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상]Repositioning 4

유학이후프로 X 고졸 얼리프로

안내사항

*본 창작물은 네이버 웹툰 가비지타임 의 2차 팬 창작으로 원작과는 무관합니다.

*본 창작물에서 나오는 프로 농구 및 구단 설정은 현실과 상이합니다. 단 참고 자료로 각 구단 채널 / KBL 채널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포스타입에 게재된 게시물을 재 업로드 한것입니다.

20xx년 6월 18일 백윤대 : 주익대

 

【야. 조재석】

 

조재석

【네?】

【니가 자꾸 보러 오라고 해서】

【대학 U리그 경기 알아보고 있는데】

【요즘 경기일정이 왜 없냐?】

 

이규

【종수야... 지금 대학 시험기간이잖아】

 

임승대

【ㅋㅋㅋ최종수 미국물 먹은 티 내는거봐.】

 

【시험 기간 언제까진데?】

 

조재석

【저희 6월 16일에 종강이요.】

【그 주 주말에 경기 열리니까 보러와요.ㅎ】

 

이규

【18일 주익대랑 백윤대 라이벌전이네.】

 

조재석

【다들 와주셔야해요?】

 

임승대

【재석아 난 백윤대 응원하러 간다. ^^】

 

조재석

【인석형이랑 규형은 대학 후배 응원하러 올거죠?】

 

강인석

【주말 경기니까 갈게.】

초여름이 올 시기. 최종수가 대학경기 보러 가야지. 라고 결심하게 될 때는 대학은 시험 기간이라 리그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 끝나자마자 열리는 주말 경기에 찾아갈까 했더니 가장 먼저 열린 경기가 주익대와 백윤대의 라이벌전이었다.

솔직히 경기 보러 가는 거야 별거 아니고 주익대 경기 보러 오라는 조재석에게 생색낼 용도로 가는 거긴 한데 누구와 함께 가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청대 애들도 각자 학교 나뉘는 마당에 경기 보러 간다는 선배들도 각자 자기네 학교 응원하러 가면서 가볍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으니.

【야】

기상호

【네?】

 

【너 대학리그 경기 보러가냐?】

 

그래서 최종수의 선택지란 대학교를 생략한 기상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고정화된 주말 멤버인데다가 얘는 딱히 응원하는 학교도 없을 것 같고. 뭐 응원한다고 해도 아는 형이나 동기를 응원하겠지.

 

기상호

【뭐 가끔? 선배들 응원하러 가긴 하는데.】

【정규리그랑 플옵 끝나면 대학 축제고】

【그다음은 시험 기간이라 못가긴 했죠.】

 

【이번 주말에 주익대랑 백윤대 경기인데 갈래?】

 

기상호

【아 태성햄이랑 다은햄 붙네.】

【종수 햄은요? 아는 사람 있나?】

 

【나한테도 후배 있거든?】

 

기상호

【후배가 어느 대학 다녔는지는 알곤 있어요?】

 

【까분다?】

 

기상호

【죄송 ㅎ】

 

【조재석이 주익대 경기 보러 오라고 말해서 보러 가려고.】

 

기상호

【같이 보러 가요. 경기는 어디서 한 대요?】

 

【백윤대.】

 

기상호

【ㅇㅎ 토요일에 같이 신촌에 갑시다.】

 

【ㅇㅇ】

그래서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 사람이 얼마 없을 주말의 학교였겠지만 경기 탓인지 여러 사람이 학교 캠퍼스를 거닐고 있었다.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야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면 실내 체육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좌석에 앉아 자리를 잡는 시간. 어느 응원석에 갈지 고민하던 중 최종수는 기상호를 흘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얜 같은 고등학교 형이 서로 맞붙는 것일 텐데 어딜 응원하러 갈 거지?

“그래서 넌 누구 응원할 건데?”

“솔직히 전 모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딱히 응원이라 할 것도 없단 말이죠. 그냥 경기 구경하러 오는 건데.”

뭐 준수햄 대학 다닌 시절 준향대에서 주전 뛸 때, 당연히 준향대 응원하러 갔지만 이젠 친한 형들의 학교도 갈린 상황이니 어딜 응원하든 상관없는 상황이라 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1, 2쿼터에는 주익대 응원하고 3,4쿼터에는 백윤대 응원하러 가는 건 어때요?”

