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칼데아의 오늘의 밥상

칼데아의 오늘의 밥상 1~3 완전판

FGO by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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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1부 내용 스포 주의

*2부 등장인물 스포 주의

*에미야가의 오늘의 밥상 패러디입니다.. 홍차씨가 주로 고생해주십니다.

*1,2,3 합쳐서 올리는 완전판입니다. 오타 검수 및 퇴고 후에 올립니다. (내용 변화X)

1. 와이번 꼬리 가라아게

“ 으아아앗?! 대화중에 미안하지만, 와이번이야! ”

“ 혹시 와이번은 대화할때만 나오는 법칙이라도 있는거야!? ”

인류 최후의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가 짜쯩내듯 말을 던졌다. 리츠카의 시야에 들어온 와이번은 총 3마리. 하지만 리츠카는 이미 알고있었다. 저 놈들, 후열에 6마리정도 더 있겠군! 대군보구 3번 난사하면 끝날테지만 귀찮단말이지... 저 멀리서 캐스터 아르토리아가 죽어가는 소리도 들리고.

애초에 이번 주회의 목적은 식자제 탐방이었으니… 저 와이번들은 좋은 고기가 될 예정이었다. 최대한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게끔 상처는 작게, 한 방에 죽여야하기에 무지성 난사인 대군보구로는 어렵기도 하고. 이럴땐— 모르간이겠지. 그 보구, 나름 각도 조절까지 가능하니까.

“ …범인류사는 그런 것도 먹어? ”

“ 칼데아는 늘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

“ 에, 리츠카.. 그거 먹으려고 챙기는 거였어..? ”

“ 에, 와이번 고기는 못먹어? ”

캐스터 아르토리아의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을 겨우 무시한 채로, 로마니는 미간을 곱게 모았다. 아무리 식자제가 부족한 상황일지라도 먹기 싫은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니까. 와이번이라… 식용 가능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파충류 특유의 냄새가 있지 않을까나… 오를레앙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거, 상태가 나빠보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에미야에게 가져다주면 뭐라도 해주지 않을까? ”

“ 선배, 그런 떠넘기기는 위하다고 생각합니다! ”

칼데아의 식당, 주방의 수호자이다 인리의 수호자인 무명의 영웅 —에미야는 곤란한 얼굴로 서 있었다. 에미야의 앞에 놓여있는 것은 분해된 와이번. 이리저리 파충류 특유의 비닐같은 가죽이 붙어있었다. 늘 고민이었던 식자제 수급. 혹시 레이시프트로 해소할 수 있을까, 하고 부탁하긴 했지만… 이건 원하지 않았다. 에미야는 떨리는 눈으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 마스터, 무엇을 원하는거지? ”

“ 으음… 가라아게라던지~ 스테이크라던지! ”

밝게 웃으며 답하는 리츠카에 에미야는 절로 멍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에미야는 한숨을 폭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재료를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자신이 없어지는건, 처음인데.

 " 그래도 우선- 카라아게, 였지. "

 우선 준비된 와이번 고기를 한 번 더 잘게 해체한다. 다른 살보다 꼬리쪽이 연할 터이니, 꼬리살을 사용한다. 먼저, 꼬리에 굵게 자리잡은 뼈를 제거한다.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한 뒤 한 입 크기로 썰어준다. 시간이 없으니 찬물에 담궈 빠르게 남은 핏물을 제거해준다.

 그동안 마늘과 생강을 갈아, 밑간용 간장, 소금, 후추, 맛술을 섞는다. 기본적인 밑간 양념이 되었다면, 와이번 고기를 꺼내어 다시 한 번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해준다. 그 후, 양념과 함께 볼에 넣고 잘 주물러준 뒤 다시 몇 분간 방치.

 간이 벤 와이번 고기는 달걀물로 안쪽까지 적셔준다. 밀가루와 전분을 1대1로 섞은 가루를 와이번 고기에 잘 묻혀준 뒤, 160~180도의 기름에 1분 반 정도 튀겨주면.. 닭고기로 만든 것과 비슷한 모양이 되기 시작한다.

 내부의 열로 나머지 1분동안 살을 익혀주면, 고기의 육즙과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국자로 튀김옷을 살짝, 때려 튀김옷을 깨준 뒤 다시 튀겨준다. 튀기는 과정을 적어도 2회는 해야 더 바삭해진다. 튀기는 동안에도 국자로 몇 번 때려주면 좋다.

 두세 번 반복하여 가운데까지 잘 익힌 후, 200도의 고온에서 3~40초 튀겨주면 완성.

 같이 곁들여 먹을 음식으로 양배추 샐러드를 준비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와이번 고기의 핏물을 빼는 시간에 하면 좋다. 양배추와 양파를 잘게 채썰고 찬물에 담가 양파의 매운맛을 뺀다. 양파 1/6쪽, 마요네즈, 요거트, 레몬즙, 설탕을 넣은 후 후추를 약간 뿌린 뒤 갈아내면 샐러드 소스도 완성.

 이를 양배추와 양파 위에 뿌려주면, 곁들임 음식도 완성.

