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영원을 줄게 **2024 Shu HBD**

#슈 생일 #일상 #생일선물 고민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머, 이츠키 선배잖아. 언제 왔어?"

성주관 공유방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신문을 읽는 슈의 모습을 발견한 아라시가 지나가다 말을 걸었다. 집중을 방해당한 슈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늘 그렇듯 아라시에게 큰소리를 칠 수는 없는 입장이라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새벽에 귀국하여 바로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만."

"그래? 미카쨩, 아마 지금 방에 있을 텐데. 불러 줄까?"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야."

아라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두 사람,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설마 또 이츠키 선배가 미카쨩에게 별 이유도 없이 화를 낸 건 아니겠지? 그 애, 선배하고 떨어지고 나서 안 그런 척해도 얼마나 외로움을 탔는지…."

"농! 아아, 어폐가 있었던 모양이군. 카게히라가 자기 방에 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만나러 가지 않는 것은, 그 아이를 위한 일이라는 것이야."

"뭐?"

아라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문득 슈의 얼굴을 보고 조금 놀랐다. 슈의 얼굴에는 뜻밖에도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애가 무슨 이유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전제로 일부러 방문하지 않는 것뿐이니 나루카미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머나, 뭐, 그렇다면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겠지만… 정말 괜찮은 거지?"

그때 공유방으로 들어온 리츠가 슈를 보고는 말을 걸었다.

"아, '스승님' 씨. 마침 여기 있었구나? 미리 말해 둘게. 앞으로 3, 4일 정도 주방 출입금지야."

"알겠다."

"리츠쨩?!"

슈와 리츠를 번갈아 쳐다보던 아라시가 문득 입을 가렸다. 리츠는 싱긋 웃었고,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빨라서 다행이군. 진척 상태는… 흠, 내가 묻는 건 우둔한 일이겠지."

"이미 지나치게 아는 척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일단은 조용히 기다려줘~."

아라시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돌아왔다.

"정말이지, 얄밉다니까."

"좋은 협력자가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막 넘어가려는 때. 세간에서는 할로윈 준비로 시끌벅적할 무렵이지만 미카에게는 1년 중 가장 큰 기념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물론 그 어떤 커다란 경사나 심지어 자기 자신의 생일보다도 더욱 중요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스승님의 탄신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슈의 생일이 거의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미카는 완전히 울상을 짓고 있었다.

"미카링~ 괜찮아? 코코아 마실래? 미카링이 타 주는 걸로."

"그건 그냥 내가 타가 내가 마시는 기 아이가… 신경 써 줘서 고맙데이, 리츠 군. 그치만 내는 인제 우야믄 좋을지 모르겠데이…."

"왜? 그 셔츠, 꽤 잘 만들어졌잖아. 촉감도 좋던데."

리츠는 미카의 책상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는 신사용 셔츠를 가리켰다. 하지만 미카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는 보험이래이. 작년에 함 맹글어 본 기 잘 돼가, 올해도 걍 똑같이 맹근 기제…. 스승님도 작년에 받은 선물이랑 똑같은 걸 받고 싶지는 않을 거 아이가. 그치만 여태 시도한 기 다 실패해가 겨우 이거 하나 남았다는 게 속상하구마."

"미카링도 일하는 짬짬이 선물을 준비한 거니까 시간이 별로 없었잖아? 이거 하나 완성한 것만 해도 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리츠 군은 상냥하구마…."

미카는 한숨을 쉬며 옷장 서랍을 열었다. 온갖 옷과 천으로 어지러이 넘쳐나는 그 속에는 시도했다 실패하고, 또 시도했다 실패한 여러 가지 작품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들을 내려다보던 미카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캐도, 실패작을 잔뜩 맹글어 보니께 스승님 마음이 쫌 이해가 된데이."

"으응~?"

"우리 스승님, 얼마 전까지 항상 내보고 이 실패작! 이 못난 것! 하고 소리치지 않았나. 그치만 끝까지 내를 손에서 놓지 않았제. 내도 실패작을 이렇게나 껴안고 있는데 하나도 몬 버리겠데이. 다 내 손으로 만든 거라, 애정이 있으니께. 글케 생각하믄 그때부터 이미 스승님은 못난 내를 참 사랑해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기다. 스승님도 내를 이런 기분으로 델꾸 있었다고 생각하니께 분에 넘치는 행복 같구마."

"으음…. 미카링, 그건 너무 호의적인 해석 같은데… 뭐, 미카링이 좋다면 상관없겠지."

아마 아라시가 들었으면 조금 더 화를 냈을 거라고 생각하며 리츠는 태평한 얼굴로 침대에 다시 누워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렸다. 

***

변함없이 충직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인형들을 슈는 지극히 사랑했다. 마드무아젤도, 이름 모를 다른 서양 소녀 인형들도, 미카가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주워 오는 기괴한 봉제인형들까지도. 그들은 말할 수 있는 입이 없으므로 누군가에게 거짓을 불어넣거나 기만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다리가 없으므로 주인을 내버려두고 멋대로 어디론가 떠나버리지 않는다. 애초에 뛰는 심장이 없으므로 유에서 무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인간보다 인형이 나은 점이 훨씬 많다고 슈는 생각했었다. 

