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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LEQUIN

DX3 PC 프로필

PROFILE

텐쇼인 히카루, "아를르캥", 그리고—

텐쇼인 히카루天璋院光. 일본 자쿠로츠마키柘榴巻시, 통칭 Z시에 지소를 두고 있는 모 이공 계열 연구소 —UGN 협력자의 관리하에 있는 시설로, 표면상의 신분이 필요한 세계의 이면의 주민 다수가 적을 두고 있다— 의 선임 연구원. 그러한 신분을 자칭하고 있으나, 그의 실체는 UGN의 Z시 지부장인 오버드 "아를르캥"이다. 이에 더해 그가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얼굴, 그것은 "리바이어선" 직속의 특수 부대 아타나시아의 리더. 그 전부가 바로 그, 타카마가하라 리히토高天原凛仁의 실체라 할 수 있다.

키리타니 유우고의 히든카드

오버드로서의 신드롬은 노이만과 오르쿠스의 크로스브리드. 오르쿠스의 신드롬이 명확하게 분류되기 전에 각성한 탓에 한때는 조금 특이한 퓨어브리드의 노이만으로 여겨진 적도 있다.

레니게이드 조작은 물론 날붙이부터 탈것까지도 전투에 활용하지만 가장 익숙한 것은 총기. 노이만 신드롬의 능력에 기대어 어떤 무기든 능숙하게 다루며, 특히 사격은 각성 이전부터의 특기 분야이다. 총기 수집 및 손질이 취미로 본인의 집무실에 화려한 컬렉션을 전시해 두고 있으며, 유독 자주 사용하는 것은 H&K G11과 CZ 75.

다만 타카마가하라 리히토가 직접적인 살상을 목적으로 발포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의 총탄은 레니게이드를 집중하여 오르쿠스 신드롬의 영역을 확장·강화하는 매개로서의 역할이 주목적이다. 이곳이 그의 영역임을 드러내는 남색 안개와 흰 꽃잎을 흩뿌리며 전장을 가로지르는 탄환이야말로 "아를르캥"의 트레이드마크. 적에 대해서는 영역을 통해 상대의 레니게이드를 침식하여 약화하고 제압하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말하자면, 그의 전투는 방어적인 경향이 높다 —이러한 전투 방식은 비교적 최근에 정립된 것으로, 몇 년 전의 "아를르캥"의 지인들은 그를 단독 행동에 능한 공격적인 에이전트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 그 정점이 바로 특기인 정확한 사격으로 공격을 받아쳐 튕겨 내는 기술. 자연히 그는 무언가를 지키거나 시간을 벌기 위한 전투에 능하며, 종종 적진에 뛰어들어 공격을 회피·방어하며 이목을 끄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런 때에 가장 자주 합을 맞추는 상대가 아타나시아 소속의 부하이자 동료인 타카나리 유우야高鳴夕矢, 은밀 기동 및 정밀하면서도 파괴적인 이펙트 활용을 특기로 삼는 UGN 칠드런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아타나시아란 UGN의 일본 지부장, "리바이어선" 키리타니 유우고 직속의 특수 부대이다. 키리타니 유우고에게는 비장의 패가 있다, 그것은 UGN 내에도 알려져 있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소문, 혹은 오해 —간혹 이 비장의 패의 정체가 "아를르캥"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만 무성할 뿐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이는 없다.

각양각색의 멤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각종 난해한 사건이나 비밀리에 처리가 필요한 일을 위해 운용되곤 한다. 리히토가 그 통솔을 맡게 된 것은 1년 전의 일로, 동시기에 그에게 주어진 Z시 지부장의 직위는 말하자면 그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 —규모가 작고 적성 조직과의 마찰이 드문 Z시 지부의 지부장이라 함은 명백한 한직으로, 그 "아를르캥"이 어째서 그곳에 배치되었는지가 의문으로 거론되는 일도 있다— .

매일의 타카마가하라 리히토

같은 연구소의 동료이면서도 텐쇼인 히카루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단순히 적을 두고 있을 뿐 출장 혹은 장기 휴가로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기 때문. 그가 재적 중인 연구소보다도 얼굴을 자주 비추는 곳은 다름 아닌 일본 전역의 디저트 카페나 특산품 판매점이다. 그는 지부를 떠나 일본 각지를 무대로 행동하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애마인 흰색 NSX를 끌고 지역의 특색 있는 점포를 순회하는 것이 일상의 낙.

