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do

3부 8화

카리타스(feat. 오순절 짧게)

한편 남부의 카리타스는 이주마다 바뀌는 호위 기사 중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피에르가 있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그가 돌아가고 나면 얼마 안 되어서 제게 말을 걸어오는 인간이었다. 얼굴도 외우기 싫었는데 어느새 카리타스는 그의 이름과 가문, 나이도 알게 되었고 그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해오는 말도 별로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날씨가 좋은데 왜 나가질 않으시고 집무실에만 계시냐, 너무 오래 앉아있는 것 같은데 산책가는 건 어떠시냐 등등 저를 걱정하는 말이긴 했지만, 카리타스에게 달가운 내용은 아니었다.

“일이 많아서요.”

딱 두 마디로 대답한 카리타스가 다시 서류에 고개를 박으면 기사는 조용해졌지만, 그런 잔소리를 하고 싶다는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기운이 부담스러웠던 카리타스는 잠깐 산책하기도 하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머리를 비우기도 했는데, 그러는 동안 기사가 계속 말을 걸었기 때문에 카리타스는 휴식을 후회할 때도 있었다.

“성녀님께서도 전투 훈련을 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물론 본격적으로 하는 걸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건강을 챙길 수 있을 정도로 만요.”

“했어요. 4년 전에.”

“집행자께서 각성하셨던 그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하지만 그 이후로 전혀 운동도 제대로 안 하시고, 이렇게 앉아서 업무만 하셨으면 근육이 많이 뭉치셨을 텐데요….”

‘근육이 아주 돌덩어리가 됐어!’

카리타스는 시도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을 하며 시도폰이 제 어깨를 잡았을 때 감각은 이제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 제 심장박동이 매우 빨라졌다는 사실만은 떠올릴 수 있었다.

‘생판 남인 인간이 비슷한 얘기를 하니까 기분이 이상해. 그땐 신전에 없었을 텐데…. 우연이겠지.’

추억을 떠올린 탓인지 카리타스는 그의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카리타스가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짓자 기사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말이 없는 기사를 흘끗 올려다본 카리타스는 다시 서류로 손을 뻗었다.

“항상 걱정해 주는 건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일이 많고 건강이 나쁘거나 하진 않으니까 운동은 조금 여유가 날 때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는 카리타스의 깔끔한 거절에 알겠다며 대답하곤 침묵했다. 조용해진 집무실에선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 났고, 적막함에 기사가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메릭 님, 북부에서 성녀님께 온 편지가 있어서요. 전달 부탁드립니다.”

시종이 기사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메릭의 손에 들려있는 봉투엔 카리타스의 눈에 익은 문양이 찍혀있었고, 카리타스는 자리에 앉은 채로 손만 뻗어 봉투를 채듯이 받아갔다. 그는 서류 더미를 한쪽으로 밀더니 잔뜩 쌓인 필기구들 사이에서 나이프를 찾아냈다.

평소 같았다면 일이 바쁘다고 편지는 저녁에 읽었을 테지만, 아까의 일로 시도폰이 생각났던 터라, 카리타스는 편지의 내용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편지를 읽어내려간 카리타스가 오묘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놓고 잠깐 눈을 감았다.

“혹시 북부에 무슨 일이 있으시답니까?”

메릭이 조심스레 묻자, 카리타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집행자께서 이번 오순절 행사에 원래 불참하시기로 하셨는데, 마음이 바뀌셨는지 온다고 하시네요. 이번에 수행단 때문에 4월 초에 내려오셨었는데 다시 이렇게 오신다고 하시니 피곤하진 않으실까 걱정이 되어서요.”

카리타스는 잘 의식하지 못한 것 같지만, 메릭은 그가 집행자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이 유독 길어진다고 느꼈다. 메릭과 대화할 때랑은 단어의 수 자체가 달랐으니까. 어쩐지 시큰거리는 마음으로 메릭이 물었다.

“많이 피곤하시다면 최초 일정대로 불참하시지 않으셨을까요?”