어처구니없는 말이라 기상호를 노려보니 기상호는 어느 한쪽만 응원하기에는 아깝지 않나며 자기 나름의 논리를 펼쳤다. 학교 라이벌전이야 그 학교 학생(졸업생)에게만 관심이 있는 이벤트지. 외부인은 그냥 지인이 경기를 뛰니까 보러 가주는 거였으니 굳이 누굴 더 응원하고 그럴 필요가 있느냐로 시작한 말은 더해서 경기 보러 와준다고는 했지만 응원하러 간다고는 안 했으니까. 나름 보러 가주는 예의는 지킨 셈이라고. 뭐 이런 논리가 있나 싶어도 나름 합리적인 말이기에 최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주익대 응원석 쪽 가자.”

그렇게 같이 주익대 응원석 쪽으로 가는 도중 최종수에게 있어서 그리 반갑지는 않았지만 아는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두 분도 경기 보러 오셨나요?”

경쾌한 목소리. 이젠 익숙한 얼굴이었다. 농구 협회 유튜브 PD. 챔피언 결정전에도 인터뷰하러 왔었는데. 딱 마주치니 과녁이 된 모양이었다. 근데 이건 정규리그도 아니라 대학리그인데 왜 여기에 왔나. 의아해하고 있으면 기상호가 익숙하게 인사하면서 오늘도 선수들 보러 왔냐고 물었다. 비시즌에 대학리그 구경하러 온 선수들이 많으니 근황도 묻고 촬영콘텐츠도 뽑고 뭐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어느 선수 응원하러 오셨나요?”

“태성 햄이랑 다은햄이요.”

“둘이 다른 대학교인데요?”

“그래서 1, 2쿼터에는 주익대 응원하고 3, 4쿼터에는 백윤대 응원하려고요.”

그 말에 PD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시군요. 기상호가 재미있게 마무리 잘 해준 덕에 마이크는 자신 에게로 안돌아오는가 싶었더니 PD는 기어이 자신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댔다. 저번에 재미없는 거 알면서도 굳이 인터뷰하는 저의는 뭔지.

“최종수 선수는요?”

“조재석 보러 오긴 했는데. 걘 알아서 잘할 테니까요. 그냥 이기는 팀 응원하려고 합니다.”

“저번 플레이오프 결정전에도 그러지 않았어요?”

“와 형 저번에 최종결정전 땐 경기 보러왔다고 저한테 톡 보내놓고 그랬어요?”

“그땐 별로 친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저번에는 그냥 간단하게 인터뷰만 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이번에는 기상호와 함께 있어서 그런지, 입담이 쏠쏠해서 PD는 더 말을 붙여보았다.

“요새 두 분 같이 잘 다닌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뭐 비시즌 근황을 묻는 줄 알았더니 같이 주말 보내는 걸 가지고 소문이라 말하며 물었다. 뭘 그런 거로. 선수들끼리 친하게 지낼 수도 있는 거지. 그냥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주말에 할 일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게 되었고 붙어 다닌다는 소문이 돌 정도는 아니라 해명 아닌 해명을 해보았다.

“그럼 주말에 만나면 뭐 하시나요?”

“그냥 뭐 영상보고 게임을 하는 정도죠? 저희 인도어거든요.”

“나중에 콘텐츠 찍으면 하실 생각은 없고요?”

“콘텐츠가 되긴 하려나. 저희 종수햄 노잼인거 아시잖아요.”

맞는 말이긴 한데, 기상호가 그 말을 하니 괜히 얄미워서 째릿 노려봤다. 그리고 그 노려보는 시선을 바라보기를 잠깐, 다시 정정해준다. 그래도 얼굴은 유잼이라 뭘 하든 콘텐츠가 될 거에요.

나중에 연락하면 무시 하지 말아 주세요. PD는 그리 말하며 다른 선수들을 인터뷰하러 떠났다. 인터뷰 때문에 잠깐 멈췄던 발을 주익대 벤치 쪽으로 움직이니 당연히 얼굴들이 몇 보였다. 프로선수들이 후배들 보러 대학경기 오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라이벌전이라고 괜히 동문 더 내세우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놈의 대학이 뭔지 참.

“어, 안녕하세요.”

“어 종수 웬일로 왔어? 단톡방에는 온다는 얘기 없었잖아.”

“안 온다는 얘기는 안 했어.”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건 미리 자리 잡은 강인석과 이규였다.익히 최종수의 성질을 알고 있던 이규와 강인석은 서로를 잠깐 보다가 그냥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호는 공태성 경기 보러?”

“다은햄 경기도 보고요.”

“둘이 얼리 나온다는 얘기 있던데 맞아?”

“일단 준비는 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햄들 유급했었으니까 이번 년에도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고.”

