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유료

낭만

낭만으로 가는 길은 지옥으로 포장되어있다.

FGO by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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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지옥 if

*백설기님께 허락안받은 if물입니다

*유사 외전인데 외전은 원래 대충?쓰는거잖아요? 대충썻다는뜻임

*초반부 살짝 피폐합니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사망소재, 기타등등 주의)

*혼돈과파괴밖에없다

*습관성 구다마슈발언 주의. 제 안의 두명은이미결혼하고애까지3명있습니다.

*유료분은 앞선 편들 tmi를 포함한 나락의 tmi입니다. 감상에 방해되지 않게 아래로 빼두었으나, 디엠으로 요청해주신다면 전문 드리겠습니다. 딱히 생산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보신 분 왈: 회지 후기같네요)

* 9300자 (어째서)

IF. 나락

18살의 생일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56, 57. 시계를 보며 읊조린다. 기다려왔던 18살의 생일. …기다려왔던, 18살의 기일.

58, 59. 단 1초만이 남아있었다. 발에 힘을 주기 직전,

댕—

댕—

종소리와 함께 18살의 생일이 찾아왔다. 그 순간 내 삶은 완전히 뒤바꼈다.

“ 아…?! 나 인생 2회차였어?! ”

(전) 인류 최후의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가 과거를 자각하자마자 내뱉은 말은 살짝 꼴사나웠다.

낭만

정리를 하자.

1. 나는 (아마) 전생에 세계를 구했다.

2. 그리고 죽었다.

3.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리츠카는 아려오는 손등을 노려봤다. 이게 무슨일인지. 분명 인리표백도 제대로 해결하고 암튼저튼 이렇게 저렇게 해서 향년 85세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 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은 다시 눈을 떴다. 그것도 인리소각이 일어났던 그 시간에.

이게 무슨일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뇌가 이해를 포기했다. 그와중에 손등엔 붉은색의 문신까지 들어서있었다. 와, 이거 완전 중2병아냐. 내일부터 학교 어떻게가지. 까짓것 붕대라도 감아? 흑염룡 한 번 깃들어 봐?

패스로 연결된 존재들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살아있는게 아니라는, 그런 안심을 주는 연결. 리츠카는 눈을 감고 마력에 집중했다. 선을 따라가보면 어느정도는 ‘어떤 클래스’인지는 알 수 있으니까. 몇 명이 느껴진다. 300명정도의 대인원은 아니지만 얼추 100여명은 넘을 정도의 대인원이었다.

아.

300명이 넘어가던 칼데아에서도 단 한 명 밖에 없던 클래스가 느껴진다. 유일한 존재, 유일한 인간. —유일한, 후배.

리츠카는 울듯이 미소지었다. 미련이라곤 하나 없던 이 세상에 발을 붙일 이유가 생겨났다. 당장이라도 네게 달려가고 싶었다. 어느정도는 건강해졌을지라도, 태생이 문제였을까. 남들보다 배는 빨리 간 네가 보고싶었다. 너를, 보러 갈 것이다.

결심은 느렸으나 행동은 빨랐다. 어차피 현생의 리츠카에게 부모는 없었으며, 일가 친척 또한 리츠카를 신경쓰지 않았다. 학교는 이미 휴학계를 낸 지 오래였으며, 몇 주 정도는 리츠카가 가지 않아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패스를 따라 일본에 살고 있는 서번트에게로 무작정 다가간다. 몇 명인가 있었지만 ‘가장 가까운’ 서번트에게로. 몇 번 지하철을 바꿔타고, 버스를 타 다가간다. 그쪽도 느꼈는지,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 마스터?! ”

“ 에미야인가~!! ”

도착한 곳은 후유키. 2004년의 후유키가 아닌 2015년의 후유키이다. 다가온 서번트는 아처, 에미야. 아마 에미야들이 모여살던 것일까, ‘아처’의 클래스가 추가로 느껴진다. 어… 살짝 많은것 같긴 하지만, 착각이길 빌고. 리츠카는 웃으며 에미야에게 달려갔다. 그들을 이어주는 칼데아는 없을지라도, 리츠카는 아직 그들의 마스터였다.

“ 나, 가야할 곳이 있어! ”

“ 일단 진정하고, 나의 집으로 가지. 마스터. ”

“ 네 엄마. ”

“ ?! ”

에미야를 따라 둘러본 후유키는 이상했다. 여기, 이상할정도로 서번트 많지 않아?! 싶어질 정도였다. 세이버, 아처, 랜서, 캐스터, 어쌔신, 라이더, 버서커 전부 모여있는거 같은데. 뭐하는 동네야.