“그건 그렇죠. 그래도 남부에 오자마자 피로를 풀 수 있게 준비를 해두어야겠어요.”

곧바로 시종을 불러다 시도폰이 도착하면 바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고 지시한 카리타스는, 숙소도 평소처럼 준비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같이 자는 건 이제 안 되겠지. 그렇게 말하고 나갔으니까.’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카리타스는 시도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들뜬 기분으로 카리타스가 서류를 처리하자 평소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 그는 메릭의 조언대로 산책했고, 유달리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시도폰이 오는 날, 그의 방에 어떤 꽃을 놓아둘지 고민했다.

바깥에서 집무실로 돌아온 카리타스는, 오순절에 맞춰서 제 방 맞은편 정원의 장미가 만개하면 그걸 잘라다가 시도폰의 방에 가져다 두라고 지시했다. 시종은 ‘화원에서 장미를 사지 않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자 메릭이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질문했고 카리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성녀님, 저녁에 있을 정기 회의에 대한 안건이 미리 도착했습니다.”

카리타스는 교황이 보낸 시종에게서 종이 뭉치를 받아들었다. 표지 역할을 하는 빈 종이를 넘기자, 바로 첫 장에 있는 건 시도폰의 암살미수범, 미카의 처벌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게… 무슨.”

규칙상 회의 안건을 공개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카리타스는 무슨 일이냐는 메릭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시도폰의 안전엔 전혀 위해가 없었지만, 죄가 중하니 사형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카리타스는 시도폰이 보낸 편지를 다시 읽었다. 평소와 다른 바 없는 필체에 일상적인 내용뿐이었고, 힘들다거나 무서웠다거나 아무튼 미카가 저지른 일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접어서 보관해둔 카리타스가 비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카리타스가 넋을 놓고 있자, 메릭은 시종에게 차라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차라도 드십시오.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리타스는 시도폰이 오순절에 온다는 사실에 들떠있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차가 식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는, 결국, 회의 전까지 서류를 다 읽지 못했다.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미카의 사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대부분이 그의 사형을 찬성하던 중, 카리타스가 교황에게 물었다.

“언제… 이 소식이 전해진 겁니까?”

“이 주 정도 전이었습니다. 북부로 복귀하시고 얼마 안 되어서 이 일이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비겁하게도 고된 여정으로 집행자께서 지쳤을 때를 노렸다며 사제들이 술렁였고, 미카의 사형 건은 빠르게 처리되어 다음 건으로 넘어갔다. 마무리된 회의를 뒤로하고 카리타스가 교황의 집무실을 나섰다.

메릭이 그를 기다리다가 따라붙었는데, 카리타스는 그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성녀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던 평소와 다르게 카리타스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메릭의 물음에, 카리타스는 그제야 그를 의식한 것처럼 천천히 뒤돌았고, 표정 없는 얼굴로 그에게 집무실로 돌아가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고,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보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메릭을 떼어내기도 귀찮았는지, 카리타스는 다시 어딘가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복숭아꽃이 만발한 정원인 줄 알았지만, 그 옆의 복도에서 카리타스가 멈추어 섰다.

“거기서 멈추세요. 가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메릭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 멈췄다.

카리타스는 동상들이 늘어선 복도에서 천천히 걸어 다녔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신전의 기둥들에 가려져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카리타스의 모습은 어쩐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기에 메릭은 불안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아일렌, 소식을 들었나요?”

[글쎄요. 요새 자주 오시지 않으셔서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집행자께서 암살 위협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과거 그분께서 각성하실 때 원한을 품은 자가 있었는데 여전히 그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더 큰 죄를 지었습니다. 당연히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이 상황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아요.”

카리타스가 숨조차 쉬지 않고 내뱉은 말에 아일렌은 잠시 고민하는 듯 침묵했는데, 다른 이가 끼어들었다. 화난 표정의 동상이 고작 그런 일로 찾아온 거냐고 호통을 쳤다.

“고작 그런 일이라니요. 당신께선 우리에게 집행자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아실 텐데.”

