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너 너무 심해.(ㅈㅅ 하지만 좀 심하긴 했죠?
이 글은 연교로 받은 글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즐거운 연성교환을 한 바나나(@dmsgml7) 감사를 전합니다.
나는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라는 질문에 대체로 ‘산’이라고 대답한 아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원래 내가 녹색을 더 좋아해서 그랬다.
그렇다.
나는 녹색이라면 일단 좋다. 산이라던가 녹차라던가. 그런 나의 취향은 응당 덕질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나의 젊은날 사랑한 캐릭터들을 모아두면 주기적으로 녹발 혹은 녹안이 껴있다. 이 얘기를 왜 꺼냈냐하면은…
보호관찰대상 명칭 'LS-20150516 통칭 거대 세이렌' 몸체 길이 도합 6m 정도의 거대 세이렌으로 추정됨. 대체적으로 녹색과 연두색의 비늘을 가지고 있고 수영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서 인지 손가락 사이사이에 물가퀴가 달려있음. 귀는 없으며 아가미로 보이는 비늘을 달고 있음 전체적으로 매우 폭력적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위가 필요함
아주 완벽한 문장이다.
6m나 되는 거대한 물고기인간이 무려 녹색,연두빛의 아름다운 비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부분에서 좋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움은 비극의 포장지였을뿐, 아직 그 시절의 난 아무것도 몰랐다.
이야기의 서두는 이러하다.
모종의 이유로 ‘신입’이지만 중대한 임무, ‘세이렌을 관찰보고하기’를 맡게 된 안즈. 하는 일은 정해진 시간동안 세이렌을 보고 관찰하는게 전부인 어찌보면 쉬운 임무다. 그러나 세이렌은 위의 설명에도 적혀있지만 매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이번에 잡은 이 세이렌은 무려 1년동안이나 애를 먹다 겨우 잡은 귀한 세이렌이었다. 안즈는 그런 악명 높은 세이렌을 만나러 가며 제법 긴장하게 되지만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 곳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파란빛으로 물들은 거대 수조가 보았다.
거대한 수조 속, 푸른 물과 어울리는 듯 이질적인 녹안을 가진 세이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 두려움, 경외심까지 느끼는 안즈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생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오직 푸른색만이 존재하는 이 수조의 유일한 생명의 넋이 나간 안즈를 깨우는 것은 손목에 찬 시계소리었다.
다시말해,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는 멍때리고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었단 소리다. 그 전 날의 담당 연구원은 실신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리 오랜 시간 관찰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분명 마음이 뺏긴 건 안즈뿐만이 아닐것이다.
왜냐하면 다시 복귀한 안즈를 기다리는 소식은 세이렌의 담당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으니까!
세이렌이 폭력적이라는 건 앞에서 서술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생물체가 안즈앞에서 얌전히 굴고 눈을 마주 하고 있다니… 머리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정말 아름답지 않는가!!! 간간히 보글거리는 거품소리나, 수질과 수온을 관리하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말고는 없을 공간에 눈을 마주하고 있는 안즈와 마다라(세이렌)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커플에, 좋아하는 인외적요소까지..!!!
맛있다!
감동하며 안즈의 발자취를 따라 관찰일지를 따라 내려가면,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마다라의 모습이 꼭 고양이를 닮았다. 그러고보니 미케지마는 삼색고양이와 같은 한자를 쓰고 있어 고양이로 모애화를 종종 당하고는 하는데 세이렌일때마저 개냥이같은 모습이라닠ㅋㅋ 처음에는 안즈에게도 하악질을 하다가고 점점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13일차쯤에 보면 아예 옆에서 둥둥 떠다니는 중 인가보다.. 안즈는, 여기서도 안즈답게 ‘근육’에 해서 한 줄 적어둔다. (이거 관찰보고서잖아요!!!!) 그런거 말고도 세이렌의 대한 관찰을 이어간다.
시간은 48일까지 흘렀다.
안즈도 마다라도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편안해졌다. 설령 그 상대가 6m나 되는 거대 세이렌이라도.. 사람이란 편안하다고 느끼면 경계가 풀어지는 법이다. 간간히 꼬리가 만들어내는 물의 파동, 웅웅 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안즈는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고 만다. 눈앞에 세이렌이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어렴풋이 느끼면서…
여기서 잠깐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거… 거대하지만 착한 세이렌과 함께하는 안즈의 관찰일기~아니었나?
말랑뽀작한 관찰일기가 아니었냐고.
아까 말했던가, 아름다운 소재를 이용해 포장했을 뿐 비극이라고. 잔잔하게 몰아치던 너울은 어느새 최악의 해일이 되어 나를 덮쳤다……
나는 기쁘게 웃으며 선배와 이야기 했다. 안 그대로 연락할려고 했는데 잘됬다며 한참 라이브에게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큰 파도가 밀려옴과 동시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발목까지 차오른 바닷물에 당황하며 살짝 물러서자 내 어깨를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 선배? "
뒤 돌아 선배를 보니 선배 얼굴에는 보석같이 반짝이는 녹빛의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 … …
…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방금까진 진짜 분위기 괜찮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위기라고요, 그냥 위기도 아니고 세계 아포칼립스 급이라고요;;
이게 맞아? 이거 쓰면서 다시 읽어봐도 정말 이 전개… 잔혹하지 않습니까?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안즈 역시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데 선배라는 이 하남자 미케지마 마다라(인간형태)는 최종진화 미케지마 마다라(세이렌)이 되어 빠끔빠끔 전해지지 않는 말을 건낸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고.. 아무래도 안즈에게도 전달 되지 않았을 거 같다. 왜냐면 마다라의 말을 듣기에는 안즈는 심해에서 살아가지 못하니까.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슬프지만 참을 수 있었다.(놀랍게도!)
죽었지만 둘이 함께 하니까 해,해피엔딩으로 볼 수 있을거라고 인지왜곡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음 문단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 아 이럴줄 알았으면 좀 대충 만드는건데 "
" '또' 안즈를 데리고 사라졌다면서? 이게 도대체 몇번째야? 왜 거대 세이렌들만 이렇게 '안즈'에 집착하는거지? "
어?
이게 맞아?
지금 그러니까… 안즈가… 사실은 하나뿐인 존재ㅡ가 아니라… 만들어진, 그런 것이란 말입니까.
진짜 이게 맞아? 믿을 수가 없지만 나는 이쯤에서 이미 멍..하니 스크롤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심해에 빠져 버렸으니까.
이어진 진상은 이러하다. 인간에게 폭력적인 세이렌들도 이상하게 ‘안즈’에게는 얌전하게 구는 것을 알게 된 어떤 연구단체.. 그들은 ‘안즈’를 복제하여 거대 세이렌들을 잡아들여 연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 20명은 족히 복제했고 매번 세이렌들은 ‘안즈’를 데리고 나가버린다는 건데.. 복제된 안즈는 데려가는 동시에 행방을 알 수 없기에 어째서 데려가는지, 데려가서 무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 영원히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것도 해피엔딩으로 봐야 하는걸까.
혼란스러운 마음이지만 이상하게 싫지 않다… 사실 그렇게 커플 성향이 짙은 글은 아니었는데도 마다라와 안즈가 나오면 뭐든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시 죽는건 싫어!!
안즈를 세이렌 왕국으로 데려가 멋진 티파티, 여행을 하고 있다고 멋대로 상상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다 총총..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