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그 침대의 절반은 내 것

#거대 곰인형 #말다툼 #자장가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카게히라, 안에 있느냐?"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에 미카는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내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카가 정신없이 문 손잡이를 잡고 벌컥 연 그 너머에는 그리운 나머지 꿈에서까지 만나는 얼굴이 찬 겨울 공기를 두른 채 살짝 발그레해진 얼굴로 서 있었다. 

 

"응아, 스승님!" 

"저런, 몸이 이렇게 따뜻한 것을 보니 이 시간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있었던 모양이지. 아무리 계절이 변해 날씨가 추워졌다 해도 나태한 생활은 예술가의 천적이라는 것이야. 늘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이 되면 침대 밖으로 나와서…." 

 

붙잡고 있던 캐리어 손잡이를 놓고, 달려드는 미카를 받아 안으며 잔소리를 시작하던 슈의 눈에 문득 방 안쪽에 있던 어떤 물건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띄었달까,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서 저런 큰 곰인형을…?" 

 

미카의 방에는 원래도 봉제인형이 많았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슈가 당황한 것은 그 크기였다. 커다란 머리통, 복슬복슬한 팔다리, 솜이 꽉 찬 배. 게다가 미카가 둘러 주었는지 빨간 목도리까지 하고 있는 그것은 거의 덩치 큰 어린애 정도 사이즈는 되어 보이는 대형 곰인형이었다. 

 

"내도 저래 큰 얼라는 첨 봤데이! 오랜만에 쓰레기장에 가 봤더니 누가 저맹키 커다란 곰돌이를 버린 기 아이가! 불쌍해가 끙차끙차 안고 와서, 깨끗하게 샥샥 빨아줬데이! 속에 솜도 다 빼고 세탁기에 붕붕 돌링께 뽀송뽀송하이 안는 기분도 좋구~ 포옥 앵기믄 내가 품에 쏘옥 들어가는 기 엄청 폭신하데이~." 

 

슈의 품에서 잽싸게 빠져나가 인형을 안아 올려 보여주면서 자랑하는 미카의 얼굴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았다. 보아하니 이불이 살짝 들춰져 있고 그 속에 녀석의 하반신이 묻혀 있는 것이, 방금 전까지 침대 안에서 녀석에게 안겨 뒹굴거리던 모양이었다. 

슈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미카가 쓰레기장에서 인형을 주워 온 것이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었고, 이미 그 문제로 한 차례 요란하게 싸운 후 더 이상은 터치하지 않기로 합의를 본 사항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 이상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요즘의 슈는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는 자각이 있기에, 그것을 일일이 얼굴에 드러내지 않을 만큼은 표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오늘은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고 들었다만, 오랜만에 수예점에 가지 않겠느냐? 새롭게 들어온 물건이 있는지도 보고 싶은데." 

"응아! 스승님캉 수예점?! 에헤헤, 당연히 가야제! 내 후딱 준비하고 나올 테니께 쫌만 기다려 도!" 

 

금세 환해진 표정의 미카가 재빨리 화장실로 뛰쳐나간 후, 방 안에는 슈와 대형 곰인형만이 남았다. 곰인형이 여전히 침대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슈는 인형을 빼내 침대 옆 바닥에 내려놓고 이불을 반듯하게 정돈한 후, 인형을 향해 의기양양한 시선을 보냈다. 

 

"미안하지만 저 아이는 본래부터 내 것이고, 이제부터 함께 외출할 참이라는 것이야. 네가 끼어들 틈은 없어." 

 

웬만하면 슈도 겨우 인형 상대로 이렇게까지 우위를 점하려 애쓰지는 않지만 솔직히 덩치가 이 정도로 크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까만 플라스틱 눈과 일방적인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서둘러 준비를 마친 미카가 콧노래라도 부를 듯 잔뜩 신이 나서 돌아왔다. 슈는 재빨리 미카의 손을 잡아끌며 방을 나섰고, 문을 닫기 전 승리에 찬 표정으로 한 차례 뒤를 돌아보았지만 바로 방금 전 자신의 손으로 뒤돌려 앉혀 놓은 곰인형이 이쪽을 보는 일은 없었다. 

