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약속

Dusk by 니아
5
0
0

“우~타히메!”

“……고죠.”

돌아보는 우타히메의 눈매가 의심쩍다는 듯 구겨졌다. 얼마 전부터 고죠 사토루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뭔가, 미묘하게.

왠지 더 친밀해졌다고 해야 할까. 원래부터 퍼스널 스페이스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편이긴 했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우타히메는 최근 고죠에 대한 경계 레벨을 올린 상태였다.

이번에도 고죠는 대뜸 우타히메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우타히메가 짜증스럽게 쳐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 불렀는데.”

“응? 그냥 보이길래.”

“………….”

“우리 사이에 부르는 데 이유가 필요해?”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데.”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선배와 후배, 직장 동료. 교사를 겸하는 만큼 다른 주술사보다는 약간 더 가까운 사이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멋대로 건드려도 되는 사이가 된 기억은 없었다.

“……흐음~”

“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기억 못 하는구나?”

“뭘.”

고죠는 대꾸하지 않고, 심지어 우타히메를 쳐다보지도 않고 천장 쪽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볼을 한 손으로 붙잡은 채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툭 하고 내뱉었다. 뭐, 상관없나.

“뭔데, 도대체.”

“아니, 뭐. 증거는 남아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뭘!”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 둘게. 우타히메도 기대해!”

잽싸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생존 본능인지, 머리가 팽팽 돌아 고죠가 태도가 바뀐 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 그 날, 술자리에서.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술자리 후반부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고, 우타히메는 부질없는 n번째 금주 다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타히메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후 고죠는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애초에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미리 준비해둔 일을 실행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술은 마시지도 못하면서 술자리에 늘 끼어들었던 것이 딱히 이런 일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역시 바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여기저기서 결혼하라고들 난리인데, 난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단 말이지. 우타히메는 어떻게 생각해?’

‘으음…… 네가 정 바라면, 못 해줄 것도 없고…….’

‘……엥?’

연애결혼에 대한 질문으로 우타히메의 결혼관을 떠볼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잔뜩 취한 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한 말이긴 하지만 뭐, 취중 진담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꺼내진 않았을 테고. 바로 폰을 들었다.

‘지, 진짜? 진짜 나랑 결혼해 준다고?’

‘슬슬, 뭐, 괜찮을까 싶어서…….’

‘약속이다?’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까지 확실하게 찍어 놨다. 옆에 있던 쇼코는 경멸하는 표정을 짓긴 했어도 말리지는 않았다. 일단 프러포즈할 때 저 영상을 무한 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취 상태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려나. 하지만 누가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어른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게다가 마음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척해 왔다는 것도 사실은 조금 괘씸했다. 이 정도는 용서해 줘야지.

“우타히메의 어른으로서의 태도, 어디 한번 봐 줄까?”

키득키득 웃으며 고죠는 다가올 미래를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