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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론드라이드 / 개인 로그 및 특성 1랭크

이사벨라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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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비 오즈모와 함께 외출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를 한입씩 베어무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탓일까, 이사벨라는 헤론이 손을 잡아당기고 있음에도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전히 패션업계의 대가로 불리는 이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대부분 지지부진했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 역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이사벨라의 작품이 주목받았던 이유도 결국 그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꽤 지난 지금, 그 드레스를 부탁하는 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사벨라는 돌아오자마자 방 안에 틀어박혀 펜촉에 잉크를 묻혀 조용히 편지를 써내려갔다. 글을 마친 후, 녹인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 인장을 찍고는, 근처 우체국으로 향해 그 편지를 접수했다. 편지가 그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 채, 이사벨라는 다시 고요한 방으로 돌아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릿 속에 어지러운 생각들이 떠다니는 와중에도, 이사벨라는 이내 피로에 잠식되어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편지가 도착했다. 수신인은 다름 아닌 그녀의 선택 과목 교수였던 케이든 락우드. 이사벨라는 익일 시간이 괜찮다는 그의 답장을 받자, 오랜만에 헤론을 두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 마침 그도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었기에, 이사벨라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선생과 제자가 아닌, 패션업계에서 파트너로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이사벨라의 실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아니, 향상되었다는 표현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놓인 테이블에서 이루어졌다. 선생과 제자라는 사이답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주문한 음료를 기다렸다. 차가운 음료의 얼음이 절반쯤 녹아들기 시작한 무렵, 그들은 비로소 최근 아우렐리아에서 열린 카리브리엄 컬렉션에 출품된 작품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선보인 작품들은 대부분 일반인이 소화하기엔 너무나도 과감하고 실험적인 것들이었다. 이로 인해 패션 거장들조차도 이를 기성품으로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으리라.

“이거랑 이거, 잘 조합하면… 기성복으로 소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사벨라는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결국 옷이란, 단순하게 보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 후원자인 요한 일라이어스 그라티아가 처음에는 유행에 맞춰 리폼한 교복을 매우 어색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헤론드라이드, 이한 몬트 또한 활동량이 많아 편리함을 중시하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옷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다. 움직임에 편리하면서도 유행을 넘나드는 옷이 과연 있을까.

바늘과 실을 맞잡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루비, 방 너머에서 들려오는 헤론의 목소리에도 흐려진 시간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수놓았던 기억들은 한없이 아득하게 느껴졌고, 마치 영원히 바늘 끝에 묶여 있는 듯한 묘한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해내야만 했다. 그래야 어머니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 앵거스 딘 오브라이언도 더는 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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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루비 오브라이언은 약 3개월 후, 아르티움 컨소시엄의 후원으로 새로운 패션쇼를 열며 '앰비션'이라는 패션 기법의 정수를 전 지역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칼리나스 일부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방직물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할 이번 패션쇼는, 그녀의 옛 스승인 케이든 락우드가 '루가린 컬렉션'이라 명명한 바 있다. 티켓은 아르티움 컨소시엄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_아주리스카력 170년 오르니아의 찬란 13일

_공포 187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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