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란 인터뷰
상대의 첫인상
용을 닮은 외모에 무례하고 격식 없는 말투……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지. 하던 일만 끝내면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생각보다 싸움을 잘하기에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아주 거만하고 재수 없는 녀석! 뭔가 전형적인 이슈가르드 사람 같았다고 할까. 쌀쌀맞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 말야. 그렇지만 같이 지내 보니까 마음이 따뜻한 녀석이었지.
상대에게 반한 이유
그야말로 내가 동경하는 영웅의 모습이었으니까. 내가 너무나 동경하고 닿고 싶었던 면모를 너는 별 노력도 없이 가졌지. 질투가 나서 거리를 두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그 빛나는 점 때문에 가까워지고 싶었어. 그래서 더욱 쌀쌀맞게 대하려 했을지도 몰라. 너에게 정을 붙였다간 더 힘든 쪽은 내가 될 게 자명하니까.
왜 반했느냐고 물으면 '네가 영웅이라서'라고 하겠지.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넌 다정한 사람이고 늘 나에게 관심이 많지. 너의 마음보다도 나의 마음을 더 소중하게 여겨 줘. 그런 사람을 처음 만나 봐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어. 지금도 잘 모르지만…… 지금처럼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차차 알아가게 될 것 같아.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워! 그냥 잘해주니까 좋아졌단 말이지……
루~쨩은 항상 냉정한 얼굴을 하고 섬세하게 챙겨 줘. 투덜거리면서도 웬만해서는 부탁을 거절하지 않지. 이용할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주었어. 그거 알아? 설령 내가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영웅 같은 게 못 되었다 하더라도 루~쨩은 나를 내치지 않았을 거야. 이미 나를 친구로 생각해 버렸거든. 그렇게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애인 걸 자기만 모른다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아. 다정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어. 너만의 상냥함에 푹 젖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아, 그렇게 반했지!
상대로 인해 변한 점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데에 변명의 여지가 없어.
네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이슈가르드와 정교를 신뢰했겠지. 그들이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해도 외부인보다는 더 믿고 싶었을 거야. 그렇게 고집을 부리다가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말았겠지. 그런 나 자신을 생각하면 조금 싫어. 혹독한 진실이라도 마주하고 싶어, 너를 만나고 변화한 나의 마음은 그래.
음~ 고민해 봤지만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아. 자잘하게 바뀐 건 있겠지. 입맛이나 습관 같은 거…… 하지만 거창한 걸 꼽으라면 역시 잘 모르겠어!
루~쨩은 지금의 내 모습에서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해 주었어.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가다 보면 내가 곧 영웅 그 자체를 대변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기억에 남는 상대의 모습이 있다면?
나이츠 오브 라운드를 향해 홀로 걸어가던 모습이 기억나. 빛의 가호가 없는 나는 신도화가 될지도 모른다며 떼어 놓고 혼자 맟서러 갔는데, 그 뒷모습이 아득하게 멀어 보였어. 또 너를 혼자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이슈가르드를 호령하던 기사단에 홀로 맟설 수 있는 너의 능력을 시기했고, 평생 그 등을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어. 너는 토르당과 열두 기사들을 기억이나 할까? 너에게는 벌써 옛일이 되어 버렸겠지. 나는 아직까지도 그들이 이슈가르드를 통치하는 꿈을 꿔. 평생을 그들의 지배 하에 살아왔으니까.
아, 모두가 도망치는 가운데 니드호그를 향해 홀로 걸어가던 너도 생각나네. 나도 정말이지 두려웠어, 인파에 섞여 함께 달아나고 싶었어. 그럼에도 너의 등이 마치 등불처럼 길을 밝히고 있었기에 따라갈 수 있었어. …… 나에게 강렬하게 남은 너는 언제나 뒷모습을 하고 있구나.
그 후, 너는 그보다 강한 적들을 만나고 또 쓰러뜨렸지. 난 그들보다 강한 적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너와 함께하다 보면 나의 세상이 얼마나 협소했었는지 새삼 깨닫게 돼. 너는 쉴새없이 저 아득한 곳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어. 너를 따라잡을 수 없어 막막한 기분이 들 때면 너는 어김없이 뒤를 돌아보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어서 이리 와, 같이 더 먼 곳을 보러 가자!'라며 말하는 것만 같아. 그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네 손을 잡고 함께 갈게. 너는 언제나 그랬듯이 찬란한 곳을 향해 나를 이끌어 줄 테니까.
그때 기억나? 내가 갑자기 1세계로 떠나 버렸다가 제멋대로 원초세계로 돌아왔을 때. 나는 네가 나에게 잔뜩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너는 묘하게 예전보다 훨씬 다정하게 대해 주었지. 마치 내가 어떤 모습이든 지지해 주겠다는 듯이.
그 이유를 전해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 나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서 내가 여행한 곳을 돌아보고, 나에게 도움 받은 사람들에게서 내 이야기를 전해듣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만으로 엄청 감동이었는데, 그 조각들을 소중하게 모은 끝에 나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잖아. 으~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
그 이야기를 해 주면서 그리다니아의 숲에서 반딧불을 바라보던 네가 기억나. 난 네가 차가운 이슈가르드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가벼운 옷을 입고 숲속에 서 있는 네가 조금 낯설었어. 그렇지만 예전에는 이슈가르드도 그렇게 눈이 덮인 나라가 아니었다고 했지. 그래, 영원한 건 없나 봐. 울창한 수풀도 재해 때문에 눈에 덮이고, 영원히 기세등등할 것 같았던 갈레말 제국도 빛이 바래고, 신화의 시대도 막이 내리고 말았지.
영원한 것 따위는 없는 냉혹한 세계에서 단 하나의 불멸이 있다면 나의 마음일 거라고 믿어. 이 마음이 닳아 버릴 때까지 강하게 사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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