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레니] 짧은 썰

  

섬은 이제 막 봄이 오는 나라를 보았다. 우습게도 완벽하지 못한 인간 위에 또 그런 인간이 서 있는 제국을 보았다.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이 세계는, 덧없이 찬란했다.

    

옛날부터 여러 사람이 말하길,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자, 하나의 우주라 했다. 섬의 짧은 지식으로 그 말을 헤아리려면, 다는 못하더라도 그 뜻은 짐작할 수 있을 터인데 섬은 그러지 않고 그저 자신을 포기했다. 아니 어쩌면, 헤아리지 않고도 그 뜻을 알아차린 두뇌가 생각하기를 거부한 것일지도 모른다.

섬이 보기에, 자신에게도 있어야 할 그 하나의 세계가, 우주가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그저 자신의 견식이 짧아서, 시야가 좁아서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섬은 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더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저 외면이라는 편한 길을 선택했다.

한 때는, 아득바득 다른 이의 세계에서라도 살고자 붙어 있던 적도 있었지만, 자신을 잊은 것에 대한 공허는 그런 것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타인의 세계를 제 안으로 넣어도 마찬가지였으며, 세계가 억지로 있는 척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섬에게는 그저, 세계도 우주도 공허였다. 마치 태초의 우주처럼.

    

우주는 소소한 전조 현상과 함께 거대한 폭발로 시작된다.

    

섬에게 폭발은 사랑이었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고, 마을이 생성되고, 나라가 세워졌으며, 세계가 만들어졌다. 마을은 호와 불호였고, 나라는 그것들이 모인 감정이었고, 세계는 자신이었다. 세계가 둘러싸고 팽창하다가 다른 세계를 만나 우주를 이루었다. 섬에게 그 첫 번째 다른 세계는 알레니스였다.

    

즉, 섬에게 폭발을 가져다준 것도 결국 우주를 이루게 한 것도 전부 그였다.

    

알레니스, 레니는 섬에게 특별했다. 신비로웠고, 새로웠으며, 어쩌면 흔했고, 또 어쩌면 가장 귀했다. 섬은 레니를 향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마다 섬의 공허는 폭발했고, 수없이 많은 마을과 나라를 만들었다. 그것은 그 어떤 병보다 빨리 퍼졌고 이내 완전한 우주를 형성했을 때, 사람들은 그 우주를 보고 사랑이라 말했다.

    

섬은 사랑하고 있었다. 제가 만든 사각 프레임 형상 안에 콕 들어박혀서, 제 머리 밖으로 떠나지 않는 그를. 자신이 잠들 때에나 겨우 손을 뻗어 섬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섬은, 사랑하고 있었다. 굳은살이 박여 거친 손이 제 피부 위를 거니는 그 감각을. 깃털보다 가볍게 저에게 다가와 수없이 많은 폭발을 안겨주는 그 느낌을.

    

섬은 이제 막 봄이 오는 나라를 보았다. 우습게도 완벽하지 못한 인간과 또 그런 인간이 얽힌 세계를 보았다. 둘의 세계가 공존하는 이 우주는, 덧없이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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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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