한편 그렇게 찾아간 가게에서 기껏 음식을 주문해 놓고선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일도 그에게는 드물지 않다. 그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레니게이드 사건 대응에 나서며 작전 중에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한 오버드이지만, 실상 철야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 탓이다. 전장에서는 한껏 날이 서 있다가도 —이는 노이만 신드롬의 능력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임무가 끝나자마자 피곤하다며 늘어져 버리는 일은 예사.

본래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그는, 드물게 한가한 날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차나 커피를 내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보통이다. 그런 날의 리히토는 밀린 가사를 처리하기도 하고, 화초를 돌보고 서도나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 등으로 별다른 일 없이 지내곤 한다.

사실 그가 휴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는다는 모양. 그에게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있을 수 있는 상대는 대부분 같은 UGN 소속의 오버드이기에, 그와 마찬가지로 바쁜 날이 많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그에게는 오버드가 아닌 지인도 제법 있으나, 리히토로서는 혹여 "아를르캥"과 연관된 일에 휘말리게 할 것을 우려하여 직접 만나는 일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그는 가족과 만나는 일 역시 거의 없다.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의 가족은 부친 유우토悠斗, 모친 치하루千桜와 동생 마이, 유리에優凛絵, 아사야浅矢로 본인을 제외하면 전원 레니게이드와 무관계한 일반인이다. Z시에 거주하는 양친은 드물게나마 방문하곤 하지만, 동생들은 한 명 외에는 타지에 살고 있기에 —예외인 한 명은 기자인 셋째 동생 유리에로, 1년 전 일본의 한 고도 오모카게 섬을 방문했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족 가운데 그녀의 행방의 전말을 알고 있는 것은 리히토뿐이다—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 UGN에 속하게 되며 소원해진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은 틀림없다.

TIMELINE

20년 전, 8세

그것은 그가 세계의 이면을 알기 전의 일. 본인은 기억하고 있지 않으나,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어릴 적 레니게이드 사건에 관여한 일이 있다. 특수한 레니게이드 크리스털 리밋 브레이크의 적합자이자 프라이메이트 오버드의 그릇으로서, 시공 범죄자 이치노세 아키라一ノ瀬昭에게 납치된 일이 있었던 것. 당시 크로노스 가디언과 협력하여 그를 구출한 것이 훗날 만나게 되는 친구이자 20년 후의 미래로부터 찾아온 동료인 엔도 아유무와 이치가야 하루.

12년 전, 16세

고교에 진학하며 그는 고향을 떠나 도쿄로 향하게 되었다. 그때에 Z시의 명물인 오래된 벚나무 아래에서 친구와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은 현재까지도 그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이름은 미나시로 미카, 리히토에게 있어서는 세계의 표면에 두고 온 일상의 표상과 다름없던 인물이다. 12년의 시간을 지나 재회하기까지 줄곧.

7년 전, 21세

대학생이었던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일본 T시를 방문하였다가 레니게이드 사건에 휘말린 일이 있는데, 그 일은 그의 장래를 크게 바꾸어 놓게 된다. 사건 이후 UGN에서 그의 기억을 소거하고자 하였으나, 어떠한 까닭인지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으나, 이후 상술한 20년 전의 사건이 확인되며 크로노스 가디언의 기술에 의해 기억에 조작이 가해진 일이 신체에 영향을 미쳐 UGN의 기억 소거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있다— .

이로 인해 UGN에 합류할 것을 권유받아 그는 비오버드 연구원으로서 UGN의 T시 지부에 속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리히토 본인도, 주변인들도 그가 학업을 계속하여 장차 일본 유수의 명문 대학의 교수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결정으로 가족과는 마찰이 생기기도 하였으며, UGN 소속 이후 왕래가 뜸해진 점이 이 때문이라고 오해받기도 했다— . 당시의 연구 분야는 레니게이드를 활용 가능한 소재 및 그 응용. 오버드용 병기에 관해 성과를 올리던 그에게는 가까운 사이의 동료가 있었으니, 그녀가 UGN 에이전트 니노마에 스즈나一鈴那이다. 그녀는 전투원으로 그 장비를 관리하고 보강하는 일을 리히토가 담당하였으며, 교류한 시간이 길어지며 그와는 친근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은 어느 때, 니노마에 스즈나는 졈화한다. 전투 중 민간인을 보호하려다 이펙트를 과도하게 사용하였고, 그 이래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냉동 수면 상태로 특수 시설에 안치되었으며 —이후 리히토가 Z시의 지부장이 되며 요청한 사항에 의해 현재에는 Z시 소재의 시설로 옮겨져 있다— 세간에는 행방불명으로 알려졌다.

