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착각헌터_2차

[창호기려] 저 손은 제 주인과 닮았다

#창호기려_전력_120분 <장갑>

혜낭이 씀 by 혜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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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호기려 전력 120분 <장갑> 주제로 썼습니다

- 급하게 쓴 글이라 추가, 정정,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 (손가락 빨기 - 른/왼 모두) 가 있습니다. 둘은 부부입니다.

저 손은 제 주인과 닮았다. 

살가죽밖에 남아있지 않은 건조하고 긴 손가락. 햇볕을 받으면 죽기라도 하는지. 빛 아래 남김없이 천 밑으로 그 창백한 피부를 남김없이 감춘 꼴이. 장갑을 끼고 있는 게 전혀 갑갑하지도 않은 모양이. 

…둔감한 점은 제 주인과 다른가?

청잣빛 머리카락의 남자의 몸이 살짝 기운다. 커다란 짐승이 자신의 크기도 모른 채 욱여넣는 것처럼. 처음엔 기꺼이 그 무게를 감당하며 이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던 저 삼백안이. 혼혈의 남자가 장갑 안으로 기어코 그 두껍고 단단한 손가락을 쑤셔 넣자 그제야 이쪽을 향한다.

눈동자 속에 자신이 비친 것을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들어 올려 호선을 그리면서도. 손가락은 장갑과 손바닥 사이의 좁은 구멍 사이로 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뭐 하세요?”

“뭐 하는 거 같은데?”

강창호는 검지와 중지를 용케도 그 좁은 틈 사이로 집어넣어. 기려의 손바닥 안쪽을 은근히 문지른다. 

촉수와는 다른 낯선 감각. 손바닥을 긁는데 내장 어딘가를 긁는듯한 기묘한 느낌에 손을 빼려 하지만. 이 혼혈의 남자가 그것을 봐줄 리가 없다. 도망가지도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만치 도망간 사냥감을 쫓듯이 바짝 거리를 좁혀온다. 바싹 마주 댄 얼굴의 초록색 동공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결국 금발의 남자는 손에 대한 자유를 포기하고 손을 강창호에게 단단히 붙들린 채로 다시 화면에 집중한다. 

강창호는 작은 귓바퀴를 물어뜯고 싶다는 충동을 참아가며 손바닥을 검지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다 세게 긁어댄다. 그리고 긁은 자리를 뭉근하게 문지르는 통에. 금발의 남자는 민감하지도 않은 본인의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달리는 걸 느낀다. 김기려는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완전히 포기해야만 한다. 

기려가 잡히지 않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소파에 내려놓자. 강창호의 아치형 눈썹이 부드럽게 꿈틀거린다. 

그리곤 남은 손가락 전부를 기어코 구멍에 밀어 넣어 다섯 갈래로 나뉜 긴 손가락을 모두 옴짝달싹 못 하게 붙든다. 그리하여 장갑이 드디어 벗겨지고. 건조한 기려의 손이 드디어 용의 눈에 남김없이 들어온다. 

깍지를 낀 손가락 그대로 들어 올려.

쪽, 쪽…. 쪽.

입술을 부비듯. 일부러 과장되게 소리를 내니. 금발의 남자도 움찔한다. 그 반응이 기껍다는 듯이. 강창호는 입술을 밀어 김기려의 손가락을 가볍게 깨물기 시작한다.

외계에서 온 영혼은. 포유류의 어떤 감각 기관보다도 예민하고 섬세한 신체 기관을 체감한다. 이 손으로 인류는 지구의 폭군이 되었다. 

손가락 끝에서 입술 주름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고정된 표정근이 요동치는 착각이 타성의 영혼을 뒤흔든다. 

기려가 시선을 그 손에 고정하자. 느릿하게 자신의 덩치만큼 단단하고 커다란 혀를 꺼내 서서히 기려의 중지를 밑에서부터 핥는다. 그리고 그대로 삼켜졌다. 입 안에서 느긋하게 손가락을 핥다가. 혀를 휘감고 가볍게 빨기도 한다. 

항상 혀와 혀로만 느껴졌던 이 포유류의 어떤 공간이 손가락 끝에서 구체화된다. 움찔하여 손가락을 비틀어도 강창호는 가볍게 손가락을 깨문다. 마치 짐승이 먹잇감을 제압하듯. 

외계인은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제 손가락을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시죠?”

“설마. 먹어줘?”

대꾸조차 하지 않고 김기려는 다시 손목에 힘을 준다. 허튼소리 그만하고 놔달라는 뜻이다. 이번엔 강창호가 순순히 입을 벌려 손가락을 놓아준다.

그 순순함에는 까닭이 있다.

정말로 씹어 먹고 싶어서.

강창호가 목소한다. 가능하다면 뼈마디 하나하나 다 씹어 삼키고 싶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결국 이 영원한 거리를 채우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이 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입으로 해주면 좋겠는데." 

특유의 중저음으로 청잣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말한다. 금발의 남자가 물끄러미 그의 연인을 살핀다. 대체로 강창호는 이러한 요구는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저 강창호의 몸 위로 몸을 싣고 있자면. 강창호가 자신의 어딘가를 불로 지지고 영혼 어딘가 영원한 흉터를 남기는 게 아닐까 의심되는 한계까지 밀어붙여져 엉망진창으로 흔들리다가 끝나는 게, 지금까지. 

그래, 뭐. 대마법사다운 오만함으로 금발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야 이제 해줄 수 있지. 

의외의 반응에 강창호가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듯 입을 연다.

“정말로?”

“예, 뭐.”

그리고 김기려는 강창호의 손을 붙들어. 자신의 좁고 작은 입에 손가락을 넣는다. 

“김기려.”

“에?”

“…물고 말하지 마. 그래. 일부러는 아니라고 믿어."

뭐가 일부러란 말인지. 김기려는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어렵다. 

김기려는 천천히 강창호가 그랬듯이. 혀를 천천히 움직인다. 강창호와 다르게 좁고 작은 입은 심지어 깊지도 않아서. 고작 손가락 두 개를 넣는 게 다였다. 억지로 넣으려면 더 넣을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혀의 공간도 남지 않고 안이 꽉 차버린다. 

금발의 남자는 타협하고 가장 예민한 검지와 중지만을 입안에 담는다. 그리고 손가락 끝을 살살 빨다가. 느릿하고도 꼼꼼하게. 손가락 모두에 혀가 닿지 않는 곳이 없게 하려는 듯이. 얽고 당기고. 손톱 밑 여린 살을 깨물고….

강창호는 남은 손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성심성의껏 빨고 있는 기려의 염색모를 부드럽게 쓸어올리고. 입을 연다. 

"연습은 이만하고 실전으로 가볼까?"

둘이 떠난 소파엔 장갑 한 짝이 있다. 다른 한 짝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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