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스 설정

커뮤 by 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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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스 폴 엔티크. 세간에서는 그를 천재라 불렀다. 태어났을 때부터 돌잡이로 붓을 잡았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을 좋아하는 만큼 실력도 따라 주니 세상 무서울 것이 없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 미술 학원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기초를 배우고 대회에 나갈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 처음 나간 대회에서 바로 입상을 할 정도로 재능을 보인 그이기도 하였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갈 수록 사람들이 아이비스에게 거는 기대는 한층 더 쌓여 갔고 아이비스 본인도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이루어낼 수 있을까 등등. 스스로도 기대를 걸기 마련이었다.

이런 아이비스가 슬럼프에 빠졌다?

어쩌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자만심은 사람을 저 하늘 꼭대기에서 땅 속 깊은 곳까지 한순간에 끌어내리기 쉬웠으며 아이비스는 그런 자만심이 하늘을 치솟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비스의 부모는 그런 자만심으로 자신을 허영하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며 오히려 수렁에 빠지기 쉽다며 고삐를 잡아준 것이다.

덕분에 아이비스는 중학생을 지나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어긋나지 않고 올곧게 자라왔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는가? 아이비스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자신마저도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는 감히 숫자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그런 기대가 버겁고 무서워져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마치 자만심으로 인해 사람이 추락하듯이.

아이비스는 사실 슬럼프를 애진작부터 겪어왔다.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날은 이상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으며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고 오늘이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아이비스의 마음과 머리를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미술시간, 아이비스는 미술 시간 과제를 위해 스케치를 하려 연필을 든 순간 머리가 핑- 돌았고 손이 떨리며 호흡이 가빠지고 불안정해졌다. 사람들은 이걸 흔히 공황이라고 부른다지.

이상하리만치 좋았던 컨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온 그날의 공황은 이후 아이비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본인이 느끼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단지 그 이상하리만치 좋았던 컨디션이 기우였을 것이다. 컨디션이 오히려 너무 안 좋아서 좋았던 것처럼 느껴서 그런 것일 것이다. 라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때라도 바로 잡았으면 슬럼프에 빠지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슬럼프라는 적이 본격적으로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다. 어차피 슬럼프여도 다른 입시생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실력이었으나 그것이 아이비스의 100% 실력이 아니었다.

어딘가 불안정한, 그러면서도 완벽한 실력.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조건 아닌가? 그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게 되는 지름길로 변모하였으며 그 의심은 결국 실력의 도태를 불러왔다.

결국 아이비스는 자신의 작품을 모방하는 화가가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슬럼프라고 금방 극복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것도 성장통이라며 되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효과는 나름 대단했다. 실제로 실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으며 그에 따른 보상으로 인해 생긴 뿌듯함은 성장의 먹이 되어주곤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비스는 슬럼프를 너무 얕봤다.

잠시 반짝하고 빛나는 별똥별처럼 순식간에 왔다가 한순간에 바로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슬럼프는 저 하늘에 빛나는 달이 되어 오히려 아이비스를 꽁꽁 묶어버렸다.

어찌저찌 고등학교 입시를 마치고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실력은 도태된 채였다. 돌아오는 일 따위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입시 때문에 그림을 너무 열심히 그려서 그런 걸 거라고 그냥 잠시 아주 잠시동안 그림이 질린 것 뿐이라며 현실을 외면했다.

그렇게 현실을 외면한 결과는 참혹했다.

고등학교 입시가 끝나고 입학하자마자 아이비스는 수석 자리를 놓쳤고 그렇다고 2등도 3등도, 4등, 5등도 아닌 애매한 7등 그 언저리였다.

충격이었다. 자신이 고작 7등이라는 사실이.

이번만 그런 거겠지. 다음 번엔 더 잘 할 수 있다며 죽을만큼 노력했지만 실력은 도태되기만 할 뿐 성장하기는커녕 원래대로 돌아가지도 못하였다. 아이비스는 결국 그림을 놓아버렸다.