프로로 진출할 얼굴들도 몇 있다 보니 대학리그에 뛰고 있는, 그리고 이번 드래프트에 나올 선수 얘기도 좀 나누다 보면 빈자리가 얼마 없어 서로 인사하고 자리를 잡으러 갔다. 좌석에 앉으니 경기를 진행할 선수들이 슛을 던지며 가볍게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종수햄은, 뭐 누구 눈여겨보는 선수 있어요?”

“아니. 아는 얼굴도 별로 없고.”

아는 얼굴이라 해봐야 너네 지상고 멤버랑 원중고에서 매치업 했던 애들이나. 그리고 또, 그 신유고 뛰어다니는 애 한 명 정도일까. 하긴 종수햄 바로 유학 갔으니까 잘 모를 만도 하겠네요. 경기 준비시간 동안 기상호는 제 형들이나 친구 대학리그 응원하러 갔을 적 봤던 주전 선수들에 관해 이야기 해주었다.

“누가 보면 스카우터인줄 알겠어.”

“드래프트로 올 신인들 아닙니까.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죠.”

“솔직히 내가 잘 봐둬야 같은 팀 할 놈은 뽑기와 구단이 정하는 건데.”

“뭐 같은 팀 될 선수 얼굴 봐두는 것도 있긴 한데 미리 파악해두면 나중에 파훼할 방법 빠르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너도 진짜….”

“성질 이상하다고요?”

“어. 진짜 이상해.”

대학경기서 다음에 올 신입 어떻게 파훼할지 미리 알아봐 두는 건 너 밖에 없을 거다. 사실 반쯤 욕으로 해둔 거긴 한데 얜 칭찬으로 받아들였는지 제가 좀. 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시간이 되자 각 대학 팀원들은 벤치로 들어갔다. 이후 한 명씩 이름이 호명되어 코트 위에 5명의 선수가 올라왔다.

휘슬이 불리고 심판이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으로 1쿼터의 시작. 라이벌전이라고 할 만큼 시합의 진행은 막상막하로 진행되었다. 스코어링 런 없이 서로 치열하게 맞붙은 경기가 1쿼터 내내 지속하였다. 2쿼터에서는 한번 흐름 끊기면 끊긴 쪽이 뒤처지고. 흐름을 끊은 쪽은 더 점수 차를 벌리려고 하고 있고. 경기 진행을 바라보고 있자면 주익대쪽에서 3점 슛이 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슛의 주인공이야 뻔했다. 대놓고 자기 3점 슛 넣었다고 세레모니를 하는 조재석이 보였으니까.

“오늘 완전 날아다니네요.”

솔직히 원중고때 패턴 플레이하면 파악한 이후에는 움직임이 보여서 막기 쉬웠는데 대학경기에서는 찬스 나면 바로 쏘니까 프로 갔을 땐 더 막기 힘들어지겠다고. 기상호는 속 편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조재석은 너보고 대학 때 안 만나서 다행이라고 하던데”

“아 진짜요?”

“고등학생 때 매치업 하면 맨날 막아서니까 죽을 맛이라고.”

상대방이 띄워주는 말을 하는 게 기분이 좋았는지 기상호의 광대가 올라갔다. 그 표정을 보니 좀 재수없어서 살짝 눈살을 찌풀이곤 다시 경기에 집중하였다. 2쿼터는 조재석의 3점 슛이 여러 번 성공하는 거로 주익대가 스코어를 더 벌려갔다. 백윤대는 최대한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고. 10점 차 경기. 솔직히 20점 차 경기도 한 쿼터에서 뒤집어가며 역전극이 벌어지는 게 농구인데 2쿼터 10점 차는 할만했다.

전반부가 끝난 후의 잠깐의 쉬는 시간. 둘은 이전에 정했던 대로 주익대 응원석에서 백윤대 응원석으로 넘어갔다. 반대편 응원석에는 앉을 자리라곤 끄트머리밖에 없지만 그래도 보는 데 지장은 없어서 그냥 맨 끝 구석에 앉았다.

잘 안 보이는 구석에 앉아도 마주칠 사람은 마주치는 법인지. 처음부터 백윤대 응원석에 앉아있다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난 임승대는 구석에 있던 둘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뭐야 너희 방금 주익대쪽에 있었던 거 아니었어?”

“3, 4쿼터는 여기서 응원하려고요.”

“종수 넌, 재석이 보러온 거나 다름없는데 재석이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주익대 벤치에 강인석이랑 이규 있던데 뭐.”