 

 

*** 

 

 

"후아아~ 스승님 메인터넌스, 너무 오랜만이라 내 흐물흐물 녹아삤따…." 

"흥. 인간으로서 잘 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것치고는 피부 상태가 말이 아니더군. 이것은 세안보다 섭생의 문제다. 또 사탕만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이야." 

"아이다! 내 요새 을매나 잘 챙겨묵는데! 리츠 군하고 나루쨩한테 물어보믄 알끼다!" 

"…최소한 보습만이라도 결코 게을리하지 말거라, 알겠지." 

 

미카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반들반들하게 갈고닦아 침대에 눕혀 놓은 슈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턱 밑까지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 주었다. 미카가 눈동자만 굴려 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스승님, 내 오늘 방에 혼잔데 자고 가믄 안 되나…?" 

"농! 좁은 침대에서 불편하게 웅크려 자면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몇 번을 말했느냐? 이 침대는 사람 한 명의 육체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한 명이 자야만 최상의 휴식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이야. 나는 위층 내 방에서 잘 테니,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찾아올 것. 알겠지?" 

"응아… 알았다. 잘 자래이, 스승님." 

 

미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슈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하자, 미카는 몸을 부스스 일으켜 침대 옆에 내려져 있던 대형 곰인형을 끌어당겼다. 

 

"쿠마키치~ 스승님이 같이 안 자 준다카이, 오늘도 내캉 자재이~." 

"농!!" 

 

커다란 인형에게 침대 절반을 내주고 푹 파묻히려던 미카가 놀라서 이쪽을 돌아보았다. 득달같이 달려와 곰인형을 빼앗아 든 슈가 호통을 쳤다. 

 

"침대 하나를! 온전히! 혼자! 점유하고!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응아, 그치마안…." 

"작은 인형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렇게 커다란 건 안 된다. 옆에 내려놓고 자거라." 

"싫다! 내는 쿠마키치캉 잘끼다! 요 며칠 쿠마키치캉 자믄서 푹 잘 잤다 아이가!" 

"뭐라고…?!" 

 

벌써 며칠이나 저 커다란 녀석과 침대를 함께 했다는 말인가. 슈는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좋을 대로 하거라. 수면이 지나친 나머지 내일 스케줄에 지각하지 말 것." 

 

분노가 한 바퀴 돌아 오히려 냉정해진 슈가 그렇게 내뱉고 돌아서자 뒤에서는 미카가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슈는 어째서인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그 인형과 그렇게 함께 자고 싶다니. 

 

 

*** 

 

 

"어? 이츠키 선배, 오늘은 카게히라네 방에서 자는 것 아니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슈를 보고 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침대에서 잘 준비를 하던 쿠로도 놀란 얼굴이었다. 이즈미는 늘 그렇듯 피렌체에 있고, 둘은 슈가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평소와 다름없이 4인실을 둘이서 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각자… 소유의 침대가 있는데, 굳이 좁은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야." 

"하지만 '오늘은 나도 [우연히] 스케줄로 자리를 비우니까 스승님 씨랑 잘 해봐~'라고 리츠가 말하고 나가는 걸 들었는데…." 

"사쿠마의 스케줄과 내가 무슨 상관이지?" 

 

쿠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츠키.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거야?" 

"…카게히라에게는 이미 베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이야." 

 

뺨을 있는 힘껏 부풀린 슈가 그렇게 말하자 마오와 쿠로는 나란히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뭐(라고요)?!"하고 외쳤다. 

 

"쿠마키치인지 뭔지! …그런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말뼈다귀 같은 곰인형에게 옆자리를 내주다니, 나는 용납할 수 없어! 하지만 카게히라가 꼭 그 인형이어야만 한다고 하니, 웬만해서는 내 지시를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일이… 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그것을 굳이 빼앗을 수는…." 