[암, 잘 알다마다. 내가 몇 번이고 당했으니까. 원래 존경과 시기는 함께 따라오는 법이다. 모든 것을 감내해야 진정한 집행자가 될 수 있지. 그 정도도 피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그건 그가 약하다는 증거가 될 뿐이야.]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나약한 인간은 살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 겁니까?”

평소엔 그의 말에 개의치 않던 카리타스가 명백한 분노를 담고 대답하자 동상은 침묵했다. 그러자 아일렌이 부드럽게 카리타스의 어깨를 도닥였다.

[당신께 소중한 이가 위협을 당했으니 당황한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카리타스, 그분은 살아 있으시잖아요? 이미 일어난 일에 당신이 화내는 것보다는 그분을 다독여 줄 방법을 찾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카리타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위협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게 아닌가요? 앞으로 그분껜 많은 시련이 있을 텐데 그 상황 하나하나에 화를 냈다간 더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

자리에 멈춘 카리타스는 아일렌의 말을 되뇌다가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입술을 꾹 한번 깨물고 복도를 벗어나 정원으로 돌아갔다. 메릭은 카리타스를 따라 조용히 그의 집무실로 들어왔고, 카리타스는 태연하게 독서를 시작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메릭은 침묵을 선택했고, 카리타스의 책은 아주 느리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더 중요한 거라고 하면 역시 시도폰의 마음인 거겠지.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책의 한 귀퉁이에서 ‘의지’라는 단어를 발견한 카리타스는 문득 자신이 시도폰이 의지할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지. 내가 시도폰한테 의지한다면 몰라도.’

“메릭, 물어볼 게 있어요.”

거의 온종일 카리타스에게 무시당하다시피 있었던 메릭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의지할 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속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요.”

카리타스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좋은 의견이라고 대답하곤 책을 덮었다. 곧바로 편지지를 꺼낸 카리타스는 솔직한 심정이라곤 거의 담기지 않은 글을 써 내려갔다. 시도폰이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는 것만이 진심, 나머지는 태연함을 가장하기 위한 거짓. 이제는 거짓말도 익숙한지 편지지가 채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빼곡하게 채워진 편지를 봉한 카리타스가 시종을 불러 그것을 건넸고, 그제야 메릭은 저녁 회의에 무슨 안건이 올라왔었냐고 물었다.

“기밀입니다. 그리고 아마 여기까지 소식이 전해질 일은 없을 테니 그만 궁금해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대답을 뒤로하고 카리타스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업무에 전념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읽었던 책은 그대로 덮인 채 책상 위에 놓였고, 시간이 흘러, 시도폰이 오순절 행사를 위해 남부에 도착하기 전까지 다시 펼쳐지지 않았다.


“4월에 왔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방긋 웃는 시도폰에게, 카리타스는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창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민 시도폰은 드문드문 피어있는 장미를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카리, 옛날엔 장미가 이것보다 많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좀 적게 폈나 봐? 예뻤는데, 아쉽다.”

“그곳의 장미는 해가 갈수록 풍성해졌어. 올해는 네가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더 많이 폈는데, 다른 곳에 옮겨둔 것뿐이니까 그렇게 아쉬워할 필요 없어.”

장미를 보고 있었냐며 카리타스가 창문으로 걸어갔다. 창문의 폭이 좁아서, 두 사람이 함께 밖을 내다보려면 몸이 겹칠 수밖에 없었는데, 시도폰은 카리타스의 몸이 제 등에 닿자마자 옆으로 비켜섰다. 속으로 혀를 찬 카리타스가 그대로 창문에 팔을 걸쳤다.

봄의 따스한 바람이 살랑이다가 카리타스의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갔고, 시도폰은 그의 옆모습을 보다가 정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세히 보니 장미뿐 아니라 다른 꽃들도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한층 향긋하고 화사해진 정원에 시도폰이 미소지었고, 아닌 척 그 모습을 본 카리타스는 정원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다.

“응, 북부에선 이렇게 다양한 꽃을 볼 일이 잘 없거든. 그리고 너랑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해야 할지.”

