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란 무엇이기에.
나도 드림러라는걸 잊지마쇼
드림러.
그건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다. 딱히 숨겨온 사실은 아니지만 티를 내고 다니지도 않았기에 몰랐을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는 미케지마 마다라가 있다. 어느날 내 인생에 자연스래 자리 잡은 그 남자… 단순히 내 손으로 뽑은 첫 5성 카드란 이유로 눈길을 줬고, 소꿉친구컨셉이라 (근데 이건 거짓말이었다…) 마음을 줬던 그 캐릭터. 말은 하지 않았고 내게 일순위는 늘 마다안즈였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이름조차 없는 마다라 드림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 기회로 이름을 갖게 된 ‘호시 유키'가 되시겠다. 너무 막 지은거 같긴함…ㅈㅅ
갑자기 뭔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는가, 그렇다. 그냥 나도 드림러인척 하고 싶었다. 드림놀이하는 트친들을 바라보며 시샘하고 부러웠다. 나도 그녀들처럼 드림으로 커미션도 넣고 하하호호 하고 싶었다!!!!!!!!! 이게 나의 더러운 본심이었어.
갑자기 마다안즈도 자하몽랑도 아닌 걸 신청해서 당황했겠지
뭔 도검드림을 신청해서 황당했겠지.
전부 내 흑심이다. 이렇게라도 드림러인척 하고 싶었어..
그렇기에 어떤 내용이던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마다라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가지고 있는 5주년 누이를 어떻게 팔면 더 비싸게 정리할 수 있는가 수준이었기에 정말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유키를 향한 마음도 그렇다. 뭐.. 어쩌다보니 이번에 이름을 붙여주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름없이 구상만 한 드림에 불과하다. 그런데…
커미션 신청한게 모든걸 바꿔버렸다. 너무 마음에 들어버렸다…
커미션은 늘 소중한 것이군요, 다음번에도 잘 부탁할게.
유키는 마다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다. 유키라는 캐릭터를 구상할때 생각한 요소라고는
마다라를 일방적으로 사랑할 것 마다라까지 사랑하면 너무 드림같다<< 뭔말인지 알죠?
안즈를 여적여 구도로 견제하지 않을 것 안즈를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건 싫었다.
마다라한테 유키는 없어도 되는 관계일것. 원작을 비트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정도가 되겠다. 애초에 유키라는 건 그냥 마다라와 연애드림을 하기 위해서 짠게 아닌 마다안즈 사이의 사랑의 역경❤이 되길 바랐다. 그렇다고 한번도 생각 안해본건 아니다. 아마도 유키는 마다라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건 오기에 가까운 마음이라고 흐릿하게 생각했다. 딱 그정도의 인상이었는데
나 같은 아이가 더 있었구나, 그래서 더 살갑게 다가갔다.
그의 미래도 나와 마찬가지로 확정되어 있었다. 그래 분명 그랬었다.
너무나 눈부셨다. 눈물이 흐를정도로 분하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너무나 행복하게 웃는 그를 보니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아니?
이건 단순한 애정보다 복잡한 감정…!!!
저 질투심이라는 단어를 딱 보자마자 심장이 떨렸다… 마다라를 향한 마음이 처음에는 분명 설렘이 맞겠지만 이어서 느낀건 동질감으로 부터의 안심, 같은 불행을 갖고 있을거라 확신하는 오만함, 그렇기에 머리속으로 자신만의 ‘미케지마 마다라’를 만들어버린 추악함까지.. 어느 하나 입체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키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사랑으로 정의하기엔 더럽고, 질투라기엔 순진한 면이 있다고 느껴져서 이것이야말로 첫사랑의 재질에 어울리지 않나 감탄하고 어렸을때 지나가듯한 약속을 혼자 기억하고 되뇌이는 부분에선 사랑의 빠진 소녀의 모습이 보여 그야말로 만족!! 대만족이었다!!!
솔직히 이야기 해보자, 어렸을때는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은 동질감과 더불어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동지에 가까웠다. 혼자가 아니라는 그 안도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가 절대로 길을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이상한 확신에 차있었다. 왜냐하면 결국 그는 자신의 가족을 사랑했으니까. 그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거라고 그렇게 멋대로 확신했다. 그런데 아니였다. 그는 가족들에게 절연을 당하면서도 무대 위에 서서 노래했다.
이 문단은 너무 좋아서 그냥 통째로 퍼왔다.