"아아, 인형." 

"난 또." 

 

슈가 양 손을 치켜올리며 하늘을 향해 연극조의 말투로 한탄했지만 진상을 안 두 사람은 완전히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심드렁한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슈가 당황한 얼굴로 항의했다. 

 

"너희에게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없는 게야?! 카게히라가 고작 주워 온 인형 때문에 나를 배신했는데…." 

 

쿠로가 귀찮다는 듯 뒤통수를 긁었다. 

 

"그렇게 투덜댈 거면 그냥 인형 치우고 네가 옆에서 자면 되는 거 아냐? 왜 인형이 자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두고 여기로 태평하게 올라온 건데?" 

"나는, 카게히라의 안면(安眠)을 위해서…! 한 침대에는 한 명이 누워 자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슈의 주장을 들으면 들을수록 룸메이트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표정이 사라져 갔고, 결국 쿠로가 한숨을 쉬며 마오를 향해 말했다. 

 

"어이, 이사라. 너, 아까 침대에 물 왕창 엎었지?"

"예?" 

"그리고 세나는 자기 침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니까, 오늘은 할 수 없이 이츠키 침대에서 자기로 했었지?" 

 

순간적으로 쿠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던 마오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슈의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마, 맞아요! 지, 지금은 이불을 덮어 놓아서 안 보이지만, 사실 제 침대는 물이 흥건한 상태거든요! 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이츠키 선배 침대 신세를 좀 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야?!" 

 

슈가 버럭 화를 냈지만 쿠로가 차분히 노려보았다. 

 

"웬만하면 우리 말을 믿고 지금 가는 게 좋을 거야, 잇쨩. 쓸데없는 후회를 하기 싫다면." 

"…." 

 

두 소꿉친구는 잠시 팽팽한 눈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먼저 눈을 피한 것은 슈였다. 

슈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마오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이, 이츠키 선배. 그… 아래층 방에 있는 커다란 곰인형 이야기라면 저도 얼핏 주워들은 바가 있는데요. 카게히라하고, 그 인형에 대해서 차근차근 대화를 나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오의 말을 들은 슈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일단은… 이사라의 부주의 때문에 할 수 없이 아래층으로 돌아가야 하겠군." 

 

올라왔을 때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방을 나서려던 슈 쪽에서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고맙다."라는 말이 들린 듯했기에, 쿠로와 마오는 얼굴을 서로 마주보며 맥빠지는 미소를 지었다. 

 

 

*** 

 

 

왔던 길을 돌아가자니 머쓱했지만 쿠로와 마오가 억지로 마련해 준 핑계도 있고, 슈 입장에서도 내일 어차피 미카와 함께하는 스케줄이 있는데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아침에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슈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Ah, vous dirai-je, maman,

Ce qui cause mon tourment.

Papa veut que je raisonne,

Comme une grande personne.

Moi, je dis que les bonbons

Valent mieux que la raison. 

 

미카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자장가가 들려왔다. 그것은 '반짝반짝 작은 별'의 프랑스어 원곡으로 슈가 가끔 잠들지 못하는 미카를 위해 잠자리에서 불러 주던 노래였다. 흔히 알려진 가사와 달리 원문은 어른스럽게 사리분별을 잘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부하고 사탕이 더 좋다고 어머니에게 떼를 쓰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여서, 꼭 네 이야기 같다며 슈가 웃은 적이 있었다. 

 

"응아~ 쿠마키치, 잠이 안 오제? 내도 잠이 안 온데이…. 내일은 아침에 눈을 뜨믄 스승님한테 바로 잘 잤느냐는 인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에…." 

 

미카의 혼잣말은 작았지만 사위가 워낙 고요했기에 문에 귀를 댄 슈는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꽉 붙잡고 매달려서 자니께… 답답해가 스승님이 편하게 몬 자는기다. 스승님은 상냥하니께… 싫다는 말을 몬하지마는…." 

