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전대 고버스터즈

바다는 생명이 넘친다.

이와사키 류지

소리꾼 by 박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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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에 있는 수도꼭지를 누군가가 열어 놓은 듯했다. 뇌가 퍼런 바다 위에서 유영을 하는 것만 같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소금을 가득 흡수하며 무거워지는 뇌, 그런 뇌가 이와사키 류지의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뇌가 소금을 과다 흡수하여 얼마나 나태해졌는지 눈을 뜨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회색질이 점차 묽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 있는 혈관을 따라 바닷물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점점 늘어지는 정신의 끝에서, 심장 부근에서 순환하지 못하는 파도들을 느꼈다. 어디선가 바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와사키 류지는 기쁨에 차 양 팔을 하늘 높이 뻗었다. 자신과 닮은 푸른 바다의 이미지가 뇌를 휘저어 놓기 시작했다. 바다다! 코를 통해 쉼 없이 들어오는 잔물결들을 마시며 외쳤다. 언젠가 ‘류지 씨는 드넓은 바다 같아요.’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본인을 희생해서 타인을 되살리는 생명의 바다, 때로는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는 바다, 어떤 바다가 되어도 좋았다. 나는 바다다! 입으로 활기의 단어를 외치며 뇌 속에 잠길 때 즈음, 사립 병원의 침대 위에서 떠지지 않던 눈을 번쩍 떴다. 바다는 이제 없었다.

 

 메가조드를 상대하다 깊은 강물 속에 빠진 GT-02 속에는 이와사키 류지와 고리사키 바나나가 좌석에 있었다. 고리사키 바나나는 시스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긴급 조치에 들어갔지만, 버디로이드로서의 기억을 잃고 말았다. 이와사키 류지도 추락하는 과정에서 심장 부근에 합금 파편이 박혀 장장 9시간의 대 수술을 받았다. 우사미 요코와 사쿠라다 히로무는 모두 자신들의 탓이라며 이와사키 류지의 병실을 떠나지 못했고, 진 마사토는 제 때 나타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병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삼일이 지나고 쿠로키 사령관이 병실로 찾아왔다. 이와사키 류지는 특별 관리를 요청해 병원에서의 특수 관리를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두 사람에게 업무 복귀의 명령을 내렸다. 죄책감에 빠져있다면 누구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그건 류지도 원하는 바가 아닐 거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사쿠라다 히로무가 먼저 문을 나서고, 망설이던 우사미 요코도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등을 돌리는 순간. 이와사키 류지가 기적처럼 깨어났고, 쿠로키 사령관이 놀란 나머지 크게 이름을 외치며 달려들었다.

 

 이와사키 류지는 지금 이 공간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순식간에 다가오는 그림자들과 쉼 없이 요동치는 소리들에 대항하여, 단신으로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야, 난 바다 속에 있었는데. 폐에 가득 차버린 물 때문에 소리가 도로 입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당황한 표정을 세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더니 노란 제복의 사람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류 씨, 정신 차리세요! 진정해 요쿄. 아직 마취가 덜 풀려서 헛소리를 하는 걸 거야. 빨간 섬광이 뇌를 들었다가 놓았다. 이윽고 더 많은 그림자가 눈동자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노을로 물들어 가고 있는 동맥을 다시 역동적인 색으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맴돌고 있던 파도들을 진정시켜 온 몸으로 운동 에너지를 전달하도록 도와 주웠다. 다시 바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와사키 류지의 옆에는 덩치가 매우 큰 기계가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류지,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기계는 한마디만을 남기고선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몸 전체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가? 이와사키 류지는 기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서는 13년 전의 기억 밑으로 가라앉기 위해 뛰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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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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