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커

너에게 거짓을 고할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래야만 했다. 네게 거짓을 고하지 말라고 내 안에서 외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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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가 누구임을 알고 자아를 형성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그래야 하는 시기에 그러지 못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나가지 못하고 새장에 갇혀 있어야만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조금의 혼란은 있었으나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너의 앞에 있는 것은 에리카 이노센트이며, 성격이 아무리 바껴도 너를 생각하던 마음과 행동은 변할 리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내가 널 좋아하지, 그럼 누굴 좋아하겠니?”

“나하고 이렇게 오래 대화하고, 오래 이야기 해주는 거…. 의외로 너 밖에 없다? 다른 애들은 날 세우고 엄청나게 쏘아 붙인다고.”

상당히 피곤했다. 애들과 대화하는 거. 자신에 대해 궁금해해주는 것은 고마웠으나,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우물 안에 개구리라는 사실을 받아드려야 했다.

외부로 손 쉽게 나갈 수 있는 애들이 부러웠다. 나는 아프다는 이유로 안에 갇혀 있었어야 했기 때문에, 나간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주워지지 않았기 때문인걸까. 그녀의 생각이 깊어져 가기 시작했을 때 쯤, 너의 질문이 시작됐다. 누가 망가트렸는지 부터 시작해, 걱정한다는 이유로 거짓을 말하는 거라면 진실을 말해달라는 말까지. 그런 가시가 돋은 너의 말에도 그녀는 여전히 상냥히 웃어주었다. 애초에 거짓은 없었다. 날개가 뜯긴 것은 진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또한 진실이었다. 단순히 네가 걱정되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입을 열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때와 같아. 차분하고도 진실만을 이야기 하는. 그럴 때만 나오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거짓이 아니야. 널 걱정했다면 처음부터 완전히 포기했다 말하고 진심이야 라고 말했겠지. 변명처럼 들리는 아니야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거야. 난 이상하게도, 너의 앞에서는 거짓을 말할 수 없어. 그러니 약속할게. 뜯어진 날개를 고쳐 다시 붙일 때까지 졸업하고 6개월. 그 안으로 다시 날개를 달고 너의 앞으로 찾아갈게. 어때, 구체적이지?”

“…. 그리고, 궁금해? 내가 어쩌다 날개가 뜯겼는지. 궁금하면 알려줄 수 있어.”

“물론, 그리 달가운 이야기는 아닐 거야.”

궁금하지 않다면 듣지 않아도 좋아.

무리해서 들을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뺨 위에 올라온 너의 손에 아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살랑이며 움직이는 머리카락과 비슷한 색의 길다란 속눈썹. 그러고는 천천히 떠졌다. 호박의 금색의 눈동자, 빛이 닿지 않으면 짐승 같이 빛나던 눈은, 빛을 맞이함으로서 보석처럼? 아니, 별 처럼 반짝였다. 스스로 빛을 내는…. 샛별처럼. 떨어진 너의 손을 무턱대고 잡진 않았다. 넌 이제 그런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네가 싫어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 진심이니까.

아, 그래. 너는 그런 삶을 살아왔었지. 그러니. 그런 네가 욕심을 갖게 된다면 욕심을 부려도 된다는 것을 깨달게 만든 나의 탓이 맞았다. 그런 당연한 것을 지금에서야 받아드리는 게 참으로 웃기지 않던가.

그녀는 옅게 웃었다. 여전히 아름답고 포근한 웃음.

“아하하…. 나 아마… 파트너 없으면 파티장에 안 갈 걸? 애초에 입을 옷고. 아마 도서관에서 자고 있을지도 몰라.”

“만약 파티장에 가야하는데 내가 보고 싶으면 디저트하고 음료 가득 들고 도서관으로 와줘. 그럼 나 볼 수 있을 거야. 만약 파트너 없는데 끌려가게 된다면 미리 말해줄게. 그러면~ 그래. 네 말대로 너와 붙어서 이렇게 대화 나누면 되겠다. 그럼 적어도 심심하진 않겠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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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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