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압화 壓花

로젠의 유언장을 찢는다. 새벽제비는 로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유언장은 삐뚤게 찢겨나간다. 어느 부분은 굵고, 어느 부분은 얇게. 새벽제비는 유언장을 읽지도 않았다. 로젠이 불쾌함을 얘기하기 전, 새벽제비는 이를 깍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죽어?

맞는 말이었다. 로젠은 승천자였다. 로젠은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 다음에 닥쳐올 전투도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스트로 놀이를 하길 즐기는 전쟁군주가 로젠을 콕 집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죽을 수도 있다.

로젠은 그 사실을 새벽제비가 모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 상황이 어처구니없고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 로젠이 새벽제비에게 유언장을 준 이유는, 그가 가장 유언을 수행하기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닳고 닳아서 조약돌처럼 맨들맨들 해진 사람. 그의 반들거리는 눈동자를 본 사람은 절대, 절대로 그가 총명한 눈빛을 가졌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널 선택한거다, 새벽제비. 나는 널 모종의 이유로 마음에 들어해. 그래서 내 마지막을,

새벽제비는 떼 쓰는 것 처럼 로젠에게 찢어진 유언장을 뿌렸다. 로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든 말든 새벽제비는 평소와는 달리 날카로운 발걸음으로 로젠과 자신 사이의 공간을 끊어냈다. 그리고 빠르게 멀어지는 새벽제비를 보며 로젠은 그러려니 했다. 로젠은 새벽제비를 그런 이유로 신뢰하고 있었지만 이젠 신뢰에 대해 고찰을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로젠은 자신의 디스크를 생각했고, 그래서 유언장을 다시 만들었다.

새벽제비가 거절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당신에게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유언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다. 로젠은 자신의 죽음을 그에게 바쳤다. 돌아오는 길이 썼다. 유언장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집행하는 사람을 간단히 위로하고(그에게 준 것에는 이 부분이 빠졌다. 그는 로젠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기에 - ), 황금기 지적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명령을 내렸다. 이게 전부였다. 다행이 전쟁군주는 파괴와 학살만 아는 미친 놈이라 로젠이 가진 디스크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그걸 노리고 전쟁군주 몇 명은 강철군주 입회 하에 자신을 꺾으려 노력했다. 그 때 마다 마리아, 아 마리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울분으로 처참하게 맞서 싸웠다. 시간은 흘러 전쟁군주가 예고한 날이 왔다. 로젠은 방어구를 갖춰입었다. 총기와 단검을 챙겼다. 진에게는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쟁군주는 거대한 갑옷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왔다. 그가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로젠은 보다 가벼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날아갈 것 같군.

전쟁군주의 감상이었다. 그러게, 차라리 날아갈 수 있었다면 좋겠지. 인류의 모든 비극은 날지 못하는 데에서 생긴다고 허망한 생각을 했다. 로젠은 헛생각을 빠르게 지웠다.

날 지목한 이유가 뭐지?

전쟁군주가 갑주만큼이나 크게 웃었다.

네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로젠바움 브레히트!

그런가? 로젠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아니면, 어쩌면, 자신이 전쟁군주 로젠바움 브레히트였을 때, 펠윈터에게 여러번 죽고 고스트 진까지 빼앗길 뻔 한 것을 어디서 들은 것이겠지. 로젠은 잔잔하게 미소지었다.

그 말에 성질이 긁혔나보군. 그래, 멋지진 않았지만 괜찮은 도발이었다.

로젠은 저 사람의 싸움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신사적인 척 고스트를 꺼내 결투를 하자고 한다. 황금기 이전의 유물인 “카우보이” 처럼 신사적이고 빠르게 결판을 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모두 거짓말이다. 로젠은 그 거짓말에 어울릴 사람은 아니었다. 전쟁군주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고스트를 꺼내 결투를 하자고…….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로젠은 날렵하게 전쟁군주 앞으로 뛰어가 그의 턱에 주먹을 메다꽂았다. 로젠은 작고 얇은 사람이었지만 로젠의 몇 배에 달하는 전쟁군주는 하던 말을 끝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뒤로 쭉 뻗으며 뒤로 나동그라질 뻔 했다.

