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자하

퇴고 X

by 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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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은 무엇 하나 놀랍지 않은 게 없었다.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살짝 수그린 모습에서 당황한 기색이 여력했다. 이러한 행태에 모두가 거절로 받아들일테지만 자하는 그저 설영이 대답을 고르는 중임을 알았다. 

 이런 쪽에선 확실하게 거절하거나 고민을 해보겠다는 듯 말을 걸어올게 분명하니까. 조금은 가뿐함과 텁텁함이 속을 어지럽히고 인내심이 바닥날 때쯤 설영은 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너무 하세요.”

 “뭐?”

 “제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단 말입니다. 괜히 이런 장소에서 보자기에 들켰나 했죠.”

 설영은 자하를 여러 차례 놀래키곤 했으나 자하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들은 사람 마냥 입을 살짝 벌리다 이마를 짚었다. 오면서부터 자꾸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 싶었더니 저 어린 말단 화랑께서 고백을 하시겠단다. 자하의 입장에선 나이차이도 제법 나고 망자인 자신과 생자인 설영이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고백을 철회하고 싶었다. 

 단지 참아온 둑이 터져버려 저 치가 확실하게 거절해줄 거라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자하의 오만이었다. 자하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음을 자하가 모르진 않았다. 끈적거리는 욕망의 빛이 새카만 눈 위로 비춰질 때면 모른 척 그저 단순히 동경심이라 일깨워줬다. 그런데 그게 진심이었고 어쩌면 자신이 고백을 먼저 받을 뻔 했다니? 

 “이 감정은 착각이 아닙니다. 상선께서 제게 고백을 하셨으니 그리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되시고 나쁠 게 뭐가 있다고요. 확실하게 말해두겠지만 전 상선을 좋아합니다. ”

 이거, 단단히 코가 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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