웃기는 놈들이야. 임승대는 픽 웃으며 마저 갈 길을 갔다. 3쿼터에서는 다시 백윤대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골 밑에서 득점을 하던 김다은이 3점 라인까지 빠져나와서 슛을 성공하는 거로 기세를 잡으려 하면 주익대에서는 공태성이 덩크를 시도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기상호가 역시 다은햄, 태성햄 하면서 리액션 넣어주는 걸 최종수는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3쿼터가 지나고 4쿼터. 마지막 10 분답게 숨 막히는 대결이 진행되어도 별 감흥 없이 제 눈에 띄는 선수들만 눈에 담아두었다. 기상호가 자기네 형들 득점할 때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동의를 구하면 최종수는 그냥 ‘어 그래.’ 하면서 들어줄 뿐이었다.

서로 뒤집고 뒤집는 역전극의 끝, 경기는 동점 상황에서 주익대가 2점 슛을 비저 버터로 넣는 것으로 끝이 났다. 실내 체육관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오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이 보였다.

“저 잠깐 햄들이랑 인사만 하고 갈게요.”

“야 갈 거면 같이 가.”

“네? 종수 햄 괜찮아요?”

“이번 겨울부턴 얼굴 쭉 마주칠 거잖아.”

뭐 그렇긴 하죠? 기상호는 가장 먼저 원정팀인 주익대 버스 근처로 갔다.

“마 니 프로 되더니 바쁘다? 이제사 햄 경기 보러 오고?”

먼저 프로로 빠진 선배들과 이야기가 막 끝난 공태성이 기상호를 발견하곤 빠르게 다가가 헤드록을 걸었다. 으아아, 그치만 플옵까지 뛰니까 진짜 볼 시간 없었다고요. 기상호가 우는 시늉을 해도 공태성은 힘을 더 줄 뿐이었다. 아 햄 스탑스탑 저 진짜 아파요. 그제서야 공태성이 팔에 힘을 풀었다.

“근데 선배들은 어디 가고 니만 왔나?”

“재유햄이랑 준수햄은 서교대랑 준향대 경기 보러 간대요.”

“아, 그렇겠구먼.”

공태성은 기상호랑 얘기하다가 옆에 있던 최종수를 흘금 바라봤다. 아 안녕하세요? 아까 기상호와 대화하던 것과는 다르게 어색한 말투. 근데 최종수도 할 말이 없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를 받아 주는 것 외에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공태성뿐만이 아니라 백윤대쪽에 있던 김다은과 마찬가지로 최종수 혼자만 어색한 인사시간을 보내었다. 인사만 하고 간다는 말답게 기상호는 다음에 보자는 말을 끝으로 제 형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기왕 온 거 캠퍼스 구경 좀 할래요?”

“뭐 대학 캠퍼스를 구경까지야.”

“이잉 저 대학 안 다녀서 궁금했다고요. 햄들도 연습하느라 바쁘다고 구경도 안 시켜주고.”

할 일도 없잖아요. 꼭 말을 해도 얄밉게 말하지. 뭐 구경이라고 해봐야 그냥 건물 구경밖에 더 있나 싶었지만. 사실 걷는 것밖에 더 되나. 그렇게 같이 캠퍼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를 10분 정도 지난 후, 대학 구경은 개뿔이고 되려 구경거리가 된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농구경기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은 날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프로선수 얼굴 알아채는 건 당연했다. 눈 마주치면 인사하고 사진 찍어주고. 야 기상호 캠퍼스 구경하자 했더니 무슨 팬 미팅을 하냐? 핀잔을 주니까 몇 차례 정도 인사하다 기 빨린 기상호가 자기도 그럴 줄 몰랐다면서 얼른 가자고 재촉했다. 사람에 휘말린 건 잠깐 뿐이었지만 인사하고 사진 찍어주면서 바깥에서 사람과 부대끼는 걸 반복했더니 피곤해진 것도 있지만 일단 더웠다.

“근처 카페서 음료나 마실까요.”

“어.”

적당히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아이스티 한잔을 시켜 적당한 2인 테이블에 앉았다.

“근데 벌써 여름이네요. 한 것도 없는데.”

“한 게 뭐 없어. 주말마다 젤다의 전설 했잖아.”

“그게 한 거예요? 지금 종수햄은 초록색 옷이 링크인 것만 알고 있는데.”

“솔직히 그건 너무 할 거 많아. 유튜브 보니까 뭔 기계조립을 하던데.”

“그건 그냥 최상위 고인 물만 하는 거고요. 햄은 스토리부터 깨요.”

