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슈미카_전력_60min 

주제: 캐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슈는 올해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 못 받을 거야.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항상 생떼를 쓰면서 어리광만 부리니까.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한테만 선물을 주시거든." 

"선물을 못 받는 건 심술궂은 누님이라는 것이야. 나는 잘못된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어느 날, 어린 슈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었다. 영특한 슈는 알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실재하며,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는 아름다운 마을에 살고 있다. 주소란에 '산타 할아버지께'라고 써서 빨간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반드시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가 전달된다. 그러므로 핀란드까지 편지가 전달될 날짜를 계산해서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게 편지를 보내면 슈는 원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어린애답지 않은 달필로 '앤티크 인형'이라고 쓰고 있는 슈의 편지를 들여다본 누나가 비웃듯 말하자, 슈는 발끈했다. 

고작 아홉 살짜리와 뭘 그렇게 진심으로 다투느냐며 쳐다볼 수도 있겠지만, 늘 발돋움하며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슈에게는 오히려 진심으로 다투어 주는 편이 응석을 받아 주는 방법이라는 것이 이츠키 가족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홉 살이 아니라 더 어린 나이부터 슈는 형과 누나의 신랄한 놀림에 맞서 싸워야 했다. 사실, 그 광경을 제일 즐긴 사람은 할아버지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나저나 슈는 이미 갖고 있는 인형이 많은데, 또 인형을 받고 싶은 거야?" 

 

옆에서 차를 마시던 형이 묻자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셀린과 카타리나가 크게 싸웠다는 것이야. 나도, 다른 아이들도 둘의 사이를 중재해줄 수가 없어. 산타 할아버지가 새로운 친구를 데려다 주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지." 

"아, 그래."

 

방을 꽉 채운 앤티크 인형에는 하나하나 유럽풍의 소녀 이름이 붙어 있다. 그것을 정확히 다 외우고 있는 것은 주인인 슈뿐이고,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던 식구들도 이제는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솔직히 누가 누군지 다 구분하긴 어렵다. 

 

"…보통 저 나이 때는 상상친구라는 걸 갖기 마련인데, 슈는 인형이 워낙 많아서 그것과는 또 다른 방식의 유년기를 보내고 있나 보네." 

"쉿, 오라버니. 목소리가 너무 커." 

 

형과 누나가 무어라 속닥거리든 슈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방에 가면 친구는 많았고, 오히려 어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인형들의 말이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것은 슈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게끔 했다. 

인간에 비하면 인형은 아름답고, 조용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다. 

차분한 표정으로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할 뿐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예쁜 여자 옷을 입고 인형을 들고 다닌다고 비웃거나 때리지도 않는다. 류~ 군처럼 덩치 크고 힘이 센 아이에게는 꼼짝도 못 하는 주제에. 학교에서 분명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배웠으면서, 그 야만인 같은 놈들은 대체! 

 

 

Oh bring us some figgy pudding, oh bring us some figgy pudding, 

Oh bring us some figgy pudding, and bring it right here.

 

 

"자, 그럼 12월이 생일인 친구들을 한 번 불러 볼까? 미카, 나나, 유키, 리오, 아오이, 그리고…." 

"선생님! 안나랑 렌도 12월 생일이에요!" 

"아, 그렇구나. 휴우, 12월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 건지. 어디, 다 모였니? 자, 그럼 다 같이 촛불 불까?" 

 

커다란 상에 평소보다 조금 나은 식사와 과자 종류가 차려지고, 고아원 아이들이 모두 둘러앉았다. 제일 인원이 적은 달에도 한 명 한 명의 생일을 다 챙겨 줄 수가 없어 이렇게 합동으로 생일파티를 하곤 하는데, 더구나 생일인 아이가 가장 많은 12월은 인원이 넘치다못해 선생님들조차 목록에서 가끔 이름을 빠뜨릴 정도였다. 

 

"와~ 케이크!" 