 " 자, 와이번 고기로 만든 카라아게와 양배추 샐러드다. "

 " 오오! 전혀 와이번 같지 않아, 대단해! "

 " 이건 대단하네.. 에미야, 요리를 잘 하는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이구나. "

 " 맛있군! 내가 직접 한 베이컨보다 맛있어! "

 " 고르돌프 소장님, 베이컨도 만들 줄 알아요? "

 " 그나저나 이 샐러드도 맛있네... "

 마스터를 비롯해 스태프 20여명과 로마니, 고르돌프가 모여 와이번 고기 카라아게를 시식했다. 밝게 웃는 얼굴로 먹는 그 모습에, 에미야의 얼굴에도 결국 미소가 걸쳐지기 시작한다.

 한 입, 두 입 먹다보니 빠르게 사라지는 음식에 에미야의 손이 빨라진다. 미리 핏물을 빼둔 와이번 꼬리를 가져와 다시 카라아게로 만든다. 식어도 맛있는 음식이니, 지금 잔뜩 해두고 내일 아침으로 내놓을 생각인거겠지.

 바깥은 눈보라가 치고 희망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칼데아의 저녁 만큼은 따스한 그런 날이었다.

2. 우루크식 버터케이크

 " 우루크에서 먹었던 버터케이크.. 또 먹고 싶네.. "

 " 아, 시두리씨가 준비해주신 그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선배? "

 " 응응, 그거! 엄청 맛있었으니까.. "

 후지마루 리츠카가 칼데아의 식당에 늘어져 있었다. 기원전의 요리라곤 믿을 수 없는 달콤함과, 폭신함이 좋았던 케이크였다. 레시피라도 알고 있으면, 주방의 수호자에게 부탁했겠지만 아쉽게도 시두리는 칼데아에 오지 않았다. 

 " 아, 그러고보니 현왕님께 물어보면..! "

 " 그렇네요! 캐스터의 길가메시씨라면 아실 수도 있어요! "

 " 있어도 네놈에겐 주지 않는다. "

 리츠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가 바로 침몰했다.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답변에 다시금 엎드렸다. 그런 리츠카의 등을 토닥여주며 애써 웃어주는 마슈의 모습을 바라보다, 길가메시는 다시 식당을 떠났다.

 그런 길가메시를 바라보다, 리츠카를 잠시 두고 그를 따라 뛰어가는 마슈가 보였다.

 " 저기- "

 " 쯧, 귀찮게 하지 마라. 레시피는 거기, 종이에 적혀있는 것이다. 네 놈이 우루크의 언어를 알아볼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지만. "

 " 아, 감사합니다, 길가메시왕..! "

 " 됐다! "

 생각 외의 소득에, 마슈가 활짝 웃으며 현왕에게 인사를 했다. 이미 예상한 그 모습에, 길가메시는 혀를 잠깐 차고는 천리안들끼리 모여있는 방으로 향했다.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를 위해서라기보단 자신을 볼때마다 우루크의 버터케이크를 말해대는 어떤 인물 탓에, 기함을 토한 지 오래였다. 쯧, 먹고 싶으면 직접 해먹으면 될 것을.

 " 칼데아스의 번역기는 대단하네요, 역시. "

 

 마슈는 환히 웃으며 칼데아의 주방에 서있었다. 평소 주방을 사용하는 서번트들에겐 양해를 구한 지 오래였다. 자신의 마스터이자 선배, 후지마루 리츠카가 먹고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닥터 로망이 알게모르게 캐스터의 길가메시를 보채던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먼저, 계란을 잘 풀어준 뒤 설탕과 소금 아주 조금, 바닐라익스트랙을 넣고 잘 휘핑해줘요. 이때 휘핑기의 속도를 빠르게 해서, 2분정도 휘핑하면 쉽게 할 수 있어요. 너무 딱딱하진 않게, 부드러운 연노랑 색의 거품이 이는 정도면 충분해요. 무염 버터와 우유 조금을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녹여준 뒤, 아까 휘핑한 것과 섞어줍니다. 짧게 휘핑하여 거품이 꺼지지 않게 하는게 중요해요.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체 쳐서 넣어준 뒤, 뭉치지 않게 주걱으로 잘 섞어주면, 대략적인 반죽은 완성입니다.

 틀에 버터를 발라 구운 뒤 틀에서 잘 분리가 되도록 한 뒤에, 반죽을 부어주세요. 짧게 세 번 정도 쳐서 기포를 빼주면 더 좋아요.

 

 15분동안 예열한 오븐에 170도로 30분간 구워줍니다. 꺼낼 때, 반죽 끝을 꼬챙이로 찔러서 반죽이 안 묻어나오면 완전히 익은것이고, 묻어나온다면 짧게 더 구워줘야해요. 이 때는 앞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타지 않아요.

 완전히 익었다면 꺼내서 바닥에 내려친 후 5분간 식혀줍니다. 5분 후, 틀에서 케이크를 분리해 잘 식혀줍니다. 마지막으로 슈가파우더를 위에 뿌려주면, 우루크식 버터케이크, 완성입니다.

 하루 정도 실온에 보관한 후 먹는것도 맛있지만, 선배와 닥터가 먹고싶어 하셨으니, 오늘 오후의 티타임에 가져갈 예정이에요.

 " 아, 선배! "

 " 마슈! 오늘 티타임엔 말이야! 고르돌프 신소장님이랑 닥터, 올가마리씨도 오신대! "

 " 어라, 올가마리씨는 의외네요. "

 마슈의 손엔 조심스래 포장한 우루크식 버터케이크가 들려있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더라도, 그 맛은 가볍지 않은 케이크. 처음 만드는 케이크이지만, 베이킹 실력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해요.

