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Dusk by 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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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건, 그 당시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다른 선택지를 끊임없이 곱씹어 보는 일이다.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막을 수 없는 생각의 파도가 밀려와 이성을 질식시키곤 하는 것이다.

친우를 잃은 소년은 그랬기에, 틈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스케줄을 채워 넣고 쉴 새 없이 일했다.

그러나 그를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데려다 주었던 새로운 힘이 그를 지치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피곤함에 잠겨 잠드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

 

 

“……우타히메가 선생님?”

“아앗, 깜짝이야!”

화들짝 놀란 뒤통수가 그를 돌아보았다. 고죠는 어쩐지 심드렁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근래엔 뭘 하든 그다지 현실감이 없었다.

“왜, 안 어울린다고 하려고?”

침묵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우타히메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맞은편에서 우타히메와 대화 중이었던 쇼코가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작게 혀를 찼다.

그 일 후로 쇼코와도 그다지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었다. 분명, 빈자리를 느끼게 되니까.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 그래.”

우타히메는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타히메와의 관계도 조금은 달라졌다. 아니, 달라진 건…….

 

 

그 날 너를 따라갔다면 무언가 바뀌었을까. 그가 곱씹은 수많은 갈래길 중엔 그런 것도 있었다. 우문이었다. 그가 따라갔다면 당연히 무언가 바뀌었을 것이고, 그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만이 남겨진 현실이니까.

그러자 그 다음엔 다른 질문이 따라왔다. 너를 따라갔다면, 그래서 무언가가 바뀌었다면, 넌 구원받았을까?

우문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영영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죠는 지금 이 순간, 그것을 알 수 없는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어울려.”

“……어?”

“어울린다고. 잘해 봐.”

고죠의 말에 당황하여 뒤돌아 본 우타히메는 그저 입을 벌리고 굳은 채로 고죠를 잠시 쳐다보다가, 떨떠름하게 ‘어……’ 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웃겨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입꼬리 근육이 뻐근했다.

 

 

결국 가지 않은 길은, 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고죠 사토루는 여전히 게토 스구루의 친우일 수 있지만, 게토 스구루가 가는 길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고죠 사토루는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인간이었으며, 친우가 가는 길은 그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었으니까.

“나도 선생님 해 볼까?”

“……진심이야?”

“흐음, 반쯤?”

그는 언제나 자신의 확고한 선택에 의해 행동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흘끗 바라본 쇼코의 눈매가 아까보다는 풀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타히메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채 고죠를 보고 있었지만, 이내 대답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고죠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보다는 편안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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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지혜로운 오목눈이

    저만의 게게가 되어주시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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