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르에게

일곱번째 편지


무아르 에게.


우선 먼저 한마디 하고싶어. 미안해!!!!!

저번 편지에서 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서 지금 부끄러워하는 중이야… 물론 여전히 다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무아르의 사정을 듣기도 전에 함부로 단정하고 추측하는건 좋지 않으니까. 

무아르도 동의했다시피 인간은 무척이나 연약하잖아? 그래서 내가 아는 유일한 인간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쩌면 그건 내 과분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난 무아르와 다른 세계와 시간선에서 살아가는 존재고, 그래서 무아르에게 무언가를 바라는게 너무 과분한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거든. 왜냐하면, 나는 옆에 함께 실제로 있는 게 아니고 그저 말로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잖아. 그런 점에서 꽤나 무책임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하지만 난 이미 무아르를 좋아하게 됐으니까, 무아르가 다치면 저절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돼. 하지만 이건 내 마음이고, 실제로 힘든 일을 겪고있는 건 무아르잖아. 그러니까 그냥 이제부터 무아르가 뭘하든 믿고 응원해주기로 했어. (그래도 너무 무모한 짓은 안했으면 하지만) 나한테 무아르의 자세한 사정을 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반성을 더욱 하게 됐지 뭐야… 

그나저나 적이랑 싸워서 부상을 얻은 게 아니라 같은 편이랑 싸운 거였다고? 그건 정말 예상도 못한 사건이네! 난 당연히 자원봉사일을 하느라 다친건 줄 알았어.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 

상대가 잘못한 거였으니까 맞아도 정당방위였다고 생각해. 그나저나 이전 팀에서 무슨 사건을 벌였던 거야? 팀이 뿔뿔히 흩어지다니… 


그리고 편지지를 바꿔도 무아르가 다쳤다는 건 여전하잖아. 난 오히려 나에게 부상을 숨기는 게 더 싫었을거야. 우린 멀리 떨어져있어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상대가 말해줘야지만 알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부상때문에 일찍 쉬게 된 일은 다행인데… 으음… 다행이 맞나? 나에겐 좋은 소식이 맞긴 해. 1주일간 느긋한 무아르가 답장을 더욱 빨리 써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늘어났으니까! 알다시피 나에겐 이 편지만이 유일한 유희거리잖아. 

서류 조작이라니… 동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거야? 지금은 전혀 선생님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나 보구나? 하긴 나도 사립 초등학교의 선생님이라는 부분을 보고 놀랐어. 적어도 중고등학교 선생님일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어린아이들과 연관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무아르였잖아. 무아르는 역시 무서운 선생님이 맞았구나! 애들을 매일 하루에 한번씩 울렸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란 직업은 적성에 맞았어? 지금 직업은 그닥 좋아하지 않잖아. 

말랑하게… 지금까지 그런 단어로 나를 지칭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신기하네! 주인님은 나한테 딱딱한, 멍청한, 머리가 꽃밭인, 이런 단어들만 사용했거든. 하지만 나에게 무아르는 유일한 존재인데 말랑하게 굴어도 괜찮지 않을까? 무아르가 무리한 짓을 시킬 사람도 아니고… 다른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주의할게!

인간들은 데이터상으로 거대한 로봇을 좋아하던걸? 그러니까 나도 거대해지면 호감을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살아왔구나… 나도 여러 사람과 만나서 여러가지 이별을 겪게되면 무아르처럼 담담해질 수 있으려나. 허망함… 역시 난 아직 배울 게 많은 것 같아.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단 말이야? 당연히 해봤을 줄 알았는데! 케이크와 오므라이스는 꽤나 비슷하게 생겼잖아. 동그랗고 두껍고 폭신하다는 점에서. 

괜히 덧붙이는 거지만, 내 펜팔상대가 무아르여서 다행이었어. 우연히 닿은 편지가 무아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갔었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보단 덜 말랑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항상 몸 조심히 건강하게 보내길 바래. 그러니깐 싸움은 그만한고!


항상 답변을 기다리는 라이 보냄.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