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넣는 조각글

올라운더 타입 3천자

3230자. 바다, 전설, 서정, 환상

안개의 해안은 언제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무도 그곳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그에 대해 말하고, 상상하고, 때로는 두려워했다. 짙은 안개가 바다와 육지를 경계 짓는 그곳은 오래전부터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안개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것은 바다와 육지 사이에 숨겨진 미지의 세계를 지키는 장막이며, 그 장막을 넘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바다의 인도자, O에 관한 이야기였다. O는 바다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구원하거나, 그들의 마지막 길을 인도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로 불렸다. 그는 늘 해안의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으며, 오직 바다와 깊은 연을 맺은 이들에게만 나타난다고 했다. 이 전설을 들은 사람들은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엇갈렸다. O는 누구인가? 그가 인도하는 바다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 모든 답은 아무도 모르는 안개의 너머에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이 전설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오래된 이야기들은 전부 모호하고 추상적이었다. 아무도 O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으며, 그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자들조차 짙은 안개 탓에 그것이 진짜 O였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스무 살의 나는 그 미지의 세계에 직접 발을 들여보고 싶었다. 안개의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 존재를 만나보고 싶었다.

해가 지고 저녁의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나는 곧장 해안으로 향했다. 안개는 평소보다 더 짙어 보였고, 그것을 뚫고 깊이 들어가자 모든 소리가 파도에 묻혀버렸다. 모래를 밟고 있는 발의 감촉은 여전히 선명했으나, 눈앞은 온통 흐릿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젊은 청년의 호기심은 불꽃과도 같은 것이었다.

걸음을 이어갈수록 공기는 차가워졌고, 바다의 짠내가 더욱 짙게 풍겼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의 시간은 흐릿했다. 마치 끝없는 고요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곳에서 나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렸다. 의심이 스며들었다. 과연 O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전설 속 인물을 만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어리석은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였다. 아주 미세하게, 바람에 실린 듯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다의 파도 소리를 착각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무시할 수 없도록 뚜렷해졌다. 그것은 확실히 노랫소리였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마치 바다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선율이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터질 듯한 심장을 안고서 소리를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안개 속에서 한 여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안개와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천천히 바람에 흩날렸고, 푸른 눈동자는 고요한 바다를 닮아 있었다. 여인은 내가 다가오는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태연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인은 갑자기 노래를 멈추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한 쌍의 푸른 눈동자는 이슬보다 투명하고 맑았다. 아직도 그 끝없이 깊은 눈동자를 품에 담았던 황홀경을 잊지 못한다. 결코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각별한 기억이다. 여인의 눈은 마치 우연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짝였고, 입가에는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여인은 나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그 목소리는 놀랍게도 경쾌했다. 아까까지 느껴졌던 신비함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었다. 여인은 마치 해변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 난, 정말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점점 가까워지는 여인의 그림자에 나는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쳤다. 여인의 태도는 너무나도 친근하고 활기찼다. 전설 속 O의 신비롭고 고독한 존재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신이... O?"

나의 어리둥절한 반응에 여인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터뜨렸다.

"놀랐어? 진중한 수호자가 아니어서? 아, 사람들이 나를 너무 엄숙하고 신비롭게만 묘사하는 게 조금 답답했어. 난 사실 그렇게 심오한 존재가 아니거든. 나는 그냥... 바다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그런 존재야."

여인... 그러니까, O는 나의 손을 덥석 잡고 당기며 해안가를 걷기 시작했다.

"잠, 잠깐만!"

"와, 정말로, 이렇게까지 온 건 처음이지? 다들 안개를 무서워하니까 여기까지 오지는 않던데. 너는 용감하구나! 정말 대단해, 대단해!"

O는 아이처럼 순수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은 나를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이야기하더라. 난 그저 안갯속에서 바다를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 것뿐인데.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그들이 원하면 조금 도와주기도 하고."

O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너도 나랑 같이 바다를 보고 싶지 않아?"

발끝을 모래 속에 깊숙이 묻으며, O는 신이 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다는 이렇게 안개가 낀 날에 가장 아름다워.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러니까... 안개는 그냥 차가운 바다를 위한 포근한 담요 같은 거니까."

그의 말투에는 자연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고, 그 따스함은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마치 뜨거운 닭고기 수프를 한 모금 마신 듯 내 안에서부터 서서히 온기가 퍼져 나갔다. 세간의 추측과는 다르게 O는 그저 바다와 안개를 사랑할 뿐이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다들 궁금해하잖아. 내가 어떤 존재인지, 바다가 어떤 곳인지... 뭐든 좋아."

O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민 끝에는 결국 오래전부터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을 입에 담았다.

"바다 너머에는... 무엇이 있지? 왜 사람들은 그걸 두려워하는 거야?"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O는 내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말을 뱉기 전 크게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의 답은 생각보다 아주 단순했다.

"사람들은 그냥, 두려워하는 게 습관이야. 모르는 건 바로 무섭다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그게 진짜로 두려운 건지는 아무도 몰라. 대부분은 그냥 다들 두려워해 왔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거지. 아주 오래전부터."

O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담겨있는 듯했다.

"바다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라니, 글쎄. 난 그저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끝없는 모험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조용한 평화로움일 수도 있고."

그리고 O는 다시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바다는 언제나 바다일 뿐이니까. 중요한 건 바로 지금, 너와 내가 함께 바다를 보고 있다는 거야.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문득 가슴 속의 무거운 짐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기대했던 전설 속의 위엄 있는 인도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그 말 그대로, O와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O는 손을 들어 바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봐, 안개 너머로 수평선이 보이지? 안개가 끼면 세상과 바다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안개도 바다도, 우리도 모두 연결되어 있어. 알겠니?"

그는 다시 나의 손을 잡고, 기쁜 듯 웃으며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안개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그저 누군가와 함께 바다를 보고, 그 순간을 즐기고 싶어하는 순수한 존재일 뿐이라고.

"자, 이제 너도 알았지? 안개는 두렵지 않아. 그리고 바다도."

O는 내게 따뜻하게 속삭였다. "앞으로도 가끔은 이렇게 바다를 보러 올 거지? 나도 계속 여기서 너를 기다릴게. 바다는 언제나 이곳에 있으니까."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안개는 영원할 것이며, O 역시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서 이방인을 기다릴 것이다. 한결같은 바다와 같이. 선택은 언제나 O를 만난 이의 몫이었고, 그는 그저 안내할 뿐이었다.

O는 나를 점점 더 깊숙한 해안가로 데려갔다. 하지만 잡힌 손을 굳이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따뜻했기 때문이다. 발을 맞추어 바다의 인도자가 인도하는 곳으로 끝없이 달렸다. 앞에서 말했듯이, 젊은 청년의 호기심은 불꽃과도 같아서 말이다.

323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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