인간에게는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변화'가, 소심한 슈에게는 너무나 두려웠던 탓에.

"응아─. 스승님, 밥 때 안 됐나? 간만에 쭝국집 무러 가까?"

"네가 전하고 싶은 뜻을 표현하려거든 '중화요리'를 먹으러 간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카게히라. 점포를 먹을 수는 없다고 몇 번을 말했느냐."

"응헤헤, 입에 배가 통 안 바뀐데이. 사람들 듣는 데서는 신경 쓸 테니께."

지적을 들은 미카가 뺨을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앳된 분위기가 남아 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슈는 이 대화가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변화가 두렵다면서, 미카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자신. 생각해 보면 미카를 인형으로 다루었을 때도 자신은 늘 그랬다. 서투른 것을 잘하게 만들라고, 낯선 것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그래서 자신의 이상에 맞는 인형이 되라고. 

마음에 차는 지점까지 끌어당겨, 거기에 고정시켜 놓는다는 오만한 생각을 어찌 감히 할 수 있었을까.

"네 허기를 채워야 하니 원하는 대로 중화요리를 먹으러 가자. 나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만…."

"스승님, 같이 가 주는 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느냐."

"응아아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카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슈가 미카의 부탁이나 요청을 대부분 들어 주게 된 지 벌써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미카는 슈가 얼굴을 찌푸리거나 고함을 지르지 않고 선선한 표정으로 흔쾌히 승낙하는 말을 들으면 먼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고, 당황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것에 화를 낼 자격은, 어쩌면 자신에게는 없을 수도 있겠지.

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캉 둘이서 밥 무러 가는 기 하도 오랜만이라! 헤헤헤, 자꾸 얼굴에서 웃음이 안 가신데이."

정말로 오랜만의 유닛 스케줄이어서, 가능한 한 미카에게 선물을 마련할 시간을 주려 일부러 피해다녔던 슈도 이 날만은 함께 식사를 하려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미카의 저런 말을 들으니 '도대체 누구 때문에 오랜만인 건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긴 시간을 들여 마련한 선물들을 대체 언제 선보일 작정인지.

"즐거워하니 다행이군. 식사 후에는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타임 스트리트의 괜찮은 카페에서 맛있는 홍차를…."

"응아, 내 차 마실 시간까지는 없는데에."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 그치만 스승님이 마시고 싶다카믄…."

미카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재빨리 말을 바꿨지만, 이미 슈는 흥이 깨지고 말았다.

"알겠다. 식사가 끝난 직후, 바로 성주관으로 데려다 주지."

"응아아아아! 스승님, 화내지 마래이~! 내 차 마시러 가께~! 스승니임~!"

여전히 자신은 참을성이 없고, 여전히 이 아이는 요령이 없다. 자신이 다 파악하고서 시간을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성큼성큼 걷는 슈의 뒤를 따라 미카가 허둥지둥 달려갔다. 뒤에서 소리지르며 따라오는 그 목소리가 변치 않았다는 사실에서는 또 안도감이 느껴지는 자신은 정말이지 제멋대로라고, 슈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어떤 부분은 바뀌었으면 좋겠고, 어떤 부분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그것을 강요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결국 그날은 식사만 마치고, 둘이서 나란히 택시를 타고 성주관으로 돌아왔다. 미카의 안도와 초조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보며 슈는 이렇게까지 이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속에 작은 기대와 설렘이 없다고 하면, 또 거짓말이겠지만.

***

ES빌딩에 소속된 모든 아이돌들은 생일 당일 안즈 프로듀서의 지휘 하에 같은 방식으로 파티를 치른다. 팬들을 모아 생일파티를 한 적도 있고, 브로치 선물을 주기도 하고, 같은 아이돌들을 모아 조촐하게 파티를 열기도 했다. 온통 시끌벅적 정신없는 하루가 끝나고 밤이 되어서야 겨우 숨 돌릴 틈이 찾아오면, 그때는 정말로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리츠의 호의로 방에 단둘만 남자, 미카가 수줍은 얼굴로 예쁜 케이크와 선물인 셔츠를 꺼내 왔다. 하지만 초에 불을 붙이려 하는 미카를 본 슈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지?"

"응아, 스승님이 크루아상 잘 사묵는 그 집에서 케이크 함 사 봤데이! 응헤헤, 아마 입에 맞을 끼다. 그카고 이거는 선물이 작년하고 똑같애가 미안하지마는, 스승님 셔츠…."

"아니, 내 말은 왜 케이크가 기성품이냐는 것이야."

"으응?"

슈가 팔짱을 꼈다.

"아무리 애써도 휘핑이 잘 되지 않아 결국 제누아즈 위에 묽은 생크림을 끼얹을 수밖에 없었던 그 케이크는 어디 있지?"

"응아, 스승님이 그걸 우예 아노?!"