이 일은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의 오버드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들은 졈이라 불리는 괴물과 대적하면서도 언제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고는 하나 실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정말로 실감했을까?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일상을 등지고 전장에 몸을 던질 각오도, 세계에 알려지지 않을 싸움을 계속하는 외로움도 전부 그에게는 없는 것이었는데. 오버드라는 존재가 세계에 받아들여지도록 한다, 그것이 UGN의 목표.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그는 여태껏 오버드가 무엇인지조차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결심하였다. 자신이 서 있는 이 세계의 이면을, 그곳의 사람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고. 지금의 자신은 어떻게 하여도 넘을 수 없는 선 너머로 발을 디디겠다고.

5년 전, 23세

어느 날의 아침, UGN T시 지부 소속 연구원 나가모리 츠유永守梅雨는 한 통의 전자 우편을 받는다. 그것은 그녀의 수신 시각으로부터 몇 시간 전에 작성되어 예약 발송된 것으로, 자신이 지금부터 일으킬 사고에 대한, 그리고 그 처리를 츠유에게 부탁하는 일에 대한 사과로 시작하고 있었다.

이후의 내용은 같은 날 오전 4시경 작성자 본인의 행적에 대한 기술이었다. 그 작성자는 T시 지부에서 수거하여 연구 목적으로 보관 중이던 FH 유래의 레니게이드 활성화 약물을 허가 없이 반출, 연구소 내의 비어 있는 격리동에 스스로를 가두고 반출한 약물을 자신에게 투여하였다. 이 내용의 발송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상술한 사건이 자신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는 의미이니 상황의 확인 및 필요한 처리를 부탁한다는 말로 끝맺어져 있는 그 전자 우편의 작성자는 나가모리 츠유의 동료, T시 지부 소속 비오버드 연구원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였다.

당황한 츠유는 처리반도 대동하지 않고 격리동을 찾아갔으며, 그곳에서 뻔뻔스럽게도 멀쩡한 표정으로 자신은 졈이 아니며 각성 이후 정신을 차리는 일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말하는 리히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에 리히토는 그녀에게 전투원도 아니면서 자신이 정말 졈화해 버렸으면 어쩔 생각으로 혼자 왔느냐며 물었는데, 그 답을 알아차리게 된 것은 4년 후였다— . 이 일로 그는 엄청난 분량의 시말서를 쓰고 몇 개월간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연구원으로서의 직급까지 강등당했지만, 어찌 되었든 바라던 대로 UGN의 에이전트인 오버드가 되어 현장에 나서게 되었다 —연구원 직은 이후로도 지부장으로 발령되기 전까지 병행하였으며,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주제인 졈화 및 레니게이드 바이러스의 치료에 대해 탐구하고자 연구실을 옮긴 것이 이때였다— .

리히토 본인은 이 사건에 대해 막무가내이긴 했으나 뜻대로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 판단을 확신이라 부를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알고 있는 것은 본인뿐이다— 시도한 일이라 말하는데, 이는 현재에도 여전한 그의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버드가 된 그는 전투 상황에서의 이펙트 활용에 대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적성, 그리고 이를 믿고 터무니없는 짓을 계속하는 행보를 동시에 보여 주었다. "아를르캥"은 에이전트로 활약한 4년간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상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목숨이 걸린 전장에서마저 독단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며, 규정을 어긴 돌발 행동 전적을 자신의 개인 기록에 무수히 남겼다.

그럼에도 그가 UGN에서 퇴출당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행동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 돌입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장비를 멋대로 사용하거나, 위험 부담이 커 반려된 계획을 단독으로 실행하거나, 퇴각 명령에 불응하고 작전 지역의 민간인을 구출하다 목숨이 날아갈 뻔하거나— 으로 결과적으로는 피해나 희생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를르캥"은 그러한 태도를 시정하라는 지시를 몇 번이고 받았음에도 끝내 고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성과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 혹은, 단순히 그의 상사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평범하게 유능한 에이전트인 그의 일탈을 눈감아 주었거나.

지금의 그는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닌 내리는 위치에 있으며, 사람을 파악하고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일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경우에만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무모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해 버린다. "아를르캥"은 지휘관이지만, 동시에 그는 지휘관인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패이기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버드로서의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거나, 때로 몇 군데 정도 박살이 나서 돌아오곤 하지만, 그는 지금껏 그런 짓을 하면서도 용케 살아 돌아와 있다. 하나 그 역시 알고 있다, 그는 이 위태로운 경계선 위에서 추락한 적이 없을 뿐 한 번이라도 실패한다면 그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그럼에도 그는 변함없이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이러한 전적을 쌓으며 지금까지 해 왔으니 이번에도 될 것이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믿음을 공고히 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그렇기에 시도해 버린다. 그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데에 그 외의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그는 모든 일에 진심이며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기에.

