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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된 메구미 (1)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후시구로는 한때 산책로였을 길을 침범한 나뭇가지를 걷어냈다. 오랜 세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관목과 울창한 나무들이 방향감각을 흩트려놓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억센 풀줄기가 팔을 붙들었다. 흙바닥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가 몇 번이고 발을 걸었다. 짧은 비명을 뱉은 후시구로가 가까이 있는 나무를 짚었다. 하마터면 엎어질 뻔했다. 그는 앞을 비추던 핸드폰의 손전등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절로 한숨이 샜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질반질하던 단화가 흙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날렵한 신코는 긁히고 채인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화를 신고 오는 거였는데. 속이 쓰리다. 선물 받은 신발이었다. 그것도 딱 일주일 전에.

훈련을 마친 후시구로가 기숙사에 도착한 건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오래 혹사한 몸이 피로를 호소했다. 한계까지 주력을 소모한 탓에 머릿속이 몽롱했다. 돌고래가 된 기분이었다. 훈련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것과 동시에 의식이 절반 정도 날아갔다. 딱딱해야 할 바닥이 늪처럼 발을 당겼다. 후시구로는 남은 힘을 죄 발바닥에 실어 힘껏 땅을 밀었다. 그렇게 걷는지 기는지 모를 상태로 기숙사 건물에 도착했을 즘에는 인간의 머리가 볼링공만큼 무겁다는 사실을 절감해야만 했다. 목 위에 머리가 아닌 볼링공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내내 땅을 보며 걸었고, 그래서 문고리를 잡는 순간까지 방문 앞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순간 커다란 손이 그의 손등을 감쌌다. 후시구로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장기임무로 근 며칠 고전을 비웠던 담임, 고죠 사토루였다. 그 얼굴을 인식하고 해야 할 말을 떠올리는 데에는 적지 않게 시간이 걸렸다. 멍하니 얼굴만 바라볼 뿐 인사 한마디 없는 후시구로의 모습에 고죠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열심이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침대, 잠, 휴식 정도만이 부유하던 머릿속으로 인사라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것들. 개중 무슨 말을 꺼내는 것이 적당할까. 입술을 달싹이는 사이 그가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선물. 메구미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오늘은 피곤한 것 같으니까 그만 가서 쉬어. 고죠는 오도카니 쇼핑백을 들고 선 후시구로를 대신해 문고리를 내리고, 열린 문틈 사이로 그를 밀어 넣었다. 받은 것을 확인할 만한 정신이 남아있지 않았던 후시구로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내용물을 확인한 건 날이 밝은 후였다. 무광 재질의 검은 쇼핑백에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그는 뭔지도 모를 내용물이 상할까 신중을 기하며 쇼핑백을 열었다. 안에는 쇼핑백과 같은 로고가 박힌 상자가 들어 있었다. 단화였다. 구석에는 붉은 봉투가 한 장 꽂혀 있었다. 후시구로는 조심히 그것을 집어 올렸다. 편지인가? 네모반듯한 카드에 정성스레 글자를 적는 고죠의 모습을 상상한 후시구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편지가 맞았다. 단, 고죠의 편지는 아니었다. 봉투에는 물건을 구매한 VVIP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감사 메시지와 함께 상품텍이 들어 있었다. 만지기도 겁나는 가격이었다. 후시구로는 곧장 핸드폰을 집어 고죠 사토루의 이름을 찾았고, 통화를 시도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은 고죠는 인사 한마디 없이 저 할 말을 와르르 쏟아냈다. 후시구로의 입술이 떨어지기도 전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돼. 영수증 없거든. 환불하러 가기도 귀찮고.’

‘아니, 감사합니다. 잘… 신을게요.’

그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고죠 사토루는 마음만 먹으면 어제 산 수십만 엔짜리 셔츠도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남자였다. 후시구로가 선물을 거절할 경우 일어날 일은 불을 보듯 뻔했다. 아마 그의 입에서 ‘마음에 들어요.’ 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신발을 선물할테지. 고죠의 후원을 받아 자라는 내내, 몇 번이고 겪은 일이다. 감사 인사와 함께 통화를 종료한 후시구로는 신발에 한쪽 발을 꿰어 보았다. 사이즈를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단화는 그에게 꼭 맞았다. 그렇게 마지막 핑곗거리가 사라졌다. 값비싼 단화는 긴 신발장 한 칸을 홀로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신어보는 것만도 두려운 몸값을 자랑하는 신발로 흙바닥을 밟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후시구로는 내내 그를 모셔두기만 했다. 그렇게 나흘이나 지났을까. 후시구로가 뭘 입고, 뭘 먹고 사는지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굴던 남자가 불쑥 물었다.

‘메구미, 신발 버렸어?’

기숙사에 비치된 개인 신발장은 정확히 다섯 칸이었다. 좁아터진 공간을 그 이상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후시구로는 다음 날 예의 단화를 신은 채 수업에 참여했고 고죠는 오전 내도록 그가 무엇을 신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아, 하며 말했다. 역시 잘 어울리네. 반응은 그게 다였다.

