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위험한 발렌타인
히구루마 히로미 드림
BL드림입니다
이름 있는 고정 드림주
드림주 공 x 히구루마 히로미 수
Dom/Sub 버스입니다
서브인 척 하는 돔 드림주/돔인 척 하는 서브 히구루마 히로미
한국어 명령어
파트너 계약을 맺을 때 성적 접촉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마유
플레이 시의 접촉도 뺨이나 이마 등에 뽀뽀일 뿐으로 키스도 하지 않음
아직 안 사귐
그날은 히구루마 변호사 사무소에서 보기 드물게 한가한 날이었다. 어제의 심리가 검사의 결석과 행방불명으로 무기한으로 미루어졌고, 추가로 자료와 증언 보강을 하려고 해도 약속도 없이 당일에 찾아갈 만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히구루마와 시미즈는 사무실에서 이미 준비한 자료들을 재검토하며 변론의 헛점이 있을까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심리전까지 몇 번이나 살펴본 자료들이었다. 새삼스럽게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다.
“히구루마 씨. 저 잠시 커피 좀 사 와도 될까요?”
자료를 읽어보던 시미즈가 손바닥 아래부분으로 눈두덩을 누르면서 물었다. 히구루마는 다녀오라면서 사무실 명의의 카드를 꺼냈다. 그 제스쳐에 시미즈는 사양하지 않고 히구루마의 책상 앞에 서서 물었다.
“히구루마 씨는 뭘로 드시겠어요?”
“아무거나 차가운 걸로 부탁해.”
그렇게 말하면서 카드를 건네준 히구루마는 시미즈가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었다. 어젠 마유에게 미안한 짓을 해버렸어. 일부러 약속을 잡아서 유사 플레이까지 했는데 심리는 연기되고, 지난번 심리 때의 기억 때문에 평소보다 거친 플레이를 해 버렸다. 마유는 이 정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겠지만... 안 돼. 부정적인 생각은 멈춰야 한다. 이대로 계속하면 혼자 서브드롭에 빠질 거야. 무언가 긍정적인 것, 다른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최대한 사고를 유도하던 히구루마는 뺨에 닿는 차가운 것에 놀라 눈을 흡떴다.
“왓! 죄송해요. 많이 차가웠나요?”
테이크아웃 용 플라스틱 컵을 양손에 든 시미즈가 놀라 히구루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장난이었지만 지금은 사고를 끊어준 게 오히려 고마웠다. 잠깐 졸고 있어서 그랬다며 잔을 받아 빨대로 내용물을 빨았다. 그리고 커피의 쌉쌀함이 아니라 초콜렛의 단맛에 또 한 번 놀랐다.
“시미즈, 이건?”
“아, 내일이 발렌타인이라서 1+1 행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사 왔어요.”
그러고 보니 아무거나 차가운 걸로 해 달라고 했지 커피라고는 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맛이라 놀랐을 뿐 단 것을 싫어하거나, 못 먹을 정도로 단 것도 아니라 히구루마는 다시 빨대를 물었다. 잠깐 동안 사무실 안에는 빨대로 음료를 빨거나 젓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히구루마 씨, 마유 씨에게 초콜렛 드릴 건가요?”
“초콜렛?”
음료가 다 비어갈 때쯤 시미즈가 꺼낸 말에 히구루마가 계속 읽고 있던 서류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시미즈가 파티션 뒤에서 얼굴을 내밀어 히구루마를 보며 당연하지 않냐는 듯 물었다. 그녀는 히구루마가 서브인 것도, 마유와 역학을 뒤바꿔 연기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기이한 관계를 걱정하는지 가끔 이런 화제를 던지기도 했다.
“초콜렛을 꼭 줘야 할까?”
“발렌타인데이잖아요? 보통 연인들끼리 주고받는다고 하지만 돔과 서브도 많이 주고받는대요. 일부러 목걸이 모양 초콜렛이나, 목걸이 장식용 발렌타인 상품도 있는걸요.”
“목걸이 모양 초콜렛은 악취미같은데.”
“그래요? 커플링이랑 비슷한 감각 아닌가? 애들 장난감으로도 흔하잖아요. 반지 모양 사탕 같은 거.”
