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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론드라이드 / 개인 로그 및 특성 2랭크

이사벨라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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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롱, 자해, 우울 등 민감한 요소가 있습니다.

https://youtu.be/NvEwcGs3TyQ?si=qoHEW-jwN-SqnMvr

손끝에 기다란 실이 걸린다. 순백의 천 위로 비릿한 혈향의 검붉은 꽃이 피어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순백의 드레스 위에 이질적인 색이 올라가 있었다.

 

"루비."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니? -저와 비슷한 목소리로 한 여인이 말했다. 그 옆에는 저와 4살 터울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래, 제 오라비인 앵거스 딘 오브라이언이다. 분명 능력이 미미하여 4등급으로 판정받은 탓에 베릴라스에 입학하지 못하여 제게 열등감을 품던, 하여 어머니께 인정받지 못하던 그는 어느새 저보다는 못하더라도 제법 특출난 능력을 지닌 플라디안이 되어있었다. 이번에 결혼한다고 하던가. 짐작하건대 아버지가 추진한 결혼식일 터였다. 저 역시도 어머니의 만류가 없었더라면 앵거스 딘 오브라이언처럼 상대를 만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굴더니 벌써 퇴물이라도 되려는 거냐?"

 

딘, 앵거스 딘 오브라이언. 어머니의 부름에도 그는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라고는 하지만 그를 키워낸 건 그녀가 아니었으므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더불어 연신 입을 달싹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이사벨라의 태도도 그의 건방짐을 돋구어 놓는 것에 한몫 거들었다. 제 헤론에게 드러내던 두려움을 닮은 것은 이곳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드레스가 빛을 받아 부각된다. 순백의 드레스 위에는 지독하게도 강렬한 혈향이 풍겼다. 뜨끈한 액체는 멈출 줄 모르듯 카펫을 적셔갔다. 이사벨라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처럼 그것이 쏟아지게 방치했다.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떼어 다시금 아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시선을 어느 곳에 두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이사벨라는 끝내 시야를 좁혀내고 말았다.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저의 혈흔이 씻겨나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 …

 

"가자꾸나, 딘. 루비는... 늘 잘하는 아이잖니. 크로퍼드에서 부탁한 것이니 실망하게 하진 않을 거란다."

 

끼익,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동정과 혐오의 시선이 거두어지면 그제야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피를 얼마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것만 같았다. 방안에 비릿한 향이 가득 차오른 탓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 손등으로 제 입가를 가려낸 채 연신 헛구역질하며 핏방울을 닦아낼 천을 찾으려 서랍을 열었다. 그러며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앵거스 딘 오브라이언의 말대로 이건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비웃음을 조각내고 싶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편지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것을 찾아 집어냈다. 은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촛농이 베여 있었다. 하지만 이사벨라가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무수히 많은 자상 위에 거침없고도 유려한 선이 그어진다. 순백의 드레스 위에는 무수히 많은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아주리스카력 166년 벨라의 여정 21일, 이사벨라 루비 오브라이언의 작품은 오브라이언와 크로퍼드의 결혼식과 함께 칼리나스 전역에 공개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신부의 순결을 상징한다는 흰색만이 혼례복으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마는, 흰색은 원래 혼례복의 색이 아니었다.

아주 먼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주로 붉은색과 노란색이 쓰였고, 베일 또한 삿된 것을 쫓아내기 위해 붉은색을 주로 사용했다 하였으므로.

 

이 사실은 이사벨라 루비 오브라이언의 작품과 함께 수많은 업계에 보도되었다. 자신을 가르치던 케이든 락우드는 당연했고, 베릴라스에 재학 중이던 당시 프레젠테이션을 보러왔던 사람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은 이사벨라를 찾아왔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전혀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기에 앞으로도 붉은색이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크로퍼드에서도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만 아니었다면 이를 절대 승낙하지 않았을 테다. 모순되게도 이사벨라 역시 언젠가 있을 본인의 결혼식에서 붉은색이 쓰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까무룩 눈이 감긴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그리도 아름답건만. 제 결혼식을 망쳤다며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이사벨라는 귀를 막고 침대에 누워 도로 잠에 들었다.

_공백포함 2,05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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