳에서 소리치게 돼.”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네로는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런 애 취급이 나쁘지만은 않아서 얌전히 입 안에 케이크 조각을 넣었다. 상큼하고도 달콤한 맛이 가득 퍼졌다. 마법사의 슈가를 넣었을까. 어쩐지 진정이 되면서 마음 가득 다정함이 퍼져 나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제대로 네로의 눈을 응시했다.

네로: …… 그거 힘들었겠네.

네로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위로였다. 케이크와 같이 과하게 달지 않은 적당한 위로.

네로: 뭐, 상식적으로 현자 씨가 카인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러니까 내가 걱정되는 건 현자 씨려나. 죽이는 게 아니라 다른 무슨 짓을 벌릴까봐 걱정 되는 거겠지. … 알고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로와 브래들리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까 그라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서 기댔다. 결과적으로 네로가 괴로운 말을 꺼내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다정함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무너져 내렸을 거야. 나를 지탱해주는 다른 마법사들을 신뢰하니까 형편 좋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네로: 카인이 돌이 될까봐 두려우면서도 차라리 돌이 된 카인을 가지고 싶어졌겠지. 그러면 더이상 괴로워할 필요가 없으니까. 계속 괴롭지 않은 형태로 함께 할 수 있다고… 이대로는 소중한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네로: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겠지.

“똑같이 운이 나쁜 사람이라서 알 수 있는 거야? 나보다도 나에 대해 파악하고 있구나.”

네로: …… 아니, 이건 현자 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네로는 쓰게 웃었다. 위로를 받으러 온건데 그 모습에 내가 위로해줘야 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네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참이나 어린 인간에게 쓰다듬받는 건 달갑지 않을 거라 예상한 것과 다르게 네로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흔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네로: … 아하하! 역시 내일 저녁은 원하는 걸로 해줘야겠네.

“으읏, 그런 거 아니지만. 해준다면 베이컨이 좋아.”

네로: 베이컨이라, 기사 씨가 좋아하는 메뉴잖아. 다정하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겠지. 귀끝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카인을 죽이고 싶다는 고백보다 이런 말이 훨씬 부끄럽게 느껴졌다.

네로: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해줄 수 없지만 좋아하는 음식은 얼마든지 해줄게. 후회할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래서 말인데, 만약 내가 잘못된 길을 고른다면 그때 네로가 도와줄 수 있을까?”

네로: 글쎄, 약속은 할 수 없지만. 레몬머랭케이크와 베이컨은 만들어둘게. 방금 전과 같은 대답이 됐지만 괜찮지?

“그걸로 충분해. 가장 도움이 되는 대답이야. 네로가 해주는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분명히 살 희망이 생기니까.”

*

시노는 이곳에 와서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였으니까 말을 꺼내기까지 어렵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에게 똑같이 한 질문에 시노는 간단명료하게 모른다고 대답했다. 마치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시노: 소중한데 어째서 죽이려는 마음이 들지? 이해할 수 없어. 어째서? 소중하다면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지잖아.

“시노라면 그렇게 대답할 거라고 생각했어. 같이 있고 싶지만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는거야.”

내가 덧붙인 말에도 시노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히스클리프라면 알아줄 것 같았지만 그에게는 괴로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시노만큼은 아니지만 히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얼굴에 맞는 성품은 내 마음까지 온화하게 스며들어서 몇 번이나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런 추악한 감정은 그다지 내보이고 싶지 않아. 히스클리프는 고결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그래서 더욱 고결한 거야. 나처럼 자신을 외면하려고 하지 않아. 히스클리프에게도 이런 마음이 있다면 분명 도망치는 선택이 아니라 제대로 강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시노는 그런 작은 위험조차 안겨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둘 사이에서 나는 관조할 뿐이다. 둘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시노: 네로도 나한테 비슷한 얘기를 했었지.

나는 침묵했다. 이미 만나고 왔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시노: 나라면 그렇게 괴로워지기 전에 방법을 찾을 거야.

시노는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시노: 그 녀석과 함께 할 수 없는 일은 상상할 수 없어. 절대로 곁에 있을 거야.

시노: 죽인다는 건 어느 한 쪽만 남는다는 얘기잖아. 너는 그걸 원하는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깊은 곳을 찔렸으니까. 죽으면 어느 한 쪽만 남는다. 당연한 얘기일텐데 생각하지 못했다. 죽어도 남는 거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함께 다른 형태로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나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불안함을 찌른 말에 아픈 얼굴이 지어졌다.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야. 난.”