맞다. 알고리즘으로 영상 보다가 스포당하지 말고요.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게임 스포일러 엄청나게 하던데. 어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을 시간. 마침 구단 톡방에서 공지가 올라온다. 전지훈련 장소와 일정이라던가 시즌 전 연습경기 일정 등. 그냥 막연히 여름에 하겠거니 생각한 일정들이 성큼 다가와 공지되는 걸 보니 확실히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구나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너넨 전지훈련 언제냐?”

“아직 공지 올라온 거 하나도 없어요. 뭐 남들 가는 시기에 가지 않을까요. 햄은요?”

“7월 중순에 국내로.”

“그래요? 저번에는 해외로도 훈련 갔다고 하던데.”

“나중에 일정 확정되면 말하겠지.”

음료를 쪽 빨아 먹으며 전지훈련 이야기가 나오니 앞으로의 여름 비시즌 일정에 대한 말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웠다. 비시즌을 먼저 겪었던 기상호의 경험담이 더 많았지만. 강원도 쪽이 시원한 건 맞는데 그래도 여름은 더워 죽어서 야외서 뛰는 건 고역이었다는 말과 해변가쪽 갔더니 그냥 구경만 하고 끝나서 물놀이 하고 싶었는데 못 즐겼다는 얘기. 그걸 또 얘기했더니 선배들이 물총 사 와서 물총 놀이했다는 소소한 사건들.

“야.”

그런 말을 듣고 있자면 지금 앞으로 동네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문득 생각이 나서. 최종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입 머금었다가 앞으로 다가올 어떤 일정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나중에 집 구하기 힘들면 그냥 우리 집 와도 돼.”

“와, 이건 좀 감동인데. 근데 왜요? 형 혼자 살기 쓸쓸해요?”

“봐주니까 또 기어오르지.”

“잉. 그치만요. 형 주말에 심심해서 노는 거랑 저랑 같이 사는 건 좀 다르니까 궁금해진 거죠.”

“생활 패턴 비슷한 사람끼리 살면 좋잖아. 집세는 반 나누고 우리 집 방도 투룸이니까.”

“아 솔직히 형 혼자 살면서 그 공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건 아쉽긴 한데.”

약 두 달간 주말 동안 최종수 집에서 노는걸 반복하다 보니 외박도 좀 하고. 같이 삼시 세끼 먹어본 적도 있고. 그러다 보니 기상호가 저의 집을 남의 집보다는 서브 아지트 정도로 여기는 게 눈에 보였다. 자신도 기상호를 손님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단 그냥 주말 한정 동거인처럼 여겨졌고. 최종수는 긴말하거나 설득하진 않았다. 익숙하게 잘 살았던 거 이대로 이어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건 서로 경험한 바였으니까. 그냥 걸리는 점이 있다면 기상호가 수원팀에 있으면서 굳이 서울에 출퇴근 생활할 필요가 있는가. 라던가 같은 팀 소속도 아닌 다른 팀 형과 같이 살면 정규리그 때 서먹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정도지.

“생각은 해볼게요.”

“어 그냥 말만 해둔 거니까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봐.”

어디까지나 고려사항이니까. 최종수는 그리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름이 오면 종강이 있고, 방학이 있지만, 사회인에게는 이제 끝나버린 이야기다. 앞으로 훈련으로 고생할 사람들에게는 최후의 만찬이라던가 약속을 할 시기. 물론 여름이라고 누구 못 만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지만 다 같이 모일 약속을 잡으려면 일정이란 이름의 테트리스를 해야 하니까.

 

정희찬

【햄들, 저희 이번 토요일에 경기 없어요.】

 

성준수

【그럼 26일로 잡아둔다. 재유 넌 어때?】

 

진재유

【오후 훈련 끝나고 기차 타면 될 것 같다.】

【8시쯤 될 것 같은데 괜찮나?】

 

【그럼 메뉴는 뭐로 먹을래요?】

 

성준수

【소고기로 해. 이제 돈 버는 사람 셋인데.】

 

공태성

【올ㅋ 전하 통 크게 쏘시네요】

 

성준수

【어. 먹고 힘내라고.】

【니들 얼리로 들어와서 떨어지기만 해봐라.】

 

김다은

【ㄷㄷ】

 

매년 있는 쌍용기 멤버의 모임. 올해는 김다은과 공태성이 바쁜 데다 진재유가 부산으로 가면서 모이는 게 힘들 줄 알았으나 일정을 쥐어짜 내니 저녁 약소 하나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기상호는 달력 앱에 약속 하나를 적어두곤 소파에 앉아 누나와 제 사이에 둔 대용량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떠먹었다. 지금도 이렇게 더운데 여름에는 어떨지. 더 더운 날씨에 진행 될 전지훈련을 생각 하니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맞다 상호, 니 전지훈련인가 암튼 집 비우는 거 언제나.”

