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좋은 꿈

악몽을 몰아내는 한 가지 방법

아마기 린네 x 시이나 니키

@DALM4TIAN101 님과의 연성교환 감사합니다~!!!!!

사귀는 사이 x

-

“후아~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니키는, 벌써 하품을 네 번이나 했다. 아아, 피곤하네여. 그래도 빨리 만들어야…. 애써 고개를 푸르르 흔들어 털어버리고서 그가 칼을 잡았다. 고기를 썰어야 하는데 자꾸만 눈이 감겼다. 결국 니키의 고개가 꾸벅꾸벅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칼이 손에서 천천히 미끄러지기 시작한 때에-

“니 키 큥~!!”

“우와앗!?!?”

갑자기 나타난 린네가 그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깜짝 놀라서 칼을 놓칠 뻔 했으나 린네의 손이 니키의 손을 감싸고 있었기에 그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니키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아아, 뭐하는 검까!! 위험하다구여!! 주방에서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잖슴까!!”

“주방이 아니면 해도 되는 건가? 캬하하!”

“그 뜻이 아니잖아여!! 저 지금 칼 들었거든여?!!”

“이크,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린네 군은 오래 살고 싶으니 후퇴 후퇴~”

부러 과장된 몸짓을 하며 린네가 뒤로 물러났다. 칼을 고쳐잡고서 니키가 그를 흘겨봤다. 몇 번이나 말해도 자꾸 이러고, 린네 군은 저보다 학습 능력이 없다니까여! 완전히 잠이 깬 듯한 니키가 다시 일정한 속도로 통통통 칼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린네가 그제야 안심한 듯 의자를 끌어와서 털썩 앉았다. 하여튼 니키 녀석, 손이 많이 간다니까.

“그래서, 지금은 뭐 만드는데?”

“네에? 배고파서 카레 좀 만들려구여~”

“오오♪ 린네쨩도 마침 카레가 먹고 싶었는데, 완전 통했네~ 감자 많이 넣어주세요~”

“시끄러워여.”

귀찮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고서 바구니를 들고 냉장고로 걸어갔다. 양파 두 개에 당근 한 개 반, 감자 세 개…. …아니, 감자 네 개. 바구니 가득 필요한 야채를 꺼내고서 다시 도마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모습이 꽤나 판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턱을 괴고서 웃고 있는 린네의 모습에 니키가 괜히 또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한참 멀었으니 보채지 마세여.”

“어라,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곧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임다. 배고프면 밥이라도 미리 지어두시던가여.”

“아~ 린네 군 아까 빠칭코 너무 많이 해서 팔 아파가지고 무리무리~”

고개를 절레절레 새차게 저으며 린네가 탁자 위로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보던 니키가 그에게 감자를 집어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 으아악 던지지 말아주세요~ 린네 군 살려~ 탁자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모습에 니키가 피식 웃고는 다시 카운터로 몸을 돌렸다. 곧이어 쏴아아- 하는 물소리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니키에게서 번져나왔다. 탁자에 엎어져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린네가 피식 웃었다. 잠은 다 깼나보네.

“그나저나, 우리 중졸이 늦은 공부라도 하는 걸까~ 왜 그리 잠이 부족해 보이지?”

“네에? 제가 공부를여?”

니키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그런 건 아니구여, 요즘 잠을 그냥 잘 못 자여.”

“으음?”

린네가 눈썹을 씰룩였다. 그의 반응에 니키가 멎쩍게 웃고서 운을 뗐다.

“아~ 그게 뭐, 동생 씨가 뭐 시끄럽게 굴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구여. 그냥 뭐… 요즘 꿈자리가 사납더라고여~ 뭐 며칠 이러다 말겠져. 냐하항!”

“배고파서 깨는 거 아니냐 그거?”

“엣, 그런 걸까여?”

부러 능청스레 넘기려는 모습에 린네 또한 더 묻지 않았다. 통통통 야채써는 소리와 물끓는 소리가 주방에 가득 채워졌다. 요리에 집중하느라 말이 훅 없어진 니키의 뒤에서, 린네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 고민하고 있었다. 완성임다~ 소리와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커다란 냄비를 통째로 탁자로 가져오는 모습에는 실없이 웃음이 터져버렸지만.

그날 저녁.

“형! 무슨 일이야?”

“여어 동생 군~ 사고 안 치고 잘 지내고 있었냐?”

“응! 형은? 형은 잘 지냈어?”

