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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론드라이드

이사벨라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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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의 것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때 타인의 작품을 빌려왔다는 것이 이를 위한 것임을 누군가는 알아채고, 누군가는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

정갈한 박수 소리와 함께 단상에서 내려오면 케이든 락우드 교수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의상을 빳빳하게 다려 입은 사람과 조금 독특하더라도 착실하게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 사람. 그중에는 모델로 활동 중인 사람도 존재했다. 역시 유행을 주도하는 사람이라 인맥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며 나는 눈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려냈다.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고는 그들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섰다. 이러한 상황은 퍽 익숙했다.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실수 하지 않고 차분하게 응대하는 건 상류층에 기본 소양이라 생각한 어머니께서 철저하게 교육 시켜주셨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나에게 돌발이라 부를만한 것까지는 아니었다마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내가 선보인 의상 중 몇 개를 조금 더 보강하여 외부에 선보이고 싶다는 내용이다. 물론 나의 이름도 포함해서. 아직 학생의 신분인 만큼 제작 과정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디자인만큼은 그들에게 퍽 마음에 들었나 보다. ㅡ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으니, 이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넘겨낸다. 저보다 한 살 어린 후배인 A가 뒤에서 날카롭게 나를 쏘아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열등감이 뭉쳐있었으나 나는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ㅡ이제서야 그의 작품을 빌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이유를 알아챈 걸까? 참 아둔하기도 하지.

순수한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나 자신의 웅덩이를 더 넓히고 싶다면 그 외의 부가적인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역사서에 실린 누군가는 정말 우연히 재능을 인정받아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재능을 짓밟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올라섰을 것이다. 나는 우연에 기대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재능을 짓밟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내가 저들보다 뛰어난데, 짓밟을만한 재능도 없지 않은가? 나의 재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호감을 사기에 적절한 외모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그 덕에 그들은 즉시 이야기를 이어 나누고 싶은 건지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입꼬리를 올려내며 그들과 함께 자리를 옮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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