말하자면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매번, 자신의 이 스스로에 대한 턱없이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년 전, 27세

T시에서의 FH의 영향력이 약화되며 UGN은 T시 지부를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그로 인해 다음의 발령지가 결정되기 전까지 잠시간의 휴가를 보내던 리히토는, 동생인 타카마가하라 유리에의 연락 두절로 그녀의 행방을 쫓다 통칭 오모카게 섬 사건이라 불리는 일대 사건에 관여하게 되었다. 그 종결 이후 그는 도쿄 근교에 위치한 해안 도시 Z시의 지부장으로 임명되어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타나시아의 지휘관을 맡게 된 것 역시 이때.

수개월 전, 28세

지부장이 된 후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많은 면에서 바뀌었다. 사건보다는 사람을 다루는 입장이 되며 현장에 나서는 빈도가 줄었고, 이전보다는 여유롭거나 부드러운 면모를 자주 내보이게 되었으며 —물론 그의 프라이드며 호승한 성격은 그대로였다— , 고려해야 하는 절차와 파악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지며 결정에 조금 더 신중해졌다.

오버드와 비오버드의 공존이라는 목표도, 손에 닿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성품도 여전했지만, 그는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들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아득한 이상을 위해 그 과정에서 무언갈 포기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겨야만 했다. 에이전트 시절의 화려한 전적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양 그는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매끄럽게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그런 그가 내리는 지시는 분명, 그 본인이 현장에 있었다면 반발했을 것들이었다.

그런 리히토를 오랜만에 현장으로 불러낸 것은 어느 실험체의 회수 명령이었다. 얼티밋 원. 그것은 그가 서류상으로만 접한 수많은 이름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때의 사건으로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 책임이 되어 그에게 들이닥치고 만다. 그는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집무실에 앉아 전해 받는 소식에, 화면상으로 파악되는 데이터에, 서면에 인쇄된 보고서에는 그가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은 일들이, 손을 뻗었더라면 구할 수 있었을 것들이 무수히 가려져 있다는 점을.

그는 조금 자책하고, 조금 후회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해야 할 일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리히토의 지금의 위치는 그에게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에 이는 이전보다도 어려운 일이었으나, 그렇다 하여 그가 주눅이 들 위인은 아니었다. 지부장이 된 후의 "아를르캥"이 다시금 이전처럼 레니게이드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일 위주로 움직이게 된 것이 이때부터이다 —그가 처리해야 하는 각종 서류 업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 이는 대부분 Z시 지부의 부지부장이자 아타나시아의 동료인 야오키 로쿠하八起六葉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리히토는 이에 만족하고 있으나 로쿠하의 의견은 모를 일이다— .

그리고, 현재

Z시의 UGN 지부는 시내 곳곳에 몇 군데의 거점, 그리고 번화가의 변두리께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지부의 중심 건물을 찾아가는 방법은 보통 한 약국을 통해서인데, 이곳의 약사로 있는 이가 바로 부지부장인 "나인 나인즈" 야오키 로쿠하. 납득할 만한 신분을 증명한다면 그녀는 지부로 이어지는 숨겨진 출입구를 개방해 줄 것이다. 지부의 주요 시설은 지하에 위치해 있으며 방공호를 연상케 하는 현대적이고 무기질적인 구조물이 대부분. 구성원의 수가 많지 않아 내부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기 어려운 점이 삭막함을 더한다.

하지만 이런 인상은 지부 심처의 한 방에 들어서자마자 뒤바뀐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쪽 벽 전면을 차지한 창문. 물론 이 지하 방에 창문이 있을 리는 없다. 그 정체는 디스플레이 장치로,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는 Z시의 전경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그 곁에는 태양광을 모방한 조명 아래에 작은 실내 화단이 꾸며져 있다.

시선을 돌리면 두꺼운 카펫 위에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한쪽 구석에 1인용 침대가 위치한다. 침대 옆의 서가에는 난해한 인상의 책이 빽빽히 꽂혔고, 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봉제 인형 몇 개가 하얗고 폭신한 이불 위에 누워 있다. 방의 중앙께에는 업무용 책상이 있는데, 그 건너에 투명한 벽 너머로 진열되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각종 총기.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머지 하나의 벽면을 따라서는 간단하게나마 조리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 옆의 장식장에 보관된 것은 다기며 드리퍼 등의 컬렉션, 찬장과 냉장고에는 찻잎과 원두, 갖가지 음식 재료, 그리고 푸딩과 아이스크림이 가득하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이 통일감 없는 방의 화룡점정은 바로 손님용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면 아주 잘 보이는 위치에 걸려 있는, 긴 족자에 멋들어진 필체로 적힌 단가 한 편 —당연하게도 이 방의 주인이 직접 지어, 직접 써 내린 것이다— .

