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러고 있대? w.메이블
사방으로 흩어지는 차가운 공기가 뒷목이 서늘하게 쓸어올렸다. 최근에 장난을 쳤던 사람 중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기라도 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 만큼 죄 많은 인생을 사는 밀런은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메이블의 과격한 훈련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쟤 오늘 왜 저러냐."
터덜터덜 걸어온 밀런이 질색하며 묻자, 그 자리에 서 있던 두 기사가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물어도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침에는 좋아 보였던 것 같은데- 하고 대답하는 그들의 말을 들은 밀런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고민하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사기당했대?"
"나 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면 저렇게까지 살기등등하게 놀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밀런은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이 메이블에게 들리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는 것은 죄 없는 다른 기사들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옛날에 쪽팔렸던 과거가 생각..."
"크레이스 경...!"
"하이고, 이 겁쟁이들."
기사 하나가 기겁하며 밀런의 입을 틀어막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밀런은 재빠르게 발을 놀려 뒤로 쏙 빠진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뭐란 말이야? 갑자기 호기심이 불쑥 치솟은 밀런이 메이블에게 다가가려던 그 순간-
푸확-!
-메이블이 일으킨 충격의 여파가 그들을 덮쳤다. 밀런은 사정없이 펄럭이는 망토를 부여잡고 먼지바람을 피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
지금 다가가면 뼈도 못 추리겠는걸?
밀런은 자신의 목숨을 제법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움직이던 발을 멈추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밀런을 말리려던 기사들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보았지만 그 정도로는 밀런에게 타격 하나 입힐 수 없었다.
"뭐, 어차피 잠깐 든 변덕이겠지~"
그렇게 스스로 얼토당토않은 결론을 내린 밀런은 자리를 뜨려다가 문득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을 떠올렸다.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밀런이 후식으로 먹기 위해 들고 온 푸딩이었다. 푸딩을 담은 유리병은 갈색의 종이와 종이 끈으로 입구를 봉했다. 아직 뜯지 않은 새것이다.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밀런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품속에서 펜을 꺼내어 병입구를 막은 종이 위에 짧은 메시지를 적어내렸다. 글씨가 잘 쓰인 것을 만족스러워하고는 푸딩을 옆에 선 기사에게 떠넘긴다.
기분이 나쁜 기사님을 위한 선물~ ><
"이거 나중에 메이블한테 전해 줘. 나 모른다고 홀랑 먹어버리면 가만 안 둔다?"
"예? 아니, 왜 저한테 맡기시는 건데요? 직접 주면 될 것이지..."
"난 바빠서 이만~"
"경!!!"
기사가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밀런이 그런다고 멈출 위인이던가. 밀런은 금세 저만치 촐랑촐랑 날아가듯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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