미카의 얼굴이 파래졌지만 슈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굽는 데 실패해서 위아래는 타고 속은 딱딱해져 버린 크루아상은? 치수를 틀려서 너무 커져 버린 마드무아젤의 새 겨울 외투는? 패턴 뜨개질에 실수해서 비뚤배뚤해져 버린 무릎담요는? 전부 나를 위해서 준비하던 선물이 아니었나? 그것들은 다 어디 가고, 왜 기성품 케이크와 기존에 성공 이력이 있는 셔츠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거지?"

"응아, 응아, 응아아아…."

"그 모든 것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이야?!"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미카는 슈에게 몰래 머플러를 떠 주려다 서프라이즈에 실패했던 전적이 있다. 물론 슈는 선물을 기쁘게 받았고, 깜짝 놀라게 해 주지 못했다고 즐거운 날을 망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래서 미카도 슈 몰래 생일선물을 준비하면서 슈가 전혀 모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샅샅이, 낱낱이 다 알 것이라고는 어떻게 생각했으랴.

"스승님, 화났나? 역시 머 하나 제대로 해내지도 몬하는 반푼이인 내가 너무 많은 걸 시도해가꼬 괜히 시간낭비만 한 걸 꾸짖고 있는 기가? 그 사이 스승님을 쓸쓸하게 맹글었나?"

미카가 울먹였다. 슈는 당황해서 미카의 어깨를 안고 끌어당겼다. 아니, 질책하려는 것이 아닌데.

"농, 내 말은… 정말로, 그것들을 전부 나를 위해 준비했다면 완성도에 상관없이 전부 내 앞에 가져다놓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품 안의 미카가 금세 젖어버린 눈을 깜박이며 올려다보았다. 슈는 이마를 짚었다. 평소 마치 기름칠한 듯 그렇게 잘 굴러가는 세 치 혀가, 꼭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기능을 잃다니.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카게히라, 너는 그것들을 준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지?"

"당연히 스승님 생각이제. 한시도 스승님이 머릿속에서 떠난 적 없었데이. 물론 내는 평소에도 그렇지마는."

"그래, 그랬겠지."

미카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세게 껴안은 슈가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기다림이 즐거웠다. 네가 나를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준비했을 그 시간이.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옷을 짓고, 내 생일에 나를 기쁘게 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보냈을 너의 귀중한 그 시간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커다란 선물이었으니."

"…."

"카게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본능적으로 매일매일 주어지는 한정된 시간을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쓰지. 하지만 그 본능을 거스르게 하는 것, 자기 자신보다 더욱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기꺼이 내주게끔 하는 것… 그것은 사랑밖에 없지."

"사랑…."

"그래, 네가 내 눈을 피해 살금살금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일은 곧, 너의 사랑을 느끼는 일이었다는 것이야.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알았다면 그것을 빼앗는 잔혹한 일은 하지 말아 다오."

겨우 미카가 웃었다.

"에헤헤, 다 들켰었구마. 창피하구로."

"애초에 내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아직 이 머리는 어리석고 미숙하군그래."

"미안타, 스승님. 그래도 내는 선물 하믄 서프라이즈라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데이."

"후후, 그래. 이제 알았지? 그것들을 전부 꺼내 오라는 말이, 널 질책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의미를. 나 또한 아직 성급해서 언성을 높여버린 것은 실수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만큼…."

기대하고, 또 갖고 싶었다.

네가 네 시간을 담아 애써 엮어낸 흉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을.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의 나는, 인간은 늦든 빠르든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기 때문에 결코 영원을 겪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을 곁에서 떠나보내는 경험은 정말이지 인간을 피폐하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불완전하고, 인형은 완전하다고 생각했었다. 마드무아젤 같은 인형들은 수백 년의 시간을 변치 않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응아, 우야노, 내 인자 인형 아인데에…."

"농! 귓구멍이 톱밥으로 막혔느냐?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의 나'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카게히라, 인형과 달리 인간의 수명은 물론 유한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은 그 유한한 시간을 사실은 몇 배로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야."

미카의 눈이 동그래졌다.

"스, 스승님 갑자기 초능력에 관심이 생겼나?!"

"…비유의 이야기다. 게다가 굳이 말하자면 그 '초능력'을 발휘한 것은 너였지."

"내가 은제?!"

슈는 미카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찰랑찰랑하고, 관리가 잘 된 고운 모질. 올올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비단결 같은 그 감촉을 잠시 만끽하다 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위해 네가 쓴 시간,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결실의 형태로 남았지. 케이크도, 크루아상도, 마드무아젤의 외투도, 무릎담요도. 완성도에 상관없이 전부, 그 전부가 곧 네가 내게 준 시간이며, 인간은 오로지 그 귀중하고도 따스한 '타인의 시간'을 통해서만 영원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야. 그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인형에게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요소지."

숨길 수 없는 사랑이 가득 담긴 슈의 눈빛 앞에서 미카는 결국 새빨갛게 익어 버린 얼굴을 감추기 위해, 그 가슴에 푹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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