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커

들어봐. 내 심장소리.

쿵쿵쿵 이게 일반 사람이라면 난 쿵쿵... 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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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

방안에 갇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는 게 전부였던 삶, 사람의 온기라고는 필연적으로 닿아야 할 때 빼고는 느낄 수 없었던 삶. 하나 같이 바빠 나에게는 신경 써주지 않던….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삶을 보내왔다. 가끔은 그 순간마다 왜 나를 살렸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으며, 그들이 나의 가치를 발견했을 때의 눈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것들을 생각하다 널 보면, 훨 낫다는 생각을 한다. 너도 그들과 같은 인간이지만 다르다. 너도 그들과 같은 감정들을 갖고 있지만 다르다. 어째서일까. 왜일까. 너는 왜 그들과 다르까. 왜 너는….

어느 순간부터 너는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아이는 그 누구보다 그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렸음에도 말하지 않았다. 네가 이름으로 불러줘서 기쁘다고 말해버린다면, 너는 분명 다시 성으로 부르기 시작할테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싶기 않기에 네가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렸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은 가끔 나쁜 용도로 쓰이지만,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쪽으로 쓸 수 있구나 라는 결과값을 얻어냄과 동시에, 아이는 여전히 너의 곁에 있었다. 위치, 포즈, 움직임 그 어느 것도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상태로. 네가 보고 있는 그대로 너의 곁에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단순히 그런 생각으로부터 나온 행동들이었음에도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이것은 아이의 천성이거나 또는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철저히 몸에 베인 습관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몰라. 이것이 천성인지 습관인지. 그저, 그래. 지금의 네가 이런 나를 필요로 하니. 그것이 천성이든 습관이든 나는 그저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너의 옆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삶을 보내왔다. 밤하늘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9시에 강제로 잠에 들었으며. 일어나면 교육과 공부. 자유 시간이라고는 주워지지 않은 삶. 그런 삶을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발버둥을 쳐왔지만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런 발버둥은 어른들에게 개미의 발버둥과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을 빨리 알아차려서 였을까. 아이는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들이 눈치채기 전 자신의 것을 하나 둘 늘려갔다.

그들이 눈치채기 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시켜야만 했다.

멍청하고도 기대감이 높은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보면 나날이 기대를 쌓아갔다. 그리고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다. 일찍 어른이 된 아이는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세상이 흑백과도 같아, 그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았고 어떤 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삶 중 호그와트 입학 편지는 아이에게 색을 가져다줬다. 나와서 본 것들은 눈이 뒤덮어 온통 새하얗게 보였고, 열차는 검정색과 붉은색이 어울러져 있었다. 이런데 어떻게 자유를 갈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자유를 갈망했기에 발버둥을 쳤고. 자유를 갈망했기에 빈틈을 찾았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탈출해 맞은 자유를, 아이는 평생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눈이 부신다면 손으로 가리고 보면 돼.”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그럼에도 보고싶다면. 손틈으로 오는 빛을 바라보면 돼.”

맞아, 난 몰라.

네가 어떤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떨렸던 목소리는 더이상 떨리지 않았고. 차가워지려던 몸은 더이상 차가워지지 않았으며, 낡은 책방의 헌 종이의 냄새가 햇빛을 받아 나는 종이의 냄새로 변했다는 것 뿐. 그 뿐이었다.

그러니 보여주는 거야.

나는 널 바라보고 있다고.

네가 누구인지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아하하. 그렇네…. 맞아. 우리 같은 아이들은 평생 그들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하지.”

“….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런 게 있잖아? 네 말로 듣는 게 더 안심이 돼. 너의 목소리로 그 대답을 듣는게 날 안심시켜.”

목소리로 듣지 못한 대답은 의미 없다. 내가 물음을 던졌고, 그것을 들은 상대가 목소리를 내어 대답하지 않는 이상, 아이는 믿지 않았다. 아마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전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고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손에 닿는 힘. 아하하, 이거 미안하네.

알아차리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네가 이리 심술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어.

아마 이런 너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에서는 나밖에 모를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들이 자연스레 나왔다. 아, 누군가 나로 인해 변화를 감수하고, 나로 인해 참아왔던 것들을 터트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 이유가 나라는 게 정말… 좋은 거 같아.

나를 바라봐줘.

재대로, 가까이서.

들을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

기뻐할 필요 없어. 기뻐하지 않아도 돼. 네가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 답답을 풀고 싶다면 언제든 물어봐. 나는 너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려줄 준비가 되어있어. 그러니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며, 너와 내가 하나씩 알아가면 되는 문제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지 않지.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거나 혹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걸을 수 없다면, 걸음에도 넘어진다면 같이 손을 잡고 걸으면 돼. 무서울 것은 없다. 사람은 언젠가 넘어진다. 네가 지금 넘어지는 만큼, 언젠가는 먼 곳을 걸어가고 숨이 차도록 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행이 너무 빠르게 찾아와버렸다.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틈도 주지 않고 찾아온 불행이 너와 나의 자유를 뺏고, 모든 것들을 망가트리려 들었다. 처음부터 부러진 날개를 가진 새는 태생부터 날아갈 수 없는 운명이기에, 더욱 하늘을 탐내며 그 부러진 날개로 인해 추락한다고 한들, 새는…. 아이는….

