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현재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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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기상호 과실 백 퍼센트. 절묘하게 법의 울타리 안에서만 놀던 개악질 넷카마가 마침내 선을 넘고 만다. 형법 제347조,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51조, 상습범에 대한 조항. 상습으로 제347조 내지 전조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도착했어요?” “어, 지금 옆 방에 있어.” “꼭 계약서까지 다 쓴 다음에 누굴 담당하는 건지 말해 주세요.” 퍼피는 생각 외로 합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합격 전화가 가자마자 당장 다음 날부터 출근할 수 있다고까지 했단다. 악마치고는 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종수는 실장에게 은밀히 지령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설욕전이다. 나 혼자 산다부
“오빠야. 머해요?” “내는~ 오빠야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피시방 컴퓨터 앞에 앉은 187센티미터의 장정. 캡 모자를 눌러쓴 그는 타자를 치는 동시 킥킥거리며 보내는 내용을 읽어 본다. 목소리를 가늘게 내느라 뻐끔거리는 입술 사이에서 매캐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이름은 기상호, 쓸데없는 짓에 시간을 낭비하는 취준생이다. Puppyㅍvㅍ.
최종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눈썹 사이가 움찔거리더니 이내 감고 있던 눈이 신경질적으로 뜨였다. 평온함이 몇 초를 못 간다. 종수는 귀에 꽂아 둔 에어팟의 노이즈 캔슬링을 껐다. 그러자 웅얼웅얼 들려오던 주변 소음이 명확해졌다. 어웨이 경기를 앞두고 원정 지역으로 가는 길. 평소였다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을 일마저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게
더플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농구화를 꺼내 신으면 그걸로 준비는 끝. 웬일로 가장 먼저 도착한 덕에 연습 경기가 시작하기 전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코트 외곽을 따라 뛰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할 생각이다. 상호에게 특별한 루틴 같은 건 없다. 워밍업도 마찬가지로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다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으면 슛 연습을 좀
"있잖아요. 농구 왜 하냐고 물어봤죠? 혹시 동네 코트 같은 데서 농구 해 본 적 있어요?" "⋯⋯." "없구나." 경기가 판가름이 나기 몇 초 전. 기상호는 갑작스레 길거리에서 농구를 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농구를 왜 하냐고 물은 건 비아냥이었음에도 말이다. 최종수가 농구를 그만두게 만든 수많은 이들에게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건 단지 트래시 토크
버저가 울리고 손끝을 벗어난 공이 코트 바닥으로 데구루루 굴러갔다. 상호는 무릎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코트에 뚝 떨어졌다. 함성과 음악 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렸다. 성에 찬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늘은 하나도 활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저 햄 좋아해요." 양 뺨과 코끝까지 빨개진 상호가 입김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한참 손끝만 만지작거리던 끝에 용기를 낸 거였다. 제 마음을 처음 제대로 병찬에게 털어놓는 순간, 차마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어 상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시선을 병찬의 발끝에 고정하고 있었다. "형도 상호 좋아하지." "아, 그게,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고⋯⋯
경기가 끝나는 대로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갔다.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했으나 잔뜩 쌓인 알림들 속에 병찬의 연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읽음 표시가 뜬 메시지 창에는 변화가 없었고 부재중 전화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쁜 상상이 몸집을 불려 갔다. 상호는 병원에 도착하고도 한참 초조한 마음으로 병찬을 기다려야만 했다. "오래 기다렸지." "병찬햄?" 얼마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