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예행연습

연습이 필요합니다.

미케지마 마다라 x 안즈

가볍게 씀…

캐붕 조심

@allapongta 알라뽕따님 연성교환 감사합니다~

-

“미케지마 씨, 부탁이 있어요.”

평소와 같은 하루. 의자에 나란히 앉아 캔음료를 마시던 안즈가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문득 말했다.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던 마다라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다. 무슨 부탁일까아?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 의중을 알 수 없는 그의 말투에도 게의치 않고 안즈가 천천히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와 같은 멍한 시선, 포동포동한 볼. 햄스터와도 같은 그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더 번져가던 때에-

“저랑 데이트 연습 해주세요.”

“어라라, 데이트 연습? 그게 무슨 뜻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정적.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의 표정도 감추기 어려웠다. 방금 전까지 주변에서 들려오던 이름모를 사람들의 말소리가 마치 수조 너머로 가버린 듯 멍해졌다.

안즈 씨가 누구를 좋아하는 거지? 나는 왜 여태 몰랐지? 저번에 안즈 씨가 같이 식사하던 스탭인가? 아니면 커피를 사주던 녀석? 우선 침착하자. 안즈 씨가 이런 내 마음을 알면 안 돼. 자연스럽게 누구인지 물어볼까? 그 다음 그 사람에게 몰래 찾아가서-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나는?

지금 내게 쏟아지는 이 감정은 뭘까.

질투, 분노, 쓸쓸함, 슬픔, 사랑, 아쉬움, 대견함, 미련, 집착, 비통-

“…미케지마 씨?”

“…!”

미련.

하지만 이 감정을 꺼낼 용기 따위는 없었다.

“아하하! 미안미안 안즈 씨, 잠시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마마도 첫 데이트를 했던 때가 있었지. 흑흑, 안즈 씨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감동의 눈물이 나는구나아.”

“저를 미케지마 씨가 키운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실래요?!”

“사춘기도 온 거니이!? 흑흑흑, 마마는 두 배로 슬퍼~”

마다라의 반응에 안즈가 미간을 찌푸리고서 그의 팔을 퍽퍽 때렸다. 그러니까 애 취급하지 말라니까요! 그럼그럼 안즈 씨는 어른이니까아. 눈웃음을 지으며 마다라가 부러 장난을 쳤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서.

휴일.

“미케지마 씨, 일찍 오셨네요?”

안즈가 마다라를 향해 가쁘게 뛰어왔다. 허공을 보고 있던 마다라가 익숙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단정한 바지. 가벼운 화장.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마다라가 피식 웃었다. 하긴, 이렇게 예쁜데 애인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지. 애써 아무렇지 않게 기지개를 펴며 마다라가 앓는 소리를 냈다.

“에구구,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할 줄은 몰랐는데에…. 안즈 씨, 이러면 나중에 남자친구에게 마이너스라구우.”

“저 안 늦었는데요…!? 약속시간에 딱 맞춰서 왔다구요!”

“매너 있는 남자라면 30분 전에 도착해있을 거란다아.”

“매너 있는 남자라면 멋대로 일찍 도착한 거로 생색 안 낼 것 같은데요….”

“아하하! 안즈 씨, 점점 눈치가 빨라지고 있어?”

무심코 손을 뻗어 안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공중에서 멈췄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해도 되나? 안즈 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거리를 둬야-

“….”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안즈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머릿속에 스쳤다. 안즈는 그에게 볼을 붉히며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남자가 손을 뻗어서 그녀의 볼을 감싸쥐고는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아얏 아야얏?! 미케지마 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마다라가 안즈의 머리를 마구 헤집듯이 쓰다듬었다. 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순간적으로 마다라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다른 남자의 소유가 되기 전인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으아악, 아침에 열심히 손질하고 온 건데…!”

“…아하하! 미안미안 안즈 씨이, 저기 화장실이 있는데 다녀올래? 가방은 마마가 들고 있을게에.”

“우우, 빨리 다녀올게요.”

입술을 삐죽이며 안즈가 파우치만 챙겨 화장실로 달려갔다. 마다라는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쫒다가 손에 들린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작았다. 정말로.

“또 머리 만지지 마세요 미케지마 씨.”

“그럼그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는단다아.”

“아닌 거 같은데….”

“그런 표정으로 흘겨보면 마마도 조금은 상처인데에….”

아옹다옹 실없는 실랑이를 하며 둘은 거리를 걸었다. 안즈는 계속해서 핸드폰 메모장과 지도 어플을 살피며 마다라를 이끌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조사한 걸까나 안즈 씨이.