무례하군.

전쟁군주가 침을 뱉자, 이빨이 하나 튀어나왔다. 두 사람은 잠시 쳐다보더니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총을 꺼내면 팔이 비틀렸다. 단검을 꺼내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준비한 것의 반의 반도 꺼내지 못하고 로젠은 전쟁군주와 뒤엉켜 흙먼지를 풍기며 주먹질을 해댔다. 전쟁군주의 방어구는 생각보다 단단했기에 관절기를 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해내야했다. 자신이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로젠은 고스트 진을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유언장을 찢는 - 로젠이 멈칫하는 사이에 전쟁군주가 로젠의 배에 주먹을 메다꽂았다. 갈비뼈가 으스러져 내장을 찢어냈다. 로젠의 눈이 본능적으로 커지고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저만큼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 로젠을 보고 전쟁군주가 의기양양하게 다가왔다. 로젠은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 전쟁군주는 로젠의 팔을 잡고 닭고기를 발라내듯 쭉 찢어내버렸다. 승천자도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그 정도로 죽지는 않기에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했다. 로젠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배에 힘이 들어갈 때 마다 또 다른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꼬르륵하고 핏 속에 가라앉는 소리가 났다. 익사할 것이었다. 전쟁군주는 찢어낸 로젠의 팔을 멀리 던져버리고 승리를 직감했다는 듯, 투구를 벗었다. 로젠은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제비처럼 날아오른 그는 전쟁군주의 뒷목에 숨겨뒀던 단검을 박아넣었다. 그리고 돌려 목뼈를 끊어내었다. 전쟁군주의 고스트가 재빨리 나타나 그를 살리기 위해 빛을 모으기 시작했다. 로젠은 작은 빛을 낚아챘다. 진이 나타났다.

포기하세요. 당신도 후회하고 있지 않나요?

로젠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진은 로젠의 동요를 눈치채지 못했다. 상대방의 고스트가 진을 똑바로 보았다.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한다. 너는 그렇지 않는 모양이지만.

진은 말 없이 고스트 속박 용 도구를 물질전송으로 가져와 상대방의 고스트에게 채웠다. 고스트는 반항을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어차피 로젠의 손아귀에 있는 작은 빛일 뿐이었으니까. 로젠은 전쟁군주의 빛을 떨어뜨렸다. 피곤했다. 턱을 뒤덮은 핏자국이 마르면서 간지러웠다. 그 위를 새로운 피가 덮으면서 더 간지러웠다. 자꾸 잠이 쏟아졌다. 진은 치료를 시작했다. 로젠이 부활을 부탁했지만, 진은 무시했다. 몸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피가 멎고 팔이 복구되었다. 부러진 뼈, 터진 내장, 뽑힌 이 모두 돌아왔다. 하지만 피곤한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로젠은 비틀거리며 전쟁군주의 고스트를 들고 봉우리 복귀했다. 필요한 것들을 모두 넘겼다.

유언은 집행치 않아도 되겠군.

감정이 결여된 무뚝뚝함에 로젠은 쓸쓸하게 웃었다.

돌아가보겠다.

그는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다. 펠윈터 봉우리에서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보라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얗게 흩날리는 점들을 보며 아, 유언장도 복구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고스트 진은 탐탁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알았어요. 유언장 조각을 모두 가져온다면요.

유언장 조각이 모두 있을 리 만무했다. 여긴 설산이고, 매일같이 칼바람이 불었으니까. 그래도 로젠은. 그래도 로젠은. 그래도. 새벽제비의 임시 숙소 근처였다. 종이가 몇 조각 떨어져있었다. 하나 들어보니 로젠의 글씨가 보였다. 로젠은 그것을 말끄러미 쳐다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한참 조각을 주우려니, 기척이 느껴져 반짝 고개를 들었다. 새벽제비가 가건물의 문에 기대있었다. 생각해보니 돌아온 뒤에 새벽제비를 만난 적이 없었다. 로젠을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서도 새벽제비는 없었고, 그에게서 돌아올 때 따로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

죽어서 돌아온다더니, 멀쩡히 살아있네. 내 일이 줄어들어서 기쁘다.

