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do(외전, if 등)

외전: 골목에서 있었던 일

(시도폰: 솔라코지?)

설명: 시도폰이 카리에게 ‘나 메릭이랑 사겨’를 듣고 나서 솔라를 데리고 시장에서 술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여관을 찾던 솔라가 코지를 만났고, 대신해서 여관을 잡아준 코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추궁하게 되죠..


술에 꼴은 시도폰을 내버려 둔 채, 옆방으로 자리를 옮긴 솔라와 코지는 카리타스에 대해 한탄을 하다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코지는 솔라에게 술을 마셨냐고 물었다.

“단장님 혼자 드시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 마셨습니다.”

“그러셨군요. 너무 멀쩡하셔서 몰랐어요.”

솔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실제로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행동에, 코지는 솔라가 조금 들뜬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난번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아, 그거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거주관까지 데려다주시는 바람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오해를 했지 뭐예요.”

“오해라니요? 그런 걸 받을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솔라가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자, 코지는 자신도 억울하다는 듯 열심히 말했다.

“아니, 당신께서 숙소로 돌아가신 후에 말이에요. 거주관 애들이 어쩌다가 집행자님의 부관이랑 같이 돌아왔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사실대로 대답했죠. 제가 건달들한테 시비 걸린 걸, 부관님이 구해주셨다고요. 그랬더니 로맨틱하다느니,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냐느니 등등….”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질문에, 솔라는 당황하며 물었다.

“뭐라고 대답하셨습니까?”

“굳이 거짓말할 필요는 못 느껴서요, 그냥 시장에서 먹을 거 이야기하면서 돌아다닌 것밖에 없다고 대답했죠.”

별로 문제랄 게 없는 대답에 솔라는 코지가 다른 이야기를 할 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코지가 옆 방의 시도폰이 깨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조절해서 외쳤다.

“문제없다고 생각하셨죠? 저도였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더 고생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애들이 당신의 취향을 물어보는 거 있죠. 아, 오해하진 마세요, 그 아이들이 당신을 통해서 집행자께 연줄을 대보려고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예….”

“근데 그렇다 보니까 애들이 왜 그런 걸 물어보는지 궁금해지는 거 있죠. 그래서 물어보니까 당신이 저한테 어울리는 사람인지 자기들이 알아보겠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확실히 황당한 일이었다. 코지는 그 사실을 전하면서도, 아이들이 소문을 외부에는 퍼트리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저랑 당신 사이에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소문이 퍼졌다니까요. 그거 아니라고 진화하느라 정말 고생했다고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돌지 않습니까?”

바로 결론으로 들어간 솔라에게, 코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다는 식으로 솔라가 태연하게 대응하자, 코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제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불쾌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솔라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코지는 솔라에게 자신의 추천대로 골라간 음식은 시도폰이 잘 먹었는지 물었다.

“굉장히 잘 드셨습니다. 볼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드시더군요. 저에게도 기꺼이 한 입 주시겠다 하셨는데, 말씀하시는 것과 다르게 눈에서 아쉬워하는 게 보여서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시도폰다운 이야기에, 코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아, 정말. 고마워요. 집행자께선 먹는 걸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북부로 수행 가기 전에도 그곳의 식생활을 공부하면서 멧돼지 고기를 먹어보고 싶다고 얼마나 기대하시던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에, 솔라는 귀를 기울였다. 의아한 얼굴로 코지가 물었다.

“북부로 수행 가기 전에 집행자께 있었던 일 같은 건 전혀 모르시나요? 이야기 안 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이야기를 할 만한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엔 닥친 일에 대해서 논의하기 바쁘고, 추억 이야기는 저보다 가까운 분들이 계시니까 굳이 저를 붙들고 하진 않으셨겠죠.”

어째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어, 코지는 솔라에게 몇몇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리타스가 처음 거주관에 왔던 날, 시도폰과 코지가 서로의 흑역사를 폭로하면서 했던 이야기라든가, 눈싸움을 좋아했던 시도폰이 두코에게 함께 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던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잠자코 그것들을 듣던 솔라가 물었다.

“왜 함께 북부 수행을 가지 않으셨습니까?”

“…그다지 추위를 잘 견디는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었죠. 확실히 친하다면서 집행자를 혼자 보낸 게 이상해 보일 순 있겠네요.”

“아뇨, 그런 걸 지적하려고 여쭤본 게 아닙니다. 그저 뭔가… 일이 있었던 게 아닌지 궁금했던 것뿐이에요.”

“다행히 아무 일 없었어요. 음, 만약 제가 그때 수행을 같이 갔었다면 누구랑 방을 같이 썼을지는 모르겠네요. 당신께 글자를 가르쳐 준 사람도 집행자가 아니라 제가 됐을지도 모르고요.”

“….”

“이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안 가는 건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배우기 싫다는 사람한테 끝까지 공부하라고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요. 제가 갔다면 당신은 글자를 배우는 데에 흥미를 못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집행자께선 당신께 많이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솔라의 지적에, 코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건 그 애가 제 룸메이트였으니까 챙겼던 것뿐이에요. 그런 게 아니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굳이 그런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을 테니까요.”

묘하게 낙관과 비관이 섞인 듯한, 운명론적인 말에 코지는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아버렸다.

‘여태까지 내가 시도폰과 다른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 애를 부러워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계속 폰과 나를 비교했고, 그 사실이 부끄러워서 또 변명을 구구절절하고.’

하지만 솔라는 그런 가정을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사람이 부관으로 옆에 있어 준다면, 폰도 실연의 아픔 같은 건 금방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 코지는 고개를 들어 솔라와 눈을 마주쳤다. 어느새 부러움과 부끄러움의 그늘이 사라진 코지는, 솔라에게 시도폰을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언제나처럼 솔라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언제나 최선을 다해 그분을 돕겠습니다.”

“고마워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환하게 웃었던 코지를, 솔라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검은 망토에 꼼꼼히 둘러싸인 시신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고 그의 죽음을 추도할 수도 없었고, 추도할 시간도 없었다. 솔라는 집행자를 잘 부탁한다던 그 말만을 기억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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