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필춘문예
week12 <FEAR> RoaRrrrr (@biubiu_grrrrra)
week11 <氣盡> 칸 (@KN_gPtn)
조춘자는 미친년에 씨발년,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며 근본도 모르는 년이었다. 그 누구도 조춘자를 겁쟁이로 보지 않았지만, 춘자 본인은 거울을 볼 때마다 겁쟁이를 보았다. 누군가를 죽일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목숨을 끊을 용기는 없는. 군천에 오고 나서 몇 년간은 자신을 범하려고 했던 그 시발새끼의 악몽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권필삼의 꿈을 꾼다.
352 또 죽었다. 지친 눈가를 문질러 보았다. 이번엔 송곳이 권 상사에 목에 꽂혀 있었다. 그걸 뽑아내자 분수처럼 핏줄기가 사방으로 터졌다. 비열하게 웃는 장도리가 혓바닥으로 피에 젖은 얼음송곳을 핥아 올렸다. 코를 찌르는 피 냄새도, 손에 묻어난 핏물도, 서서히 멎어가는 숨소리도, 머리채가 붙잡힌 손아귀도,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어차피 되돌아
고백: ¹사랑을, ²죄를, ³비밀을 고백하다 눈을 뜨니 다시 명동의 싸구려 여관방이다. 충혈된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 자욱을 쓱쓱 손으로 닦아냈다. 홀로 군천의 후덥지근한 여름에 갇힌 게 몇 달째인지, 3년을 지낸 서울 공기에 비릿한 바닷바람 냄새가 없다는 게 낯설어 춘자는 헛웃음을 내쉬었다. ‘당신이 살아나는 세계는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week7 <예지몽> 칸 (@KN_gPtn)
week6 <終天之慕> ☁️ (@xodslndr)
week5 <그럼에도 불구하고> 뿡야 (@Mn9jBg73Ya)
악몽을 꾼 듯했다. 이게 악몽이 아니라면, 대체 왜 이 윤회는 그의 죽음을 양분 삼아 흐르는지. 스스로의 의문에 답을 구하지 못한 춘자는 일어난 자리에서 마른 세수를 했다. 하나의 차원 속 그가 또 죽었다. 그리고 그 세계의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실이 오늘따라 온몸에 사무쳤다. 이제 그녀에게는 달리 계획이 없었다. 과부하가 오고 난 후, 모
괴몽 1 怪夢 괴상한 꿈. 아는 사람이 죽는 꿈은 그 사람의 소망이 이루지려는 징조래. 그렇다면 당신의 죽음은,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은,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일까. 단속이란 말에 벌벌 떨며 도망가던 조춘자는 이제 없다. 애초에 진짜 단속도 아니었고. 춘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자 남겨진 양장점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급해도 이 비싼 모피코트를
피로 물든 욕실 바닥, 억센 손에 잡힌 머리채, 귓가에 웅웅대는 장도리의 목소리, 애처로이 누워 있는 남자, 그 남자의 가슴팍에 꽂힌 번뜩이는 칼날, 울컥울컥 솟는 핏물, 까맣게 점멸되는 시야…… . 그리고, 다시 밝아지는 시야. 눈 앞에 있는 이 익숙한 남자는… . “나 누군지 알지?” 아 씨발. *** 또 다시 돌아왔다. 지겨울 만큼 익숙한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 예전의 기억과 똑같이 향수를 공중에 두 번 칙칙 뿌리고, 반바퀴 스텝을 밟고, 권상사가 있을 506호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는 이 모든게 절대 꿈은 아니란 걸 받아들였다. 꿈이라기엔 꼬집힌 볼이 너무 아팠고, 상처난 제 이마에서는 검붉은 피가 소름끼치도록 생생히 흘렀다. 전생이든 뭐든 일단은 3억도 벌고, 이미 저를 한 번
후덥지근한 대낮의 호텔방. 덜컥이는 미닫이 문. 문 너머에서 나는 소음에는 남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뒤따른다.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리고, 두려움과 긴장감은 지도를 말아 쥔 춘자의 손을 축축하게 적신다. 땀에 젖은 손으로 들고있다가는 지도마저 축축해질까봐, 그렇다면 문 너머에서 자발적으로 명을 단축하는 이 지도의 주인을 볼 낯이 없어질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