“아직 일정은 안 나왔는데 7월 중순에서 말이지 않나 싶다.”

“맞나.”

“전지훈련은 와. 부모님 오는 것 때문에?”

“것도 있고, 슬슬 집 알아보면서 니 집도 알아봐야지 않나. 솔직히 기간 애매하면 그냥 구단 숙소 알아봐도 되고.”

대신 집 비울 때 니 물건은 본가로 잘 보내던가 해라. 기상호는 누나 입에서 나오는 거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입술을 잠깐 꾹 다물었다. 전에는 아 이제 알아봐야지, 미룬 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처럼 굴었는데. 오늘 대학경기를 보고 나서 들었던 말 때문인지. 다른 선택지가 생기니 괜히 망설여진다.

“누나.”

“어.”

“만약에, 누가 내랑 같이 살자고 하면 어떻겠나?”

“여자는 아닐 테고 친한 형이가?”

“어.”

우리 막둥이는 재주도 좋아. 햄들한테 이쁨도 받고. 칭찬인지 욕인지. 누나는 픽 웃고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먹으며 조언 섞인 잔소리를 해 주었다.

“뭐 동거하는 거면 서로 생활 습관 잘 알아보고. 규칙이나 그런 거 잘 정해라. 내랑 니는 가족이니까 그냥 마구잡이로 생활한 게 있지만 남은 좀 다르다.”

내가 2년 동안 너 봐준 거 잊지 마라. 강조하는 말. 네. 누나가 많이 봐줬죠. 기상호는 억지로 입가를 끌어올리며 2년간 동거하며 들었던 잔소리들을 떠올렸다. 사실 잔소리가 아니라 혼자 살아갈 때 해야 하는 자취 스킬들이었지. 첫 취직후 1개월 동안은 어린 나이에 바쁘게 살아갈 막내 불쌍하다고 빨래니 밥이니 다 해줬으니까. 그 이후에야 빨래는 어떻게 하고, 요리는 어떻게 할 거고 방 청소나 화장실 청소 그 외에 돈 빠지는 게 어떻게 빠지는지 알려주었고. 이렇게 생각해보니 가족이라고 동생을 이렇게까지 챙겨준 누나가 보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여전히 막내로서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누나의 존재는 무섭긴 하지만.

“그래서 누군데?”

“그, 전번에 나 필름 끊겼을 때 데려다준 햄.”

“아. 그 이 근처에서 산다는 동네 사람?”

잠깐의 침묵, TV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소리만 기상호의 귓가에 들릴 때, 저의 이름이 불렀다.

“기상호.”

“으응?”

“친한 친구도 싸우게 되는 게 동거인데, 안 싸울 자신 있나?”

“아니. 내랑 햄이나 뭐 공사 구분 못 할 것도 아이고…….”

“그게 아니라, 집은 그 형 거지?”

“어어 그렇지.”

“이미 집 소유로 그 형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인건 좀 알아둬라. 만약에 싸우게 되면 어쩌려고.”

물론 니는 숙소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으니까 집 쫓겨나도 괜찮다만, 그래도 니 집 아니어서 서러운게 많을 거라는건 알아둬라. 게다가 다른 구단이라매. 차라리 싸워도 계속 같이 살아가야 하는 연인이나 팀원이면 몰라. 그냥 형 동생 관계라면 내는 반대다. 한숨 섞어가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차분히 설득하니 기상호로서는 그냥 웃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반응이 나올 건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고. 그래도 그냥 혹시나 긍정적인 면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본 건데 역시 안 되려나.

 

 

정육식당이 들어서 있는 축산시장. 간만에 만난 멤버들이 시장 길목을 들어가면 여러 식당 사이로 적당히 아는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본 식당이 있었다. 육우 모듬 대자 두 개 시켰다. 서비스로 나오는 육사시미랑 술 같이 마시면서 오랜만에 만난 근황 이야기도 서로 해봤다. 대학 다니는 애들은 대학 얘기. 프로선수는 구단 얘기. 소문대로 공태성과 김다은이 이번 년도 드래프트 도전을 하다 보니 드래프트 얘기도 좀 하고.

“햄들 컴바인때 어땠어요?”

“어떻긴 뭐 어때 그냥 기록 재는 거 평소처럼 하는 거지.”