 

슈는 아주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문 쪽에 등을 돌리고 누워 있던 미카는 곰인형을 향해 혼잣말을 하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인형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코먹은 소리로 훌쩍이는 미카의 등 뒤로 슈는 조심스럽게 들어가, 두 어깨를 끌어안았다. 

 

"응앗?!" 

"…이렇게 누우니, 셋이 있어도 조금… 비좁지만, 잘 만 하군." 

"스승님?! 위층에서 잔다꼬…." 

 

따뜻한 침대 안에서 흐느낀 탓인지 미카의 몸은 마치 온수 주머니처럼 따뜻했다. 그런 미카를 곰인형의 품에서 빼앗아 안듯 꼭 껴안으며 슈가 미카의 귀에 속삭였다. 

 

"쿠마키치… 이야기를 내가 들어야 한다고 이사라가 말하던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느냐?" 

"쿠마키치 이야기? 응아!" 

 

미카가 몸을 돌려 슈를 바라보았다. 눈물에 젖어 있던 호박과 유리의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 있제? 쓰레기장에서 쿠마키치를 주워 와가 솜을 다 빼고 세탁기에 돌리고 있는데에." 

 

완전히 홀쭉해져서 한심한 몰골로 성주관 공유 세탁기 속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곰인형을 상상하니 슈는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나루쨩이 보더니 그러드마. 이맹키 커다란 곰인형이믄 보통 연인들끼리 선물로 주고받는 긴데, 내다 버렸다는 기는… 둘이 헤어졌다 소리라 카드마." 

"아아,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슈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카의 두 눈썹이 축 처졌다. 

 

"그거는… 말하자믄 어무이하고 아부지가 싸워가 헤어지고, 얼라는 버린 기 아이가? 얼라는 무신 잘못이고?" 

"…."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히 미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그렇게 그 아이를 침대에서 내려놓지 않으려 했던 것이야?" 

"응아… 그래가 며칠 같이 자믄서 상처를 위로해 줬데이. 근데 실은… 어제는 잘 얘기해서 허락을 받아놨다 아이가." 

"허락?" 

"응, 스승님이 오믄… 스승님캉 잘 거니께, 그거는 이해해 달라고…." 

 

미카의 머리 너머로 이쪽을 쳐다보는 플라스틱 눈동자가 보였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 눈이 어째서인지 헛웃음을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슈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가, 큰맘 먹고 몸을 벌떡 일으켜 인형을 침대 밖으로 밀어냈다. 

 

"응아? 글타구 막 다루믄…." 

"흥. 전후가 바뀌었다는 생각은 안 드느냐, 카게히라?" 

"전후?" 

 

슈가 턱을 쳐들고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쿠마키치와 함께 자겠다는 허락을, 내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야. 쿠마키치에게서 오늘의 허락을 받을 것이 아니라." 

"응아." 

 

눈을 깜박거리는 미카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슈가 말했다. 

 

"나는 네가 넓은 자리에서 편히 자기를 바랐을 뿐이지, 네 침대의 절반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넘겨주게끔 하기 위해 비워 준 것은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으… 응…." 

"그런 사연이 있었다면 동침을 허락 못 할 것은 없지만, 항상 내게 전부 이야기하고 허락을 받을 것. 알겠지?" 

 

울었을 때와는 다른 의미에서 얼굴이 붉어진 미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아! 헤헤, 캐도 역시 스승님이 안아 주니께 훨씬 마음이 편해진데이… 응아… 스승님 냄새…." 

 

차츰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금세 고른 숨소리를 내는 미카의 감긴 두 눈꺼풀 위에 가볍게 입술을 댄 후, 슈도 눈을 감았다. 수면의 질 따위니 뭐니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지 말고,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면서. 

 

 

*** 

 

 

다음날 스케줄을 마치고 빈 방으로 돌아온 리츠는 미카의 침대에 앉아 있는 커다란 곰인형에서 슈가 자주 쓰는 향수 냄새가 짙게 풍기는 것을 느끼고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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