 " 후지마루, 마슈! "

 " 왔군. "

 " 늦었잖아. "

 두 명이 방으로 들어오자, 이미 앉아있던 세 명의 모습이 보인다. 올가마리 전 소장, 칼데아의 의료부분 톱 로마니 아키만과 이번에 새롭게 소장이 된 고르돌프 신 소장까지. 칼데아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세 명이 모여있었다. 오후의 티파티는 시작한 후였는지, 이미 세 명의 앞엔 잔이 놓여져있었다.

 " 오늘 케이크는 제가 만들어봤어요. "

 " 마슈의 케이크! 맛있겠다! "

 마슈가 쑥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곱게 포장되어있는 케이크박스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조심스래, 리본을 푸른 뒤 박스를 열면... 우루크에서 맛보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생긴 케이크가 하나 들어있었다. 여러가지 과일을 접시 위에 두어 곁들여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달달한 케이크에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 이거, 우루크의 버터케이크 아니야? "

 " 흠? 우루크의? 칼데아는 고대의 레시피마저 복원할 수 있는건가? "

 " 아무리 시바라고 해도 그정도 능력은 없어! 이건 길가메시에게 레시피를 받은거지, 마슈? "

 " 아, 네! 캐스터의 길가메시씨가 주셨어요! "

 로마니가 눈을 빛내며 케이크로 다가갔다. 그런 그를 보며 웃으며 케이크를 잘라 그릇 위에 올려준다. 오늘의 티는 로얄 블렌드. 고르돌프 신소장이 직접 블랜딩한 티라, 달콤한 디저트에 잘 어울린다.

 " 응, 맛있네~! 길가메시왕은 이런걸 혼자 먹었던거야? "

 " 뭐, 먹을만 하네. "

 " 잘 만들었군, 마슈 키리에라이트. "

 " 우루크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아! 마슈, 대단해! "

 단란한 티타임의 모습에, 마슈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달콤한 디저트와, 친절한 사람들. 네 명이 칼데아의 한 켠에 모여 미소지으며 보내는 그 시간 만큼은, 결코 잊지 못하겠죠. 이런 기억으로 사람은 하루를 살아가고, 또 내일을 버티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선배, 오늘의 디저트는 맛있었나요?

3. 부드러운 양갈비 스테이크

 " 아아, 오랜만에 고향 음식이 먹고싶네.. "

 " 닥터의 고향이라면, 영국 말하시는건가요? "

 " 에? 아니아니, 이스라엘이지, 여기선.. "

 관제실에서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벌써 며칠째 철야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그 시점에, 로마니의 입에서 짧은 말이 던져졌다. 로마니 아키만의 국적은 영국이지만, 실질적인 고향은 이스라엘이기 때문일까, 고개를 가로로 휙 젓더니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본래, 근무중에 이런 짧은 대화정도로 분위기를 환기하던 사람이었기에 다들 웃으며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시점이었다.

 " 그럼, 간단하게라도 만들어줄까? "
 " 에? "

 그러니까, 다윗이 나오는 건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로마니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건낸 다윗에 모두의 몸이 흠칫, 뛰었다.

 " 아무리 나라도 너무 복잡한 것은 잘 못하지만- 간단한 거라면.. 응, 좋아. 1시간 정도 뒤에 식당으로 오도록! "

 " 에?? "

 당황한 로마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다윗은 관제실을 떠나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를 하던 붉은 아처와 타마모캣에게 양해를 구하고, 냉장고에 들어있던 양갈비를 꺼낸 후 주방에 섰다. 그리 화려한 요리는 할 줄 모르지만, 아들을 위한 요리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먼저, 양갈비의 지방과 근막을 제거한다. 제거하지 않으면 양갈비 특유의 누린내가 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하는 편이 좋다. 이것들을 소스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오늘 만들건 그 소스가 아니니까, 과감하게 버린다.

 손질한 양갈비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뿌린 뒤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단한 밑간을 해둔다. 마늘을 으깨어 양갈비에 문질러 향을 입힌다. 

 슬슬 양고기 스테이크를 위한 펜이 달궈졌을 것이기에, 펜에 올리브 오일을 둘러준다. 바로 양갈비를 넣고 강불로 구워준다. 적당히 갈색이 되었을 때 중불로 내려도 충분하다. 중불로 구워준 뒤, 색이 나면 마늘을 넣고 같이 구워준다. 색이 충분히 나면, 약불로 내려주고 버터를 넣는다. 그와동시에 마늘을 넣어 잡내를 완전히 없애준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덮어 3분간 익혀주면- 양갈비 스테이크는 완성!

 소스는 간단하게. 와인에 불린 무화과와 레드와인을 이용한다. 펜에 레드와인과 설탕 조금을 넣고 중불로 놓고 끓인다. 바글바글, 소리와 함께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인 뒤 무화과를 넣고 와인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이렇게, 소스까지 완성.

 양고기 스테이크를 그릇 위에 놓고, 소스와 무화과까지 올리면... 응, 로마니 아키만을 위한 요리 끝.

