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콩깍지

고양이를 주워요

아마기 린네 x 시이나 니키

사귀는 사이 아님

@DALM4TIAN101님 생일 축전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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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배고프다. 니키녀석은 전화도 안 받고….”

입이 찢어질 듯 하품을 하며 린네가 투덜거렸다. 답장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괜히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다가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었다. 뭐, 주방 아니면 카페에 있겠지. 전화 안 받은 벌로 음식이나 뺏어먹어야겠네. 캬하하!

혼자서 키득거리며 웃는 것도 잠시, 그는 제 옆의 덤불이 부스럭-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흠칫.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는 덤불을 살폈다. 도시로 상경한지 한참이었지만, 뼈에 새겨진 본능은 꽤나 강렬했다. 부스럭 부스럭 흔들리던 덤불에서 눈을 떼지 않던 그때-

“…엥.”

덤불 속에서 튀어나온 건 작고 조그만… 회색 고양이였다. 길고 복실복실한 털에는 방금 덤불에서 묻었는지 나뭇잎이 잔뜩이었다. 엉망이 된 털을 정리할 생각도 없는지, 아니면 그루밍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지 그 작은 고양이는 보송한 털을 뽐내며 경계서린 얼굴로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아 린네가 턱을 괴었다. 흐응. 길잃은 고양이인가. 아니면 부모가 버린 건가? 뭐, 가만히 두면 알아서 데려가겠지. 쓸데없이 휘말리는 건 귀찮으니까.

읏샤~ 그가 몸을 일으키자 고양이가 경계하듯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에 무심코 그는 연민을 느꼈다.

“…나참.”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서 그가 주변을 살폈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보였다.

“어이 고양이쨩, 경계를 할 거면 좀 더 확실히 하는 게 좋다고.”

린네가 빠르게 다녀온 것도 맞지만, 고양이는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힘이 없는 건지 여전히 덤불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고양이용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 그릇에 놓아주자, 무섭지도 않은지 허겁지겁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던 린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복슬복슬하고, 꼬죄죄하고, 먹을 것도 좋아하는 게… 꼭 니키녀석 같잖아? 털 색도 똑같네. 그녀석도 똑같이 먼지를 뒤집어 쓴 색이잖냐.

바보 같으니라고.

중얼거리는 말과 다르게 그의 표정은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듯 웃고 있었다. 어느덧 바닥을 깨끗이 비웃 고양이가 기분 좋은 듯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다. 허, 그 많은 걸 벌써 다 먹었다고? 진짜 니키녀석 아냐 이거? 무심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그가 흠칫 굳었다. 아차, 이러면 길고양이들한테는 안 좋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진짜 신경 끌 거라고.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저기, 고양이쨩? 자꾸 그렇게 쫒아와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린네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고양이는 계속 뒤뚱거리며 그를 쫒아왔다. 배가 불러서인지 어려서 그런지 빨리 달리지도 못하면서, 챱챱챱 소리까지 내며 안간힘을 다해 린네를 따라갔다. 고양이를 따돌리기위해 보폭을 크게 할 수도 있었지만, 자전거 한 대가 고양이를 밟고 지나갈 뻔한 일이 발생하자 결국 린네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었다. 빵빵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제 팔 안에서 드러누워 행복하게 고로롱거리는 고양이를 어이없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야생에서 이렇게 쉽게 사람을 따르면 큰일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시나몬 앞. 린네는 우선 들어가지 않고 내부를 힐끔 살폈다. 니키는 보이지 않았다. 나참, 허탕이었나. 뭐, 차라리 없는 게 더 다행일지도~ 니키녀석이 본다면 오늘 저녁 반찬으로 좋겠다느니 무서운 소리를 할 수도 있잖냐.

“어라, 린네 군?”

“겍.”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린네가 움찔했다. 분명 그를 찾으러 온 게 맞긴 하지만…. 방금 든 생각때문인지, 쉬이 뒤돌아볼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니키가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어떡해야할까 고민하던 린네는 결국 옷 속에 고양이를 집어넣고서 능청스레 몸을 돌렸다.

“아~ 니키니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받고 뭐하는 거야~! 니키큥 주제에 건방지다고~~”

“에엑, 전화했슴까?! 우우, 미안해여. 아까까지 한창 바빴거든여. 지금에야 겨우 숨 돌릴 틈이 생겨서, 쓰레기 좀 버리고 왔어여. 근데 왜 전화했… …으응?”

“으응? 그야 음, 큼. 배고파서 전화했지.”

“우뮤…?”

린네의 옷이 부자연스럽게 꿈틀거렸다.주의를 돌리려고 린네가 안간힘을 썼지만, 니키의 시선은 꿈틀거리는 린네의 옷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일 분 정도 그것을 바라보던 니키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린네 군!!! 옷에 쥐가 들어갔나봐여!!!!”