히구루마가 기막힌 표정으로 중얼거리니 시미즈가 되물었다. 뉴트럴인 시미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서브인 히구루마는 돔을 직원으로 둘 수 없었고, 돔이 시선이나 명령으로 위협할 때를 생각하면 서브를 직원으로 둘 수도 없었다. 조건을 따진 결과 타카기가 뉴트럴인데다 실력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 준 사람이 시미즈였다.
“돔과 서브의 목걸이는 뉴트럴들의 결혼반지와 같다고 할까. 당사자들 중엔 결혼반지나 혼인신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런 걸 초콜렛으로... 아니지. 혼인신고서도 상품으로 나오는 세상이니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목걸이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던 히구루마는 도중에 멈추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미즈가 다시 말을 꺼내 화제를 상기시켰다.
“히구루마 씨, 그거 말고 마유 씨한테 줄 초콜렛이요!”
“그렇지. 그 이야기였지. 딱히 이런 이벤트를 챙긴 적은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벤트를 챙기는 건 항상 마유였다. 마유는 히구루마에게 뭘 받는 것보다는 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런 그에게 발렌타인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이벤트는 마음껏 히구루마에게 선물공세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히구루마는 시선은 서류에 둔 채 의식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초콜렛. 뭘 줄까. 애초에 받으면 좋아할까? 마유도 분명 준비할 것 같은데, 맞교환이 되는 건 문제없겠지만. 여러 가지 선택지와 그에 따른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던 히구루마는 불현듯 한 가지 해답을 얻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위해서라면 서둘러야 했다.
“시미즈. 미안하지만 오늘은 먼저 돌아가도 될까? 사무실 문단속만 마치고 돌아가도 좋아. 지금부터 갈 곳이 생겼어.”
“네, 다녀오세요~”
어딜 가는진 몰랐지만 뭣 때문에 가는지는 뻔했다. 시미즈는 히구루마의 등 뒤에서 손을 흔들고 읽고 있던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 히구루마 선생님?”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코끝이 빨개진 히구루마가 서 있었다. 당황해서 몸을 틀어 시계를 보았지만 이제 겨우 오후 1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한창 일할 때인데 히구루마가 여기 왔다는 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케어가 필요해졌거나, 그만큼 기분이 나쁜 일이 있어서 왔을 거란 생각에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물어보았지만 히구루마는 그런 거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일단 히구루마를 안으로 들이니 그제야 그가 들고 있는 짐에 시선이 갔다. 고급스러운 검은색에 금색으로 영문이 인쇄된 쇼핑백이었다.
“히구루마 선생님, 이건 뭔가요?”
“...발렌타인이니까, 내가 준비한 선물이다.”
그 말에 마유의 스위치가 켜졌다. 당혹감이 가득하던 표정이 희열을 머금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마유에게 막혀 방에 가지고 못하고 서 있던 히구루마는 갑자기 그를 끌어안는 두꺼운 팔에 놀라 들고 있던 짐을 떨어뜨릴 뻔했다.
“고마워, 히로미. 네가 내 서브라니, 난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람이야.”
귓가에 내려앉는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전해지는 단어 하나하나가 히구루마를 채워간다. 히구루마는 마유의 몸에 팔을 두르며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마유는 몇 번인가 히구루마에게 입맞춤을 하고서야 간신히 그를 놓아주었다.
“얼른 옷 갈아입자. 히로미의 선물을 빨리 보고 싶어.”
이렇게 기뻐해 줄 줄 몰랐다. 내가 갈아입는 동안 먼저 꺼낸다는 선택지도 있는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으로 들어간 히구루마는 뒤따라 들어오는 그림자를 보고 왜? 하고 작게 물었다.
“내가 갈아입혀 주고 싶어. 괜찮아?”
마유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비호욕에 비해 히구루마가 싫어할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 파트너가 될 때 동성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히구루마가 옷은 스스로 갈아입고 싶다고 선언한 이후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면 직접 갈아입힌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직접 갈아입혀 주고 싶다고 하다니, 그렇게나 기뻤을까?
“...좋아.”