“ 아마 서번트들은 ‘인연이 많은 장소’에 다시 태어나거나, 이끌리는 것 같다. 보통의 서번트들이라면 모를까, 이곳에 있는 서번트들은 조금 ‘특이한 인연’이 이곳 후유키에 묶여있어서 말이야. ”

“ …여기 총 서번트 몇명? ”

“ 세이버 아르토리아, 아처 길가메시, 얼터인 나, 랜서 쿠 훌린, 어른의 메데이아, 어쌔신 사사키 코지로, 어쌔신 에미야, 라이더의 메두사, 헤라클레스까지 총 10기정도일까. ”

“ 많아!!! ”

“ 알고있어. 그 외, 마스터가 아는 ‘서번트’가 아니지만 같은 생김새를 한 인간도 존재한다. ”

리츠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정말 뭐가 많네.

그가 모르는 무언가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서번트들이 숨기고자 하는 것을 굳이 파고들지 않는 것은 리츠카의 모토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옛날’로 돌아간 듯 해, 내심 미소지었다.

나름대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어보이는 그들 앞에 자신이 나타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고민되긴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리츠카는 그 주사위에서 대성공이 뜨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마스터가 이곳에 오는 것을 알고, 다들 준비중이었다. 자, 시간이 얼마 없어. ”

“ 에?! ”

“ 우선 나의 집으로 간 뒤 나머지 이야기를 하지. ”

물론, 그 주사위는 극대성공이 뜨겠지만.

에미야는 후유키의 에미야가로 리츠카를 데려갔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서번트는 10기. 제대로 전부 모여있잖냐. 리츠카는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호스트부—

“ 늦다, 잡종!!! 짐을 기다리게 하다니!!! ”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 쯧!! 바쁘니 거기 앉아라! 설명을 시작해라, 잡종! ”

“ 에? ”

“ 거기 앉으시면 됩니다, 마스터. 자 아처, 설명을. ”

아마 거실로 보이는 곳에 이끌려졌다. 그리 넓어보이지 않았는데, 제대로 10명 모두가 모여있었다. 테이블을 두고 앉아있었고, 한 켠엔 화이트보드도 있었다. 다다미 몇 장일까 이거… 리츠카는 비워진 자리에 앉았다. 가운데였다. 양 옆에 있는 아르토리아와 아처의 길가메시. 길가메시의 시선이 특히 무서웠다.

“ 마스터, 기억을 찾은 시점은? ”

“ 18살 생일입니다! ”

“ 흐음, 무슨 기준인지 대충 알겠군. 이쪽은 대부분 마스터, 네가 태어난 년도에 기억을 찾았다. 천천히 떠올랐지. ”

—그리고 이곳에 모였다.

에미야의 말에 리츠카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손을 들었다. 어째서 ‘이곳’인지 묻고싶었다. 에미야는 쓰게 웃고는 그들만의 사정이라 말하였다. 그리 납득되는 답안은 아니었으나, 리츠카는 넘어가기로 했다. 이 서번트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으며, 리츠카는 그를 받아들일 줄 알게되었다. 고르돌프 소장이라던지는 익숙해지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하였으나,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 네가 오고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들은 한 곳에 모였다. ”

“ 모일 곳을 안 정했다는것을 깨닫고 우선 아처의 집으로 향하자,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

“ 난 오는걸 허락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이 집의 주인에게 변명하는것도 일이었다. ”

“ 아아 꼬맹이말이지? 겨우 내보냈지. ”

에, 여기 집주인 있어…?!

리츠카는 당황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폭탄 열심히 던지고 있지 않아..?! 들어보니, 집주인을 비롯한 몇몇 인간들을 같이 내보냈다는 듯 하다. 그들이 여기 모여있는 것을, 리츠카를 마스터라 부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인물들이라고.

“ 그럼 마스터, 향후 계획에 대해서다. 듣기론 아마 유럽에 가고싶은 것 같은데, 맞나? ”

“ 으음,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 영국쪽인것 같아. 마슈가, 거기 있어. ”

아처의 물음에 리츠카는 고민하더니 답했다. 유럽, 정확히 어디라곤 말하지 못한다. 기껏 예상해봤자 나라정도일까. 영국이라면 이전에도 많이 들락날락한 나라라 어느정도는 그곳이 익숙했다. 방향과 거리만으로 어느정도는 짐작 가능한 정도이지만.