그 주인의 자의식을 투영하는 역할을 넘치도록 수행하고 있는 이 방이야말로 UGN Z시 지부장 "아를르캥"의 집무실 —로쿠하는 이 방을 항상 지부장 개인실이라 부르며, 가끔 리히토에게 집무실이라는 표현의 뜻을 알긴 하냐며 타박하곤 하는데, 리히토는 이를 들은 체는 하는 건지 오히려 아직까지 본인의 집무실에 오븐이 설치되지 않은 점이 불만이라는 듯하다— 이다. 사전에 약속을 하고 방문하였다면 높은 확률로 "아를르캥" 본인이 책상에 앉아 있다가, 서류나 모니터로부터 고개를 돌려 맞이해 줄 것이다.

그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자쿠로츠마키시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아를르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금은 소년티가 남은, 아주 낮지만은 않은 미성. 언제나 웃음기가 배어 있는 목소리는 그의 차분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인상에 꼭 어울린다. 눈꼬리가 처진 속눈썹이 짙은 눈, 그리고 선이 가는 섬세한 이목구비에도 그에게서 유약하다는 인상은 좀처럼 받기 어려운데, 이는 필시 그가 항상 띠고 있는 자신만만한 미소 때문일 테다. 정장을 차려입고도 유독 느슨하게 걸치길 고집하는 외투도,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서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느낌의 머리칼도 그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손을 보탠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차라도 어떠십니까? 아니면, 커피? 시선을 알아차리면 그는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살짝 고개를 갸울이곤,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뒤이어 몸을 돌리면 흰 코트 자락이 가볍게 펄럭인다. 장갑 아래로도 마디가 도드라지는 기다마한 손가락이 뻗어진다. 찬장이 열리는 소리. 물줄기가 조르륵 흐르는 소리. 다기가 달그락대는 소리. 전기 포트의 비프 음. 온화하고 안온한 공기. 희미한 다향. 그가 다시금 이쪽을 향하는 것이 머지않아서이다.

눈이 마주치면 그는 어김없이 싱긋 웃고는 입을 연다, 그러고 보니—

MISCELLANEOUS

아타나시아

현재 "아를르캥"이 리더를 맡고 있는 특수 부대. 외부에는 그 실체는커녕 존재조차 드러나 있지 않으며, 관여한 일의 어디에도 이름은 남지 않는다 —구성원 외에 이 조직에 대해 실제에 가장 가깝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UGN의 중추평의원 테레즈 블룸으로, 그녀는 간혹 아타나시아의 존재를 고려하여 "리바이어선"에게 지시를 내리곤 한다— . UGN 내부 조직의 성향이 강하지만 멤버 전원이 UGN의 일원인 것은 아니며 개중에는 정체를 숨긴 채 타 조직에 잠입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구성원으로는 오버드와 비오버드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개성 강한 인물들이 모여 있으나, 그들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리바이어선" 키리타니 유우고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타나시아의 멤버는 전원 유우고로부터 직접 권유를 받아 합류한 이들로 그와 친분이 있거나 그에게 신세를 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예외라 하면 타카나리 유우야로, 키리타니 유우고를 좋게 보지 않던 그녀는 권유를 거절했으나 설득 끝에 테레즈 블룸과 관련된 일에만 협력하는 조건으로 승낙하였다— . 리히토 역시 유우고가 UGN의 감찰부 국장이던 때부터 행동을 함께해 왔으며, 여러 사건을 거쳐 그의 측근으로서 합류하게 된 것.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구심점은 키리타니 유우고 단 하나, 강한 동료 의식도 철저한 규율도 없다. 멤버들 역시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필요한 경우 아타나시아의 오퍼레이션에 동참하는 정도.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일도 없으며 같은 소속이라 해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타나시아의 구성원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키리타니 유우고, 그리고 당대의 지휘관을 담당하는 멤버뿐이다— .