“쥐?!? 바보 니키, 사람 옷에 그런 게 있겠냐?!”

“하지만, 하지마안-!?! 여기가 이렇게 꿈틀거리는데여!??!”

“잘못 봤겠지!!”

“으에엑?!”

기겁한 니키가 결국 옷을 들추자, 옷 안에 발톱으로 데롱데롱 매달린 고양이가 드러났다. 아, 이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둘 다 벙쪄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위태롭게 매달려있던 털복숭이가 떨어질 듯 흔들리더니-

“…나이스 캣치~!”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린네가 가까스로 고양이를 잡았다. 방금 상황이 무서웠는지 애처로운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이런, 놀래킨 건가. 미안하다고. 고양이의 턱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주며 린네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여전히 멍하니 보고 있던 니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고양이네여?!”

“…어엉, 오다가 주웠다.”

“이런 때에 쓰는 말이 맞슴까?!”

“어쭈 바보니키 주제에 어디서 토를 달아? 방금 이 고양이 니키큥 때문에 골로 갈 뻔했다고~”

“그게 왜 제 잘못이져!? 아 아니, 제 잘못이 맞을까여….”

미안한 듯 니키가 고양이에게 손을 뻗었으나, 방금 전의 일 때문인지 그것은 하악- 매섭게 경계할 뿐이었다. 린네의 팔 안에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던 고양이는, 결국 몸을 돌려 그의 품 속에 파고들었다. 그 모습에 린네가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곧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를 어쩌나 니키큥~ 단단히 미움받아버렸네~”

“우우, 안타깝네여… 귀엽게 생겨서 좋았는데 말이져.”

“흐~음….”

정말로 아쉽다는 듯, 풀죽은 목소리로 웃는 니키의 모습에 린네가 의아한 듯 머리를 갸웃했다.

“니키녀석이라면 이 고양이도 먹어버리겠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에에!?! 린네 군은 저를 대체 얼마나 야만인으로 보는 검까!?!”

“야만인은 잘 모르겠고 바보돼지먹보 정도로는 보고 있긴 한데~”

“우뮤뮤, 그건 맞는 말이네여….”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서 니키가 무릎을 살짝 굽혔다. 고양이는 여전히 니키를 힐끔힐끔 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니키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이 고양이, 린네 군이랑 닮았네여. 냐하항!”

“뭐? 린네쨩이랑 이 고양이를 비교한다고??”

“윽,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취소하고 싶슴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려는 그였기에, 니키가 질색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민망한지 두어번 헛기침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뭐, 그야…. 린네 군 처음 만났을 때 딱 이랬잖아여. 경계도 많이하고 완전 꼬질꼬질하고….”

“….”

고양이를 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서 눈높이로 들어올렸다. 시야에 들어온 고양이는 린네가 그렇게도 좋은지 입을 방긋거리며 팔을 휘저었다. 나랑 닮았다고? 이게? 나처럼 부숭부숭하게 다 자란 성인 남자를 이 아기고양이에 비교하다니, 니키녀석 진짜 바보 아냐? 아니면 이 린네쨩을 너무 좋아하는 걸지도~ 피식 웃고는 장난을 치기 위해 니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 린네 군은 조그맣고 귀여웠는데 말이에여~ 냐하항!”

“….”

니키가 즐겁다는 듯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린네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린네 자신 또한 아까까지만 해도 이 작은 고양이와 니키를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너무 좋아하는 걸지도.

그것을 자각하자 귀 끝이 뜨거워졌다.

“…어라 린네 군, 볼이 빨간데여? 덥나여? 빙수라도 만들어줄까여?”

“…아니 음, 나는….”

“?? 린네 군?”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니키가 의아하다는 듯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린네는 무심코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반응에 니키가 눈썹을 찌푸리고는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

“뭐에여!? 저랑은 가까이 있기도 싫다는 검까!?”

“아니 뭐~ 그렇지 그렇지. 바보 니키랑 가까워졌다가 바보력이 옮으면 어떡하겠냐고.”

“뭐라구여?!”

니키가 씩씩거리며 또다시 한발자국 다가가려는 때에, 린네가 그의 눈 앞에 고양이를 들이밀었다. 갑작스러운 보송보송 털복숭이 공격에 그가 주춤 멈춰버렸다.

“어어 린네쨩 이 고양이 주인 좀 찾아주고 올게, 이대로 있다가 옷이 털투성이가 되겠다고~ 에츄!”

“?? 엑, 그것도 그렇네여. 잘 다녀오세여…?”

니키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린네가 고양이를 품에 끌어안고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알면 안 되는 것을 깨달은 느낌이었다.

참고로, 그 고양이는 고양이 카페 하나에 맡겨져서 무럭무럭 건강하고 뽀송하게 잘 키워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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