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미련한 당신은

week2 / 냥굿

피로 물든 욕실 바닥, 억센 손에 잡힌 머리채, 귓가에 웅웅대는 장도리의 목소리, 애처로이 누워 있는 남자, 그 남자의 가슴팍에 꽂힌 번뜩이는 칼날, 울컥울컥 솟는 핏물, 까맣게 점멸되는 시야…… .

그리고, 다시 밝아지는 시야.

눈 앞에 있는 이 익숙한 남자는… .

“나 누군지 알지?”

아 씨발.

***

또 다시 돌아왔다. 지겨울 만큼 익숙한 남자와의 독대지만, 춘자는 눈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눈 앞이 뿌얘졌다. 눈이라도 깜빡이면, 고개라도 흔들면 눈물이 떨어질까 고개를 푹 숙이고 허공만을 응시했다.

남자가 춘자의 턱을 잡아 올렸다. 남자의 진득한 시선을 이기지 못한 춘자가 결국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남자와 눈을 맞췄다. 곧 터질 듯 맺혀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던 남자의 얼굴이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왜 그쪽이 울지? 돈 떼이고 울고 싶은 건 내 쪽 아닌가?”

춘자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반 박자 늦게 인지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 묶인 손과 발을 버둥거렸지만 눈물을 닦을 수는 없었다. 그때, 춘자의 뺨 위로 부드러운 손수건이 내려 앉았다. 춘자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톡, 톡 닦아냈다.

“울지 말고. 담보나 생각하셔.”

권 상사가 손수건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칼을 다시 쥐었다. 서슬퍼런 칼날에 비친 권 상사의 얼굴을 보며 춘자는 다짐했다.

이번에는 꼭, 내가 당신을 지키겠다고.

조춘자의 군천 도착, 장도리와의 협상, 권상사의 군천 입성.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똑같은 레파토리로 흘러가는 모든 일들을 춘자는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었다.

군천으로 돌아온 후부터 춘자는 고마담의 다방에 눌러 앉아 하루 종일 권 상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댔다. 무작정 써내려 간 터무니없는 방안에 빨간 줄이 죽죽 그어졌다. 날이 어두워질 수록 춘자의 한숨은 더 짙어졌다. 온종일 작은 머리통을 굴려 봐도 떠오르는 건 없었다.

범 같은 밀수왕 앞에서도 그 비상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 대안을 찾아낸 조춘자였는데, 어째 그 밀수왕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해가 졌다. 시간이 촉박했다. 권 상사가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런 날들만을 보낸다면 또 그를 잃을 게 분명했다.

…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조춘자…….

조춘자에 대한 필삼의 첫인상은 그랬다. 잔챙이 밀수꾼 주제에 천팔백이나 해먹은 똑똑한 그 여자. 첫 독대에 나를 보고 울던 여자.

떼인 돈 찾으러 다니다 보면, 제발 한 번만 살려 달라 울고불고 비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조금 달랐다.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여자였는데, 그 여자는 분명 나를 보고 울었다. 그 사연 많은 눈빛은 뭐였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천팔백이나 떼먹은 여자, 반반해 보이니 눈요기나 하려고 직접 찾아간 거였는데.

군천에 내려간 날, 호텔 방에서 정해진 수순처럼 잠자리를 가졌다. 잠에 취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엉엉 울던 그 여자가 눈에 선했다.

수직 관계. 분명 조춘자의 목줄을 잡고 있는 것은 필시 저일 텐데, 어쩐지 자꾸만 내 목줄을 쥐여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를 보던 그 커다란 눈에 항시 맺혀있던 눈물은 권 상사를 권 상사답지 않게 만들었다.

“권 사장님, 나 믿어?”

또다. 그 눈빛. 나를 잘 아는 듯이 바라보는 눈빛, 미련이 그득하게 남은 전 애인을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조춘자는 대체 내게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내가 춘자 씨를 안 믿으면 누굴 믿어.”

마음이 동한 게 아니다. 아무리 잔머리 굴려 봤자 내 손바닥 안인 여자다. 이 여자에게만 수많은 예외를 둔 건 그냥, 흥미로웠으니까. 나를 더 즐겁게 해 주길 바랐으니까. 무료한 밀수왕의 변덕 같은 거였다. 죽여도 뒤탈 없는 잔챙이 밀수꾼 따위 여차하면 죽여버리면 된다.

여자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려 싸구려 라이터를 켜 보지만 기름이 떨어졌는지 여전히 불은 붙지 않는다. 순식간이었다. 필삼은 들고 있던 잔을 내려 놓고 춘자의 뒷목을 끌어당겨 자신의 담배에 붙은 불로 춘자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춘자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저를 바라본다. 필삼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다시 잔을 들어 양주를 홀짝였다.

필삼은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값비싼 지포 라이터를 만지작댔다.

“나 먼저 씻고 올게.”