“그럼그럼 린네 군은 언제나 잘 지내고 있다고. 캬하하!”

시끄럽게 웃고서 그가 히이로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었다. 오늘은 우리 니키니키 때문에 하루만 신세 좀 질게~ 응! 자주 와도 좋아 형! 이크, 그건 케이토쨩이 싫어할 거 같은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서 히이로의 볼을 쓰다듬었다. 초코바를 씹으며 급작스렁 형제의 상봉을 구경하던 니키는, 갑자기 불린 자신의 이름에 덜컥 사레가 들었다.

“쿨럭쿨럭… 저 저말임까?! 동생 군 만나러 온 게 아니라여?!”

“에에~ 우리 니키, 귀는 좋은데 역시 머리가 나쁘다니까.”

린네가 씨익 웃고는 니키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초코바를 손에 든 채로 니키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했다. 뭐 뭠까 이 불길한 느낌…!

“니키~ 오늘은 린네 군이랑 동 침 하 는 거 야~…♡”

“싫어여!!!!!!!!!!!!”

으아악! 제 침대가 더러워진다구여!!! 린네 쨩 깨끗하게 목욕도 다 하고 왔는데?! 직접 확인해볼래? 그러니까 그게 싫단 말임다!!! 비명과 함께 방 안을 뛰어다니며 도망치는 니키, 그리고 웃으면서 그의 뒤를 쫒아가는 린네. 음, 오늘도 평화롭네! 히이로는 히나타와 함께 활짝 웃으며 둘의 모습을 구경했다.

“진짜로 이렇게 자는 검까…? 상당히 부담스러운데여…….”

불꺼진 방 안. 니키가 어색하다는 듯 몸을 바르작거렸다. 이렇게 볼맨소리를 내는 이유는, 린네가 그를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같이 누워있기 때문. …린네 군, 은근 키가 크다니까여. 자신을 거뜬히 품에 안고 있는 그의 체격 때문에 괜히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들었기에 큼큼 헛기침을 했다. 벗어나고자 괜히 몸을 움직였으나 린네의 팔이 그를 더 단단히 끌어안아왔기에 헙- 하고 숨만 들이쉴 뿐이었다. 그런 니키의 심란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네는 니키의 머리에 코를 부비고서 장난스레 웃을 뿐이었다.

“그치만 니키니키 침대가 좁아서 어쩔 수 없는 걸~”

“애초에 여기서 안 자면 되는 거 아님까?!”

“아까 이미 대화 다 끝난 걸 이제와서 또 그러네. 에잇, 간질간질 공격~!”

“와핫, 으핫?! 으하항! 하지마세여 린네 군~!!!”

“쉿, 쉿~ 밤이 늦었으니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자야지 니키.”

“누구 때문에 그랬는데…!”

니키가 미간을 찌푸리고서 린네의 손등을 퍽퍽 때렸다. 아야아야! 린네 군 아파~ 살려줘 니키~! 귓가에서 우는 소리를 내는 - 그러면서 팔에는 힘이 전혀 빠지지 않는 - 그의 모습에 니키가 결국 항복하고는 눈을 감았다. 대체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여…. 그의 손목을 괜히 만지작거리면서 린네 또한 눈을 감았다. 니키, 정말 머리 나쁘다니까.

째깍째깍

달이 높아지고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내 몸이 그 어둠 속에 풍덩 가라앉는 기분.

빛 하나 없는 어두운 세상과, 그보다 더 어두운 바다.

아, 또 악몽이네여

익숙한 두려움에 니키가 몸에서 힘을 뺐다. 온 몸이 무거웠다. 저항할 수 없었다. 손을 들어올리려고 했으나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어둠이 목끝까지 나를 잠식해 와서-

‘니키, 니키?’

…?

익숙한 목소리에 니키가 고개를 돌렸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고 무거운 악몽덩어리가 스르륵 녹아버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누군가가 허리를 감싸안고서 귓가에 속삭인다.

‘니키, 나쁜 꿈이라도 꾸는 거야?’

무우, 린네 군…?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배를 토닥이는 그의 손길이 익숙하다.

마치 한 두 번 해본 게 아닌 것처럼-

‘자장 자장, 나쁜 꿈은 물러나라.’

아, 기억났슴다.

어릴 때 제가 악몽을 꿀 때면, 린네 군의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저를 다독여줬었져.

