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모토 올스타즈

아카히로 / Imagined Love

히로유키는 아카기의 상처를 사랑한다.

그렇게 말하면 히로유키는 그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상처를 좋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사람을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라며 시퍼런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러나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했든, 히로유키는 아카기의 상처를 사랑했다. 피부 위에 찍힌 점, 색이 죽은 흉터, 툭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 단정하지 못해 결함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곳을 사랑했다.

좋아한다, 라는 말은 너무 묽고 가벼웠다. 히로유키가 아카기의 흉터를 어루만질 때나 점 위에 입을 맞출 때 닿는 온기는 장마철의 공기처럼 음습하고도 끈적거렸다. 이런 감정을 “좋아한다”라고 명명하는 것은 풋풋한, 밝고 아름다운, 미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직 스무 살인 히로유키는 그가 가진 것이 보통의 감정이라고 착각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매일 비춰주는 반짝이는 연애. 모서리가 뭉툭한 삼각형의 부드러움 같은.

그래서 히로유키는 온 힘을 다해 감정을 표현했다.

아카기 씨, 아카기 씨, 하고 감정을 가득 담아 이름을 불렀다.

청춘 영화의 주인공처럼 매 순간 고집에 따라 행동했다.

그것은 때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카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드러나서,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저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가 있었다. 아카기의 투패를 따라 하는 일에서부터 아카기가 어디를 가든 쫓아가거나 하나부터 열까지 그와 비교하기까지. 이런 일은 아카기도 ‘젊은 아이는 귀엽다’고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주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듯 보이는 것들은 마냥 귀엽게 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흉흉하고 게걸스러운 눈빛. 손톱이 부러져 피가 나와도 재능과 빛을 갈구하며 벽을 긁어대는 손짓. 아카기는 가끔 히로유키의 수줍은 표정 뒤의 짙고 어두운 욕망을 보았다.

제 나이의 두 배나 어린 제자를 밉게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터다. 예외가 있다 하더라도 아카기는 아니었다. 정면으로 돌진하는 멧돼지처럼 자신만 바라보고 달려오는 히로유키가 조금은 넌더리나면서도 기특하기도 했다. 히로유키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규칙이나 사람에 얽매이는 일 없는 그 아카기 시게루가 자신만을 특별 취급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인식과 무의식의 영역은 담배 연기만큼이나 흐릿하고 애매해서 히로유키는 종종 그 경계를 헤매곤 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히로유키의 무의식, 독점욕이나 열등감이나 지배 욕구와 같은 사랑의 이면이 쉽게 고개를 들었다. 이유는 사소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카기는 종종 오른손을 떨었다. 벌써 이십 년도 더 전에 패인 어깨의 흉터가 쿡쿡 쑤시는 탓이었다.

의지로 붙잡으려 해도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떨리고 마는, 아카기의 사고와 통제 영역 밖의 고통.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이 오래된 기억과 후유증을 떠안은 미세한 몸짓.

히로유키는 그 손에 닿는 순간을 사랑했다.

신의 영역에 있던 자가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인간으로 끌어내려 진 모습을 보면 황홀에 젖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주의 발등에 키스하는 신자처럼 아카기의 흉터에 입을 맞추었다. 아카기가 안아주지 않더라도 히로유키는 치기 어린 제자를 내버려 두는 스승을 껴안고 사랑을 퍼부었다. 아카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쉬고 혀를 내밀어 핥고 깨물고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흉터의 감각을 자신 안에 새겼다. 이 이상 성욕은 아카기의 무욕과 닮아 있었다. 거대하고도 무겁고 직선적이며 새하얗다. 너무나 천성적이기에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감정이었다.

히로유키는 제 안에 쌓인 동경을 욕정이라는 형태로 풀어낸 후면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했다.

“……부러워요….”

나도 아카기 씨에게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도 아카기 씨를 인간으로 묶어둘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도 아카기 씨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나는…… 당신이 되고 싶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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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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