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Nehas, co tě nepálí?
침묵은 금과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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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있었어요. 세 치 혀를 놀려서 말이오. 예수는 죄 없는 자만이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 하였으나... 만약 신의 아들이 지금 같은 광기의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굳이 동굴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을 테요-
거지들의 노래가 은신처를 부르짖은 400년 뒤에는 기어코 그들이 승리를 거머쥐었지요. 프랑스의 대혁명은 여자들의 분노로 시작되어 분노로 끝났다. 베르사이유를 향한 행진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남자들이 돈을 가져오면 여자들은 그야말로 집안을 먹여살리지. 그들은 약하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강인하다. 하지만 세상은 새 시대의 법률에서 그들을 묵삭해 없애고 분노해 고함지르는 이들에겐 단두대를 내렸지! 아,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나아지고자 아등바등 몸부림치고 있는 이들은 이 시대에 많다는 거지. 이 말은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위로였다. 프랑스의 모든 에스메랄다들, 여인들은 아직도 참정권을 못 얻었어,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지. 그러니까 다시 해 뜰 날이 올 거야. 나의 나라는 그야말로 동방의 빠리라 불리지 않았던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수십 명의 목소리가 자기들 좋을 대로 떠들고 있어, 자극적이고, 사실과 다르고, 혹은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노랫소리! 하지만 불쾌하지 않다. 저 모든 목소리와 단어 하나하나의 자유가 바로 페네트라 파비우스가 바라는 것.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에서는 보헤미아 노래의 가사가 보이고, 억양에서는 화약 냄새가 나는구려!
그 시절 수데텐은 그야말로 혼돈이었소만, 그 누구도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 무지는 공포를 낳는다, 공포는 혐오를 낳아- 그것은 분노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아무튼 말이지, 대전 시기와 달라진 것은 기름을 먹은 것이 탱크가 아니라 햄 포장하기에나 괜찮은 싸구려 재생 용지라는 사실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걸 잘 알고 있어.
페네트라 파비우스는 세 블럭을 달려나갔다. 왼쪽 골목에서 세 명, 오른쪽 골목에 한 명, 지붕 위에서 두 명. 총은 전부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겠지, 그렇다면 정면으로 부딪혔을 때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엄폐물이 필요하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은 오히려 눈에 띄어, 그렇다면 사고를 바꿀까. 비에 젖은 코트는 버리는 게 낫다.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으면 뒷골목의 어슬렁거리던 노숙자들이 좋아라 주워다 자기가 입고 있었다. 세 명 정도는 따돌릴 수 있겠지.
징 박은 고급 구둣발 소리가 멀어지면 바람에 벗겨졌던 중절모를 땅에서 주워들고 다시 머리에 쓰고, 동터오기까지 한 번도 불 꺼지지 않은 문 열려있는 쓰레기 같은 술집을 향했다. 다 삭아빠진 노끈에 묶인 종이 흔들거리면 굳이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연기를 빨아대고 있는 주인의 시선이 저를 향했다. 사람을 찾음. 밤에 출몰, 청회색 머리칼, 쫓기는 듯- 현상금은?
빌어먹을 짭새 같으니! 잠깐 이탈할 것 가지고 수배를 걸어, 어차피 곧 돌아갈 텐데. 자의로든 타의로든... 페네트라 파비우스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지갑을 뒤져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오천 크로네 지폐를 대충 집어던졌다.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약쟁이가 가장 안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테이블을 손가락질했다. 취한 자들이 아무렇게나 추는 '춤'은 머리를 아프게 할 뿐이었으므로, 광인의 파티장에 초대받은 손님은 어디에서 왔냐는 혀 풀린 목소리들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 공장! 24시간 굴뚝에서는 매연을 내뿜어내며 기계 소리에 온 도시 새들도 떠나버린 그 공장 말이죠, 성처럼 높지만 곧 무너지게 될 테요.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부랑자들의 외침- 결국 승리했잖아요? 그것과 같다고 저는 봅니다...
맞는 것 하나 없는 헝가리 무곡이 술집을 가득 메웠다. 젠장할, 페네트라 파비우스는 누군가 제 앞에 가져다 둔 술잔을 집어들었다. 알코올이 터지며 쌉쌀한 맛을 입 안에 퍼트리면 그는 표정을 잠시 구겼다- 보드카에 길들여진 입맛이 사랑하는 술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있음에 분통이 터졌으나 기분 좋아진 척, 웃으며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옆 자리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누가 본다면 내일 세상 망하기라도 한 줄 알겠군! 염세적인 인간이 대꾸한다. 당연하지, 이미 망했지 않나! 내 아들이 아직도 못 돌아왔어, 개 같은 소련 놈들... 페네트라 파비우스는 그럼에도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글쎄요, 동쪽으로 갔으니 더 동쪽을 돌아 이곳으로 돌아오겠죠. 쥐었던 총은 어딘가, 이제는 우리보다 더 절실할 곳에 남겨주고 온 뒤에-
부유한 시대의 한켠에는 아무도 이유 따위 알지 못할, 알고 싶지 않을 우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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