결국 정적을 이기지 못한 춘자가 먼저 엉덩이를 뗐다. 욕실로 들어간 춘자는 답지 않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춘자는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목욕보단 담배를 먼저 택했다. 욕조에 누워 줄담배를 태우던 춘자의 머릿속은 여전히 권 상사를 살리기 위한 시나리오가 재생되고 있었다. 춘자는 머릿속으로 권 상사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그러는 사이 욕실 안이 담배 연기로 꽉 들어찼다. 입으로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뱉은 춘자가 욕조의 물을 틀었다.

***

권 상사가 욕실로 씻으러 들어간 사이 춘자는 권 상사의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장도리가 문제였다. 진구와 진숙이 아부지의 죽음의 원인, 조춘자가 군천에서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원인, 권 상사의 죽음의 원인. 춘자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욕실 문이 열리고 가운만 걸친 권 상사가 덜 마른 머리를 탈탈 털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가운 속으로 익숙하게 손을 집어넣어 부드러운 살결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춘자는 행위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이곳저곳 지분거리며 입을 맞추던 필삼이 뚝 멈추었다.

“춘자 씨.”

“조춘자.”

아… 권 상사의 흉터 많은 가슴팍이 춘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이 오버랩 된다. 피로 물든 욕실 바닥, 그 남자의 가슴팍에 꽂힌 번뜩이는 칼날, 울컥울컥 솟는 핏물, 그리고… 그리고 또,

“춘자 씨, 나 봐.”

춘자가 고개를 들어 필삼을 올려다 본다. 필삼이 춘자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로 쓸어 닦아낸다. 무서웠어? 그만할까? … 이 남자는 왜 내게 이토록 다정해서 내가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걸까. 춘자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었다.

“죽지 마, 권 사장님.”

필삼은 눈물 젖은 얼굴로 품에 파고들어오는 여자를 차마 내칠 수 없었다. 건방진 잔챙이 밀수꾼이네. 감히 월남에서 살아돌아온 밀수왕을 걱정하고 말이야. 춘자는 입술을 꾹 깨물고 머릿속으로 생각해 둔 계획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내일, 나이트크럽에서 장도리를 만난다. 그리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

“아니, 우리 조춘자 씨가 뭔 급한 일이 있다고 이런 야심한 밤에 나랑 단 둘이 보자고 한대?”

나이트크럽이 훤히 보이는 자리, 건들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온 장도리가 의자에 털썩 앉는다. 장도리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작게 숨을 들이킨 춘자가 다시 숨을 내뱉는다. 이것만 성공시키면, 권 상사 살릴 수 있어.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시간들 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갖고 있던 부채를 달랑거리며 장도리에게 여유로운 척 미소를 지어 보인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본론부터 말할게. 장사장이... 나랑 거래를 하나 했으면 하는데.”

허. 장도리의 입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대던 장도리가 춘자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춘자는 조용히 침을 꼴깍 삼켰다. 다음주 목요일에, 3억짜리 다이아가 들어온대. 정확히 ‘3억’, 그리고 ‘다이아’ 에 장도리의 눈이 번뜩였다.

“... 그래서?”

“난 그 3억짜리 다이아를, 우리 장사장님이랑 나랑 나누었으면 싶은데.”

정적이 이어진다.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장도리에게까지 들릴까 달달 떨리는 허벅지를 꼬집는다.

“참나, 구라도 정도껏 치셔야지. 조춘자 씨가 이런 정보를 혼자 독식했음 독식했지, 어디 나한테 말해 줄 양반이야?”

“권 상사가 직접 말해 준 거야, 믿기 싫으면 믿지 마. 네 말대로 다이아는 나혼자 독식하면 되니까.”

“그럼, 조건은?”

걸려 들었다. 장도리가 낚싯바늘에 위태롭게 걸린 미끼를 덥썩 물었다. 춘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엄 선장 배 돌려 줘.”

조춘자가 엄진숙을 얼마나 아끼는 줄 아는 장도리라면, 이 그럴싸한 조건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장도리가 피우던 담배를 지져 끄고 입을 열었다.

“권 상사는 어쩌게? 누님이랑 꽤 각별한 사이 같더만.”

“그 남자는 내가 처리해.”

누님이 뭐 어쩌시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장도리의 눈빛에 떨리는 손을 감추려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렸다.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해.”

“…”

“정말이야, 확신해. 일 키우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수 있어.”

근거없는 말이었다. 그 남자가 나를 사랑할 리 없었다. 그 남자가 나에게 갖는 마음이란, 기껏해야 그냥 몸정 같은 거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장도리가 테이블에 팔을 올려 팔짱을 끼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거 거짓말이면, 누님도 권 상사도 다 죽는 거여.”

“당연하지…. 날 믿어 봐.”

“… 그럼, 약속한 기간까지 잘 부탁혀요? 누님?”

거래 성사였다. 건들거리는 태도로 먼저 자리를 떠 문을 나선 장도리를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하던 춘자는 생각했다. 목표는 오직 권 상사의 생존 뿐이다. 장도리가 권 상사를 치러 오기 전, 온갖 핑계를 대서라도 권 상사를 먼저 대피시킨다.

***

뚜르르…

뚜르르…

달칵.