말을 하던 중에 부끄러웠는지 시도폰은 말끝을 흐렸다. 카리타스는 내년에 더 많은 꽃을 심어보겠다며 태연하게 시도폰의 말을 받았다. 사실은 기뻐서 시도폰을 끌어안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침착하게 그를 배웅한 카리타스는 곁에 있던 메릭에게 시도폰이 이상한 곳이 있었는지 물었다.

“기사로서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움직임에 불편한 곳이 있거나 한 게 있었나요?”

“아뇨, 집행자께선 남부로 오는 여정이 기셨을 텐데 전혀 피곤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다행이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긴장이 풀린 카리타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웃었다. 저를 보고 웃는 것이 아님에도, 메릭은 마음이 들뜨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뜨뜻해지는 귀를 만지작거렸고, 그제야 카리타스는 그를 돌아보았다. 메릭은 급하게 손을 내리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다.

‘시도폰처럼 알기 쉬운 사람이 또 있을 줄이야….’

애써 못 본 척하며 카리타스가 창문을 닫았다. 저녁엔 교황과 시도폰, 고위 사제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의제야 당연히 미카가 저지른 범죄에 관한 것일 테고, 이미 사형은 결정되었으니 그 방법이나 사후 대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시도폰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구나. 직접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괜찮아.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하겠어. 난 네가 무사한 걸 확인했으니까 됐어. 그런 일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울 뿐인걸.”

두 사람은 정원에 나란히 서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책을 읽겠냐고 카리타스가 물었을 때, 시도폰이 글자는 더 보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베론이랑 솔라가 옆에 있어 줬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잡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어. 미카가 잡히고 나서는 너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제일 걱정이었지.”

불안하지 않았다는 말과는 다르게 시도폰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카리타스가 슬며시 시도폰의 한 손을 잡았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렇게 손을 떨잖아. 무서워하는 건 당연해. 누구나 그럴 거야. 그러니까 내 앞에선 그렇게 태연한 척하지 않아도 돼.”

시도폰은 어느새 떨림이 멈춘 손에 힘을 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북부로 돌아간 시도폰은 편지를 썼다. 물론 무사히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그가 게이트 세 개를 한 번에 뛰어넘는 바람에 쓰러졌었다는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 늘어지는 것 같아서 남부는 여기서 마무리입니다. 다음편부터는 북부 야외훈련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 [화난 표정의 동상이 고작 그런 일로 찾아온 거냐고 호통을 쳤다.] 에서 등장한 동상은 과거에 카리타스에게 북부 수행을 갈 거냐고 물어본 적 있습니다.

[너는 이번에 북부 수행에 참여할 생각인가?]

인상 나쁜 동상이 물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일렌을 제외하면 전부 나를 동등한 취급 해주지 않는데 나라고 굳이 존중할 필요가 있겠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제로서 미숙해서 악마를 상대로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무언가 반박하려던 동상은 이어지는 변명에 잠시 말을 골랐다.

[신께서는 의지를 높이 사신다. 악마를 막는 것은 순전히 네 의지에 달려있으니 나약한 소리는 집어치워라.]

* 카리타스와 메릭 관계를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초기니까 카리타스가 메릭의 마음을 알아차렸음-정도에 만족하고 있는데요, 사실 머리 속에서 이미 ‘시도카리’라는 융합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메릭을 어떻게 끼워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고 있어요.

카리타스는 시도폰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본인의 약한 모습을 숨기고, 시도폰은 그걸 은연중에 느껴서 카리타스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거기다가 업무도 바빠서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도 못하고요. 그러니 카리타스는 제 진심을 시도폰에게 더 잘 숨기게 되고 그렇게 숨긴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서 죄책감으로 카리타스한테 돌아옴. 둘의 관계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

하지만 메릭은 호위 기사라 종일 붙어있어서 카리타스가 뭘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죠. 거기서 카리타스가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도 감당이 가능한 메릭에게 마음이 생기는 전개로 이어보려고 하고는 있어요. 흐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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