이러면 키 커진다고 막 몸 늘이는 동작하는 애들 있는데 그거 쓸데없으니까 그냥 기록이나 받아들여. 컨디션 관리 때문에 전날에 푹 자고. 퉁명스레 말하는 것치곤 성준수는 세세하게 잘 알려주었다. 로터리픽들이야 대학리그 뛰는 거 보면서 구단이 찍어둔 거니까 했던 대로 잘해. 경험에 우러나오는 세심한 조언도 잘 해주고.

“정희찬 넌 웨이트 해서 몸집 더 키우고. 몸 날렵한 애들이 빨라 봐야 체격 차 있는 선수랑 몸싸움하다 넘어진다.”

“햄들 저는 이번 연도 드래프트 아닌데요.”

“그래도 먹어둬야 좋지. 내년 9월 금방 온다.”

그래도 고기는 잘 먹어두겠습니다. 매번 먹임 당하는 역할인 정희찬은 진재유가 집어주는 고기를 잘 받아먹었다.

“뭐 컴바인때 기록 남은 건 프로필 때 쓰이니까 잘 나와야 좋은 건 맞는데, 중요한 건 트라이아웃때 잘 보이는 거지.”

거기서 눈도장 찍어두려고 열심히 뛰는데 너무 무리하진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그냥 평소 니들 기량 보여준다고 생각해라. 오 농신의 피와 살이 되는 조언 잘 받아들이겠습니다. 마 니들 그 별명 쫌 고마 부르라. 서로 웃어넘기면서 잘 익은 소고기를 굽는 대로 입에 집어넣으며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운동부 남자들답게 소고기 대자 두 판은 금세 떨어졌으니 먹고 마시던 입이 쉬어 말하는 입이 일할 차례가 되었다.

“상호 너는 드래프트 어땠나? 이젠 몇 년 전이라 다 까묵었나?”

“네? 그냥 뭐…. 하라는 대로 다 했죠. 초반에 엄청 긴장되어서 트라이아웃때 슛도 못 넣고 그랬는데. 나중에 스틸 몇 번 하고 수비 성공하니까 눈도장 찍어둔 거 같아요.”

“겸손은. 내가 말 안 했나. 니는 생각보다 농구 잘한다고.”

햄들이 잘 격려해준 덕분이죠. 기상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사실 자신도 고등학생 3학년 때 대학생각이나 했지. 다른 길이 열릴 줄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먼저 대학 간 선배들이 자기네 대학 오라면서 밥 사주고 괜히 더 말 붙이고 그러긴 했었지만. 그래도 대학 골라갈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지역 구단 관계자가 한번 얼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번 해봐서 고민을 좀 했었다.

“솔직히 쌍용기때 종수햄 막아서 이름 올릴만한 건덕지가 있던 거죠.”

뽑아줄 거라는 보장은 없었어도 그 미국대학에 갔던 최종수를 1학년 때 막아서고 이후로는 수비로 이름을 떨쳤으니까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그렇게 설득하니 그땐 그냥 한번 해볼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되겠지. 싶어서 대학 준비하던 시간을 드래프트 준비로 노선을 틀었었다. 몸집도 더 키워보고 드래프트에 나올 선수들 대학경기 더 보면서 플레이 스타일 파악하면서.

“맞다 상호. 내 궁금한 게 있는데 최종수랑 무슨 사이고?”

안 그래도 저번 경기 때 최종수랑 같이 붙어서 오니까 뭔 일인가 했다. 같은 구단도 아닌데 어찌 왔는지. 이제는 슬슬 질릴 질문에 성준수가 맥주잔 한잔 비우며 대신 대답해줬다. 걔 기상호랑 같은 동네래.

“에? 어쩌다가?”

“어쩌다가는 무슨. 쟤 누나랑 같이 서울집에서 살잖아.”

걔 기상호 집 위치도 알던데. 그렇게 말하니 이상한데 저랑 종수햄 주말에 같이 놀기만 할 뿐이에요. 기상호가 별거 아닌 듯 이야기했지만 주변 시선은 영 탐탁지 않았다.

“상호야, 너도 참 사람 좋다. 3년 전에 그렇게 욕 박은 놈이랑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거 보면.”

“아이 준수햄. 종수햄이 술김에 그때 예민해서 그랬다고 말해주던데요. 사과는 안 했지만.”

“하긴 전하를 생각하면 최종수의 인성 질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죠.”

“태성아 니가 할 말은 아니다?”