…얼마나 좋아하길래.

활짝 웃는 얼굴로 안즈가 ‘지금 바로 가야 한정판 푸딩을 먹을 수 있대요!’ 라는 말과 함께 마다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힘든 척 그녀를 뒤에서 따라가며, 마다라는 자꾸만 숨을 삼켰다. 해서는 안 되는 생각, 해서는 안 되는 말, 해서는 안 되는 표정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웃어줘야지, 마지막이잖아.

“미케지마 씨, 재미 없나요?”

“…응?”

빙수를 괜히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안즈가 힘없이 물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마다라가 손을 멈췄다. 어디서 실수한 거지? 방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잘 대답하지 않았나? 흔들리는 시선으로 애써 웃어보이자, 안즈가 얼음조각을 크게 퍼올리고서 그를 째려보았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저는 진지하다구요!”

“…어, 음….”

“미케지마 씨, 아까부터 묘하게 기운 없어 보여서요. 제 데이트 코스가 별로인가요?”

욱씬.

그래. 안즈 씨는 예행연습을 하는 것 뿐이니까. …내 반응이 중요한 건 오직 그 이유밖에 없지. 쓴웃음을 애써 삼키며 밝게 답했다.

“아~ 어제 늦게까지 스케줄이 있어서 조금 피곤하네에. 하지만 안즈 씨의 코스는 정말 완벽한 거얼. 이렇게 피곤한데도 재밌으니까 말야!”

“…그럼 다행이구요.”

숟가락을 한 입에 삼키고서 안즈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아파~ 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안즈 씨를 위해서 나도 노력해야지. 빙수를 조금 뜨고서 마다라가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의 행동에 안즈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네?”

“흐응?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아~ 하는 거야 안즈 씨.”

“갑자기요?!”

“그럼그럼. 원래 데이트에는 이런 걸 해야하는 거란다아. 마마랑 같이 「예행연습」해야지, 안즈 씨.”

멈칫. 그의 능글맞은 반응에 안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도, 마다라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안즈 씨, 아~ 해주렴~”

“…아~”

집요하게 요구해오는 그였기에, 안즈는 결국 졌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마치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여주는 듯 그녀에게 먹여주고서는 마다라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기회라면, 오히려 열과 성을 다해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씁쓸함을 애써 삼키고서 다시 빙수에 시선을 돌리려는 때에, 안즈가 어마어마한 양을 숟가락으로 퍼올렸다.

“…?”

“아~ 하세요 미케지마 씨.”

“내, 내가?”

“그럼요. 저는 지금 미케지마 씨와 「예행연습」중이니까, 받아주실 거죠?”

당돌한 그녀의 말에 마다라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것 같아보이더라도, 안즈는 자꾸만 예측할 수 없게 튀어나가곤 했다.

심장을 쥐고 있는 건, 언제나 안즈였다.

냠-

“우물… 으으~ 머리가~…!”

많은 양을 한번에 물었기에 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마다라의 모습에 안즈가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미케지마 씨 바보 같아요~ 안즈 씨도 아까 전에 이랬잖니…! 그런가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너무하네에….

얼음으로 머리를 씻어내서 그런지, 더이상 깊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다만 안즈와 마주보며 바보같은 웃음을 나눌 뿐. 정해진 끝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에서도 행복은 존재할 수 있으니까.

노을이 내려 앉은 거리. 안즈와 마다라는 천천히 걸어서 돌아가고 있었다. 어딘가 후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마다라가 안즈를 바라보았다.

“안즈 씨이, 오늘 즐거웠을까?”

“네, 정말로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에. …나중에 정말로 데이트 갈 때, 도움되면 좋겠어.”

나는 안즈 씨가 행복하기를 바라니까.

뒷말을 속으로 삼키고서 마다라가 시선을 옮겼다. 건물사이로 떨어지고 있는 태양은, 그의 미래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 그거 말인데요…. 이제 괜찮아요.”

“…?”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 거라서요.”

어?

덤덤한 안즈의 말에 마다라가 그대로 우뚝 멈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즈는 씩씩하게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석양 때문인지 그녀의 귀는 붉었다. 짧은 한 문장을 이해할 수 없어서 마다라가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그러니까, 그게, 내가-

“…안즈 씨? 안즈 씨! 다시 한 번만 말해줄래? 제발…!”

다급히 그녀에게 달려가는 마다라의 눈가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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