새벽제비.

그 조각, 내놔. 나한테 준 거 아니었나?

로젠은 말 없이 조각을 내주었다. 새벽제비는 답례로 로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진이 비명 지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되살아나자 진은 강철군주들에게 연락을 한 상태였다. 새벽제비는 다시 로젠에게 총을 쏘았다. 그리고 죽은 로젠의 시체에 다시 한 번 더. 분쟁이 있다는 말에 달려온 사람은 새벽제비를 데려갔다. 로젠은 진이 돌봐주었다.

알 수 없네.

로젠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 머리에 총을 맞으면 묘한 두통이 따라왔다. 그냥 그런 사건이었다. 새벽제비는 종종 그랬다. 어느 날은 경쾌하다가 어느 날은 지극히도 우울해했다. 그런건가보다고 로젠은 생각했다. 새벽제비는 이 일로 징계를 받았다. 괜찮느냐는 강철군주들의 질문에 로젠은 괜찮다고 얘기했다. 사람이 망가지기 딱 좋은 시대였다. 로젠이 임무를 같이 나갈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 해, 새벽제비는 로젠에게 접근금지 처분을 받진 않았다. 대신 연금형을 받았다. 석 달 간 그는 가건물에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렸다. 로젠은 그 동안 유언장을 또 썼다. 줄 사람이 마땅찮았다. 그를 비롯한 강철군주들은 유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승천자고, 대부분 승천자와 지냈으니까. 몇몇은 필멸자들과 사랑을 해본 적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들은 그 정도 만으로도 쉽게 상처를 받았다. 그 외의, 강철군주들을 돕는 필멸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확실히 유언장을 이해하고 있었다. 유언장을 쓰는 것은 약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이해했다. 그러나 그들과 로젠은 친하지 않았다. 로젠은 그들과 관계를 쌓는 것을 두려워했고, 그들은 로젠을 두려워했다. 적당히 친하면서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새벽제비 뿐이었다. 새벽제비는 그것을 영광으로 알아야했다.

이건 내가 널 신뢰한다는 증표다, 새벽제비. 넌 유약한 사람이 유언을 남기는 게 아니란 것을 알잖아?

새벽제비의 연금이 풀리던 날. 그 날이 되기 전 마지막 저녁, 로젠은 직접 저녁 식사를 새벽제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냥 단백질 반죽과 얼어붙은 풀떼기 정도겠지만. 여기선 모두들 그렇게 먹었다. 이 곳의 사람들은……. 아니, 지구에서 살고 있는 전 인류는 기아 상태에 빠져 있으니까. 이제는 좀 나아져서 라디오 방송도 다시 열리고는 있다지만. 새벽제비는 유언장을 받고, 또 식판을 받았다. 로젠은 새벽제비가 다 먹을 때 까지 그의 간이 침대에 앉아 기다렸다. 로젠의 것과 같은 그 침대는 삭막하고 딱딱했다. 새벽제비는 밥을 먹지 않았다. 그는 지친 표정으로 로젠을 보더니 얘기했다.

아이들을 굶주려 죽지 않게 하려면, 독초를 삶아서라도 애들에게 먹여야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로젠은 새벽제비를 말똥히 쳐다보았다.

그러면 먹을 수 있는 풀이 되나?

대부분은 불가능하다.

그게 목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뭐가 다르지?

다르지. 죽더라도 배는 부르니까.