아무리 그래도 조금 부끄러워서 등을 돌린 채 옷을 벗었다. 등 뒤에서 뻗어진 손이 벗은 옷을 받아 가는 걸 보니 마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시중을 드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좋아져 큰마음을 먹고 뒤돌아서니 옷장에서 옷을 찾던 마유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뜬 게 또 우스워서 이번엔 소리 내서 웃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히로미.”
“응, 네가 내 선물에 놀라고 기뻐하니까, 기분이 좋아.”
“그야 당연히 기쁘지. 자, 만세.”
실내복으로 자주 입는 티셔츠를 꺼내서 다가온다. 마치 아이를 다루듯 팔을 들라고 시키는 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벗은 채 실랑이 하고 싶지 않아 얌전히 팔을 들었다. 상의를 입힌 마유가 다음에 꺼낸 건 기장이 긴 트레이닝복이었다.
“그건 싫어.”
“그럼 어떤 게 좋아? 말해줘, 히로미.”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야속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아직 약간 남아있는 이성으로 생각한다. 오늘 히구루마는 아직 한 번도 마유에게 조르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 이건 서브의 조르기를 유도하는 돔 나름의, 약간의 짓궂음이다. 히구루마는 결국 옷장 아래쪽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기 있는, 반바지... 짧고 얇은 게 좋아...”
마유는 히구루마를 보고 길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자기 어조가 무너진 거,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 없겠지. 이럴 때의 히구루마는 정말, 정말 사랑스럽다. 당장 칭찬하고 싶은 걸 참고 반바지를 골라 히구루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입을 수 있도록 벌려주었다.
“자, 히로미. 내 어깨 짚고 천천히.”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깨를 짚고 바지 안에 다리를 넣는다. 바지를 올려주고, 일어서면서 히구루마를 안아들고 침실로 향했다. 침실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마유는 끝없이 히구루마의 귀에 칭찬의 말을 쏟아붓고 있었다.
“입고 싶은 걸 스스로 말해줬네. 잘했어, 히로미. 훌륭해.”
한 팔에 히구루마를 안고, 다른 손으로 복도에 놓여있던 짐을 챙겨 침실로 온 마유는 침대에 앉아 무릎에 히구루마를 앉히고 허리를 안아 언제나 플레이 할 때의 자세를 잡았다. 히구루마의 무릎 위에 그가 사 온 쇼핑백을 올려주니 차가운지 조금 움츠리면서 품에 파고드는 게 사랑스러웠다.
“히로미, 내 선물 보여줘.”
“응, 여기...”
마유는 쇼핑백에서 선물을 꺼내는 동작 하나하나 망막에 새길 것처럼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히구루마가 꺼낸 것을 보고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잠시 말을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다.
“...두 개?”
왜 두 개? 내 거 아니었나? 하난 누구 거지? 시미즈 씨? 물론 평소에 나도 신세 지고 있으니 의리초코 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왜 내 거랑 똑같은데? 마유의 머릿속을 폭풍처럼 휩쓰는 생각을 알 리 없는 히구루마는 뺨을 붉히면서 웃었다.
“하나는 마유에게 선물이고,”
똑같은 두 개를 한 손에 하나씩 나눠 들고 굳이 한 손을 들어보인다. 그럼 다른 하나는? 하고 물어보는 목소리에 알기 쉽게 불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계속 칭찬을 받아서 들떴는지 그 불만을 눈치채지 못한 채 반대쪽 손을 들어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이건 마유가 나한테 줄 거.”
“응?”
그 말에 마유가 잠깐 멈추었다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응시했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내가 히로미에게 줄 초콜렛을 히로미가 직접 샀어? 왜? 나 매년 발렌타인데이 선물 준비했는데? 올해도 준비해 뒀는데? 내가 주는 선물이 뭔가 아쉬웠을까? 히로미가 원하는 만큼 맛있거나 고급품이 아니었을까?
“...왜?”
한참 생각하던 마유가 온갖 질문을 줄이고 줄여서 물었더니 히구루마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거, 독립하기 전에, 의뢰인이 답례라면서 가져와 준 브랜드인데... 그땐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느라 몇 개 못 먹었지만 전부 맛있었거든. 마유에게도 주고 싶었어. 그리고,”
마유를 올려다보는 히구루마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뺨은 이미 복숭아 색으로 물들어 취한 것처럼 표정이 풀려 있었다.
