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그게 뭐라고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랑 루주. 미카는 슈에게서 선물받은 빨간 우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펼쳐 들고 빙글빙글 돌리면 마치 빨간 풍차처럼 보이는 경쾌하고 예쁜 우산이라는 데서 착안한 이름이었다. 

"어머. 인형에게 이름을 붙이는 건 이해가 되는데, 우산에까지?"

아라시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미카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내 저번에도 양산 선물받았는데 안 들고 다닌다꼬 억수로 혼났다 아이가. 요새 비 많이 오니께, 이번에는 진짜로 잘 들고 다니라고 우산 주믄서 스승님이 단단히 당부했데이. 근데 내 자꾸 깜빡깜빡 물건을 잘 까묵고 다니지 않나. 그래가 내 고민하다, 이름이라도 붙이믄 한 번 더 챙기지 않을까 싶어서 그란 기다. …나루쨩이 보기에도 마이 이상하나?"

"으으응, 아냐. 후후, 역시 미카쨩은 귀엽다니까."

들고 다니라고 준 선물을 서랍 속에 꽁꽁 숨겨 두고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닳을세라 아껴 두기만 하는 것보다는,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해 주는 게 물건 입장에서도 기쁘지 않을까 하고 아라시도 생각했다. 무엇보다 잘 쓰는 모습을 보여야 준 사람으로서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뭐, 내가 그 인간 기분까지 생각해줄 의리는 없지만?"

"응아, 무신 소리고?"

"아니야. 아무튼 정말 귀엽다, 우산에 물랑 루주라니."

"응헤헤, 나루쨩이 그래 말해 주니께 좋구마."

어느덧 장마철에 접어들어 벌써 며칠째 맑은 하늘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빗속을, 빨간 우산을 쓰고 다니는 미카의 모습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기에 아라시는 때때로 성주관 창문 밖으로 그 모습을 발견하면 조용히 흐뭇해 하곤 했다.

어느 날 성주관 공유방에서 마주친 이즈미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나루 군, '물랑쨩'이 누군지 알아?"

"응? 그게 누구야?"

"아니, 방금 전 택시 타고 오면서 얼핏 봤는데… 지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잖아? 그런데 이츠키네 카게히라가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문을 살짝 열어봤더니 물~ 랑~ 쨩~! 물~ 랑~ 쨩~! 하면서 뛰는데… 뭐지? 여자애 이름인가? 했다고."

"물랑쨩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라시는 문득 며칠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있지, 이즈미쨩. 혹시 미카쨩, 버스 뒤를 쫓아가고 있던 거 아니었어?"

"버스? …도로가 워낙 밀려서 잘은 모르겠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설마…."

불길한 느낌이 든 아라시가 바로 전화를 걸자, 잠시 후 받은 건너편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밀려왔다.

-하아, 하아… 나루쨩? 무신 일이고?

"미카쨩, 설마 버스나 택시에 우산 놓고 내렸어? 아니지, 참. 물랑 루주를?"

-응아아아, 우예 알았노?! 나루쨩은 천리안이가? 내 방금 깜빡하고 물랑쨩 놓고 내렸다가 버스 문 닫히자마자 깨달았지 머고! 그래가 세 정거장 쫓아가가 물랑쨩 찾아왔데이! 하후, 딱 죽는 줄 알았구마!

"맙소사…."

이즈미의 설명대로라면 지금쯤 물에 빠진 생쥐 꼴일 텐데도 미카의 목소리는 밝기 그지없었다.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했던 우산을 되찾았다는 기쁨이, 몸을 얼어붙게 하는 추위와 흠뻑 젖은 불쾌감마저 전부 밀어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세 정거장이나 전력으로 달렸다면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멀쩡할 리가 없다. 걱정이 된 아라시는 지금 어디냐고 물으려 했지만, "내 그라믄 바쁘니께 끊는데이! 할 얘기 있으믄 담에 하자, 나루쨩! 미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겨버렸다.

"어머, 정말. 나도 지금 나가 봐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미카쨩, 분명 감기 걸릴 텐데…."

아라시는 뺨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예전보다 조금은 건강해졌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스케줄을 마치고 저녁 무렵 성주관에 돌아온 아라시는 리츠와 미카의 방을 찾아갔다.

"미카쨩, 안에 있어? 들어가도 될까?"

"…아아, 나루카미로군. 조용히 들어오도록."

하지만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방 주인 둘 중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아라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모르는 목소리가 아니었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이츠키 선배잖아. 일본에는 언제 왔어?"

"오늘 귀국했다. 카게히라가 자고 있으니 목소리를 낮추어 주면 좋겠군."

"어머, 선배가 왔는데 미카쨩이 자고 있다고?"

놀란 아라시가 침대를 내려다보니 이마에 냉각시트를 붙인 미카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색색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낮에 이즈미와 나눈 대화를 떠올린 아라시는 이마를 짚었다.

"그럼, 아까 서둘러 가야 한다고 전화를 빨리 끊었던 용건이 설마…."