 " 타이밍 좋게 왔네, 로마니. "

 " 이건.. "

 " 예전에- 아직 양치기였을 적에. 가끔씩 해먹은 요리야. 밧세바에게도 해줬던 적이 있지. "

 뭐, 그마저도 몇 번 해준 뒤에 왕의 위엄이니 뭐니 하면서 금지당했지만.

다윗은 어깨를 으쓱, 해보이더니 로마니의 앞에 그릇을 두었다. 급하게 만드느라 1인분 뿐이지만, 서번트인 자신은 음식을 먹지 않으니 이정도 양이면 괜찮겠지.

 로마니는 요리에서 쉽게 눈을 때지 못하였다. 먼 옛날, 가끔씩 다윗 왕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해주는 것을 '알고'있던 요리. 하지만, 하지만 자신이 그것을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윗은 자식의 육아에 관심이 없었고, 솔로몬은 다윗에게 아버지의 면모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요리이기에, 로마니는 쉽사리 나이프를 움직이지 못했다.

 " 이런, 만들어줬는데 먹지 않으면 안되지, 닥터 로망. 자, 아- "

 " 윽, 아버님..! "

그런 로마니를 두고 볼 다윗이 아니었지만.

싱글벙글 웃으며 내미는 포크를 감히 거부할 수 없었기에, 눈을 딱 감고 한 입 받아먹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맛이라서 일까.. 아니면 유년시절의 그리움 탓일까.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뜬 아들은 웃으며 맛있다,는 말을 내뱉었고 그의 아버지는 다행이다, 라며 되받아쳤다.

 저 멀리서 그런 둘을 지켜보던 후지마루 리츠카와 마슈 키리에라이트, 캐스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소가 진해졌다.

5. 인류악의 감자 팬케이크

 " 게티아? "

 " 흠, 마스터인가. "

 노란색 덩어리가 칼데아의 주방에 서있었다. 게티아가 평소에 있던 장소가 아니었기에, 리츠카와 마슈의 고개가 절로 갸웃, 하고 기우뚱거린다. 그들은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에미야 같은 주방의 수호자들을 피해 야식을 먹으러 온 것인데, 게티아가 야식을 먹을 것 같진 않았다. 애초에 서번트라며 음식 자체를 먹지 않는 편이었고. 그렇기에 게티아는 이곳에서 더욱 보기 힘들었다.

 " 왕의 음식이다. "

 " 솔로몬의? "

 " 왕의 누이였던 다말이 만든 음식이다. 현재는 감자를 갈아서 만든다고 하던데, 본래는 밀가루로만 만들었다. "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게티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간단해보이는 음식이기 때문일까, 리츠카와 마슈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더니, 반짝! 빛났다. 조심스래 게티아의 뒤로 돌아 손을 닦았다. 깔끔한 손을 들고, 소매를 걷은 다음 게티아를 향해 밝게 웃어보인다. 이 인류악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약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게티아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아마, 패배를 직감한 얼굴 아니었을까.

 절대 굴하지 않고, 계속 빤-히 바라보면 인류를 너무 사랑했기에 인류를 멸망까지 시킨, 마음이 아주 약한 존재는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런 게티아를 바라보다, 풋-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의 양 옆에 선다. 

 솔로몬에게 주는 음식이라면, 필히 로마니도 먹을 것이기에 두 명의 의욕이 커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들을 위해 애써온 한 명의 의사에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보답하고 싶으니까.

 " 하아.. 그럼 요리를 시작하겠다. 간단하지만 이런저런 요소가 많이 들어가있는 요리이니, 잘 따라해라. "

 " 응! "

 " 네, 게티아씨! "

 우선, 감자를 준비해야한다. 큰 감자를 쓰는게 좋다. 먼저 감자의 껍질을 벗겨라. 너무 두껍게 벗기진 말고! 하아.. 감자칼을 두고 뭐하는거지, 마스터. 제정신인가? 마슈 키리에라이트는 잘 하고 있다. 그 다음엔 강판에 감자를 갈아야한다. 푸드 프로세서 같은 것을 사용해도 좋지만, 이쪽이 더 맛있다.

 게티아, 왕에게만큼은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거구나...

 조용히 해라. 중간중간 양파를 같이 갈아준다. 이렇게 하면 감자가 산화되지 않는다. 알겠다, 마스터. 너는 내 생각보다 더 멍청하군. 감자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 갈았으면 이 헝겊에 두고 짜면 된다. 마스터, 너는 가만히 있어라. 인간의 근력은 여기서 도움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물을 짜내면 안된다. 적당히 짜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하면 감자에 남은 전분은 거의 사라진다. 더 바삭하게 만들 수 있지. 

 물을 담아둔 볼을 몇 분 방치해두면 전분이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이곳에 계란을 풀어준다. 그리고 감자와 섞고, 빵가루를 추가해준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바삭하다.

 손으로 눌렀을 때 바스라지지 않을 정도의 점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살짝 모자라니 계란을 추가한다. 소금과 후추, 베이킹파우더를 추가해준 뒤 마무리한다.

 중불로 달궈둔 펜에 올리브오일을 붓고, 충분히 달궈질 때 쯤 반죽을 떨어뜨린다. 한 입 크기면 충분하다. 너무 크면 바삭하게 익지 않아. 마슈 키리에라이트, 그건 너무 작다. 가장자리가 갈색이 되면 뒤집고 5분간 익힌다. 몇 번 반복해주면, 감자로 만든 라켓, 완성이다.