신발에 흠집 좀 났기로서니 고깝게 여길 남자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굽이 나가든 가죽이 까지든. 단화가 휴지통에서 발견되는 게 아닌 이상 고죠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후시구로가 신경을 쓰는 것을 알아차리면 아무렇지 않게 새 신발을 사줄 테지. 그런 사람이었다. 후시구로는 그것이 항상 부담스러웠다. 고죠가 선물이랍시고 일반인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싼 물건을 들고 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일곱 살 때였나, 여덟 살 때였나. 고죠가 사 들고 오는 물건의 가격을 처음으로 알게 된 날, 후시구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양친 없이 자란 그는 어린애치고 퍽 현실적인 경제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 돈이면 한 달을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던 것도 같다. 후시구로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고죠가 입을 비죽였다.

‘어린애는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아니야.’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거 사줄게.’

‘마음에 안 드는 게……’

‘그래? 마음에 들어?’

짜증이 났다. 열등감이었던 것도 같다. 남 말을 지지리 안 듣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음에 든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도 같다. 실제 그는 엎드려 절받기식 감사에도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니까.

그래서, 사과나무 이야기로 돌아와. 미등록 특급 무리가 재앙처럼 나타나 천지사방을 들쑤시고 다니는 시기였다. 주술사들은 그들과의 총력전을 위해 힘을 비축했다. 그래야 했고, 그것만이 전부일 것 같은 시기였지만 해야 할 일은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주령을 제거해야 했고, 시간이 흘러 봉인이 약해진 주물 역시 회수해야 했다. 후시구로는 저녁을 먹다 말고 임무에 차출되었다. 어느 시골구석 산중 암자에서 스쿠나의 손가락이 발견된 까닭이었다. 한 치 망설임 없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별수 없었다. 그는 주술사였다. 말인즉 특급 주령 무리 때문에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스쿠나의 손가락을 회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울창하다 못해 밀림에 가까운 산길이었다. 걷다 보니 잡다한 것들이 떠올랐다. 나무뿌리에 걸려 처음 중심을 잃었을 때야 제가 무엇을 신고 등산하는지 알았다. 신경이 쓰였지만 도쿄로 돌아가 신발을 갈아신고 오겠다 말을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차라리 빨리 끝내자. 후시구로는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액정에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도착했어?

“거의요.”

-기억하지? 회수하면 바로 복귀해. 도중에 특급과 마주치면 주물은 버리고 곧장 도망쳐.

특급 주령 무리의 등장으로 스쿠나의 손가락 회수는 전과 다른 난이도의 임무가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이타도리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1급 이상의 주술사가 맡아야 할 일이었다. 일이 후시구로에게 떨어진 이유는 간단했다. 손이 비는 사람이 없었다. 1급 이상의 주술사는 최근 특급 무리가 일으키는 사고를 처리하는 것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2급 주술사, 그리고 학생. 고죠 사토루의 강력한 요구로 임무에는 그의 안전을 위한 최저한의 조건이 덧붙여졌다. 하나, 일급 이상의 주령을 만난다면 지체 없이 주물을 포기하고 도주할 것. 둘, 마찬가지로 일급 이상 주령의 흔적을 발견할 경우 고죠 사토루와의 합류를 기다릴 것. 근방의 다른 임무를 처리하고 있는 고죠는 일을 마치는 대로 후시구로가 있는 쪽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후시구로는 앞을 가린 나뭇가지를 치우며 네, 하고 대답했다. 암자가 보였다. 주물의 기운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빛을 비춰 주변을 확인한 후시구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긴 세월, 무럭무럭 자란 덩굴이 낡은 암자를 뒤덮고 있었다. 이름 모를 들꽃과 억센 풀들이 경쟁하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도심과 먼 숲의 정경 따위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주물의 흉흉한 기운과 맞물린 야산의 경치는 기괴하기까지 했다. 후시구로는 신중히 주물의 기운을 쫓았다.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주령을 상대하는 주술사가 귀신을 두려워하겠냐만, 그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인 이상 이와 같은 풍경이 달가울 리 없는 것 또한 당연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풀잎이 밟혀 사각댔다. 무서울 만큼 자란 식물은 인간의 무게 따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밟혔던 것들이 그의 몸을 밀어내고 재차 허리를 폈다. 주물이 암자의 바깥 어딘가에 놓여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부질없이, 기운은 암자의 안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간을 좁힌 후시구로는 삐걱대는 마루를 밟고 암자의 문을 열었다. 빛이 들지 않는 내부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핸드폰을 들어 다시 앞을 비춘 후시구로는 정면의 간이 제단에서 주물을 발견했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시구로가 성큼 걸음을 옮겼다.

“찾았어요.”