그럼에도 이 특이한 조직이 유지되는 이유는, 이 조직이 창설된 이유와 같을 것이다. 같은 뜻 아래 모여 있기 때문. 아타나시아는 키리타니 유우고가 사적으로 운용하는 부대이지만, 그는 대의를 위한 일이 아니면 이들을 움직이지 않는다. 그 구성원 개개인 역시 자신의 신념에 합치하지 않는 일에는 따르지 않는다. 아득한 이상 —인류와 오버드의 공존, 이 세계가 오버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을 향한 길을 함께하고 있다는 신뢰야말로 "리바이어선"의 비장의 패인 것이다.

레니게이드와 그 활용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의 레니게이드는 쉽게 활성화되며 자상 계열의 변이성을 나타내는 등 불안정한 경향을 보이지만, 동시에 높은 침식률에서도 오래지 않아 안정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징이 그의 레니게이드로부터 유래하는지, 리히토 본인으로부터 유래하는지 —혹은 그 둘이 결국 같은 의미인지— 는 불명.

이 변이성이란 일부의 오버드 —오버드로서의 경력이 길거나 레니게이드 활용에 능숙한, 소위 강한 오버드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에게서만 보이는 특이한 폭주 경향으로, 그의 레니게이드는 임계를 넘어 활성화했을 시 순간적으로 매우 강렬한 자해 충동을 나타내지만, 이 상태에서 스스로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상해를 가하면 그 충동이 곧바로 잦아드는 성질을 지녔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장기간의 분석 및 훈련을 거쳐 현재의 "아를르캥"은 폭주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처리를 정확히 가함으로써 레니게이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즉각 제거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는 높은 침식률을 유지하며 장시간 전투를 계속하는 일이 잦은 그의 전투 지속 능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를르캥"에게는 그 특유의 레니게이드 활용이 얼마간 더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부상을 수복하는 기술이다. 그는 인체의 구조와 동작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신체 조직 및 부상 부위의 오염물 등에 인자를 삽입해 그 상태를 확인하고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어, 별다른 장비 없이도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정교한 외과 수술을 시행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로써 동료의 목숨을 구하는 일도 있지만, 그 진가는 "아를르캥" 본인의 부상을 처치할 때 발휘된다. 그는 부상당한 부위가 완전히 유실된 것만 아니라면 상기한 처치로 신체를 수복하고, 그 회복을 기다리지 않고도 인자를 삽입한 체조직 각각에 대해 사고를 분리하여 정밀하게 움직임으로써, 강제로 신체가 통상 상태와 같이 기능하게 만들 수 있다. 노이만과 오르쿠스 신드롬의 활용이 극에 달한 그이기에 가능한 일 —다만 이러한 작업은 그에게도 부담이 따르는 행위로, 그는 간혹 이로 인한 과도한 침식률 상승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

전투원이라면 전투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 하나 없는 오버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를르캥"은 그 가운데에서도 극단적으로, 치명상만 아니라면 그의 전투 속행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한편 그 역시 오버드로서 비인간적인 회복 및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오버드의 기준으로는 평범하거나 그 이하인 수준이다— . 이러한 점은 그가 다소 무리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부상이나 통증, 신체의 내구도 소모에 무감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계를 대하는 태도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악인은 물론 졈 역시 가급적 죽이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졈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포획하여 냉동 수면 상태로 한다, 라는 UGN의 방침을 그만큼 성실하게 따르는 인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나 그가 이러한 일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그리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의식적인 자기 합리화 —그는 아주 오랜,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조차 알지 못하는 잠이 인간으로서의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그러한 차악을 가능한 최선이라 여기며 하지 못한 일을 세계의 탓으로 돌리고 미래에 떠넘기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 그리고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피하기 위함에 가깝다. 그는 졈을 병으로 인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반드시 치료할 수 있게 되리라고 믿으며, 지금은 깊이 잠들어 있는 친구가 이로부터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졈을 인간이라고, 그들을 죽이는 일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를 사랑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결말을 바꿀 수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은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의 신념이자 그가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지만, 그렇다 하여 그가 옳은 길을 걸어왔다는 증명은 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치부한 일들이 있다. 세계에 진실을 숨기고 사회의 인지가 미치지 않는 그늘에서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타인의 생사를 재단해 왔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배제할지를 결정했다. 언젠가 그의 이상이 실현되어 이 세계에 더 이상 그도, UGN도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온다면 그는 단순한 범죄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여 그가, 그때가 도래하길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외

맨손 격투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다 —그는 천성적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이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약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로 인해 주무기 외에도 작은 날붙이나 총기 등을 코트 안쪽, 옷소매, 신발 밑창 등 여기저기에 휴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을 때는 오르쿠스의 오버드답게 주변에 인자를 확산시켜 레니게이드 조작 위주로 전투하는 편.