 " 와아..! "

 " 바삭해보이네요! "

 " 이건 다말이 만든 것은 아니다. "

 완성된 음식을 앞에 두고, 두 명이 감탄을 내뱉었다. 이스라엘의 전통 음식은 처음 만들어보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런 두 명을 바라보다, 게티아는 구석에 놓여있던 그릇을 하나 꺼내왔다. 밀가루로 만든 것으로, 이 시대에는 이미 사라진 레시피이지만 동일한 시대를 살아간 게티아는 알고 있는 레시피였다.

 두 명이 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 두고 식지 않게끔 마술적 조치까지 해둔 음식이기에, 아직 따끈따끈한 음식이었다.

 " 다말이 만든 것은 이쪽, "

 " 응, 그 당시 유대인들에게 감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거, 완전 똑같네.. 보면서 만든거야? "

 게티아를 비롯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 로마니가 식당에 언제 들어왔는지, 기억을 되새김질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야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마슈와 리츠카가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몰래 들어온 것이겠지.

 쯧, 게티아는 혀를 차며  로마니가 손을 뻗는 그릇을 치웠다.

 " 왕과 함께 먹어라, 로마니 아키만. "

 " 에- 솔로몬은 그런거 신경 안 쓸 텐데... 그러면 마슈와 리츠카도 같이 갈까? "

 로마니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이내 리츠카와 마슈를 바라보았다. 두 명이 함께 가리란걸 의심하지 않는 그 눈빛에 리츠카와 마슈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한 것인지, 솔로몬 혼자만의 것이 아닌 대여섯명이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을 하였기에, 게티아는 바쁘게 접시를 정리했다.

 로마니를 제외한 세 명이 접시를 나눠 들고 솔로몬에게로 향했다. 그 누구도 로마니에게는 접시를 내밀지 않았기에, 어딘가 터덜해보이는 자세는 덤이었다.

 " -게티아. "

 " 우리 왕. "

 수 분을 걸어가 문을 열면, 솔로몬이 둥실 떠서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걸린 상황에 얼굴이 어느정도 굳은 그 모습에 게티아의 몸도 같이 굳었다. 리츠카와 마슈는 자연스래 그런 그를 방치하고, 방 한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놓은 뒤 커피를 마셨다. 몇 번 마주친 익숙한 상황이었기에, 이 상황에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 맛있다..! "

 " 엄청 맛있어요, 선배..! "

 " 나는 먹어본 적 없지만.. 응, 아마 비슷한 것 같아. "

 세 명이 먹는 것을 바라보다, 솔로몬도 이내 허공에서 내려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밀가루로 만든 것을 한 입, 먹어보면 심심하고 단순한 맛이지만.. 언젠가, 저 멀리서 바라보았던 그 때의 맛인것 같아서 괜스래 미소가 지어졌다. 평소에 짓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미소가 아닌 자연스러운 솔로몬의 미소에 게티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 밤 중, 세 명의 야식 시간은 따스하게 흘러간다. 그 시초가 따스하지 않더라도, 지금 세 명의 시간 만큼은 참으로 따뜻할 것이다.

 " 어라, 이스라엘의 음식인건데 내 건 없는거야? "

 그러니까, 어딘가의 양치기가 난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6. 네모의 달콤한 파르페

 " 베이커리? "

 " 아, 마스터! 안녕하세요! "

 후지마루 리츠카가 뭐 재밌는건 없나, 하고 칼데아의 복도를 떠도는 한 때였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가는 네모 ⋅ 베이커리에 고개갸 갸웃, 하고 기우뚱해진다. 그런 리츠카를 발견한 베이커리는 잠시 멈춰 미소를 짓는다.

 " 노틸러스의 최고 기밀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어요. "

 " 베이커리가? "

 " 후후, 같이 가실래요? "

 " 같이 가도 돼?! "

 네모 ⋅ 베이커리는 평소 노틸러스의 기능적인 측면 보다는 식당적인 측면에서 활약하는 네모였기에,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애초에 기밀이라면서 같이 가도 되는거야? 의문은 풀리지 않고 머리속에 계속 쌓여만 갔다.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노틸러스의 최고 기밀'이 무엇인지는 궁금했기에, 리츠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

 " 노틸러스의 최고 기밀은 식당에 있는거구나.. "

 " 정확히는 시온과 캡틴에게 있는 것이지만요. "

 단 둘이 식당으로 향했다. 칼데아의 복도에 두 명의 발소리만이 울려퍼진다. 평소의 복작복작함과 다른, 그 적막을 마스터는 꽤나 즐기는 편이었다. 마스터의 주위는 항상 시끄러웠고,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상황을 지내는 것도 힘들었다.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지치고, 언젠가 한 번은 혼자 있고 싶어한다. 그것들은 이곳 칼데아에선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자동적으로 마스터는 아주 가끔씩 맞이하는 적막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복도가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평소라면 어린이 서번트들이 뛰어다니고 있어야 할-

 " 도착했어요, 리츠카. "

 " 언제? "

 " 자, 얼른 들어가요. "

 식당쪽으로 미는 네모 ⋅ 베이커리를 못 이기는 척, 리츠카는 조용한 칼데아의 복도를 뒤로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낮의 불켜진 식당은 참으로 환했고, 저녁을 준비하는 서번트들에 의해 복작복작했다. 너무 시끄러운 것은 아닌, 백색소음만이 들려오는 그 공간에 네모 ⋅ 베이커리 또한 발을 들였다. 