새벽제비는 다시 로젠의 유언장을 찢었다. 그리고 그 잔해를 로젠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는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작게 달싹였으나, 곧 고개를 떨구고 가늘게 어깨를 떨었다.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눈물 방울만 몇 개 로제의 손등 위에 떨어졌을 뿐이다. 그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 단백질 반죽 귀퉁이가 작게 파여있었다. 그렇게 연금 상태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끝났다. 새벽제비와 일하는 것이 괜찮다는 로젠의 말을 강철군주들은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건 짧고 강렬했는데, 일손은 날이 갈수록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연금이 풀린지 한 달 정도 되는 때에, 로젠과 새벽제비는 같이 임무를 나가게 되었다. 전령 일이었는데, 전쟁군주의 영토를 세 개나 지나가고, (새벽제비의 말로는) 그 곳을 피해가는 샛길은 없다고 했다. 로젠은 최대한 민간인처럼 입고 새벽제비가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도와야했다. 로젠에게 주어진 것은 구식 참새였다. 새벽제비와 달리는 속도가 거의 비슷한 이 느린 고물 참새는……. 뭐, 새벽제비와 함께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별 말 하지 않고 달렸고, 밤이 되자 그들은 안전한 곳에 불을 피웠다. 새벽제비는 장작을 찾아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로젠은 짐을 지키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심심했어서였을까, 로젠은 점점 꺼져가는 불을 보며 발을 차고 있다가 실수로 새벽제비의 전령가방을 걷어찼다.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우르르 쏟아졌고, 로젠은 당황해 바닥에 쌓인 흙과 낙엽까지 긁어 전령 가방에 내용물을 돌려놓았다. 마지막으로 있던 것이 반쯤 펼쳐진 책자였다. 수많은 종이들을 노끈으로 엵어만든 허접한 책자. 로젠은 맨 마지막 장이 펼쳐져 있음을 알아챘다. 찢어진 종이를 누덕누덕 붙여서 만든 것이었다. 단박에 알아보았다. 그건 자신의 유언이었다. 앞장을 펼쳐보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에게 보내는 유언이었고, 다른 장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유언이었고, 또 다른 장은 선생님, 다른 장도 선생님, 이건 저주였고, 갑자기 손 하나가 쑥 들어와 책자를 매섭게 뺏어갔다. 로젠은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하다고 말해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새벽제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다. 그는 전령가방에 책자를 쑤셔넣었다.

유언장을 준 것이 날 신뢰해서라고? 그렇다면 그 신뢰, 다시 가져가라.

그 말은 참을 수 없었다. 로젠은 자리에서 일어나 총구를 새벽제비에게 겨누고, 반은 충동적으로, 그를 쏘았다. 고스트 멜이 모습을 드러내고, 로젠은 부탁했다.

트로이메라이, 새벽제비를 잠시 살리지 말아줘요. 제가 장작을 가져올 때 까지…….

그러나 멜은 그러지 않았다. 로젠이 보라는 듯이 새벽제비를 살리고, 쏘아붙였다.

이 알기 쉬운 사람 같으니.

멜은 약올리듯 양자 중첩 상태가 되어 사라졌다. 새벽제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로젠은 미안한 마음에 새벽제비에게 농담을 던지려고 했다. 정말 웃긴 농담이었다. 로젠은 그 것을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지만, 그 엄청난 농담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 있었다. 새벽제비가 농담을 했다.

난 널 사랑한다.

로젠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펠윈터 봉우리에서 새벽제비가 말했었지. 난 너를 사랑한다. 너를 보는 것은 날 보는 것 같아, 너로 인해 나를 조금이나마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널 밀어 떨어뜨렸잖아.

그랬지.

새벽제비가 쓰게 웃었다. 로젠은 찢어진 유언장을 다시 잇는 새벽제비를 생각했다. 중간중간 빠진 글자가 있어 유언은 왜곡됐다. 반쪽짜리 유언장은 수많은 유언의 무덤 속에 파묻혔다. 가장 아래 흙으로 들어가 죽음의 무게에 익사하고 있었다. 새벽제비가 유언장을 찢었다. 유언장은 울고 있었다. 죽음은 로젠의 유언을 얇고 평평하게 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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