“어, 난데. 우아래 동네 해가지고, 잘 친다는 새끼들 싹 다 긁어와. 조춘자 고년이 모르게 조용히. 우리가 먼저 권 상사 치는 거여.”

***

권 상사를 살리기 위해 장도리와의 거래를 성사시킨 후 이틀이 지났다. 권 상사는 여전히 살아있고, 모든 것이 춘자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필삼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춘자는 또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았다.

다만, 한 가지 불안한 점은.

’권 상사 처리하셔야지, 최대한 빨리. 그래야 누님도 나도 3억짜리 다이아 건져서 인생 필 거 아녀.‘

’기다려, 곧이야. 그러니까…‘

춘자의 예측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장도리였다. 계속되는 장도리의 재촉은 춘자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고, 한시라도 빨리 계획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온갖 핑계를 대며 권 상사를 대피시키려 했지만 이 남자는 코딱지만 한 군천이 뭐가 좋다고 눌러 붙어 있으려는 건지 춘자의 간절한 말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시간을 끌 수록 장도리의 의심이 빠르게 짙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춘자였다.

딱 하나, 권 상사를 움직이게 할 방법이 남아있었다. 권 상사에게 죽음을 예고하는 것.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권 상사에게 당신을 살리기 위해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다.

”춘자 씨, 무슨 생각해?“

춘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이 남자는 나를 믿는다고 했다. 반드시 내 말을 믿어야 했다. 믿지 않는다면 믿게 만들어야 했다.

“사장님, 나 믿는다고 했지?”

권 상사는 춘자의 표정을 살피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춘자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자 권 상사가 먼저 춘자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준다.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였다.

“권 사장님, 당신… 이틀 뒤에,”

쾅쾅! 무언가로 문을 찧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 소리가 나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 보았다. 들어 본 적 있는 익숙한 소리였다. 그 소리에 춘자가 얼어붙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어있는 사이, 문이 떨어져나갔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건 장도리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연장을 든 장도리가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해대자 다급해진 춘자가 큰소리를 냈다. 장도리가 권 상사 앞을 막아선 춘자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장도리 뒤로 연장을 챙긴 놈들이 열댓 명은 되어 보였다. 필삼의 오른팔인 애꾸는 이미 장도리가 끌고 온 놈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조춘자 네년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씨발 새끼가…”

장도리가 기합 소리를 내고 패거리들과 함께 필삼에게 덤벼들었다. 필삼이 몸을 돌려 춘자의 팔을 붙잡고 욕실로 향했다. 장도리의 공격이 허공을 맴돌았다. 이대로라면, 이전 생처럼 권 상사가 죽게 될 게 뻔했다. 필삼이 춘자를 욕실에 밀어넣고 문을 닫으려 하자 춘자가 힘을 줘 닫히려는 문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냥 도망가, 사장님. 빨리!“

춘자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권 상사는 춘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금방 돌아올게요.”

“안 돼, 당신 죽는다고! 권필삼!“

춘자의 절실한 외침에도 문은 굳게 닫혔다. 닫힌 문의 문고리를 욕실 밖에서 권 상사가 붙잡고 있는지 아무리 열어 보려 애써도 열리지 않았다. 문을 주먹으로 힘껏 두드려 보고, 애타게 권 상사를 불러 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문 밖에서 들리는 고통에 찬 신음 소리들은 춘자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열리지도 않는 나무 문을 손톱으로 연신 긁어대니 손톱 밑 여린 살에서 핏물이 고여 흘렀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문고리를 철컥대는 사이, 소란스럽던 바깥의 소리가 멈추었다.

끼익-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문이 문고리를 당기자 손쉽게 열렸다. 심장 박동이 요동쳤다. 덩달아 호흡 또한 거칠어졌다. 천천히 열리는 문틈 사이로,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비린내가 훅 끼쳤다.

아…

또 실패했다. 꿈이길 바랐던 이전 생의 시나리오 그대로 권 상사는 가슴팍에 칼이 꽂힌 채 쓰러져 있다. 그의 가슴팍에서 흐른 뜨끈한 피가 호텔 바닥을 적시고 춘자의 발 밑까지 다다른다.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권 상사의 손을 잡는다. 손끝부터 차갑게 식어가고 있지만 손바닥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여졌다. 왜 도망 안 갔어? 왜 금방 돌아오겠다고 여지를 준 거야? 왜 죽지 않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어? 이 미련한 남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춘자는 수많은 질문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꾹꾹 삼켰다.

“또 우네….”

느릿하게 한 마디를 뱉은 필삼이 춘자를 보며 애써 웃음을 흘렸다. 필삼이 꺼져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춘자를 오래, 길게 눈에 담았다. 춘자의 눈 앞이 또다시 뿌옇게 흐려졌다. 암전되는 시야 속에서 춘자는 필삼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미련한 건 당신이 아니라 내쪽이다.

이미 꺼져간 당신을 붙잡고 있는 내쪽이다.

미련한 내가, 또다시 당신을 살린다.


week2 <미련한 당신은>

냥굿 (@dddio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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