 " 후후, 그럼 푸딩을 만들어볼까요? "

 " 에, 푸딩? "

 " 네! "

 이해를 못한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마스터를 두고, 네모 ⋅ 베이커리가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우선 만들 것은 커스터드 푸딩. 간단하지만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다.

 먼저, 냄비에 물과 설탕을 부어줍니다. 이건 캬라멜 소스가 될거에요. 중불에 냄비를 올리고, 데워주세요. 이때 저으면 안돼요! 네, 잘하고 있어요. 마스터! 끈적끈적하고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 시럽은 완성이에요. 너무 오래 데우면 쓴맛이 나니까, 얼른 냄비를 치워주세요. 시럽은 단열이 되는 컵에 부어주세요. 네, 이게 푸딩 틀이랍니다.

 이제 푸딩을 만들거에요. 냄비에 우유와 설탕을 부어주세요. 그리고, 중불에 설탕을 녹여줄거에요. 앗, 지금 불이 너무 강해요! 우유가 끓으면 안돼요. 그럼 단백질이 응고되기 시작하거든요.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저어주세요. 그걸 이제, 방금 풀어둔 계란에 부어주면 돼요. 계란은 제가 풀어뒀어요. 후후, 마스터도 꽤 요리를 잘하시네요. 우유를 한 번에 부으면 계란이 익어버리니까, 천천히 저어가며 부어주세요. 바닐라 익스트렉을 살짝, 넣어준 뒤 아까 시럽을 부어둔 용기에 푸딩 반죽을 부어줍니다.

 젤라틴을 사용하지 않고, 오븐을 사용해서 만들어줄거에요. 호일 꼼꼼하게 씌워, 계란찜이 되는걸 막아주세요. 적당한 높이가 있는 오븐용 펜에, 푸딩 용기들을 올려주세요. 그리고 푸딩 높이의 1/3까지 뜨거운 물을 부어줘야해요. 이걸 150도로 40분정도 구워줘야합니다.

 " 그럼, 푸딩이 완성되는 동안 다른걸 해볼까요? "

 " 어라, 푸딩이 끝이 아니었어? "

 " 네. 오늘 만들건- 푸딩파르페거든요. "

 파르페용 컵을 꺼내줘요. 오늘 만들 파르페는 푸딩파르페이지만, 중간중간 딸기도 넣어줄거에라 딸기를 슬라이스 해줘요. 너무 얇게는 말고, 적당한 두께로요! 몇 개는 잘게 썰어줍니다. 이것도 너무 잘게 썰어주면 안돼요. 식감이 남아있어야 캡..큼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잘게 썰어둔 딸기엔 설탕을 뿌려 버무려줘요.

 " 아, 이제 오븐에서 푸딩을 꺼내야해요. "

 " 이제 완성인거야? "

 " 아뇨- 원래라면 12시간정도 냉장고에 넣고 굳혀야하지만... "

 

 네모 ⋅ 베이커리가 오븐에서 푸딩을 꺼내었다. 부드러워보이는 푸딩에, 리츠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리츠카를 보고 후후, 웃어보이곤 부엌 한 켠에 놓인 작은 냉장고로 향했다.

 " 에디슨씨와 테슬라씨가 만들어준 푸딩전용 냉장고에 넣으면 바로 굳힐 수 있어요! "

 " 왜 그런것 까지 만드는거야 그 사람들은... "

 냉장고 문을 열고, 푸딩을 넣은 후 1분이나 기다렸을까. 네모 ⋅ 베이커리는 다시 푸딩을 꺼내왔다. 완벽한 온도, 완벽한 경도로 굳혀진 푸딩에 리츠카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이..이걸 왜..

 " 이제 생크림과 딸기를 번갈아가면서 쌓고, 마지막에 슬라이스 한 딸기와 푸딩을 올려주면.. 완성이에요. "

 네모 ⋅ 베이커리가 손을 바쁘게 움직이더니 금세 파르페를 하나 완성했다. 리츠카가 그걸 보며 감탄하고 있자, 다시금 손을 빠르게 움직여 하나 더 완성한다.

 " 이건 마스터의 것이에요. "

 " 응? 그럼 이건 누구거야? "

 " 후후, 이제 노틸러스의 최고 기밀을 알려드릴 때군요. "

 리츠카가 눈을 빛내며 바라보자, 네모 ⋅ 베이커리는 웃으며 저 구석으로 이끌었다. 여기 잠시 있으면 알게된다고 말하며 짓는 표정은, 장난스러웠다.

 " 네모 ⋅ 베이커리, 파르페는 준비 됐나? "

 " 네! "

 캡틴이 조심스래 식당에 나타났다. 선글라스까지 쓰며 나름대로 변장을 해본 것 같았다. 물론 30m밖에서 봐도 캡틴 네모였지만. 혹시, 최고 기밀이라는게...

 " 네, 맞아요. 캡틴이 파르페를 좋아한다는거에요. "

7. 무라마사의 일본 정식

 " 사과만 먹는것도 생각보다 힘드네.. "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가 칼데아의 복도에 늘어져있다. 지금 이 칼데아의 이벤트는 무려 룰렛. 이번 룰렛을 100번 돌리겠다는 당찬 목표와 함께 시작했었지..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말렸지만, 리츠카는 이번에야말로 미뤄둔 스킬작을 하고 싶었다.