 

눈처럼 새하얀 크림 케이크는 그렇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하는 음식인데 생일인 아이들끼리만 나누어 먹으면 다른 아이들이 울기 때문에 결국 아주 얇게 썰어서 모두 함께 맛이나 보고 끝난다. 

 

"맛있나?" 

"응…."

 

미카는 옆에 앉아서 벌써 자기 몫의 얇은 케이크 조각을 다 먹어치운 어린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크림까지 싹싹 긁어먹고도 아쉬운 듯 포크를 빠는 아이를 보다, 미카는 겨우 한 입 떠먹은 자신의 접시를 옆으로 내밀었다. 

 

"더 무라." 

"응아, 그치만 미카 오빠야는…." 

"내는 개안타. 여서 나이 젤 많은 '미카 오빠' 아이가." 

 

미카는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주변 아이들이 모두 한 입씩 먹을 수 있도록 자기 몫의 케이크 접시를 돌렸다. 

12월의 생일 파티가 그래도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고아원 안을 캐롤 음악이 채우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아이들은 명랑하게 웃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TV에서도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이 줄곧 흘러나와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카 오빠야는 산타 할부지 본 적 있나?" 

 

케이크를 다 먹은 아이가 물었다. 미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는 착한 얼라가 아니라 산타 할부지가 선물 안 주신데이." 

"미카 오빠야가 와?! 케이크도 나눠 주구, 우리랑 놀아 주구, 와 착한 얼라가 아인데?" 

"응아, 내는…." 

 

내가 착한 얼라였다믄 우리 어무이, 아부지가 내를 버렸으까? 

미카는 그렇게 말하려다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다. 자신이 그렇게 말하면 고아원 아이들 모두가 나쁜 아이들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이들이라고 마냥 천사처럼 순수하고 착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도 미카는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그렇게 말할 만큼 눈치가 없지도 않았다. 

미카는 멍하니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가, 옆자리 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비밀이데이." 

"에이, 먼데에~." 

  

 

We won't go until we get some, we won't go until we get some, 

We won't go until we get some, so bring it right here.

 

 

"스승님, 쫌 개안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군… 카게히라, 저녁은 먹었느냐?" 

 

성탄절 당일, 열이 내리지 않은 몸을 간신히 질질 끌고 '스타라이트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가다가 눈 쌓인 운동장에 쓰러졌던 슈는 지나가던 Knights의 레오와 이즈미에게 구조를 받아서 간신히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앓아누운 상태에서 부모의 눈을 피해 집을 빠져나오다니 새삼 생각해 봐도 무모한 짓이기는 했지만 열이 어느 정도 내린 지금 돌이켜 보면 오히려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머릿속으로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미카가 기다리는 강당에 도착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나즈나와 셋이서 Valkyrie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슈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3인 체제의 Valkyrie에게 고하는 작별의 무대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절차이기도 했다. 

 

"으응. 내도 입맛이 없어가… 아, 그치만 이거, 스승님 어무이가 주셨데이." 

 

미카가 옆에 있던 쟁반을 가져왔다. 식지 않도록 덮개를 씌워놓은 티팟과 찻잔 두 개, 그리고 예쁜 장식이 얹어져 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두 조각이 놓여 있었다. 

 

"스승님 깨믄 같이 물라꼬 챙겨 놨다 아이가." 

"혼자라도 먼저 먹었으면 좋을 것을…. 흐음, 하지만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혼자 먹는 것만큼 허무한 일은 없지. 그래, 함께 이 성야를 축하하자꾸나." 

 

슈는 비틀비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열이 난 상태로 푹 자고 일어난 직후 특유의 멍한 머리가 다소 버거웠지만 이를 악물고 무대를 해냈다는 성취감 덕분인지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미카가 놀라서 허둥지둥 부축하려 했지만 슈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카를 가만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카게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인형…. 모자라고, 부족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심하고 가엾은 내 인형." 

"스, 스승님의 매도에는 익숙해지긴 했지만 설마 눈 뜨자마자 들을 줄은 몰랐구마." 

 

협탁을 끌어와 쟁반을 내려놓고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각자의 포크를 집어들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하게 내려 쌓인 눈처럼 하얀 케이크를 내려다보던 미카가 헤헤 웃었다. 

