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ー

제르네우스 맥과이어 , 혹은, 제르네우스 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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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제르네우스 아처,

1년 만의 연락인 것 같네. 머리를 잘 썼더라. 네 이름으로 보낸 편지였다면, 난 당연히 읽지도 않고 불태워버렸을 거야. 그렇다고 호그와트의 봉랍까지 위조해 학교에서 보낸 편지인 척 날 속이다니!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황당함보다도 네 간절함의 깊이가 느껴져 그만 웃고 만 거 있지.

안타깝게도, 네 절절한 사과문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진 못했어. 네 편지를 열어본 그 시점에서 이미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리란 내 결심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애초부터, 문제는 이거야. 우리의 호그스미드 첫 데이트 날, 우리 가족과 나에게 모욕을 준 것에 대해 네가 사과를 해버리면ー 나도 네게 찻물을 부어버린 걸 사과해야하잖아. 이건 서로에게 없던 일로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 일은 내게도 부끄러운 일이거든. 어른스럽지 못한 대처였잖아, 우리 둘 다.

다만, 내가 궁금한 건 따로 있어. 무엇이 너를 그렇게 바꾸어 놓은 거야?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넌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이에 대해 사과를 할 위인처럼 보이지는 않았거든. 지금까지의 내 추측은 이래. 첫 번째, 네 O.W.L. 성적이 너무 충격적이라 잠깐 정신을 놓고 이전에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회개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나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차 새벽 감성에 취해 편지를 썼다. (이건 농담이야. 나는 네가 실은 아주 영악한 놈인 걸 알고 있거든. 하지만 내 매력이 그만큼 대단해 밤마다 널 괴롭혔을 수도 있잖아?) 세 번째, 아처 가에서의 생활이 네게 ‘혈통’이 가진 우등함을 충분히 납득시켜주었다. 지금까진 첫 번째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 편지가 오로지 네 사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쓰였더라면, 아마 첫 두 줄 안에 모든 용건은 마무리되었겠지. 본론은 여기부터야. 만약 너의 사과가 진심에서 비롯되었고, 네 마음에 나를 향한 애정이 약간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번 여름 방학, 내 생일에 열릴 파티에서 나의 파트너가 되어주지 않을래? 나는 네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니만큼, 신중하게 대답해주길 바라. 네가 “좋아(yes)”라고 답해준다면, 모레 아침 일찍 아처 가로 찾아갈테니 늦잠자다 허둥지둥 응접실로 내려오지 말고 미리 기다리다 나를 맞아줘. 나 홀로 너희 집안 어른들을 독대하게 되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으니 말야…

애정을 담아,

수잔 디아시

p. s. 그래서, 정말로 네 O.W.L. 점수는 어느 정도야? 절대 놀리려는 게 아니라 나도 올해 시험을 보는 만큼 참고하고 싶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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