하늘을 탐낸다.

너무나도 높고 광활하며 아름다운 것들을 품고 있는 하늘을 탐냈다. 탐내면 안되는 것을 탐내어버렸다. 하늘을 탐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해도, 아이는 하늘을 탐할테지. 그것만이 삶의 이유이며 그것만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게 해준 이정표이니까. 아이의 이정표는 그리 심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아이가 원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니 다행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 정말 다행이야. 뭐랄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하잖아. 앞으로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 중에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겠지. 하지만….”

“난 지금, 그게 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해.”

움직이지 못해 침상에 누워, 날을 지새우는 것이 전부였다. 방에 갇혀져, 테이블 위에는 부러져버린 오르골만이 남아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 그럼에도 그런 오르골이 너무나도 나와 비슷하기에 제 손에 상처가 나도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바구니에 담았다. 조각에 베여 피가 나고 있음에도 아픔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파왔기에, 비참하게도 고통에 너무 익숙해져버렸기에….

아무도 나를 만나러 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잊혀진 인형처럼 살아가야만 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으며, 나에게 온 후원들을 철회 당하지 않도록 어른들 앞에서 착한 아이인것처럼 연기를 해야했다. 어떻게든 내 쓸모를 인정받고 싶어서, 되지도 않는 머리로 생각을 하고 본모습을 숨기며, 감정을 감춰야만 했다. 나는 그저 따사로운 걱정 하나. 그것만을 바랬을 뿐인데. 억지로 갖게 된 관심은 내 안에 모든 것들을 검게 물들였다. 그것들은 내가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들었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며 모든 것을 메마르게 만들었다. 쓸모를 위해 거짓말을 계속 해왔다. 그런 삶이 의미 있었나? 결과적으로 아니었다. 그런 회의감 속, 입학 통지서가 날라왔다.

그 편지를 열어 결심은 한순간.

난 절대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 또한 너를 만났으니까.

나는 너무나도 운이 좋았다.

사업을 시작하는 삼촌을 위해 준비해준 자리에서 사업을 시작하자 대박이 날 정도로.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을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비굴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떄 오지 못한 것들이 한꺼번에 온 상황이었지.

불행이 찾아오면, 그 다음은 행운이 찾아온다.

그러니 나는 너의 불행에 잠식되어도 괜찮아.

그때 보여줄게. 너의 불행은 나와 함께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것은 믿어도 좋았다. 나의 운은 너무나도 좋아서. 상대가 세운 모든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기에. 나의 감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래서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 또한 어쩌면 이미 너의 불행에 잠식되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네가 불행의 존재라면 나는 행운의 존재로, 네가 원치 않을 때 일어나는 모든 부정들을. 적어도 내 곁에 있을 때는 막아줄게. 그러니 잠식되어도 좋다. 서로가 서로를 잠식시켜 헤어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이 일은 어쩌면 너와 나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르며, 너와 나의 삶의 변환점일지도 모르며. 너와 나의 행운일지도 혹은, 불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엇도 상관 없어.

“겨울인데도 따뜻하네. 정말 좋다.”

“겨울이 너무 춥지 않았음 좋겠어. 그럼 나가기 힘들거든. 추위를 타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정말 곤란해.”

지금 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온기였다.

아주 먼 미래에, 내가 널 거부한다 해도 너는 날 놓아주지 않겠지.

이리도 많은 것을 주었는데 어떻게 나를 놓아줄 수 있겠어. 아이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이든 처음을 경험하게 해주었으면 처음을 경험할 수 있던 순간에 같이 있던 사람에 대해 잊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아마 아이가 너를 거부하는 일은 앞으로도, 그 어떤 미래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닿을 듯 가까웠던 손에 얇은 온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면적을 가득 채우는 손의 촉감이 들었다. 아이가 천천히 눈을 떠, 자신의 손에 너의 손이 포개어 잡혀진 것을 보았다. 아, 나는 어쩌면 이미 네가 준비한 새장에 들어간 걸지도 몰라.

“응, 맹세할게.”

절대로 너를 놓지 않을게. 네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들을 하든.

너의 모든 것을 감당하며,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며, 네가 말하는 것을 해줄게.

나긋한 목소리는 따사로운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포근함 따위가 느껴지는 목소리. 참으로 부드럽고 부드러워서 손 사이로 흘러내릴 거 같은 목소리였기에, 아이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너의 옆에 존재했다. 네가 잡은 손은 그대로 있었다. 너의 어깨에 기댄 아이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풍기며, 모든 것으로 봄으로 바꿔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나와 함께해주는 너에게 알려줄게.

나는 몸이 좋지 않아. 어릴 때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었어. 다른 사람들이 뛰는 심장소리와 내 심장소리는 똑같지 않아. 그러니 내가 곤히 잠들었는데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날 안아서 확인해줘. 내 온기가 남아있는 한, 나는 언제나 숨을 쉬고 있는 거야.

아이는 천천히 눈을 감아, 지금을 바라본다.

나 또한,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게 너무나 좋아져 버렸어.


반지 잘 받았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어서 기뻤어.

너무나 얇은 손가락에는 맞지 않아. 조금 더 크면 맞을까?

그 전까지는 목걸이에 걸어서, 하고 다녀야겠다. 잃어버리지 않게,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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