 오늘 먹은 금색 사과만 10여개가 넘어가는 시점, 리츠카의 배는 불러만 갔다. 하지만 이거, 딱히 포만감을 주진 않는단말이지.. 사과를 먹음으로서 오는 포만감은 던전을 갈 때 전부 사라졌다. 뭐랄까~ AP라는게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 그럼, 뭐라도 만들어주랴? "

 " 에? 무라마사, 뭔가 만들 수 있어? "

 " 아~ 일본의 가정식이라면. 흠, 그래. 한 시간정도 뒤에 내 방으로 와라. "

 리츠카의 고개가 갸웃,하고 기울여졌다. 요리같은걸 잘 할 것 같은 인상이 아니어서일까, 무라마사가 주방에 가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저 붉은 머리, 뭔가 불량해보이지 않아? 요리같은건 못할 것처럼 생겼고.

 " 빼먹지 말고 와라. 던전을 돈다고 늦게오지 말고. "

 " 네, 할아버지~ "

 " 할아버지는! 쯧, 아무튼 다녀와라. "
 

 무라마사는 리츠카를 배웅하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종종 홀로 해먹곤 했으므로, 재료라면 이미 충분히 많았다. 아마, 후지마루 리츠카라는 마스터 특성상 여러 인물을 데려올테니.. 최소 5~6인분은 만들어두는 편이 좋겠지.

 방에 간소하게 차려진 부엌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건, 역시 밥. 일본인은 쌀밥으로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밥은 굉장히 중요하다. 주방에서 에미야,라고 하던가. 그 영령이 전기밥솥을 사용하던데, 그런 것 보다는 철제냄비로 만드는 쪽이 훨씬 맛있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든 냄비이지만.

 빠르게 손을 놀려 쌀을 씻어준다. 분명 많은 이들이 올 것이기에, 평소 하던 양의 5~6배는 기본으로 해준다. 깨끗하게 씻어둔 쌀을, 냄비에 붓고는 물도 함께 부어준다. 이때 물 양은 각자의 입맛에 따라 하면 되는데, 보통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한다. 쌀을 잠시 불려주어야 하기에, 이 틈을 타 다른 재료들을 손질한다.

 오늘의 주 메뉴는 쇼가야키. 원래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만- 칼데아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그러므로 멧돼지고기를 사용한다. 돼지고기보다 누린내가 살짝 심하지만, 기름기가 훠린 덜해서 고기가 부드럽다. 그냥 돼지고기와는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맛있기에,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곱게 사용하자.

 사용할 부위는 목살이다. 등심도 가능하지만, 그건 주방측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받아오지 못했다. 먼저, 가능한 얇고 넓게 슬라이스 해준다. 키친타올로 한 번씩 두드려서 핏기나 물기를 한 번 닦아내주는 것도 좋다.

 간장과 맛술, 청주, 꿀과 생강을 갈아준 것을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이 때, 돼지고기를 사용하여 만들 때 넣던 양 보다 많은 양의 생강을 넣어줘야한다. 한 번 간을 보고, 맛있으면 양념장은 이대로 끝.

 양념장의 절반 정도를 목살에 부어, 15~20분은 재워야한다.

 이쯤 되면 아마, 쌀이 다 불었을 것이다. 그럼, 불에 냄비를 올려야 할 상황이다. 화구에 불을 지핀다. 흔히들 모닥불은 불조절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대장장이에게 가장 쉬운 것이 철을 두드리는 것과 불을 조절하는 것이지. 중불로 조절한 후, 뚜껑을 덮은 상태로 10분에서 15분 간 끓여준다. 어느정도 끓였으면 증기가 분출될텐데, 이 때 약불로 낮추어 다시 10분에서 15분간 끓여준다. 거품이 가라앉고, 물이 빠지면 불에서 내리고 10분정도 두면 완성.

 그럼, 다시 쇼가야키의 시간. 팬을 올린 후, 기름을 아주 살짝만 둘러준다. 양념이 과도하게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 너무 많으면 느끼할 수 있다. 중불에서 한 면을 먼저 구워준다. 어느정도 익었으면 뒤집어서 다른 면도 구워준다. 이 때, 남겨둔 양념장 절반을 부어 졸이듯 익혀준다. 모름직이, 쇼가야키는 어느정도 짭짤해야지. 고기가 전부 익으면 덜어내면 끝.

 메인 반찬 한가지와 밥이 완성되었다면, 나머지는 간단하지. 빠르게 된장국을 끓이고, 절임반찬류를 꺼낸다. 뭔가 부족해 보이기에- 어제 만들어둔 니쿠쟈가를 꺼내어 따뜻하게 데워준다. 고기가 부족한 듯 하니 고기를 조금 더 넣어주고, 실 곤약 또한 넣어준다. 주로 간장으로 만든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조림 요리이다.

 " 무라마사! 우리왔어-! "

 " 오냐, 마스터냐? "

 " 아, 네!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와 마슈 키리에라이트입니다! "

 " 나는 같이 온 닥터 로마니 아키만! "

 무라마사의 마이룸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노크따윈 하지 않는 마스터의 모습에, 무라마사의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이정도 객기는 있어야 서번트를 300명은 다루는 것이겠지, 하며.

