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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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는 검은색의 후드를 푹 눌러쓴 채로 이동했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또한 덤이었다. 시선은 들고 있는 핸드폰에 고정한 채, 다른 누군가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이동하기를 얼마나 했을까. 조금 연식이 있는 빌라 건물, 영광빌라라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혹시나 어디선가 찰칵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주변을 둘러본 민아는 계단을 올라가 특정 문 앞에서 멈춰서 초인종
“내가 6급이라고? 헛소리하지마! 그냥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을 조금 건드린 것뿐인데 왜 그게 범죄가 된다는 거야?” 가래가 껴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중얼거리던 남자는 퉷, 하며 가래침을 뱉었다. 그 주변에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 피 흘리며 쓰러져있는데 그렇게 만들었다는데 일말의 죄악감도 느끼지 않아 보였다. 구연사는 좋은 사람, 그 힘을 잘 사용할
“여기에 성별, 이름, 전화번호, 주소 써주시고요. 각성하신 이야기 제목이랑 이야기 속 등장인물 명 적어주세요.” 몰라요. 큰일이다. 빨간 색연필로 체크된 부분을 차근차근 채워가는데. ‘이야기 제목, 이야기 속 등장인물 명’에서 막혀버렸다. 모르는데 이걸 어떡하지. 일반적으로 천사하면 떠오르는 건 대표적인 게 있긴 하지만, 다른 신화에 비슷한게 없을 거
민아가 고개를 들자, 눈앞에 있는 사람은 연예인 뺨칠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 미인이었다. 성별을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선이 고운 턱 밑으로 돌출된 목울대가 보인다. “어,” “죄, 죄송합니다, 불쾌하셨죠?”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고개를 푹 숙이더니 뭐라고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사라이-그 미친인간을 말하는 거겠지.-가 나쁜 애는 아닌데 종교에 충실
민아는 간신히 회사에 도착했다. 물론 빛이 나는 뒤통수와 날개는 그대로 인채로, 오는 내내 여기저기서 은근한 찰칵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계속 들리는걸 최대한 모른척 하고 왔다. 그게 본인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아니 대체 시간이 몇 시인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화를 낼 기회를 잡아서인지 조금은 기뻐 보이는 얼굴로 화를 내던 사장
“휴가… 가고 싶다.” 아니 사실 휴가가 아니라도 좋았다. 이 회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 아민아의 머릿속에서 여러 단어가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반차, 월차, 병가, 퇴사…. 퇴사, 그중 마지막에 떠올린 단어는 사탕이라도 되는지 유독 달게 느껴져 입안에서 몇 번을 굴려보았다. 하지만 사탕의 끝이 그렇듯 퇴사라는 단어는 민아의 입 밖으로
“안녕하세요~” 손님이 오기엔 제법 이른 아침, 선하나 몽학과도 다른 어느 목소리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선하 왔어? 아침에 오느라…” “아! 선하 삼촌이다!” “오빠다!” “오늘은 일찍 왔어!” 그 목소리가 들리자 밥을 먹던 아이들이 몸을 벌떡 일으키거나, 엉덩이를 굼실거렸다. 아이들의 몸을 움직인 이의 정체는 정선하. 한창
“어서 오세요!” “다녀오셨어요!” “잘 주무셨어요?!” “오냐, 잘 잤다.” 익숙한 문을 열고 돌아오자, 나갈 때 그랬듯 다양한 인사들이 몽학을 향해 날아왔다. 그중 나갈 때 반응했던 것과 같은 계통의 인사를 돌려주었다. “바보야! 잘 주무셨어요가 아니라 안녕히 주무셨어요야!” “그건 잘 때 쓰는 말이잖아!” “나도 알거든! 일단 알려주는 거잖아!
단추를 채우지 않은 요란한 색감의 셔츠, 일반적으론 알로하셔츠라고 불리곤 하는 옷이 거친 바람에 휘날렸다. 자연스레 부는 바람은 아니고, 차원에 간섭이 일어날때 주변의 대기가 먼저 반응하며 일어나는 공기 순환이었다. 몽학은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무시하고 시야를 어둡게 방해하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이제야 주변의 색채가 또렷해졌고, 열리기 직전의 일렁이는 ‘출입
요즘 우스갯소리로 육아는 인간의 최종 컨텐츠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영혼이 육에 채 적응하지도 못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핏덩이를 돌보는 일은 정말 보통이 아닌 일이다. 거기에다 그 수가 일곱이나 된다면 어떨까? 분명 그 애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건 눈을 포함한 사지四肢가 인간보다 몇 배는 많은 아라크네 족이거나. 전지전능한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