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겨울 다음은 봄

#메인터넌스 #반복 타임슬립 #녹턴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슈와 미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메인터넌스는 아라시가 의심하고 리츠가 가끔 놀리듯 불건전한 행위는 아니다. 그것은 정말로 인형사가 자신의 소유물에 무슨 이상이 없는지, 생활하면서 금이 가거나 갈라진 부위가 혹시 있는지, 관절은 잘 움직이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수리하는 일종의 작업과도 같은 행위였다. 신기한 것은 마치 물건처럼 다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미카가 전혀 불쾌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행복을 얻는다는 데 있었다. 

평상시에는 미카가 입을 열고 떠들어대며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상대가 꽤나 상처받을 만한 말도 주저없이 내뱉고, 원치 않는 타이밍에 혹시 신체적 접촉이라도 있을라치면 매섭게 손으로 쳐내거나 재빨리 몸을 비키곤 하는 슈지만 오히려 이렇게 정말로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얌전히 누워 있을 때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한 지극정성이 없다. 사람들이 슈가 미카에게 너무한다, 심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 모습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누워서 미카는 생각했다. 완벽하게 순종적인 인형일 때, 슈는 미카에게 더없이 상냥하다. 하지만 또 그 모습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알기를 원치 않는 스스로를 보며 미카는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스승님, 미안하데이. 내 욕심캉 독점욕이, 스승님 오해 푸는 기보다 앞서는구마. 밖에 나가가 주댕이로만 우리 스승님 다정하데이~ 말은 허구 다녀도, 그래가 진짜 오해 풀리겠나? 묻는다믄 자신은 없다 아이가….'

부드럽고 신중한 손길과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빛, 오로지 머릿속이 눈앞의 자신으로만 꽉 찬 표정. 처음 Valkyrie에 들어왔을 때, 미카는 그것만으로도 하늘을 날 것처럼 기뻤다. 그저 슈의 곁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런 귀중한 시간까지 부록처럼 따라올 줄은, 정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겨울이었다. 입김을 불면 공기가 하얗게 얼고 장갑이 없으면 손가락이 곱을 정도로 추운 어느 날, 미카는 Valkyrie의 활동자금으로 다 써버린 수예부 예산을 메꾸느라 늦게까지 교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왔다. 스타페스를 앞두고 산더미처럼 의뢰받았던 의상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에, 다행히 시간이 좀 남았던 것이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미카가 가방을 벗어 내려놓고서는 대충 씻고 바로 잠들려 하는데, 밖에서 신중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 안에서 미카의 방을 찾아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응아, 스승님! 우얀 일이고? 내 스승님 먼저 자는 줄 알았데이."

슈도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바빴을 테니, 당장 급한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휴식을 취하고 싶을 터였다. 그래서 일부러 현관문도 조심스럽게 열고, 발소리도 죽이고 슈의 방 앞을 지나쳐 자신의 방까지 신경 써서 조용히 들어왔는데 귀 밝은 슈는 그 희미한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은 듯했다.

"너는 내가 늦게 들어오면 시끄럽게 굴면서, 네가 늦을 때는 아무런 연락도 없군.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기다렸나?! 몰랐구마. 미안타, 스승님. 일부러 그런 거는 아인데 알바하다 보니 늦어져가…."

"흥, 변명을 듣겠다고 온 것은 아니니 목욕을 마쳤으면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우라는 것이야. 겨우 시간이 났으니, 메인터넌스를 해 주지."

"응아?! 참말이가!"

그 말에 미카는 설렜지만, 잘 보니 슈의 눈 밑에도 가무스름한 그늘이 역력했다. 저렇게 피로한 스승님에게서 관리를 받아도 되는 걸까 조금 망설여져 미카가 우물쭈물하자 슈가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를 짚었고, 미카는 벽력같은 고함이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옷장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울려퍼질 줄로만 알았던 노호성은 뜻밖에도 잠잠했다. 스승님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라고 미카는 생각했다. 그 다정함은 마치 미지근한 물처럼 편안하게 미카를 정수리까지 푹 담갔다.