 예상대로라 해야할까, 예상 외로 인원이 적었다 해야할까. 리츠카와 함께 온 두 명을 바라보며 무라마사는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 아~ 그 뭐냐, 오늘 요리는 나와 마스터, 딱 2인분만 했는데. "

 " 에? "

 " 마슈는 몰라도 닥터는 굶어야겠는데? "

 " 에?! 나만?? 아니, 마슈는 어떻게 먹는건데~?! 으으, 마슈가 굶는 것보단 내가 굶는게 더 좋지만..! 그래도 나도 먹고싶단말이지, 일본 가정식! "

 로마니가 울쌍을 쓰며 하는 말에, 리츠카와 마슈가 되려 안절부절 거리며 그를 위로했다. 이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음식을 양보할 순 없으니까, 빈말로라도 같이 먹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3명이서 2인분을 나눠먹는 것과 4명이서 2인분을 나눠 먹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심지어 마슈와 리츠카 자신 한창 때의 아이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먹을 자신이 있었다.

 " 하하하! 농이야, 농. "

 " 웃, 진짜지?! "

 " 그래. 이 정도는 예상했어. 마스터가 한 명도 안 데리고 오는게 이상하지. 자, 세명 다 들어와. "

 와아~! 함성을 지르며 세 명이 우당탕탕, 무라마사의 마이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화려하게 차려진 식탁. 좌식이라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인 리츠카와 방에 코타츠를 가져다 둔 로마니는 익숙하게 그 앞에 앉았다. 그런 둘을 보며 조심히 앉은 마슈를 보더니, 무라마사는 밥을 꺼내왔다.

 " 각자 두 그릇 이상 못 비우면 못 나갈줄 알아. "

 " 그 정도야 거뜬하지! "


8. 닥터 로망의 달콤한 딸기만쥬

 무라마사와의 식사가 끝난 후, 다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쉬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채웠던 탁자엔 따스한 김이 올라오는 찻잔들이 올려져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잠깐 휴식을 취하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 디저트 없으려나~ "

 " 그러게요, 선배... "

 리츠카와 마슈는 탁자에 늘어져, 여유로운 한 때를 최대한 만끽하고 있었다. 무언가 달콤한 것을 먹고싶다며, 리츠카가 버둥거렸지만.

 원래 식사를 하고 난 후엔 달콤한 것을 먹어야 하는 법이다. 

 " 그럴 때를 대비해서- "

 로마니가 입을 떼자, 리츠카와 마슈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 둘을 보고 씨익 웃어보인 로마니는 말을 늘리며 두 명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 짜잔! 만쥬야! "

 " 와아 닥터 최고~! "

 리츠카와 마슈는 밝게 웃으며 그의 손을 바라봤다. 로마니의 품에서 나온 만쥬 4개에 옆에 있던 무라마사는 헛웃음쳤다. 도대체 어디서 꺼낸거야, 저것들. 저 옷엔 주머니도 많이 없어보이는데.

 눈으로 물어보는 듯한 무라마사를 무시한 로마니는 각자의 자리 앞에 만쥬 한 개씩을 놓았다. 마슈와 리츠카의 만쥬는 딸기, 무라바사와 로마니의 만쥬는 팥이 앙금으로 들어가 있었다. 물론, 딸기만쥬에도 약간의 팥은 들어가 있었지만.

 " 이 귀엽게 생긴 모습이 좋단말야~ "

 " 응응, 이런 만쥬는 먹기 힘들지~ "

 리츠카와 마슈의 앞에 놓인 만쥬는 딸기 형태인 것에 비해, 로마니와 무라마사의 앞에 놓인 만쥬는 좀 많이 귀여웠다. 무라마사는 이걸.. 내 나이에 먹으라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로마니는 만쥬를 계속 톡, 건들였다. 그 탱글함을 유지하며 건드는 대로 흔들리는 흰 토끼의 모습에 로마니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아아, 너무 귀여워.. 이런걸 어떻게 먹으라고 만든거야..!  30대 남성같지 않은 그 모습에 리츠카와 마슈는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런 세 명을 바라보던 무라마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부엌 구석진 곳에 놓여있는 작은 서랍장은 무라마사의 간식꾸러미였다. 일본산 남고딩 할아버지인지라 간식의 종류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법한 옛날 과자들 뿐이었지만. 간식꾸러미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양갱을 꺼내든 무라마사는 다시 코타츠로 향했다. 그것 잠시 나왔다고 서번트가 추워할 리는 없겠지만, 이런건 기분이다 기분.

 " 옜다, 이거라도 같이 먹어라. "

 " 양갱..! 단팥인가..!! 오늘은 달콤한게 많아서 좋네~ "

 " 아, 잘먹겠습니다 무라마사씨! "

  로마니가 환히 웃으며 반기고 마슈가 감사를 전하는 모습에 무라마사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거, 뭔가 바뀌지 않았어? 작게 내뱉어진 말을 리츠카는 못들은 척, 우리 마슈 장하다며 웃고 있었다.

 " 양갱 덕분인가, 한순간에 화려해졌네. "

 " 오늘의 티타임도 즐겁네요, 선배! "

 응, 그러게!

두 명의 미소와 함께, 나른한 저녁의 티타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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