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에서 알레그로까지

떨림은 느리게 시작했다가 빠르게 변해.

PLAY OC! by 플레이
25
0
0

설유화→백도겸


사랑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는데, 왜 그런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첫 사랑은 그 당시에 한 눈에 반했지만, 그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지금이 되어서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사랑이었구나, 하는 감상을 남길 뿐이었다. 그때의 내 감정은 이미 바랠대로 바래버려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도 의문이었다. 부정맥인가, 하는 생각.

첫만남은 어땠더라…. 곰곰이 기억을 되새겼다. 그러니까… 그날이었다. 매점에서 음료를 2개 산 날.

남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었기에 나는 실수를 가지하기로 결심했다. 매점에서 지나가는 사람만 보이길 기다렸다. 매점을 지나는 인영이 보였다.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과 함께 다가갔을 때 시야에 걸린 것은 노란빛 머리카락이었다. 찬란한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그때 든 생각은,

‘예쁘다.’

였다. 무의식적으로 얼핏했던 생각이었기에, 금방 본론으로 넘어갔다. 다행히도 음료를 받아주었다. 너는 참 다정하게도 내 덕분에 살았다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이거이거,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된 기분인 걸?”

너는 음료를 따며 대답했다. 그 일련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럼 내가 공주인거네~ 드레스라도 갖춰 입을 걸.”

당연히 농담인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너는 키가 190이 넘는 장신이었지만, 맞는 드레스가 있다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예쁜 사람에게 드레스가 안 어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하는 네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겨울이었지만, 어쩐지 더운 느낌이 들었고 심장이 쿵, 쿵, 쿵 하고 뛰었다.

‘…부정맥인가?’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에 만났을 때는, 커플 게임이었다. 하루 동안 서로의 연인이 되어주는 커플 게임. 빙고판만 들고 네게 다가갔다. 마지막인데, 이런 재밌는 기억도 있으면 즐거울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만나게 된 너는 나를 보고 웃었고, 나는 네가 어디 아픈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끅끅대며 웃고 있었으니까. 괜찮다는 네 말에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확인한 빙고판은 가관이었다.

‘…키스라니.’

부디 내가 생각하는 그런 류의 키스가 아니길 바랬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그런 키스, 말이다. 하나 씩 천천히 빙고판에 체크했다. 4개쯤 했을 때, 정가운데에 있는 키스를 하자고 말을 꺼냈다.

첫키스라고 말하니, 돌아오는 네 반응이 꽤 웃겼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너를 관찰했다. 그 순간, 네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고 입술에 무언가 닿았다가 떨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지금.’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쟤가, 지금, 내 입에, 입을 맞췄다. 연인다운 행동이라는 걸 자각하고 나니, 얼굴 쪽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에이, 그냥 놀라서 빨라진 거겠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내 눈은 이미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 있는 너를 찾고 있었다. 내게 보여주었던 다정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줄까, 전전긍긍했다. 아무생각이 없었더라도, 금세 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큰 조각을 차지하도 있었다.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찾는 건 내게 일이 아니었고, 그건 내가 너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인정하기 싫어서 지금까지 회피했을 뿐이다.

독주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연주홀을 빠져나갔다. 인파 속에서 너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파를 헤치고, 네 손을 덥썩 붙잡았다.

“…별 건 아닌데. 할 말이 있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가 모두에게 다정한 걸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네 유일이 되고 싶은데…”

입 안이 바싹 말라갔다.

“…네게 유일한 특별이 되게 허락해줄래…?”

사람들은 사랑하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 기분을 느끼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은 필요 없었다.

그래, 마치 이건… 안단테에서 알레그로가 되어가는 과정 같았다. 나의 사랑은 안단테에서 알레그로까지였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