그러면 신기하게 몸이 편해졌었는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여전히 어두운 세상이었기에, 눈을 감고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 아늑하네여. 그때 린네 군, 저보다 한참 더 컸는데. 이것도 다 추억이네여. 악몽이 싫긴 했나봐여~ 이런 옛날 기억까지 생각나고.

‘니키니키. 하여튼 손이 많이 가네.’

엑, 린네 군?

두 눈을 번쩍 떴다. 어두컴컴하던 세상과 저를 감싸고 있던 검은 물은 어느새 푸른 바다로 변해 있었다.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허우적거렸으나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팔이 더 강하게 저를 안아왔기에 움직임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익숙한 말을 중얼거렸다.

‘자장 자장, 나쁜 꿈은 물러나라.’

눈을 떴다.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부스스 눈을 비비며 알람을 눌러 껐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햇살은 밝았으며, 창밖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깨지 않았네여…?”

요 며칠간 자신을 진득하게 괴롭혀오던 악몽도 오늘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니키는, 누군가 제 허리를 감싸안는 것을 느꼈다. 화들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는 린네의 모습이 보였다.

“니키이~ 조금 더 자자….”

“….”

이상한 표정으로 칭얼거리고 있는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잠시, 여전히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의 팔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손을 만지작거리던 니키가 몸을 숙여서 린네의 귓가에 속삭였다.

“린네 군, 밤 사이에 저를 달래준 건가여?”

“….”

분명히 깨어 있을 텐데, 그는 다시 잠든 척을 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부러 코를 고는 시늉까지 하기에 니키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기지개를 쭉 펴고서 니키가 다시 엉금엉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린네의 팔을 들어올리고서 그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린네 군~ 오래 돼서 기억이 흐려진건가여? 그때는 이렇게 안아줬잖아여.”

“음~ 니키 녀석 주제에 린네 군한테 까부는 건가~?”

린네가 푸핫 웃고서 니키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아야야, 아프거든여~?!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니키는 웃고 있었다. 린네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고서 니키가 그의 가슴에 머리를 부볐다.

“옛날에는 린네 군 엄~청 컸었는데 말임다. 그래서 안기는 느낌도 더 좋았구여.”

“그러게. 지금은 니키니키가 엄청 커져서 징그럽다고.”

“징그럽다니여!?”

니키가 으르렁거리며 손을 들어 린네의 볼을 꾸욱 눌렀다. 으겍. 거봐 이러는 거! 옛날에는 착하고 귀여웠는데~! 린네가 입을 삐죽이며 니키의 손을 밀어내는 시늉을 했다. 에잇! 린네 군은 더 혼나야 함다! 아침의 린네 군은 엄청 힘이 없네여, 냐하항! 자신의 허리를 계속 끌어안고 있는 린네의 손은 인지하지 못한 채 니키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참….

완전히 회복한 것 같아보이는 그의 모습에 린네가 손가락 사이로 덩달아 웃음을 흘렸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이 훅- 몰려들어왔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밤 사이에 니키를 계속 끌어안고 다독여주느라, 제대로 자지 못한 여파인 듯 했다. 니키의 허리를 조금은 억지로 끌어안고서 그가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이제는 니키큥 차례야~ 린네 군을 재워줘….”

“에, 에에~?”

급작스러운 신체접촉에 니키의 볼이 붉어졌다. 뭐, 뭠까 갑자기! 그러고보니 우리, 너무 가까운데여?! 당혹감에 버둥거려보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니키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은 것도 있고. 끄으으~ 소리와 함께 민망해하던 니키가 결국 항복했다는 듯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이번 한 번만임다! 예전에 린네 군이 저 재워줬던 거에 대한 보답으로 해주는 거니까여!”

“….”

이미 정말로 잠들어버렸는지 그는 답이 없었다. 포근하고 익숙한 그의 품과 향에, 니키 또한 덩달아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아아, 오늘 일정이 있던가여…. 저는 머리가 나빠서 잘 기억나지 않네여. 일단은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봐야겠어여. 그의 품에 볼을 부비고서 니키가 배시시 웃었다. 이것까지 잊어버렸을 정도니까여. 그래도, 앞으로는 안 잊을 것 같네여. 으~음, 잊으면 안 된다는 게 더 맞을 거 같고…. 우우, 졸려여.

얼마 지나지 않아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둘에게서 번져나왔다. 비슷한 속도로 흐르는 둘의 숨결은 한참 뒤에야 코하쿠의 호통소리에 끊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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