“마유가 나한테 먹여주면 좋겠어.”
“...그런데 왜 두 개나 필요합니까?”
저도 모르게 플레이 때의 말투를 잊고 존댓말을 써 버렸다. 서둘러 한 개를 나눠 먹으면 되는데, 하고 덧붙이니 히구루마는 말투를 지적하지 않고 질문에 대답했다.
“한 개만 있고, 내가 그걸 맛있어하는 것 같으면, 마유는 전부 나에게 줄 테니까?”
정곡이었다. 마유가 부정도 변명도 하지 못하고 히구루마를 보고 있자니 히구루마가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 내 표정이 그렇게 우스울까. 씁쓸하게 웃으면서 보고 있자니 히구루마가 들고 있던 초콜렛 상자의 포장을 벗기기 시작했다. 마유가 히구루마에게 먹여줄 몫이었다.
“자, 얼른 먹여줘. 그리고 칭찬해줘.”
“정말이지, 원하는 걸 이렇게나 똑부러지게 말하다니... 히로미 같은 서브도 흔치 않아. <굿 보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돔에게 모든 걸 맡기는 서브도 있고 그걸 즐기는 돔도 있었지만, 마유는 히구루마처럼 자기주장이 있고 심지가 있는 서브가 좋았다. 돔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고, 원하는 바를 스스로 생각하고, 그걸 위한 준비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서브라니. 히구루마를 칭찬하고 상자에서 초콜렛 한 개를 집었다. 납작한 형태의 초콜렛을 엄지와 검지로 잡은 그 모습에 히구루마가 다시 웃었다.
“1엔 동전 같아.”
“오늘 히로미는 많이 웃네.”
초콜렛이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1엔 동전만큼 작은 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스스로 봐도 비율이 이상했다. 그래도 이걸 보고 히로미가 웃는다면 아무래도 좋지. 마유는 웃으면서 손가락을 히구루마의 입가에 가져갔다.
“히로미, <아>”
입을 벌리는 행위를 뜻하는 짧은 어절이 명령이 되었다. 히구루마는 얌전히 입을 벌렸고, 마유는 이빨 사이로 보이는 혀 위에 초콜렛을 올려주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입을 살짝 우물거리는 게 귀여워서 이마에 뽀뽀해주고 하나를 더 집었다.
“하나 더 먹을래? 히로미.”
“응, 좋아.”
명령 없이도 입을 벌리는 모습에 마유는 뱃속이 다시 뭉클한 기쁨으로 진탕되면서 몸이 뜨거워졌다. 이건 조금 위험한데. 생각하면서도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니 히구루마는 초콜렛과 함께 손가락 끝을 물었다.
“히로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두 개째의 초콜렛을 먹고 나서 왜 그러냐고 묻는 말에 마유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좀 이따가 점심 먹어야 하니까, 지금은 두 개만 먹을까? 이따가 점심 먹고 나서 더 먹자.”
아이를 달래는 말 같았지만 마유는 지금 유도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면서 히구루마의 대답을 기다리던 마유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데 안심했고, 목에 팔을 두르면서 같이 자 달라고 하는 데 기절할 뻔했다. 플레이 후엔 히구루마와 함께 잠드는 경우가 많았으니 같이 자 달라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자기 다리를 꼬집으며 잠깐 속으로 기도문을 외우려고 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건 기도문이나 불경이 아니라 육법전서의 몇 줄이었고, 곧이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선 히구루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쳐서 기절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네. 포기한 채 생각하면서 히구루마를 안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래, 같이 자자. 일어나면 히로미가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 줄게. 잘 자, 히로미.”
“잘 자...”
커다란 몸 안에 힘껏 파고드는 히구루마를 최대한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돔과 서브가 플레이할때는 나른함과 고양감이 함께 찾아온다. 평소 마유는 나른함에 휩쓸려 자버리는 걸로 고양감을 해결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고양감이 더 컸다. 하지만 히구루마와 파트너 계약을 맺을 때 그런 종류의 접촉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했다.
“정말, 사람 피말리네...”
이따 점심식사 후에 또 초콜렛을 먹여달라고 하면 그땐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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