“ 예상대로군. 이쪽은 레오나르도와 연락이 닿았다. 가고싶다면 당장이라도 보내줄 수 있지. 호텔쪽은 세이버와 대화를 해라. ”

“ 네, 브리튼 사에서 전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

“ 다음, 마슈 키리에라이트를 만나기 위해선 칼데아에 들어가야 하는데— ”

“ 그쪽은 우리, 우루크에서 맡는다. 정확한건 캐스터의 나에게 듣거라. ”

“ 다음, 그곳까지 향할 자금은— ”

“ 맡겠다는 쪽이 많아서 도착하고 나서 정하는 쪽이 나을거다, 마스터. 여기, 그때까지 쓸 카드. ‘

“ 자,잠깐—!!! ”

이리저리 핑퐁되는 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듯, 리츠카는 큰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멈췄다. 손에는 검은색 카드가 쥐여진 채였다. 새카만 블랙의 그것은 서민으로서 자라온 리츠카는 만져보지도 못할 것이었다. 이번 생을 살아가며 들어온 여러 대기업의 이름들이 왔다갔다 움직였다. 왜 눈치채지 못했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직관성있는 이름들이었다.

“ 이거 언제부터 시작된거야?! ”

“ 레오나르도가 이쪽에 연락을 넣은 시점이니, 대략 3년정도 되었나. ”

“ 아아, 그쪽도 3년 전에야 모든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니. 일본에서 멀수록 그 속도에 차이가 있어보였다. 현재의 지명도 차이도 있어보이고. ”

“ 정확한 계획을 정한건 마스터, 네가 이곳을 향한 뒤부터다. ”

“ 몇시간만에 이정도로 한거야?! ”

리츠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번트들 특유의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고싶다는 기묘한 욕구, 이 서번트들은 적은 편이긴 했지만… 어느정도는 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몇 명은 장난끼도 있어보였지만, ‘리츠카를 돕고싶다’는 저 기본 골조만큼은 진심이었다. 무서워.

“ 이 카드, 한도는? ”

“ 없어. ”

“ 그렇겠죠~!! ”

쿠 훌린의 답변에 리츠카는 이마를 짚었다. 여기 모인 이 서번트들, 쓸데없이 능력 좋고 추진력 좋은 서번트들이었다. 다른 서번트들보다 특히 그 정도가 심했었다. 평소엔 에미야가 말려주지만… 이번엔 같이 타버린 느낌이라, 스토퍼가 없었다. 젠장, 구해줘 마슈…

정신차려보니 비행기 예매, 호텔 예약까지 전부 끝난 뒤 수속을 밟고 있었다. 미성년자라 불가능한 부분은 길가메시가 여러모로 자본의 힘을 보여주었고, 리츠카는 멍하니 모든 것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호텔은 5성급 호텔이었고,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석이었다. 영국까지 가는 것이면 몇십만엔은 나올텐데. 이들의 금전감각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기억을 찾고 약 16시간 뒤. 후지마루 리츠카는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급하게 향했기에 급하게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영국 런던을 밟았다. 시차 탓에 아직도 생일인 날짜의 22시였다.

—땅을 밟자마자 몰려오는 수많은 기억들과, 추억들. 서번트들과 연결된 수많은 패스까지. 영국에 거주중인 대부분의 서번트가 이곳으로 향하는게 느껴졌다. 머리가 지끈거려 몸이 휘청, 흔들린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깊은 농도의 마력에 숨쉬는 것 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

“ 쯧!! 다 저리가라!! '”

“ 캐,스터 길가메시왕..? ”

길가메시의 외침을 끝으로, 서번트들이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독할 정도로 느껴졌던 마력은 줄어들었으며, 리츠카는 편하게 숨을 내쉬었다.

“ 우선 시간이 늦었으니 호텔로 향한다! ”

“ —네! ”

익숙한 인물의, 익숙한 말투. 리츠카는 겨우 미소지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모여있구나. 물러간 서번트들은 리츠카가 진정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 둘 씩 모여들것이다. 그렇게 보여도 다들 배려심이 넘치니까.