스스로의 전투 능력 —신체·운동 능력 및 레니게이드 활용 양방— 에 일종의 자부심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자신의 기량, 가능한 일의 지평을 넓히는 수단으로 여겨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 전투를 즐기기도 하지만, 이는 훈련용 시뮬레이션이나 교류전 등 서로의 능력을 맞부딪치는 행위 자체에 국한되는 것으로, 실전보다는 운동 경기를 좋아하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리히토의 온건하고 타인에게 해를 입히길 꺼리는 성향 —이는 일상생활에서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극도로 삼가려는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교전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한 전투하지 않으려 한다.

"아를르캥"의 《워딩》은 비오버드의 인식을 혼란시켜 —잊고 있던 할 일이 떠오르거나, 갑작스럽게 용건이 생겨나는 등— 무의식적으로 그 영향 범위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약하게 사용할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고 기억을 흐리는 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Z시 시내에는 그의 단골 카페가 있는데, 그곳의 주인은 자신의 카페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그 사람이 무척이나 친절하고, 잘생겼으며, 초콜릿 케이크와 딸기 파르페를 좋아한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내려 하면 어쩐지 희미한 매화 향만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 도무지 떠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 외모며 복장, 행동거지까지 여러모로 눈에 띄는 인물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목을 끌지 않는 이유.

사생활 면에서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금욕적인 사람. 유일하게 이기지 못하는 것은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이라나 뭐라나. 주량이 적고 —이펙트를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리히토가 술을 마신다면 이는 대부분 누군가에게 권유받았기 때문인지라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듯하다— 음주를 싫어하며 담배는 냄새만 맡아도 인상을 쓰며 도망가 버린다. 오락이나 도박적인 취미를 즐기지 않는 것은 물론 각종 방송도 거의 보지 않으며 SNS 계정이 있지만 방치한 지 5년 이상, 고리타분한 면이 있어 연인 관계에도 대단히 보수적이다. 그의 화려한 —그리고, 본인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진중하지 못한— 분위기에 오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취미라 하면 독서, 운동 —개중에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사격과 스키, 수영이다— , 요리 따위에 그나마 특이한 것이라고는 총기 수집 정도인 무척이나 재미없는 남자인 것이다.

화려한 장신구를 즐겨 착용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것은 붉은 보석이 박힌 날개 형상의 귀고리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고 착용할 수 있는 종류로,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귀를 뚫은 적도 뚫을 예정도 없다— . 20년 전 크로노스 가디언과 연관되었던 사건에서 당시 지역의 신사에서 신물로 모시던 레니게이드 크리스털이 파괴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 파편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리히토는 부적처럼 여기고 있다. 본래는 한 쌍이었으나 12년 전 친구인 미카에게 한 짝을 선물해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RELATIONSHIPS

엔도 아유무

약 7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 수년간 전장에서 손발을 맞추었으며, 그보다 오랜 기간 동안 평범한 일상을 함께 보내 왔다. 최근에는 둘 모두 지부장이 되며 같은 지부에 속해 있던 때만큼 자주 만날 수는 없게 된 것은 아쉽다는 모양. 리히토는 현재에도 아유무에게 종종 연락해 안부를 묻거나, 출장 기념품이라며 간식거리 등을 사 들고 찾아오거나, 간혹 여행이라도 갈 것을 권유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 점은 여전하다.

엔도 아유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다면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잠시 고민하다가는 답할 것이다, 우선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점일까요, 가까이 지낸 시간만큼 서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곤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길게 기른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꼰다. 무언갈 고민하고 있을 때의 버릇이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 말은 아마, 눈앞의 질문자가 그에게 친근한 이인 경우에만 덧붙일 것이다. 하지만 편안하다는 표현이 그가 아유무를 대하는 태도가 세심하지 못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둘 모두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리히토에게는 처음 만났을 적의 아유무의 심약하고 불안정한 인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그를 대할 때에는 평소보다도 조심스러워지고 마음이 쓰인다는 모양. 그의 행복을 바라고 있으며, 어떤 일에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거나 자신에게 의지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모로 지켜 주고 싶은 상대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그에게는 아유무와의 관계에 대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일이 있는데, 과거 아유무가 오버드로서 각성하며 UGN의 에이전트가 되고,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지부장 직에 올랐던 때의 일이다.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타인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에 능숙하다. 다만 그가 유독 서툰 부분이 있으니, 이는 자신의 애정이 보답받으리라고 기대하는 일이다. 그는 본인에 대해서 저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 아니에요? 잘생겼고, 성격 좋고, 유능하고— 저 좋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따위의 말을 낯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하고, 웬만한 대상에게는 초대면에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쉽게 호감을 사며 자신이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하지만 상대를 소중히 여길수록, 가까이 지내며 마음을 많이 내어 주었을수록 그는 상대방이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나아가서는 싫어하리라고 오해하고 마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성격에 천성적인 공명심이 더해져 당시의 리히토는 지부장으로서의 아유무가 보인 냉정하고 고압적인 태도 —일상적인 대화를 쓸데없는 잡담으로 치부하거나, 과하게 날을 세운 표현으로 명령을 내리거나, 곧장 하대하거나— 를 책임을 지닌 자의 허장성세보다는 권위를 내세워 타인을 —특히 그의 선배였다가 부하가 된 자신을— 무시하는 일로 여기고, 상심하여 자신 역시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며 심술을 부렸던 것이다. "미네르바"의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소위 합리적인 지시는 "아를르캥"의 성향과는 정반대인 점도 있어, 당시 리히토는 아유무에 대해 평한다면 망설이지조차 않고 피도 눈물도 없는 쓰레기 자식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는 험한 말과는 하늘과 땅 정도의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이는 그에게 있어 최대한의 악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고 말했을 정도.