엎드린 자세로 등에 오일을 바르는 슈의 손을 느끼며 미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따뜻한 침대 속에서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니 조금씩 잠기운이 밀려왔다. 드러내놓고 하품을 했다가는 날카로운 호통이 날아올 수도 있었기에 애써 하품을 씹어 참던 미카는 저도 모르게 의식을 내려놓고 꿈나라로 향했다.

***

"잠이 들었나… 뭐, 마사지를 받으며 릴랙스가 된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야."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베개에 엎드려서 그만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린 미카를 내려다보며 슈는 손에 묻은 오일을 닦았다. 자신도, 미카도 피로한 하루였다. 가능하면 이대로 재우고 싶지만 하던 과정은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고른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자는 미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슈가 내키지 않지만 손을 내밀어, 어깨를 살살 흔들어 깨웠다.

"카게히라, 카게히라."

"…응아."

색이 다른 미카의 한쪽 눈꺼풀이 반쯤 떠졌다. 흐릿한 시야가 잠시 흔들리는 듯하더니, 그 속에서 슈를 발견했는지 미카가 헤헤 웃었다.

"스승님이다."

"그래, 나라는 것이야. 잠들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다만 잘 거면 팩도 떼고, 얼굴에 마지막으로 영양크림을 바르고 나서…."

"내 멘테 중에 잠들었었나?!"

미카가 기겁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팩을 떼어냈다. 누가 잡으러 오지 않는다고, 그렇게 서두를 것 없다고 얼굴을 살짝 찌푸리던 슈가 문득 흠칫했다. 

"미, 미, 미안하데이. 내 정신이 없어가 그만 깜빡 잠들었구마.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스승님, 화내지 마래이…."

"…."

"응아! 역시 스승님도 피곤한 기다. 근데 내가 잠들어가꼬 괜히 시간만 늘렸구마. 오늘 옷 맹그느라 힘들었을 텐데…."

보습 크림통을 집어들던 슈가 문득 손길을 멈추었다. 

"너는… 오늘 뭘 했지?"

"응아아, 글고 보니께 말 안 했구마. 오자마자 스승님이 냅다 멘테 해준다캐가 까묵었다 아이가. 오늘은 교정에서 쓰레기 줍기를 했데이! 평소에도 자주 해가 별거 아이제~ 하고 시작했는데 눈 오는 날 할라니께 눈에 다 뒤덮여가 뵈질 않아서 애를 먹었데이. 그래가 깨끗이 하고 오느라고 늦은 긴데…."

"눈이, 많이 왔었나?"

"스승님은 실내에만 있어가 몰랐구마! 아나, 있제? 오늘 눈이 진짜 이쁘게 펑펑 내렸데이. 근래 계속 안 쌓이는 가루눈만 와가 눈이 와도 오는지 안 오는지 모르겠네~ 허구 나루쨩이랑 얘기했는데 오늘은 함박눈이어가, 여가 고아원이었음 동생들하구 눈싸움을 했을낀데~ 하믄서 쓰레기 주웠데이. 응헤헤, 일을 쫌 힘들게 맹글어가 글치 눈 오는 기는 언제 봐도 내 막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이가."

미카는 슈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기뻤는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야기했지만, 반대로 슈의 표정은 점점 가라앉아 갔다. 신이 나서 떠들던 미카는 그런 슈의 표정을 금세 파악하고는 시무룩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미안타, 스승님. 내 혼자 너무 시끄럽게 굴었제."

하지만 놀랍게도 어째서인지 슈는 그런 미카를 보더니 훗, 하고 미소를 지었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반응 중에 '웃음'은 아예 존재도 하지 않았기에 미카는 너무 놀라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슈는 미카에게로 손을 뻗었다.

"자, 마무리를 하자. 그래, 오늘 피곤했을 테니 괜히 시간 끌지 말고 어서 잠드는 게 좋겠어. 그 팩은 버리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거라. 금방 끝날 테니."

"응!"

슈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미카의 얼굴에 남은 팩의 앰플을 톡톡 두드려 흡수시킨 뒤, 로션과 크림까지 깔끔히 바르고 마지막으로 팔다리를 가볍게 주물러 주고 나서 안대를 건넸다.