그는 망설이지 않고 주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럼 바로,

손가락을 집는 순간 낯선 기운이 몸을 덮쳤다.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핸드폰이 바닥을 뒹굴었다. 손전등이 꺼졌다. 차갑고 끈적한 무언가가 쏟아져 온몸을 적셨다. 그 냉기에 피가 식었다.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머릿속이 뒤엉켰다. 숨을 쉬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느껴지는 건 손바닥 안에 있는 주물의 감촉뿐이었다. 모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금 무슨 소리야?

후시구로는 눈을 굴려 저만치 바닥에서 희미한 빛을 뿌리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고죠의 목소리가 좁아터진 암자의 내부를 왕왕 울렸다. 대답해야 하는데, 입술이 움직이지 않는다. 선 채 굳어진 후시구로는 안타깝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핸드폰 너머 목소리는 점점 다급해졌다. 메구미, 듣고 있어? 들리면 무슨 소리라도 내! 격앙된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후시구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동시에 무언가가 몸을 훑고 지나갔다. 정수리에서 시작해 발끝을 적셨던 것이 반대로 기어올라 증발하듯 사라졌다. 내내 막혀있던 숨이 터졌다. 헉, 허억. 무릎이 꺾이며 시야가 내려앉았다. 몸이 부서질 듯 떨린다. 후시구로는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몸을 지탱했다. 바닥을 기어 간신히 핸드폰을 집은 후시구로가 그것을 귀에 가져다 댔다. 액정이 귀에 닿자 핸드폰은 자동으로 조도를 낮췄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메아리쳤다.

-메구미! 대답해! 메구미!!

“……선생님.”

괜찮다는 대답이 목구멍 아래로 떨어졌다. 후시구로는 눈을 깜빡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의 가운데에서, 그는 모든 것을 보았다. 낡은 천장 구석 거미가 살지 않는 거미집, 가장자리가 깨진 제단, 머리가 없는 불상. 주물이 놓여있던 제식용 그릇은 붉은색이었고 불상 옆 오래되어 바래진 감색 함에는 흰 연꽃이 그려져 있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또렷했다. 전에 없이 초조한 목소리가 그를 재촉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런 건, 정상이 아니다. 상황을 파악한 후시구로가 입을 가렸다. 선생님. 응, 메구미. 지금 갈 테니까… 박절한 목소리가 멀게 느껴졌다.

“저, 저주받은 것 같아요.”

먼저 통화를 끝낸 건 고죠였다. 액정에 통화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저주였다. 대처를 할 틈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 당장 실감할 수 있는 건 인간의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감각 정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저주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아닌가. 후시구로는 빈손을 천천히 흔들어 보았다. 특이할 것 없는 동작들이 망막에 아로새겨졌다. 영화의 필름처럼. 모든 순간이 잘게 쪼개져 인식범위로 흘러들었다. 그는 단순한 동작의 면면을 모조리 인식했다. 손바닥이 움직이는 순간 어느 손가락이 가장 크게 흔들렸는지, 어느 손가락이 마주쳤는지, 손톱 아래를 스치던 바람의 감각은 어땠는지. 기억을 돌린다. 날 선 오감이 저주의 순간에 겪은 기묘한 감각을 되새겼다. 현실감이 없었다.

후시구로는 약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비명을 지를뻔했다. 코앞에 고죠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후시구로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안대가 그의 목에서 달랑댔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 새파란 눈동자. 후시구로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둠 속에서 마주한 고죠의 얼굴은 무기질적이고, 비인간적이었다. 그의 특징과 같던 여유와 경박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감정이 배제된 미형의 얼굴이 오래된 이야기 속 심판자를 연상케 했다. 목이 탔다. 맨정신으로 해부를 당하는 것 같다.

고죠의 얼굴에 표정 비슷한 것이 생겨난 건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후시구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웃었다. 인간의 안구보다 어떤 광물에 가까워 보였던 눈이 가느스름하게 접혔다. 괜찮아. 후시구로를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 단순한 사실을 이르는 것인지. 할 말을 마친 고죠는 후시구로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그의 어깨에 감았다. 후시구로는 그의 가슴팍에 코를 박았다. 반사적으로 눈이 감겼다. 다음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귀를 어지럽히던 풀벌레 우는 소리가 사라졌다. 억센 풀잎과 거칠게 자란 나뭇가지가 내는 흉흉한 귀곡성이 사라진 공간을 낯익은 고요가 가득 메웠다. 고전의 결계 안쪽. 익숙한 자갈 정원과 보기 좋게 손질된 대나무숲, 오래된 양식의 건물 따위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다. 후시구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고죠를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흉내도 내지 못할 고등 술법이었다. 장거리를 단숨에 이동하는 술법은 사용 방법도 복잡하거니와 거리와 이동하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주력의 소모가 막심해 오늘날에는 사용하는 이가 많지 않았다. 심지어 술법을 구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인 고죠 사토루 자신조차 ‘이지치를 놔두고 왜?’ 따위의 황당한 감상을 늘어놓지 않았던가. 그런 고등 술식을 두 차례나 사용한 남자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후시구로의 감상을 알 리 없는 고죠는 숨 한번 헐떡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다른 손으로는 후시구로의 손목을 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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