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렸지? w.메이블
메이블을 다시 만난다면 내일이나 되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때가 되어서나 맛있게 먹었느냐며 거들먹거리려고 했던 밀런은 뒤에서부터 빠르게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켁, 혀를 빼내물었다. 화풀이하는 메이블을 보던 기사들이 용감하게도 그를 불러세운 모양이다.
"크
레
이
스
경!!!"
달려드는 작은 폭탄을 피해 도망칠까? 메이블이 크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통에 그 정도의 고민을 할 시간은 주어졌다. 하지만 밀런은 도망치기를 포기하고 메이블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피해 뛰어다녀도 재밌겠지만, 기껏 기분이 풀린 듯한 메이블을 괜히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이 풀린 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괜히 묻지 않아도 메이블의 목소리에서부터 확연히 티가 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폴짝 뛰어오른 메이블이 밀런의 등에 달라붙었다. 충격이 가해졌지만 밀런의 단련된 신체에 비하면 메이블의 몸무게는 가벼운 정도였다. 무겁다는 말은 밀런이 언제나 내뱉는 실없는 너스레였다. 잠시 숨이 턱 막힌 것쯤은 애교로 봐주기로 했다. ...정말!
"동백궁에 간다는 걸 보면 이제 기분은 다 풀렸나 봐?"
에구. 밀런은 괜히 곡소리를 내며 메이블의 다리를 자신의 팔에 엮어 업어 들었다. 사실 굳이 손을 대 받치지 않아도 메이블은 고목의 매미처럼 떨어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야... 경의 성의가 너-무 기특해서?"
"잉? 그건 아마 성의라기보다는..."
밀런은 잠시 말꼬리를 흐리며 단어를 신중하게 골랐다. 그래, 역시 이것밖에 없지.
"뇌물이지."
"뇌물?"
"부디 노여움을 풀고 주위 사람들에게 겁주지 말아 주십사..."
메이블이 밀런의 목을 휘감은 팔로 가볍게 조였다. 밀런은 메이블을 동백궁으로 데려다 주려고 생각한 지 몇 분 만에 그를 다시 내려놓으려고 했으나, 아니나다를까 밀런의 손에 힘이 빠져도 메이블은 그대로 매달려있었다. 밀런은 결국 다시 메이블을 붙들어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혼자 영문모를 짓 하지 말고 차라리 푸딩이나 뜯으러 오라고~"
영차. 밀런은 그를 다시 고쳐 업는 시늉을 하고는 흥얼거리듯 말했다.
밀런은 제 눈에 들어 신경 쓰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메이블이 달콤한 간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도, 어느 순간 동한 작은 오지랖이다.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멋대로 간섭하고 싶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천성인가 보다- 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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