 

"사실은 내, 이걸 다 묵어도 되나 황송하구마." 

"…? 홀케이크도 아니고, 한 사람 몫의 한 조각이 황송할 이유가?" 

"고아원에 있을 때는 한 쪽도 노나 묵는 기 습관이 돼가꼬… 응아, 글타구 머 차별을 받거나 그런 기는 아이다. 동생들이 워낙 많아가, 내가 노나 준 기다." 

 

포크로 케이크를 떠서 입에 넣으려던 슈가 문득 손길을 멈추었다. 홀케이크를 8등분한, 평범한 크기의 한 조각 케이크. 기념일이 되면─아니, 별다른 기념일이 아니어도 집안에 케이크를 먹고 싶은 누군가가 있으면 당연히 주어지는 한 사람 몫에,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크루아상이었던 슈에게 사실 케이크는 달기만 할 뿐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미카가 좋아하는 빨간 사탕 같은 딸기가 올려져 있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내려다보던 슈가, 자신의 케이크에 올려져 있던 딸기를 포크로 찍어서 내밀었다. 

 

"이렇게?" 

"으응?"

"동생들에게 케이크를 나누어 주었다면서. 이렇게 했느냐?"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미카가 당황해서 손을 마구 내저었다. 

 

"아, 아이다! 내, 스승님 몫까지 탐낸 기 아이다! 내 달라는 얘기가 아이고, 걍, 통째로 하나를 다 묵기가 쫌… 글타구…." 

"언제까지 내가 팔을 계속 들고 있게 할 셈이냐? 주는 음식조차 받아먹지 못하는 모자란 인형 같으니." 

"으, 응아아…." 

 

싸구려 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 모양 싸구려 젤리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겠지만 과육이 두툼하고 과즙도 새콤달콤한 고급 딸기를 두 개나 먹으면 또다시 배탈이 날 것 같아, 미카는 몸 둘 바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몫으로 그것은 너무 과했다. 

 

"어서." 

 

도망치고 싶어도 슈가 반대편 손으로 미카의 무릎을 꾹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당황하며 진땀을 뻘뻘 흘리던 미카가 결국 입을 살짝 벌리자 슈는 그 속으로 딸기를 쏙 집어넣었다. 하얀 크림이 약간 묻은 새빨간 딸기가 미카의 입 속으로 사라지자 어째서인지 가슴속이 따뜻하게 물들고, 자신이 직접 먹은 것보다도 더욱 큰 만족감이 들었다. 

 

"맛있느냐?" 

"응…."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We all like our figgy pudding, we all like our figgy pudding, 

We all like our figgy pudding, with all its good cheers. 

 

"스승님이나 내나 엄청 많이 묵는 것도 아인데, 너무 많이 차린 기 아이가?" 

"이런 건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풍성한 식탁의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겠느냐?" 

 

오븐에서 칠면조구이를 꺼내 오며 슈가 빙긋 웃었다. 벌써 몇 번째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인지 모르지만, 슈는 언제나 식탁에는 특히 힘을 기울이곤 했다. 이렇게 배불리 먹어 놓고 그 다음날이면 또 미카의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요리에 공을 들이니 미카로서는 고마우면서도 소화제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실제 말구유에서 아기예수가 태어난 날이 12월 25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어째서 12월 25일을 아기예수의 생일로 축하하게 되었느냐, 그것은 이미 그 시기에 게르만 민족이 율타이드(Yuletide)라는 이름으로 연말 축제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야." 

"응아, 또 스승님 장광설이 시작됐데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이니 좀 귀 기울여 듣거라.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전통이지만, 율타이드는 우리 Valkyrie에게 이름을 선사한 북구 신화 쪽 풍습이니 아주 먼 이야기도 아니라는 것이야. 한겨울, 가장 밤이 짧고 낮이 길어 제대로 된 생산활동을 할 수 없는 시기에 사람들은 모든 일을 쉬고 가을에 수확해서 저장해 놓았던 음식들로 축제를 벌이며 쉬곤 했다. 중세에도 유럽인들은 크리스마스를 12일이나 축하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때로는 신분까지도 무시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야. 거지와 빈민들도 그 풍성함을 나눌 수 있는 축제 기간이니, 크리스마스에는 응당 음식이 넘쳐야 마땅하지." 

