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꺅!도요
내 집으로 천쪼가리를 뒤집어 쓴 커다란(사실 그렇게 커다랗지도 않은) 사람이 찾아왔을 때,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집에서 몸을 녹이게 해줬지. 그 사람은 어설펐다. 문간에 몸을 부딛혀 하마터면 천이 벗겨질 뻔 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허둥거리는 꼴이 퍽 우스웠다. 사람은 의자에 앉았고, 나는 일단 차를 내어주었다. 손을 잡지는 않았다. 소매 밑
1. 서문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세 여신의 어긋남을, 봉합을, 사랑을-. 들려주소서, 여신이여! 험한 땅을 지키기 위한 세 여신이 선택한 서로 다른 길을, 서로의 능력이 얽히던 지점을. 이것은 세 명의 여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2. 남겨진 자 리즈는 남겠다 했다. 하이옌은 묻고 싶었다. 열 살 짜리 아이에게. 이 땅에 남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
로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식칼이 들려있었고, 커다란 식칼에서는 시꺼먼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로젠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통에서 피를 닦았다. 새벽제비가 보던 신문을 살짝 내리고 물었다. 잘 처리 했지? 뭐, 당신이 한 거니 걱정은 안 한다만……. 로젠은 큰 소리로 답했다. 최선은 다 했는데, 나중에 한번 봐봐. 어디서
화단이 썩었다. 새벽제비는 안심했다. 이제 도시를 떠나면 됐다. 급하게 집을 팔았다. 후회할거라 했잖아. 멜이 말했다. 새벽제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돌보지 않았던 화단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상한 흙을 뒤집어 엎었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심지 않았다. 새벽제비는 자주 앉던 바위에 걸터앉았다. 원래 물
물새 한 마리가 다친 척 연기하고 있었다. 한쪽 날개가 부러진 것 처럼 이상한 각도로 펼치고 포식자를 피해 날아올랐다 추락하기를 반복했다. 로젠은 망원경을 돌렸다. 하늘에는 녹색 별 세 개가 박혀있었다. 여름철의 대삼각형이었다. 별들이 펼쳐놓은 거대한 진에서 물새가 벗어날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아마 불가능하겠지.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큰 물이 지고 난 뒤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 홍수는 끝나지 않았다. 소강상태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나마 마른 땅으로 모이고 모여서 한 여자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보십시오!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준다던 강철군주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여자가 소리쳤다. 사람들은 화답했다. 옳소! 옳소! 보십시오! 폐허가 된 우리의 터전을! 우리를
로젠의 유언장을 찢는다. 새벽제비는 로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유언장은 삐뚤게 찢겨나간다. 어느 부분은 굵고, 어느 부분은 얇게. 새벽제비는 유언장을 읽지도 않았다. 로젠이 불쾌함을 얘기하기 전, 새벽제비는 이를 깍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죽어? 맞는 말이었다. 로젠은 승천자였다. 로젠은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 다음에 닥쳐
[리즈, 리즈리즈! 나 급해! 그 변태가 보낸 메시지 아직 삭제 안 했지? 그거 필요하거든? 나한테 전송하지 말고 기기 그대로 우리 집으로 와줘……. 내가 이렇게 빌게!] 루흐가 보낸 메시지였다. 리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러지 말자고 말렸는데(사실 그렇게까지 열심히 말린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정말 재미있는 장난이었으니까!), 결국 뭔가 일이 터진 것이
그러나 거미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협박도 어려웠다. 거미는 빛의 가문 켈과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 뿐만은 아니다. 새벽제비의 소개로 거미와 거래를 튼 적도 있었는데 - 그건 그거고. 로젠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거미에게 이 말 정도나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동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보도록 하지. 허허……. 모
한때 아이였던 사람이 걸어온다. 발은 머뭇거렸고, 왼팔은 오른팔로 감쌌으며, 눈은 아함카라를 직시하지도 못하고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착실히 걸어 아함카라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까지 왔다. 사람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입을 벙긋거렸다. 소원을 빌면 자신에게 천벌이 떨어질까?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돌아갔다. 아함카라는 이제 이 모든 것이 지루했다.
로젠은 낡고 닳은 트럼프 카드를 섞는다. 워낙 헤져있어서 더 이상 카드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렇게 흠집이 난 카드는 클로버 킹, 저렇게 흠집이 난 카드는 조커, 어떤 것은 뒤의 필름이 떨어져 무늬가 비쳐보이기까지 했다. 쥘은 로젠이 뭘 할지 약간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로젠은 어린 수호자의 위축된 모습에 가볍게 웃고는 카드를 죽 펼쳐놓고 말
기억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리즈는 자신이 실종되었던 것을 온전히 기억한다. 산딸기 밭, 포근한 밤, 숲의 초입, 그리고 새벽제비……. 새벽제비의 손을 잡고 리즈는 걸었다. 도시 밖, 아니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었다. 로젠이랑 손 잡고 뽀뽀해야해서 아빠가 되기 싫은거에요? 리즈가 물었다. 새벽제비는 폭소를 터뜨렸다. 로젠과 새벽제비는 만난 지
내가 죽일 수 밖에 없던 사람 나는 꿈에 대해 작성한다. 나는 유골함에 뼈를 담는다. 모르는 여자에게 건넨다. 아이의 유골임이 역력했지만, 모르는 여자는 받아들인다.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오고 말았네. 칼리오페가 로젠을 흔들어 깨웠다. 로젠은 지나칠 정도로 놀라며 잠에서 깼다. 책을 읽다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불편한 소파에서 웅크리고 잠을 잔 터
로젠바움 브레히트. 사바툰을 적극적으로 도와, 사바툰이 오시리스의 몸에 안전하게 숨어있게 하고, 사건을 악화하게 두고 본 사람. 그러나 이에 대해서 마라 소프가 “괜찮은 장기말이었다” 는 발언을 했다. 누군가는 사바툰의 뜻을 도와야했단 것이다. 그 역할은 하필 로젠바움이 맡게 된 것이고. 로젠은 은신자들과 몇 가지 질의응답을 했다. 마지막에는 아이코라와 짧
자글자글 내리는 소리를 로젠은 분해하고 있었다. 소리의 점 하나를 잡아 확대하고 확대하면 또 다른 점들로 나뉘어졌다. 쥐가 났을 때의 감각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가장 작은 소리의 입자를 잡아내면 로젠은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를 들어본 적 있나? 새벽제비가 물었다. 로젠은 그런 유희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인류는 기아에 지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