감독님한테 다 들었다. 너 주장 때 후배들한테 제대로 하라고 소리 지르다가 싸운 거. 성준수가 코웃음 치며 말하니 공태성은 무안한지 그러니까 고3 때 다들 그런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니 다들 웃었다. 공태성 너 때문에 내가 애들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한 지 암? 맞다. 태성햄 진짜 저랑 상호가 얼마나 마음고생 한 줄 알아요? 우리 상호. 마음도 약해서 1학년들이 나갈까 봐 조마조마했다고요. 말없이 이야기를 듣던 김다은이 한마디를 하고 희찬이가 더 거들니 비난의 화살은 공태성에게 돌려졌다. 아, 내가 잘못했다. 공태성이 빽 소리를 지르는 타이밍과 함께 추가로 주문한 소고기 한 접시가 나오니 비방 타임이 멈추었다.

“그래도 기상호 동네 주민 최종수. 다음 시즌이면 끝나잖아.”

“아 근데 저 집 알아보려고 하니까 종수햄이 같이 집세 반 나눠서 살아도 된다 하던데.”

얌전히 고기를 먹던 것도 잠시. 기상호가 저번 주 주말에 최종수가 했던 제안을 말하니 다들 못 들은 걸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경악했다. 뭐? 그 최종수가? 걔 뭐 잘못 먹었나? 아니 종수햄을 뭐라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사람인데. 실제로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라 실드를 쳐주니 성준수가 물 한 컵 마시고 물잔을 책상에 내려놨다.

“야 기상호 너 그렇게 구는 거면 내가 그냥 구단 숙소에 집어넣는다.”

“힝 왜요. 저희 나름 공사 구분은 잘한다고요.”

물론 같은 구단 사람도 아니지만, 주말에 만났을 때 서로 팀에 관한 이야기는 안 하고. 최종수가 팀 관련으로 고민 상담을 하려고 했을 때 그냥 그건 알아서 하자고 칼같이 끊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나름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두었지만, 같은 구단에 있는 성준수는 여전히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친목 관련으로 말 나온다고. 선배들이 너 잘하고 열심히 하니까 아직 별말이 없는 거지. 같은 구단 사람 내버려 두고 다른 구단 사람이랑 놀고 같이 살면 좋게 보겠냐고? 그것도 수원이 아니라 서울 집에서.”

“상호, 이건 준수 말이 맞는다.”

니 어린 나이에 프로 와서 1~2년 차 때야 선배들이 오냐오냐해주겠지만 이젠 사회생활 적응도 끝낼 시기인데 구단 선배들 놔두고 다른 구단 사람이랑 지내면 말 나오지. 물론 친목이야 개인 인간관계니까 크게 터치 할 부분은 아닌데. 동거는 좀 그렇다. 옆에서 가만히 말을 듣던 진재유가 한숨을 푹 쉬며 말하니 기상호는 더 해명도 못 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너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나중에 말 나올 거 염두에 둬라.”

밥이나 먹자. 성준수가 부러 소고기를 기상호의 접시에 넣어주고 기상호가 그 고기를 집어 먹었다.

다른 사람 말대로 친목 관련으로 말이 나올 건 생각은 해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 마치고 바로 입단한 형들과는 다르게 어린 나이에 입단한 기상호로서는 여전히 구단 선배들은 팀워크와 별개로 사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취미생활같이 하려고 하면 잘 해주는 나이 좀 있다 하는 선배들의 취미는 낚시나 등산 같은 밖으로 나가는 쪽이 많았고. 중간연차 선배들도 기상호를 배려해준답시고 혼자 냅두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더해서 저같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쪽은 별로 없었으니.

그렇다고 고등학생 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대학이니 프로 준비니 하면서 바쁘니 만날 일도 줄어드는 때였다. 그렇게 저 혼자 외로움 타다가 우연히 만난 최종수와 코드가 잘 맞아서 몇 번 더 만나다 보니 두 달 만에 부쩍 친해졌다 할 수 있었다. 남들 보기에는 어쩌다 얘네가 친해졌나 싶겠지만, 최종수와 있을 때는 나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니까.

나름 공사 구분도 잘한다고 하지만 또 윗사람이 보기에는 다르니. 그냥 선배들 말이 맞다고 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 최종수도 그냥 염두에 두라고 한 제안이었고, 가까운 가족인 누나부터 시작해서 주변인들이 이리 말하니 동거는 나중에 거절해야겠구나. 기상호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남모를 한숨을 작게 쉬었다. 역시 안될거라 생각 한 부분이긴 한데, 아쉬웠다. 단순히 동거를 못 한다는 사실보다, 관계를 부정적인 전망으로 보고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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