캐스터 길가메시가 준비해준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향한다. 브리튼 호텔. 누가 있을 지 너무 예상가서 오히려 재미 없을 정도였다. 확실히 세이버 몇 기와 랜서 몇 기가 느껴지는 기분.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않았다. 이 호텔에, 이 원탁에 마슈와 함께 올 것이니까. 시간이 너무나 늦었기에 서번트들과의 만남은 나중으로 미뤄지고 리츠카는 꼭대기 층 스위트룸에 묵게 되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묵어보는 최고급 호텔의 최고급 방의 그 맛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와… 너무 고급이라 오히려 심신이 불안정해져. 살려줘 마슈.

“ 일어나셨습니까, 마스터. ”

“ 베디비어?! ”

“ 네, 원탁의 기사이자 —호텔 브리튼의 집사장, 베디비어입니다. ”

“ 요즘 호텔엔 집사장도 있구나… ”

“ 없다. 정신차려라 잡종. ”

오전 9시 경,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큰 창을 가리던 암막커튼이 자동으로 걷혀 밝은 햇살을 방 안 가득히 채워넣었다. 저 너머로 영국 런던의 아침이 한 눈에 보이는게, 꽤나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리츠카는 침대에 갇혀 밍기적거리고 있었다. 잠이 많던 칼데아의 마스터 특성상 리츠카는 늘 아침에 약하였다.

이를 아는 서번트들은 일정이 있는 날이면 리츠카를 깨우곤 했는데… 오늘의 담당은 베디비어인듯 했다.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리츠카를 깨운 그에 놀라 비명을 지르듯 이름을 부르면 웃으며 답을 내뱉었다.

“ 쯧, 일어났다면 옷을 갈아입고 와라! 칼데아와의 만남은 12시로 예정되어있다. ”

“ 네..? ”

“ 마슈 키리에라이트를 만나고 싶은 것 아니었나? ”

“ ! 맞습니다! 감사해요, 왕님! ”

“ 좀 더 감사를 표하도록! ”

네!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편한 사복의 형태였던 옷이 점차 바뀌어가더니, 어느덧 칼데아 마스터 복장으로 바뀌었다. 기껏해봐야 2년정도 입은 옷일텐데, 리츠카에겐 가장 익숙한 옷이었다. 흰색의 셔츠, 검은색의 하의. 단조롭지만 곳곳에 박혀있는 칼데아의 마크까지.

이번 생엔 처음 입어보는 옷이었지만 마치 제 옷인듯 편하게 입고 있었다. 익숙한 곳이 온 몸을 감싸자, 마음이 진정된다. 마슈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사할것이다. 속에 숨겨놨던 불안감을 겨우, 겨우 진정시킨다.

“ —마슈 키리에라이트는 칼데아 병원 한 구석에 있다. 정보 통제가 심각하여 정해진 인원만이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

“ 병원, 에… ”

“ 레오나르도 또한 그 사실을 알게된 것은 기억을 찾고 나서, 몇년 뒤다. 지금으로 따지면 1년정도 전일까. ”

“ —— ”

충격적인 사실이 쏟아져나온다. 아, 응. 마슈는… 마슈는, 이번 생에도 연약한 모양이다. 이것이 마슈 키리에라이트의 운명인 것일까, 혹은 칼데아가 존재하는 한 마슈의 필연인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 …흠, 그래. 가서 충격이나 받지 마라. ”

“ 에, 여기서 더 충격을..? ”

“ 아아. ”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칼데아로 향한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던 곳이기에, 고향에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 돌아갈 곳이 아닌, 목적지. 마슈와 함께 빠져나와야하는 곳. 그곳을 향해 간다.

“ 병원에 도착하면 우선 가만히 있어라. ”

“ 그럼 다 빈치 짱이..? ”

“ 그 잡종이 먼저 접근할거다. ”

왕님, 잡종이란 말 빼고 그 누구도 표현하지 않는데 누군지 알아듣는게 너무 신기하네요.

레오나르도의 접근을 가만히 기다려야하는건 꽤나 지옥같았다. 느껴진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마슈가 있다는 것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리츠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병원 로비 구석에 가만히… 아주 가만히 서서 주위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아마 이제 그 누구도 리츠카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을 때가 왔다.