 

식탁 한가운데에 놓인, 딸기를 동그랗게 올린 새하얀 케이크를 가만히 바라보던 미카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였구마." 

"뭐가 말이냐?" 

"내는, 항상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라는 말이 추운 한겨울에 굶어죽거나 얼어죽지 말고 살아남아 새해를 맞이하자는 격려나, 또 살아남은 걸 축하하는 인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근데 크리스마스가 사실은 먹을 게 없는 추운 겨울에 있는 거 노나 묵으믄서 서로서로 잘 견뎌보입시더, 하는 행사였다 카니께… 응, 이해가 된데이." 

 

멈칫하던 슈가 다시 움직여, 미카 곁으로 다가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캐롤송도 일종의 민요로 볼 수 있으니 무어, 가사에 그런 생활상이 녹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우리는 보통 번안된 가사에 더 익숙하니 잘 모르지만 캐롤의 원문 가사를 보면 유달리 음식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물자가 부족하고 배고픈 고대의 한겨울, 식량을 나눈다는 것은 곧 목숨을 나눈다는 의미였을 테니." 

"응… 묵을 기 모자라믄 사람은 악귀가 된데이. 내는, 잘 알제." 

 

아이돌이 되고, 돈을 많이 벌어 고아원에 보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된 후에도 미카는 여전히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잊지 못하고 가끔 그 그림자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것은 슈가 아무리 감싸고 사랑해도 벗겨낼 수 없는 영혼의 껍질 같아서 바로 곁에, 심지어 꼭 껴안고 있을 때에도 두 사람을 단호히 갈라놓는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슈는 계속해서 그 벽을 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그 두드리는 소리조차 없으면 미카가 외로움에 무너지리라는 묘한 확신이 있었기에. 

 

"실은,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응아, 스승님은 그럴 것 같데이. 응후후, 산타 할부지한테 편지 쓰는 얼라 스승님, 보고 싶구마. 상상이 된데이. 을매나 귀엽겠노." 

"놀리지 말라는 것이야…. 나는 그때도 갖고 싶은 것이 아름다운 인형뿐이었기에 당연히 인형을 부탁했고, 옆에서 편지를 다 들여다보던 형님과 누님이 아마도 부모님께 말씀드렸는지 25일 아침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걸어 둔 커다란 양말에는 예상대로 인형이 들어 있었지. 하지만 그것은 산타클로스가 준 선물이 아니고 부모님이 주신 것이니, 나는 아직 산타클로스에게서 한 번도 선물을 받지 못했다."

"…?" 

 

무슨 말인가 싶어 미카가 옆을 돌아보자 슈가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보통 무릎 위로 올라와 안기라는 신호이긴 한데, 소파에서라면 몰라도 버릇없이 식탁에서 그랬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미카는 매우 당황했다. 

 

"응아, 스승님?" 

"어리석고 보는 눈이 없었던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이야. 산타클로스도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나의 인형은 26일에나 도착했다는 것을." 

 

놀란 미카가 굳어져 있자 슈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카를 번쩍 안아들었다. 어렸을 때에 비하면 살이 많이 붙었는데도 여전히 야윈 미카는 쉽게 들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게히라. 앞으로도 평생 내 곁에서 모든 크리스마스를 보내 다오. 함께 만찬을 먹고, 나와 함께 목숨을 나누어 다오. 내겐, 그것 외에 다른 선물은 필요치 않다." 

"응아, 내, 내도…." 

 

떨어질까 무서워 슈의 몸에 바싹 안겨 허리에 다리를 감은 미카가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귓가에 속삭였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내 있을 곳은 스승님 곁뿐이데이." 

 

 

Good tidings we bring to you and your kin,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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