"나루카미는 카게히라가 왜 흠뻑 젖었는지 알고 있는 건가?"

슈가 갑자기 물어뜯듯 덤벼들었다. 놀란 아라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슈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늘어놓았다. 여차하면 손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툭하면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시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굳이 공항 마중을 나올 필요는 없다고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야! 하지만 어떻게든 나오겠다며 부득부득 우기더니, 막상 나타난 꼴을 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를 맞아서 물을 뚝뚝 흘리는 상태가 아닌가. 놀라서 우산은 어떻게 했느냐고 했더니 글쎄, 쓰라고 준 우산은 품에 꼭 안고 오히려 하나도 젖지 않은 상태였어. 어리석고 미숙한 존재라고 늘 생각은 했지만, 설마 우산의 용도조차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덕분에 나는 귀국하자마자 이 바보를 부축해서 이곳으로 직행해야 했다. 오는 길에 차츰 증세가 나빠져서, 택시 안에서 결국 열을 내며 쓰러지는 바람에 서둘러 약을 먹이고 재우기는 했지만…."

홍조를 띤 채 잠들어 있는 미카와 달리 슈의 얼굴은 새파랬다. 그야 미카가 그런 꼴로 갑자기 나타났다면 깜짝 놀라기야 했을 것이다. 아라시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아는 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아마 버스를 갈아타는 타이밍에 우산을 놓고 내린 것 같은데, 차라리 잊어버려서 버스를 아예 놓쳤다면 빗속에서 전력질주를 할 일은 없었을 거라고 봐. 아낀다고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어설프게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아. 휴우, 정말 바보 같은 아이라니까."

이마로 쏟아진 앞머리 몇 가닥을 쓸어올려 주며 아라시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한편 설명을 들은 슈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부주의한 탓에 버스에 놓고 내렸다면 물건을 아끼지 않는 데 대해 조금은 야단을 쳤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온 몸을 던져서까지 되찾으라고 가르치지는 않았다. 나는, 때로 카게히라의 극단성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어."

"후후, 예술가들은 다 그런 거 아니야? 미카쨩의 '스승님'이 그걸 이해하지 못하다니 의외인걸."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취급이 다소 버거울 때가 있을 뿐이지… 하아, 뭘 그렇게 꼭 껴안고 있나 했더니, 그게 바로 이 우산이었군."

몸을 뒤척이던 미카의 품에서 곱게 접힌 빨간 우산이 데굴데굴 떨어져 내렸다. 미카가 눈을 감은 상태로도 손을 내밀어 허공을 허우적거리자 그 가느다란 팔을 슈가 꽉 잡았다. 그리고 손을 잡고 깍지를 끼자 미카는 행복한 얼굴로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라시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몸을 돌렸다.

"어쨌든 선배가 왔으니 난 그만 가 볼게. 리츠쨩은 오늘 지방 스케줄이 있어서 안 들어올 테니까 편하게 있고."

"카게히라를 걱정해 줘서 고맙다는 것이야. 항상 신세를 지고 있군."

"천만의 말씀. 저 이츠키 선배가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바뀌다니, 정말 몇 번을 봐도 낯설다니까."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라시가 방에서 자취를 감추자 슈는 참았던 한숨을 호르르 몰아쉬며 손을 놓지 않은 채 미카의 침대 한쪽에 걸터앉았다. 이마에 붙였던 냉각시트를 만져 보니 많이 미지근해졌다. 갈아 주려고 손을 빼내려 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미카 쪽에서 꽉 잡고 있어서,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슈는 손을 잡은 상태로 허리를 숙여 발 밑에 떨어져 있던 우산을 주웠다. 주말 벼룩시장에서 손에 넣은, 그리 값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디자인이 제법 슈의 심미안에 들어 미카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구입했던 작은 우산이었다.

"대체 이게 뭐라고."

우산에 붙인 이름을 외치며 빗속을 달려갔다던 미카의 모습을 상상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 긴박하고 처절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였을지 몰라도, 본인에게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을 껴안고. 도심지의 버스는 쌩쌩 달리지 못하고 신호와 교통정체에 자주 걸리니 죽을 힘을 다해 쫓아가면 아주 못 따라잡을 것도 없었겠지만, 그 미끄러운 빗속에서 용케 넘어지지 않고 따라잡았다 싶다. 가엾은─아니, 이제는 인형이 아니니 가엾다는 말은 동등한 인간인 네게 모욕이겠지. 그러나 슈의 감성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 모르는 그 모습에서 자꾸만 의미를 찾게 된다. 

"늘 그렇듯 물건을 잃어버리면 내게 벌을 받거나, 내가 널 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야? 그래서 그렇게 온 힘을 다해서 우산을 되찾으려 한 건가?"

허리를 숙인 슈가 미카의 귀를 향해 속삭이듯 물었다. 굳이 깨울 생각은 아니었지만, 숨결이 귓가를 간질여서인지 미카는 다소 미간을 찌푸리더니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 

"응후후, 스승님…."

"그렇게 앓아누운 상태로, 뭐가 좋다고 웃는 건지. 머릿속에 온통 톱밥밖에 안 차 있나 보군."