시노: 어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나는 몰라. 다들 그런 식으로 말하지만 난 그녀석 옆에 남아있을 거야. 내가 지킬 거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노: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으니까. 시노는 늘 이렇게 자각도 없이 아픈 곳을 찌른다니까. 나는 끝까지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인간이니까 쉽게 거짓을 할 수 있을텐데 내 마음이 강하게 거부했다. 시노는 소중한 친구니까, 거짓으로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저 고맙다는 말만 할 수 있었다.

“고마워. 시노, 네로한테 남은 레몬 파이 받아왔는데 같이 먹을래?”

시노: 좋은데! 히스클리프의 방으로 가서 같이 먹자.

“응, 당연하지.”


- 카인의 서 -

~잡은 손에 응한 마음은~

츠바키와 죽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이후로 전보다 더 츠바키를 신경쓰게 됐다. 씩씩하게 현자의 임무를 맡아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강한 마음을 가진 츠바키가 현자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반성했다. 낯선 세계에서 온 츠바키는 나에게 곧잘 의지해왔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지. 그래서 그런 츠바키가 나를 지키고 싶다고 대담하게 고백했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 그리고 그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었다. 가끔씩 서늘하게 마음을 스치고 가는 무력감을 츠바키가 따스하게 채워줬다. 물리적인 얘기가 아니라 마음으로, 수도 없이 츠바키에게 도움을 받았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상대를 적으로도 뒤에 지켜야 할 상대가 있으면 힘이 났으니까 덤빌 수 있다. 하지만 츠바키가 내 목을 조르게 된 날, 가장 크게 무력감을 느꼈다. 힘이 부족해서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의 날 이후로, 얼마간은 괜찮아 보였다. 아니, 틀려. 츠바키라면…. 잘 숨겼던 거야.

츠바키에 대해서 무지했으니까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지금은 전보다는 더 알게 됐다. 단단하지만 연약하다. 모순되는 말이지만 그런 부분이 존재했다. 겉으로는 검으로 찔러도 버틸 수 있는 것처럼 굴지만 그 안은 분명 엉망진창인 거야.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

대단한 일이지. 다른 세계에서 온 현자님, 인간과 마음이 이어졌어. 평생을 함께할 수도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지금의 츠바키를 내버려둘 수 없는 거야. 다른 마법사에게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지만 내 앞에서는 달라지지. 솔직히 그게 가장 기뻐. 나도 츠바키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아마 그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거야. 지어낸 듯이 능숙하게 웃다가도 나만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구는 모습은 사랑스럽지.

현자라서가 아니야. 츠바키니까.

대화로 풀 수 있으면 좋을텐데. 쉽게 풀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괴로운 마음은 잊고 같이 데이트나 가자고 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하면 어째선지 잔뜩 짜증을 내면서도 어디로 갈 거냐고 기대가 담긴 대답을 들려줬었지. 좋아! 그럼, 오늘은 어디로 데려가면 좋으려나?

데려가기 적당한 가게를 떠올리고 츠바키가 이 시간에 있을 곳으로 찾아갔다.

카인: 츠바키! 역시 여기 있었구나. 이 시간에는 언제나 티 타임을 즐기지. 오, 레몬 파이까지 곁들였네. 곤란한걸.

츠바키: 엣, 갑자기 뭐야?! 훈련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땀 냄새 나는데, 가까이 오지마.

말은 그렇게 하면서 기쁜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네로의 레몬 파이라니.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에 데려갈까 했는데 이길 수가 없겠네. 그렇다면…

카인: 그렇게 냄새나? 미안, 미안! 그보다 오늘 밤에 시간 있어? 영광의 거리에서 축제가 있으니까 츠바키가 같이 가주면 기쁠텐데. 선약이 있는 건 아니지?

츠바키: 일정은 비어 있지만 갈지 안 갈지는 내 마음이야.

카인: 아하하! 가고 싶다는 얼굴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안속아.

츠바키: 그런 부분, 정말 짜증나다는 거 알고 있어?

카인: 아아, 가끔 듣는 말이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부분이 나쁜 거야?

츠바키: ……. 대화가 안통하네.

카인: 너무 그러지마. 그래서 같이 가줄 건가요? 현자님.

에스코트 하는 자세로 손을 내밀며 허리를 얕게 숙였다. 먼저 손을 내밀 때마다 잡아주는 작은 손이 이번에도 내 손 위로 겹쳐진다. 이럴 때만 존대를 한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결국에는 내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아온다니까.

이 손에 담긴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나를 사랑해주는 너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밤은 분명 즐겁겠지. 네가 웃는 얼굴을 본다면 최고로 기쁠 거야! 그러면 분명 불안한 마음도 사라질 거라 믿었다.

가하님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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