"푹 자거라. 좋은 꿈을 꾸면서…."

"응헤헤, 멘테 받으믄서 자믄 항상 둥실둥실하니 기분이 좋데이. 하암, 스승님 피곤할 텐데 해줘가 고맙구… 내만 호강…."

애당초 머릿속이 잠기운으로 가득했던 미카는 금세 다시 까무룩 수면에 빠져들었다. 미카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슈는 참고 있던 긴 한숨을 내쉬며, 잠시 그 옆에 앉아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겨울인가, 그래도 많이 지나온 셈이군."

두터운 커튼을 치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파리의 여름 밤은 10시가 되어도 해가 남아 있는 일이 허다하다. 이곳은 슈가 묵고 있으며 미카가 때때로 찾아오는 파리의 하숙집이고 가장 추운 겨울에도 눈이라고는 내리는 일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이미 고등학교는 둘 다 졸업한 지 오래다.

오늘은 둘 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었기에 모처럼 함께 외출했다. 낮에는 미술관에 들러 슈가 관심 있어 하던 전시회를 감상하고, 맛있는 식사와 달콤한 디저트를 가볍게 즐기고, 저녁에는 작은 극장에 찾아가 오페라를 관람했다. 얼마 전 파리를 방문했던 ALKALOID가 슈를 우연히 마주쳤던 바로 그곳이었다. 당시 성주관에서 그 브이로그를 보던 미카가 자기도 같이 가고 싶었다며 떼를 썼기에, 슈는 일부러 좌석에 신경을 써서 표를 미리 끊어 놓기까지 했다.

귀가 후 온종일 걷느라 미카가 지쳐 보였기에 취침 전 메인터넌스를 제안했더니 미카는 예나 지금이나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다가 잠이 들었는데─.

-교정에서 쓰레기 줍기.

-눈이 많이 와서 일이 어려웠던 날.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슈가 떠맡은 의상 작업이 너무 많이 밀린 바람에 미카가 쿠로와 츠무기 등 일손을 줄줄 끌고 들어왔을 때 이후로 2, 3일쯤 지난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멋대로 써 버린 수예부 예산을 메꾸느라 교내 아르바이트에 매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그렇게 스타페스 의상 제작일을 잔뜩 의뢰받았던 것은, 결국 홀로 남을 누군가에게 군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남겨 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래도, 흥에 겨워 떠들어대다 내 표정을 살피고서 기가 죽는 모습은 참 오랜만에 보는군…."

요즘의 미카는 제법 말대답을 한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화가 나면 화를 낸다.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슈 상대로도 거침없이 쏘아붙일 때가 있다. 또 그 작은 머리로 제법 영감을 주는 그럴싸한 말을 할 때도 있다. 슈는 그것이 영 싫지만은 않았고 가끔 아끼는 소년의 성장이 기쁠 때도 있지만, 오랜만에 어깨를 움츠리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미카를 보니 왠지 가슴속 가장 아래쪽에 깊이 파묻어 두었던 묘한 감정에 심장이 자극되는 기분이었다. 인간답게, 카게히라답게. 그렇게 말하며 늘 자아의 각성을 촉구하지만, 정작 그런 자신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인형사로서의 본성도 그리 쉽게 죽어버리지는 않았던 듯했다.

[후후, 슈 군. 미카쨩은 슈 군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되돌아와줄 텐데.]

"마드무아젤?! 으, 음… 농!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는 곤란해."

한참이나 들리지 않았던 마드무아젤의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온 기분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소녀 인형은 늘 그렇듯 애매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 아이는, 어차피 이쪽으로 차츰 다가오고 있어. 나는 이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승산은 충분한 싸움이지."

마드무아젤은 그 한 마디 이후로 아무 말이 없었지만 슈는 머쓱해진 기분에, 그리고 말동무를 얻은 김에 나직이 중얼거렸다. 

사실, 미카가 메인터넌스 중에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몇 달 전 이렇게 정성들여 보살펴 주던 중 문득 잠이 들었다가 퍼뜩 눈을 뜬 미카가 "응아아, 스승님?! 인제 개안나?!"하고 허둥지둥했을 때는 슈도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뭐가 괜찮냐는 건지, 왜 소동인지 알 수가 없어 미카의 어깨를 잡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물으니 미카가 두 눈이 동그래진 채로 물었다.