정말로 증오하거나 혐오했다기보단 그리하고자 마음먹은 것에 가까워 —다만 크게 실망했음은 진심이었다— 마음이 쓰이는 일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으나 리히토는 이를 회답 없는 걱정이나 아유무의 태도에 대해 화를 내는 일로만 표현했기에, 오해를 정정하게 된 것은 제법 오랜 시간 후였다. 먼저 속내를 밝혔던 것은 아유무로, 그리하지 않았더라면 리히토가 이 화제를 입에 올리는 일은 본인에게 자격이 있다고 여길 때 —즉, 그 역시 아유무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직위에 올랐을 때— 였을 터이기에 훨씬 먼 훗날이었을 것이다 —아유무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여 "미네르바"의 행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그 후로 리히토의 아유무에 대한 평가는 쓰레기 자식에서 본인이 쓰레기 자식처럼 굴어 놓고 나중에 혼자 자책하는 일을 좀 그만두었으면 하는 사람 정도로 바뀌었다— . 이 일은 리히토에게 오랫동안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으며, 그는 현재에도 간혹 아유무가 괴로워하던 시기에 모나게 대한 일을 후회하곤 한다.

엔도 아유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 있으니 이는 통칭 "아레스", 타카마가하라 리히토에게는 아직까지도 몰이해와 부정의 대상인 인물이다. 놀랍게도 리히토는 "아레스"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아레스"를 아유무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기인하는 애정과 호감은 분명히 "아레스"에 대한 감정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레니게이드에 의해 유발되는 충동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병증으로 여기는 그는, 그 충동에 의해 태어난 존재가 본질에 의거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일은 할 수 없다. 그가 "아레스"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지닌 인식은 다른 가능성을 부여받지 못한, 처음부터 그리될 수밖에 없었던 이, 증오보다는 연민의 대상에 가깝다.

다만 그는 의식적으로 "아레스"를 아유무와 분리하여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아유무의 인격이 내린, 그 둘을 해리하는 결정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 "아레스"가 아유무의 주변에 가하는 피해에 대해 격렬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감정과 인식의 불일치는 그가 "아레스"를 아유무로도, 아유무와 별개의 인물로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어, 리히토는 "아레스"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채, "아레스"라 불리는 이에 대해 정의하는 일을 유예해 왔다.

즉, 리히토가 "아레스"에 대해 보이는, 끔찍이도 혐오하고 적대시하는 모습은 그의 언행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편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아레스"에게 당장 위협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리히토는 아마 답변을 몇 차례 거부했다가, 끝내는 그를 불쌍한 사람이라 칭할 것이다— . 말하자면 "아레스"가 아닌 그가 저지르는 일들을 싫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유예가 부정으로 이어지기에는 충분하다.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이자 대응할 수 없는 재앙.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엇이라도 해내고야 말았던 타카마가하라 리히토를 철저하게도 무력함에 빠뜨린 것은 그 외에는 없었다. 그렇기에 리히토는 그것을 직시하길 포기하였다.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레스"에 대한 리히토의 사고는 그곳에서 멈추어 있다. "아레스"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일. 그와 접촉하길 극도로 꺼리는 일. 그의 행동과 그 결과를 가능한 한 숨기는 일. 아유무를 대할 때에 "아레스"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일. 그 기저에 있는 것은 모두 "아레스"의 존재와 그 영향에 대한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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