미카는 슈의 이번 귀국을 꽤 손꼽아 기다렸고, 2~3일 정도는 여유롭게 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스케줄을 비워 뒀었다. 그래서 감기 때문에 스케줄에 지장이 생길 걱정은 없었지만 슈 입장에서도 미카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머릿속으로 일정을 짜 놓았던 만큼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가시돋친 말을 내뱉자 미카가 또다시 웃었다.

"내, 쫌 빨리 출발한 덕분에 우산 찾아오고도 스승님 마중에 안 늦었데이…."

"그 사실로 지금 칭찬을 받겠다는 건가?"

"응아, 내 깐에는 머 하나 실패한 기 없는데에…."

스승님이 준 선물도 잃어버리지 않았고, 스승님의 공항 마중에도 제시간을 맞춰 갈 수 있었다. 미카로서는 모든 것이 성공이었다. 

"감기 쫌 걸린 거야 머 하룻밤 푹 자믄 낫는데이…."

"한 번 걸리면 몇 날 며칠을 앓아누웠던 주제에, 아직도 자기 스스로를 파악하지 못한 건가? 아이돌로서 컨디션과 자기 몸의 상태를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나태한 일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잔소리를 늘어놓던 슈는 미카의 눈이 다시 사르르 감기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이 들었지만 열로 인해 다시 잠기운이 밀려든 모양이었다.

잡혀 있던 손에서 겨우 힘이 빠졌다. 슈는 미카의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려 잘 덮어 주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새 냉각시트를 가지러 갔다.

앓아누운 미카를 간호하는 일은 이전 같았으면 그리 드물지도 않았지만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산 시간이 어느덧 몇 개월이 되다 보니 벌써 옛날 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는 툭하면 탈이 나는 실패작 인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인형사의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끼고 사랑하는 단 하나뿐인 유닛 멤버, 예술의 파트너. 

미카의 상태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컨트롤함으로써 인형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대를 걱정하고 돌봐 주고 싶을 뿐이다. 

그깟 우산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고, 그렇게 아파서 앓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하지만 몇 번을 이야기해도 그 말이 미카의 마음 속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도무지 울리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슈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리 너 자신을 아끼지 않는 것은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도, 미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번에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피해를 입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슈는 긴 한숨을 내쉬며 냉각시트를 새로 붙인 미카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빨간 우산을 들고 미카의 옆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운 뒤, 자신들 둘 위로 우산을 펼쳤다. 우산대 길이를 절묘하게 조절하니 거치적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자신들의 얼굴 위로 씌울 수 있었다.

"응아…?"

옆으로 들어온 차가운 체온과 눈앞에서 우산을 펼치는 큰 소리에 놀랐는지 미카가 다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슈는 우산 속에서 미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카는 밤눈이 어두워 어둠 속에서 앞을 잘 보지 못하지만, 오로지 자신들 둘만을 가둔 이 어둠은 편안하게 느껴 줄 것이다. 그렇게 기도하며 슈는 미카의 몸 위로 팔을 두르고 바짝 끌어당겼다.

"머고, 스승님…?"

"…네가,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회수해 온 우산을. 반대로 가장 유효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네 노고를 치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네 육체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규탄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나를 위해 기울인 네 노력이 보답을 받지 못하겠지.

커다란 성주관. 그 안의 1층 방 한 칸. 그 안에서도 침대 하나. 또 그 안에서, 우산으로 펼친 한아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공간. 슈와 미카는 단둘이서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의 온기와 서로의 숨결만이 그 안을 메우고 있다. 열로 멍해진 미카의 머릿속은 그 사실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안온한 기분에 그저 옆에 있는 의지되는 상대의 몸에 더욱 가까이 매달렸다. 

"옛날, 몽마르트르의 물랑 루주에서는 실제로 많은 밀담이 오갔지. 그것은 천박한 배금주의의 산물이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그곳은 파리 사교계를 지탱하는 중추와도 같은 곳이었어. 카게히라, 네가 지켜낸 이 작은 물랑 루주 안에는 오로지 너와 나 단둘만의 영혼이 차오르게끔 하자꾸나.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은밀하고도 풍요로운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어서."

"으응… 미안타, 스승님. 스승님 얘기는 원래도 어렵지만, 지금은 내 머리가 아파가 진짜 먼 말인지 하나도 몬 알아듣겠데이… 후후, 캐도 전화기 안 거치고 바로 스승님 목소리 듣는 기는 좋구마."

비도 내리지 않는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우산을 펼치고, 그 아래에서 거의 숨소리나 다름없는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는 정말로 우산 아래의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의 영혼이 뒤엉키고 녹아들어 하나가 되는 것만 같다는 기묘한 충만감을 느끼며, 미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푹 자거라. 세상에 오로지 우리 둘밖에 존재할 수 없는 이 안전한 공간 안에서."

마법의 주문처럼 속삭이는 슈의 목소리에 미카의 얼굴에는 마치 갓난아기처럼 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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