그림을 놓았음에도 사람들은 과거의 아이비스 즉, 천재라 불리었던 그 시절의 아이비스를 바라보며 잘 할 수 있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정작 본인에게는 힘에 겨워서 다 내버리고 싶을 정도의 무거운 기대를 쏟아냈다.

왜, 저울도 저울마다 잴 수 있는 무게가 다 다르지 않은가.

타고난 천재인 아이비스는 그 기대를 담을 수 있는 저울의 한계가 꽤나 무거웠음에도 달려오는 기대에 부쳐 결국 망가져버렸다.

망가진 아이비스의 저울은 고쳐질 틈도 없이 계속해서 그 무거운 기대는 다느라 그저 점점 가라앉을 뿐이었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웃었다. 억지로 붓을 들고 연필을 들었다. 뭐라도 그렸다. 정작 그려낸 것은 새하얀 백지인 주제에 말이다.

간혹 그림을 그려내더라도 잔인하고 섬뜩한, 기괴스러움이 가득 담긴 그림일 뿐이었다. 그것이 괴로워 제대로 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을 때에는 예전에 자신이 그려놨던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려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 표현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잔인하다.

예전의 그려놓았던 그림은 따스하고 위로하는 말이 가득했다면 지금 그 그림을 따라 그린 결과물은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지르는 아이비스만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울 수 있었는가? 아니 울지 못하였다.

그럼 포기할 수 있었는가?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울지도 포기하지도 못한 아이비스는 과부화를 일으켰다. 마치 기계의 데이터 용량이 가득 차서 회선이 망가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과부화를 일으킨 아이비스의 뇌는 그저 과거만 되살렸다. 그것만이 살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무리하는 아이비스를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만류를 들을 여유조차 없었다. 하루 빨리 천재였던 아이비스로 돌아가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한다는 책임감, 슬럼프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빨리 뇌든 저울이든 고쳐야한다는 조바심까지. 아이비스를 재촉하기 위해서 세상이 돕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결국 아이비스는 과거로 돌아가길 선택했다. 아니, 과거를 흉내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면 다시 천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슬럼프를 극복하였냐고? 아니 극복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아이비스의 슬럼프는 종지부를 찍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비스가 필사적으로 과거를 흉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화풍이 바뀌고 기법이 달라지고 이질감까지 느껴졌지만 고작 그런 것들이 상관 있겠는가. 사람들이 원하는 천재 아이비스의 귀환이 이루어졌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아이비스의 내면 따위 안중에도 없이 그저 천재 아이비스의 귀환에 즐거워하며 웃음을 짓는다.

그걸 지켜보는 아이비스는 또 한번 배운다.

“…기뻐서 짓는 웃음은 저렇게 짓는구나. 또 배워버렸네.”

그럴 때마다 눈을 가려주는 머릿속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아이비스의 부모가 되기도 했으며 형제가 아닌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닮은 자신과 같은 머리칼의 색을 가진 그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아이비스는 끔찍하게 진실을 숨긴다.

진실을 들킨다면 분명 그에게 혼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울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터득할 필요 없는 잘 연기하는 방법을 터득한 아이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이 슬럼프가 끝날 때까지 해맑았던 그저 순수하게 그림을 좋아했던 아이비스를 연기한다.

감히 들키지 못하게 철저하고 잔인하게 자신의 마음을 죽여가면서까지 말이다.

그가 눈치채는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그건 지금 신경 쓸 바가 아니지 않은가. 아이비스는 그저 웃는다.

이유라….

그런 것이 있을까?

해맑게 웃는 천재 아이비스. 그것이 사람들이 보는 진정한 아이비스이니 아이비스는 단지 그걸 제공할 뿐이다.

진짜는 가짜의 가면을 쓰고 가짜를 연기한다. 그 가짜는 진짜 연기하는 탓에 점점 진짜를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가짜의 성장은 결국 아이비스 본인의 도태이며 그것이 왜곡이 되었다.

마치, 어른이 되기 싫어 네버랜드로 떠나는 피터팬처럼 아이비스도 단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보존할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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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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