“ 오랜만이야, 리츠카. ”

“ ! 다 빈치짱..! ”

“ 이런, 조금만 조용히 하자. 지금 가는 곳은 이 병원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구역이니까. ”

“ 응…! ”

조용히 레오나르도를 따라간다. 타박, 타박. 흰 복도를 울리는 두 개의 발소리는 어느덧 하나로 합쳐져있었다.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히 그곳으로 다가간다. 레오나르도 또한 접근이 자유로운 편이 아니었기에 누군가 오는 것 같으면 자리를 피했다. 이럴땐 서번트의 기척감지기술이 편하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만능이므로, 결국 일련의 행위를 아무런 탈 없이 해냈다.

“ 자, 이 안에 있어. ”

“ 마슈, 가… ”

“ 마슈에게 기억이 있는지는 몰라. 없다면, 리츠카 너를 만나고 깨달을수도, 아예 깨닫지 못할수도 있지. 그 문을 여는건 네 선택이야. ”

마슈에게 ‘후지마루 리츠카’라는 꿈을 보여줄 것인지, 그저 현재를 살아가게 할 지는 네가 골라.

그런거, 예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리츠카가 ‘리츠카’가 된 그 순간부터, 다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정해져있었다. 리츠카는 늘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손을 내민다. 처음 만난 날 손을 잡은 것 처럼, 헤어질 뻔 한 날 그 등에 손을 뻗은 것 처럼.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리츠카는 문을 열었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흰 커튼을 살랑거렸다. 불 꺼진 병실을 햇빛만이 밝게 채우고 있었으며, 저 너머 보이는 하늘은, 꽤나 아름다웠다. 병실은 넓지도, 좁지도 않은 1인실이었으며 가운데엔 침대가 있었다. 그곳에 리츠카가 찾던 아이가 있었다.

말라보였다. 원래도 소녀는 마른 아이였지만, 그 때보다 조금 더 말라보였다. 손목이 너무나 가늘었다. 그 가는 손목엔 주삿바늘이 수두룩 했고, 지금은 링거가 연결되어있었다. 병실 내를 울리는 소리라곤 뚝,뚝 거리는 액체소리 뿐인 순간. 소녀의 눈이 떠졌다.

“ 아—— ”

“ 잘잤어, 마슈? "

“ ——네, 선배. ”

소녀, 마슈 키리에라이트는 웃으며 리츠카에게 답해주었다. 리츠카 또한 밝게 웃어보였다. 저번의 처음은 마슈가 내게 잘 잤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네게 묻네.

“ 오랜만이에요, 다 빈치짱. ”

“ 오랜만이야, 마슈. ”

레오나르도와 마슈는 정말 간만의 인사를 했다. 10여년만에 하는 인사였다. 레오나르도는 마리스빌리의 실험을 극히 혐오했고 그 결과물인 마슈 또한,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이제는 다르지만.

“ 하아, 그나저나 큰일이네~ ”

“ 왜, 다빈치짱? ”

“ 곧 기억없는 바보 하나가 올 시간이야. ”

“ 기억없는 바보…? ”

그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경쾌하고.. 활발한 이 발소리는, 리츠카에겐 극히 익숙한 소리였다. 마슈 또한 마찬가지인듯, 눈을 크게 뜨고 놀라더니 이내 미소지었다.

“ —-엄청난 바보죠. ”

덜컹,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마슈! 오늘은 내가 뭘 가져왔냐면… 에엑?! 뭐야?!!!! ”

“ 닥터?! ”

“ 쓸데없이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바보야. ”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레오나르도!! 그런거 아니야, 리츠카! 에, 리츠카..? ”

남성, 로마니 아키만은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몰려드는 기억의 파도 속에서 겨우, 겨우 그들을 찾아냈다.

아, 내 삶은… 내 삶의 의미는 그런데에 있지 않구나.

책상서랍에 넣어둔 편지를 떠올린다. 신학교에 입학하라는 명령을 떠올린다. 더이상 휘둘리는 삶은 없다. 내 삶을—

“ 모든걸 기억하신것 같으니… ”

“ 같으니..? ”

“ 일단 한대 맞으세요 닥터! ”

리츠카는 또 어딘가로 파고드는 남성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마슈는 경악의 표정을, 다 빈치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이제부터! 같이, 지내는거야! 다같이…! ”

“ ——네, 선배! ”

“ 아아, 응. 리츠카. ‘같이’ 지내자. ”

새드엔딩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끝맺는게 인류 최후의 마스터니까. 그러니까, 후지마루 리츠카는 이 소설의 엔딩을 뒤바꾸었다.

원래, 낭만으로 가는 길은 지옥으로 포장되어있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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