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전대 토큐쟈

인어 공주

히카리 + 카구라 (녹도)

소리꾼 by 박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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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생각해, 카구라. 내가 가진 이매지네이션이 조금 더 커져서 너와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구라가 하는 모든 일들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같이 행동을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네 옆에서 같이 웃는 이가 라이토가 아니고 나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별 쓸모없는 생각을 나는 항상 하고 있어. 어째서 나는 너와 같은 웃음을 가질 수 없는 걸까. 정말 우습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너와 라이토의 모습에 이렇게까지 질투가 날 줄이야. 언제는 백설공주에 몰입해 사과를 잔뜩 먹었고, 신데렐라에 몰입해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또 언제는 피터팬에 몰입해……. 라이토가 줄줄 늘어놓는 이야기 속 추억에는 내가 없었어. 어쩌면 당연하지, 카구라와 라이토는 내가 만나기 전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그래서 더욱 생각해. 내가 적어도 너의 놀이에 맞장구를 쳐줬더라면 우리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지금도 충분히 가깝지만 말이야. 카구라, 나는 조금은 다른 우리 관계를 바라고 있어. 그래서 계속 후회를 하고 있는 거야.

 

 토큐쟈를 했던 시절에 말했지. 카구라는 인어공주에 몰입한 나머지 물속으로 들어갔고 그걸 왕자님인 라이토가 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한 명의 물고기가 있었어. 인어공주를 사랑하지만 사는 곳이 달라 차마 다가갈 수 없는 물고기가, 내가 항상 너희의 뒤에 있었어. 다리를 얻고 목소리도 되찾은 인어공주는 육지에서 왕자님과 살아가겠지만 물고기는? 물고기는 그럴 깜냥도 없기에 계속 바다 속에서 인어공주만 바라보는 거야. 마녀와 거래를 하고 싶어도 내어줄만한 무언가도 없어 물장구만 텀벙거리는, 참 우습지. 카구라는 나를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바다가 아무리 넓고 아름다우면 뭐해. 인어공주는 무지개가 아름답게 반짝이는 육지에 살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물고기는 계속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는 거야. 무지개를 가지면 나도 인어공주처럼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어공주를 만나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어서. 하지만 닿지 않더라. 천천히 멀어져가는 너희 둘처럼.

 

 토캇치에게 사과해야겠네. 직접 겪어보니까 토캇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 나 참. 사돈 남 말 할 때가 아니었어.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야, 카구라. 답지 않게 빙 둘러 말했지만.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 머릿속으로 이상한 동화 한 편을 써도 네가 나오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도 카구라의 미소가 떠올라. 아, 이렇게 말하면 너는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묻겠지. 카구라. 너를 계속 생각한다는 말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야. 이제 알겠어? ... ... 정말이지, 자고 있는 너를 옆에 두고 이렇게 주절거리고 보니 창피함이 몰려오네. 오늘 라이토가 얼마나 내 속을 뒤흔들었는지, 평소에는 하지 않을 혼잣말도 길게 하고. 카구라. 내가 더 열심히 튀어 올라볼게. 무지개는 손에 얻지 못하겠지만 그와 비슷한 무언가라도 되어볼게. 그러니까 내가 태양 빛에 말라 사라지기 전에 네가 나를 봐주었으면 해. 아. 이런 욕심마저도 너와는 어울리지 않구나. 역시 나는.

 

 ...잘 자 카구라. 역에 도착하면 즐거운 미소로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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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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