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그다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두려웠다.

선천적으로 겁이 많은 기질 때문일까.

그래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굳이 가지 않았다.

이미 한번은 걸어봤던 길만,

혹은 남들이 해보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길만 걸었다.

그래서 더욱 가파른 절벽 위로 향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거짓말 같다는 얘기다.

얼마 전 세 들어 사는 집 옥상 평상에 앉아 밤공기를 쐬고 있을 때였다.

보통이라면 모두 잠들고 아무도 없을 시간이었는데, 그날은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흑발을 살랑이며 걸어온 낯선 청년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 한번 집주인에게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래층에 사연 많은 젊은 청년이 산다고.

쉬지 않고 일을 하며 늦은 밤에서야 돌아와 새벽 일찍 다시 나간다고.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집주인도 그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초면인 세입자 아줌마를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부끄러운지 소매로 벅벅 닦아 눈물을 훔친 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렇게 부끄러우면 다시 내려갈 법도 한데 그는 한참 동안을 나와 같이 평상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바운더리를 건들지 않으며 새벽공기를 맡았다.

그러다 그가 입을 뗀 건 슬슬 들어갈까 고민할 즈음이었다.

청년은 꽤 큼지막하게 생겨, 몸을 일으키자 환한 달빛이 다 가려질 정도였다.

그는 내 앞에 한참을 서서 옴짝달싹하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매일 같은 길을 걷고 있는데 이제 그만 걷고 싶으면 어떡해야 해요?”

그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질문을 들은 나는 그보다는 어른이었으니까, 얄팍한 책임감으로 최대한 정성스러운 답을 내놓으려고 노력했다.

한참 뒤에 청년이 이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밤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나도 모르게 캐리어에 짐을 가득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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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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