-스승님, 지금 내캉 이래 제대로 얘기하는 기… 몇 달 만인지 아나?

아마도 그것은 슈가 긴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 아주 오랜만에 낡고 여기저기 부실해진 인형의 메인터넌스를 해 주었을 때의 기억인 듯했다. 한 곳에 가만히 고정시키지 못하고 계속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미카를 보니 조금 슬펐다. 머리로 알고는 있었지만, 때때로 '그 일'이 오로지 자신만을 할퀴고 지나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막상 직면하니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은 미카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이데이, 스승님. 인제 좀 일어날 만 하나…?

슈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미카는 헤헤 웃으며 마치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듯 다시 잠이 들었다. 설마 기억퇴행이 온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하룻밤을 지샜으나 다행히도 다음날 미카는 아무렇지 않게 슈를 대했다. 잠시 잠이 덜 깼거나 혼란이 왔던 모양이라는 생각에 슈는 안도했지만, 얼마 후의 메인터넌스에서 미카는 똑같이 이츠키 집안의 별채에 있는 것처럼 굴었다. 단, 지난번보다 다소 늦은 시간선인 듯했다.

-너는, 오늘 뭘 했지?

조심스럽게 물을 때마다 매번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그날 낮에 있었던 것과 다른 것은 물론, 미카의 혼란 속에서도 시간은 흘렀다. 계절이 바뀌고, 두 사람의 관계도 압축적으로 넘어갔다. 한 번은 유달리 벌벌 떨며 눈치를 본다 했더니 청소하다 테디베어를 찢는 바람에 가출했던 날이었다. 아아, 노발대발 화를 냈었지. 하룻밤을 꼬박 들어오지 않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날의 일은 슈도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심장이 으스러질 것 같은 경험을, 앞으로 살면서 두 번 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그리고, 겨울이야. 벌써 많이 다가왔어…."

슈는 다시 한 번 그렇게 중얼거리며 곤히 잠든 미카의 얼굴을 바라보고, 뺨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었다. 미카가 간지러운지 몸을 살짝 뒤틀며 행복하게 웃었다. 

"더 이상 돌아갈 과거가 없을 때.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사실 그 너머의 일은 슈도 생각해 놓은 것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설마 늘 하던 메인터넌스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미카가 과거를 되짚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계속 흘러 현재로 다가오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그 끝을 기다리게 된다. 마치 상처 입은 들짐승이 숲 속에 몸을 웅크리고 나무 수액을 핥아먹으며 조용히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그 은밀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스승님…."

미카의 목소리에 움찔했지만, 아무래도 잠꼬대였던 모양인지 미카는 눈을 뜨지 않았다. 배시시 웃더니 몇 번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맥이 풀린 기분으로 슈는 조용히 이불을 들추고 옆자리에 누웠다. 그래, 그때가 되면 또 무언가가 달라지겠지. 하지만 나는 언제나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너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내게로 다가오고 있으니 결코 그것은 슬픈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빚어낸 미래가 결코 불행할 리가 없다고, 슈는 생각했다.

몸을 돌려 미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또다시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아 도. 내, 꼭 껴안아 도…."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팔을 벌려 이불 속에서 미카를 품에 가득 껴안자, 아기처럼 몸을 웅크린 미카가 몸을 뒤척여 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마치 쪼개진 두 개의 반쪽 하트가 서로 정확히 들어맞은 것처럼 슈의 심장 바로 위에 미카의 입술이 닿았다. 

숨결과 촉감으로 간지러운 가운데, 이불과 가슴에 가로막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미카가 중얼거리는 것이 진동으로 느껴졌다.

"스승님 손길은 항상 똑같았데이… 멘테, 처음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성실하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밤이 지나면 찾아올 것은 아침뿐이고, 겨울이 끝나면 당연하게도 봄이 온다. 그 당연한 사실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 자신의 과오는 아닐 터였다. 

그 진리를, 둘이서 함께 배워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슈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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