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죽음의 이유 IF (2021.02.12)

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죽음의 이유 본편은 해피엔딩, 이쪽은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Snapdragon by 금어
15
0
0

가라르가 위험에 빠진 그 사건 이후, 로즈 위원장이 체포되었다. 그러나 민심은 여전히 불안했다. 왕족의 이름이 들먹여지는가하면 너클시티의 수문장 금랑의 이름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그는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까지 너클시티를 지켰다. 그럼에도 금랑이 사실 로즈의 공범이더라, 너클짐에서 일어난 일을 그는 정말 몰랐을까, 몰랐다면 정말 책임이 없었느냐로 사람들은 늘 열띤 토론을 일었다.

금랑은 이미 자신의 결백을 몇 장의 보고서와 함께 올렸다. 자신이 에너지 플랜트까지 갈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자료였지만 상부에서는 논의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을 받아내어 공식입장을 함부로 내걸 수 없었다. 덕분에 찾아오는 기자들과 악플들에 시달리면서도 일을 수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챔피언에서 내려온 단델은 로즈타워를 개조한 배틀타워의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10년간 무패의 챔피언으로 가라르의 사랑을 받아온 몸이자 영웅이다. 그를 환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위원장이 된 단델 또한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일을 수습하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금랑을 먼저 배틀타워에 불렀다. 솔직히 차 한잔 여유로이 마시지 못 할 만큼 바빴지만 금랑은 다른 일들을 뒤로 미루고서라도 배틀타워로 향했다. 금랑은 트레이너들을 먼저 퇴근시키고 본인이 야근을 자처했다. 단델이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단델이 부른다면 금랑은 어디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었다. 

정작 오랜만에 본 단델의 표정은 어쩐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단델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금랑의 가슴팍으로 거칠게 밀었다. 금랑은 얼떨결에 잔뜩 구겨진 종이들을 받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너를 믿었는데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느냐'는 힐난. 금랑은 진실과 거짓이 교모하게 섞인 자신의 죄를 쭉 읽어내려갔다. 몇 가지의 사실들을 제외하곤 굉장히 정교하게 짜맞춘 거짓들이 담겨있었다. 

제일 처음 든 생각은 '고작 이걸로 나님을 의심하는거야?'라는 허탈감.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내달렸는지. 목적지를 잃어버린 배가 바람한점 없는 바다 한 가운데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금랑은 해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채 울음을 참으며 배틀타워를 빠져나왔다.

금랑이 고아였고, 재능있는 그를 로즈가 후원해준 것은 비밀이었다. 딱히 비밀로 할 정도로 나쁜짓은 아니었지만 단델의 라이벌이 된 금랑은 이미 많은 시기질투와 알수없는 루머와 함께 악의에 노출된 상태였고, 만약 후원 사실까지 밝혀진다면 어찌될지 뻔했다.

게다가 금랑은 너클짐 관장 후보에 오르면서 다른 스폰서가 붙었다. 이미 거기서 로즈의 후원은 끊긴 상태였지만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므로 그냥 비밀에 붙여두기로 했다. 설마 그게 이렇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하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단델 너만은 믿어선 안되는 거잖아.

그리고 아무도 없어야할 너클짐에 찾아온 그 남자는 혼자 차를 마시며 금랑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맥스 소동으로 이미지가 나빠진 왕족들의 이름을 덮을 희생양으로 본인이 될 지, 아니면 로즈에게 이용당한 신입 관장에게 그 자리를 줄 지. 그것도 아니면 너를 믿지 않은 단델을 끌어내릴지 물었다. 마치 어떤 장난감을 고를지 물어보는 인자한 어른마냥 한없이 가벼운 말투로.

어차피 단델도 저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까? 믿는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거지? 배는 이제 가라앉기만을 기다릴 운명인데.

금랑은 첫번째를 선택했다.

일사천리로 모든것이 해결되었다. 금랑은 금방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 있었고, 거기서 로즈의 공범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기사는 발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역시 그럴줄 알았다며 금랑을 비난했다. 로즈위원장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랑의 사형을 외쳤다. 재판 결과 무기징역을 받았다.

단델은 금랑을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단델이 배틀타워의 일에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단델은 생각보다 잘 적응해나갔다. 매일같이 서류를 붙들어매면서도 배틀실력을 키워나갔다. 단델은 만족했다. 오히려 무언가에 몰두 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는 거 같았다. 

너클짐 트레이너들과는 정기회의 때마다 트러블이 있기는 하지만, 금랑이 징역을 산지 1년을 넘긴 뒤부턴 그들도 단델과 이야기하는 건 포기한 거 같았다.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 단델은 오랜만에 찾아온 새 챔피언과 배틀을 했다. 배틀이 끝난 뒤 정말 금랑님을 믿지 않으시냐는 물음에 찌푸린 표정을 짓자 그냥 돌아가버렸지만.

징역을 살게 된 지 3년이 되던 해 금랑은 모든 면회를 거절했다. 그 또한 야청이 화를 내며 찾아온 덕에 알게 된 사실이다. 

"어쩌면 너라면, 금랑이 만나 줄 지도 모르잖아!" 

그러나 단델은 고개를 저었다.

몇 년 만에 휴가를 가질 정도로 여유가 생긴 단델은 제 동생을 찾아갔다. 제 동생은 챔피언과 함께, 다른 관장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재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금랑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너클짐 트레이너들과 너클시티 주민들은 모두 금랑의 무죄를 이야기했다. 

단델은 제 동생이 쥐어준 증거들을 밤이 새도록 읽어내렸다. 단델은 한 숨도 못 잤다. 

점점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2년을 더 싸운 끝에 겨우 새로운 재판을 열게 되었다. 단델도 참여했다. 그러나 금랑이 급작스런 건강악화로 불참하며 날짜가 다시 연기되었다.

날짜는 몇 번 미루어져 결국 또 1년을 넘기고서야 겨우 재판이 열릴 수 있었지만 금랑 대신 대리인이 참석해야 했다.

금랑의 죄가 하나씩, 하나씩 거짓으로 밝혀졌다. 오로지 남은건 진실 뿐.

단델은 금랑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용서 받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사과하고 싶었다. 자신이 너무 늦었노라고. 어떤 멸시를 받아도 좋으니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재판은 많은 논란 때문에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TV나 스마트폰으로 지켜보았다.

스피커에서 무죄를 선고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SNS에 축하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클시티는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였다.

동시에 단독, 긴급을 말머리에 붙인 뉴스가 자막처럼 지나갔다. 곧이어 아나운서가 대본을 또박또박 읽어내렸다.

"방금 전 들어온 소식입니다. 전 너클짐 관장 금랑 선수는 방금 전 몇 차례의 발작 끝에 심정지가 왔으며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호흡곤란이 있었다고 호소하였으나 주기적인 검진에서 이상없음을 진단받았었고…"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