유키도 이게 사랑이라기엔 너무 변질된 것을 알고 있다니, 제길 어디까지 내 취향을 저격할 생각이냐. 특히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절대로 길을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확신’ 이건 정말 미쳤다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즉, 유키 안의 마다라 이미지는 아무리 자신을 막아서더라도, 괴롭더라도 그에겐(또 자신에게) 이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거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부정당한 현실. 유키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그의 무대를 보고 있다.
이거 진짜 미치겠네
정말 좋은 점은 아직 내가 1/3 밖에 읽지 않았다는 거다.(근데 벌써 행복해)
다음 문단에서는 유키도 그닥 적성,흥미에 맞지 않지만 가업이란 족쇄에서 재량껏 살아남았음을 서술한다. 도망치고 싶은 적도 있었으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의 자신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없기에 그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런 유키에게 마다라의 아이돌 소식이든, 가족과의 절연 소식은 어떤 무게로 다가왔을까 생각하면… 그냥 갑자기 자캐 오타쿠가 되어버리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까지 아니었는데,
이런 서사까지 쥐어준 적 없었는데,
고작 드림러인 척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청한 커미션으로 이렇게까지 맛있는 서사를 먹여주다니… 도리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런걸 이렇게 받아도 되는거냐…
그리고 이야기는 진행되어 마다라로부터 라이브 초대 티켓을 받게 된다.
나를 조롱하는거야?
너랑 다르게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조롱하는거냐고!
당연히 유키는 화가났다ㅋㅋ 그렇지 않아도 철저히 무시하며 일본에서 있었는데 먼저 연락이 오고 (고작 1분 43초였지만 유키에겐 피곤했다.) 뭔 라이브 초대까지 하다니. 이거 완전 나 이렇게 잘 산다! 자랑하는 꼴이라 안가고 싶을텐데도 이 여자는 가서 깽판을 쳐주지, 라는 전투적인 마음 가짐으로 가게 된다. 이게 바로 상여자.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 면모가 보여 새삼 가진거 많은 아가씨의 느낌이 느껴졌다. 이거지예
라이브 회장에서도 유키는 팬들과 꾸며진 거리를 천박하다는 둥, 이래봤자 결국 이쪽으로 돌아올거라는 둥 온갖 시비를 속으로 걸고 다녔지만 어찌됐든 무사히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유키가 놓친게 있었으니
그리고 순식간에 연두빛 불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하이라이트. 초록빛 테이프들. 그 반짝이는 무대에서 유난히 빛나며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그를 보고 나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마다라는 아이돌이구나
무대 위 아이돌은 무적임을 간과했다. 반짝반짝 빛나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행복을 나눠주고 있는 아이돌은 유키의 마다라가 아니다. 이걸 알기에 유키는 무대를 보며 분해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하고 만다. 전처럼 여러 감정이 덕지덕지 붙은 사랑이 아니라 순수한 동경으로 포장된 사랑을.. 영원히 아이돌으로 남을 자신의 북극성을 뒤로 한 채 끝나지 않은 라이브장을 벗어난다.
라이브 회장을 나오니 벌써 해가 저벼리고 하나 둘 저녁별이 반짝였다. 그 별들을 보면서 나는 아까와 다르게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걸었다.
나의 작은 사랑에게
나의 눈부신 북극성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내며
나는 그렇게 스스로 천천히 내 발걸음을 찾아 걸어갔다.
자신의 북극성을 두고 거리로 나온다니 비로소 밤하늘의 별들이 있고, 유키는 ‘스스로’, ‘내 발걸음’을 찾아 걷는다.
…
…….
큭 제길!!! 이거 유키의 성장이잖아요!!!!!
이제 유키에겐 북극성이 없지만 두렵지 않게 밤 길을 걷는게, 어린 시절 파티에서 또래를 찾아 안심하던 모습과 달리 성장했잖아요. 그건 꼭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동력이 되어줄 거 같아 갓음이 마구 벅찹니다… 어쩌면 이 순간 유키는 완벽하게 정신적독립을 한건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서사를 볼 수 있는 저는 행운입니다.. 아니 진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지?? 진심 천재라고 밖에 말 못하겠다. 모든 순간이 다 아름다운 이야기었습니다. 이렇게 유키는 속앓이를 했는데 정작 아이돌인지 돌아이인지 미친 하남자께서는 ‘뭐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점까지도 좋았습니다. 쓰다보니까 또 열받네. 닌 그냥 아이돌 계속해라, 망하면 욕 실컷해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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